신화는 실존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ilpostino
작품등록일 :
2024.08.01 15:06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6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925
추천수 :
41
글자수 :
311,756

작성
24.09.04 18:56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44화

DUMMY

87. 아테나 부활!


꼬박 하루 동안 실신해 있던 아테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말은

나름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시현!!! 배가 고프다!! 먹을 것! 먹을 것을 가지고 오너라-!”


그래도 나름 아테나를 걱정하고 있던 일행들은 그 순간 어이를 상실했다.

나름 신화 속에서는 위엄이 넘치는 제우스의 적장녀이자 아름다운 지혜의 여신이고,

항상 승리하는 전쟁의 여신이기도 했던 아테나였으나,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아테나는 눈 뜨자마자 먹을것을 찾는 식충이가 따로 없지 않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우스도 저 철딱서니없는 식신을 보면서 꽤나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죽다 살아난 금쪽이 아테나를 위해서 장미십자회 일행들은 급히 먹을 것을 준비했다.

하루종일 굶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식성을 가진 아테나가

얼마나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할 지는 어림짐작해도 kg단위로 따져야 할 듯 싶었다.


아테나의 식사를 준비하는 김에

밥 먹을 새도 없이 뛰어다녔던 일행 모두의 식사를 차리는 데에는

아일라의 권능, 아난시의 여섯 아들 중,

요리에 능한 넷째 아들의 권능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일라가 급하게 만들어 낸 파스타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아테나는

그제서야 가득 찬 배를 통통 두드리며 이성을 되찾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테나는 스틱스 강에 순결을 맹세한 아름다운 지혜의 여신이었다.


.

.

.


그러는 동안에도 에트나 화산은 이상할 정도로 잠잠했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용암과 화산재를 뿜어내고는 있지만,

신화 속 괴물, 티폰의 부활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심심한 맛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마리오가 말했다.


“가끔 이런 일이 있긴 하지, 봉인에서 풀려나더라도,

목적이 없으면 굳이 난동을 부려서 시선을 끌 필요가 없으니까”

“그럼 굳이 나서서 티폰을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시현이 의문을 표하자 아테나가 고개를 저었다.


“티폰이라는 신의 정체성이 문제일세.

근본적으로 티폰은 이집트 신화의 세트 신과 같은, 반역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그렇다면?”

“쿠데타가 발생하면 반란군의 편을 들어줄 신이라는 뜻이라네”


시현 일행은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그 동안 일루미나티 녀석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지 전혀 모르고,

그저 상대의 수작질에 휘둘리며 대처하는 데 급급했는데,

지혜의 여신이 복귀하는 순간 곧바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일루미나티 측의 의도가 명쾌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의도를 깨달았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일루미나티 녀석들의 의도는···”

“이탈리아의 내전···”


베아트리체는 책상을 쾅 내리치며 열을 올렸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잖아요! 빨리 티폰을 막아야죠!”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겠니...”


마리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원래의 신화에서 티폰은 상처입힐 수 없는 무적의 괴물이야.

티폰의 단단한 가죽을 뚫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마리오가 뜸을 들이자 아테나가 그 답을 말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만든 가장 단단한 물질, ‘아다만트’로 만든 낫이었지

나의 조부이신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르고 왕위를 찬탈할 때 썼던 무기일세”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패륜적인 일화를 여신의 목소리로 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건 그렇고 크로노스의 낫이 없다면 티폰에게는 상처 하나 입힐 수 없다니

장미십자회 일행에게는 이보다 절망적인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아테나의 이야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크로노스의 낫이 있다고 하더라도 티폰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일세. 실제로 나의 부친이신 제우스께서도 크로노스의 낫을 들고 싸웠으나, 티폰에게 패배하고 힘줄을 뺏겨 무력화되었으니 말일세”


시현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크로노스의 낫이 없다는 것보다 절망적인 소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시현은 주머니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며 말했다.


“그래도 이게 있으면 어느 정도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 그거라면 희망이 있지 그걸 티폰의 심장에 꽂아넣을 기회가 있다면 말일세”


시현이 꺼낸 물건은 원래 라포트가 사용했던 신살의 무기, 미스틸테인이었다.

시현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낸 미스틸테인을

다시 원래의 주인이었던 라포트에게 돌려주었다.

라포트는 로키의 유물을 돌려받은 것에 감사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땡큐, 근데 나보고 이걸 직접 티폰에게 찔러넣으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일행들은 미스틸테인의 권능을 발동시켜서

티폰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역할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그러다가 결국 폭발해버린 베아트리체가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올 것도 아닌데,

우리 그냥 슬슬 티폰 잡으러 갈까요?”


일단 뭐라도 해 보자는 베아트리체의 발언에 일행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들이 각자 자신의 무장을 점검하며 에트나 산으로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시현은 은근슬쩍 아테나에게 다가갔다.


“여신님, 이번에 뭔가 달라진 거 없었나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카루아나를 처치하니까, 안드로메다 여신의 카메오가 부서지면서 실뱀이 나왔거든요”

“호오, 지난 번 일루얀카 때와 같은 것이더냐?”

“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능력 같은 건 없던가요?”


시현의 이야기를 듣고, 아테나는 자신의 방패, 아이기스를 꺼내보았다.

아이기스는 이전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방패의 한복판에 무언가 변화한 포인트가 있었다.


“호오··· 뱀이 한 마리 늘어났군”

“원래의 아이기스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네요”


원래의 신화 속에서 나오는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는

지금의 아이기스와 크나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었다.


원래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아이기스에는

메두사의 머리가 달려 있어, 아테나의 적들을 바위처럼 굳어버리게 만드는 권능이 있었다.


허나, 오랜 세월이 지나 그 권능을 잃어버린 방패는 아무런 장식 없이 밋밋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번 임무 때 일루얀카를 처치하고 실뱀을 흡수하자,

아테나의 방패 한 가운데, 뱀 한 마리가 양각으로 새겨지면서

바라보는 자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권능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또 다시 뱀 한 마리가 새롭게 새겨지면서

아이기스의 한복판에는 총 두 마리의 뱀이 양각으로 장식된 것이다.


“한 번 권능을 시험해 볼까요?”

“이걸 누구에게 시험해야 좋으려나?”


시현과 아테나의 시선이 한 순간 겹쳐지면서 같은 사람을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현에게 만만한 사람은 바로 마리오였다.


88. 새로운 권능


시현과 아테나는 마리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리오 씨, 조금 도움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이쪽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별건 아니고, 내 무구를 정비하는 데 도움이 필요해서 그렇다네”


시현과 아테나의 능청스러운 태도에, 마리오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다가왔다.


“아테나 님의 무구에 관련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순진한 마리오가 사악한 아테나의 아가리로 스스로 걸어들어오는 순간,

시현이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지금!’


아테나가 어린 소녀의 모습에 어울리는 악동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아이기스가 빛을 내며 새로운 권능을 발동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현과 아테나, 그리고 마리오, 세 사람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테나는 튀어오르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테나는 당황해서 자그마한 주먹으로 방패를 콩콩 두드렸다.


“이게 이럴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인겐가?”


그러자 방패가 갑작스레 빛을 뿜어내며 권능이 발동했다.


“꺄악!”


방패를 둘러싸고 서 있던 세 사람은 터져나오는 빛에 눈을 가렸다.

빛이 잠잠해진 후,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놀라운 모습이었다.

방패를 콩콩 두드리던 아테나의 자그마한 주먹이 돌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리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석상이 되어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테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흐아아~ 어떤가! 나의 새로운 권능이!”

“호오, 방패에 닿는 것을 돌로 만드는 능력인 모양이네요”


시현은 아테나의 새로운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공격 관련 권능이 없었던 아테나에게

전투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했다.


아테나도 새로운 권능이 마음에 들었는지,

돌이 된 주먹으로 마리오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시현은 슬쩍 남동쪽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았다.


에트나 산이 있는 그 방향은 하늘을 뒤덮는 회색빛 화산재 구름을 뒷배경 삼아

티폰의 불꽃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슬슬 에트나 산으로 가 볼까?”

“그래··· 이제 갈 때가 됐구나”

“자~ 여러분! 준비 끝났으면 이제 출발해 봅시다!”


어느새 시현의 옆에서 함께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던 마리오가 입을 열었고,

아테나와 시현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후 시현은 아일라와 함께 글라우쿠스를 타고 팔레르모 시내로 향했다.

글라우쿠스의 등 위에 일행 전부가 타기에는 너무 비좁았기 때문에,

팔레르모 시내에 남아있을 비탈레 파밀리아의 마피아들에게 차량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비탈레에게도 전화로 허락을 받은 사안이었다.

다행히도 마피아들은 흔쾌히 자신들의 차를 내놓았다.


“우리 코마레의 친구분들인데, 당연히 빌려드려야죠!”

“감사히 잘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험악한 외모를 가졌지만 친절한 마피아들에게 시현과 아일라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마피아들에게 빌린 차 두대에 세 명씩 나눠탄 일행들은

속도제한 따위는 무시한 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에트나 산을 향해 질주했다.


팔레르모 남동쪽, 카타니아 시에 점차 가까워지면서

하늘에서 회색의 화산재가 눈처럼 내려오더니

어느새, 주변의 풍경이 화산재에 뒤덮여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장미십자회 일행, 일명 티폰 원정대의 차량 두 대가 질주하는 회색빛 도로에는

그들이 남긴 두 줄의 바퀴자국만이 길다랗게 남았다.


시현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타 있는 아테나가 삭막한 풍경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온 세상이 붉은 빛과 회색으로 뒤덮인 것이, 꼭 지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구만 그래”

“그럼 이 차를 운전하는 제가 스틱스 강의 뱃사공, ‘카론’의 역할을 하는 셈인가요?”


뒷자리에 있는 베아트리체가 시현의 등받이를 주먹으로 쾅쾅 치며 화를 냈다.


“야! 불길하게 그게 무슨 소리야, 마치 우리가 죽으러 가는 것 같잖아!”


베아트리체의 불만에 아테나가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어떻게 보면 죽으러 들어가는 게 맞지 않는가? 이런 오합지졸이 티폰을 상대하러 뛰어들다니 올림포스의 12신들도 티폰에게 박살이 난 채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을 쳤었는데 말이지”


그러자 차 안의 분위기가 다소 침울해졌다.

그러나 아테나가 덧붙인 다음 말에 일행은 다시 굳은 의지를 다졌다.


“그래도 함께 사지로 뛰어드는 게 자네들이라서 참 다행일세. 이기적이고 사고뭉치였던 신 나부랭이들보다는 의리와 책임감이 넘치는 자네들이 더 마음에 들거든”


마치 폭설이 내리듯 화산재가 쏟아지는 도로를 질주하는 시현의 입가에는

은은하게 미소가 맴돌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화는 실존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해서 공지드립니다. 24.08.24 14 0 -
57 57화 NEW 10시간 전 3 0 13쪽
56 56화 24.09.16 7 0 13쪽
55 55화 24.09.15 10 0 12쪽
54 54화 24.09.14 15 0 11쪽
53 53화 24.09.13 10 0 14쪽
52 52화 24.09.12 11 0 12쪽
51 51화 24.09.11 13 0 13쪽
50 50화 24.09.10 11 0 12쪽
49 49화 24.09.09 16 0 12쪽
48 48화 24.09.08 11 0 12쪽
47 47화 24.09.07 12 0 11쪽
46 46화 24.09.06 14 0 11쪽
45 45화 24.09.05 13 0 11쪽
» 44화 24.09.04 18 0 12쪽
43 43화 24.09.03 18 0 12쪽
42 42화 24.09.02 16 0 15쪽
41 41화 24.09.01 18 0 12쪽
40 40화 24.08.31 19 0 12쪽
39 39화 24.08.30 20 0 12쪽
38 38화 24.08.29 19 0 12쪽
37 37화 24.08.28 17 1 13쪽
36 36화 24.08.27 21 1 12쪽
35 35화 24.08.26 17 0 12쪽
34 34화 24.08.25 16 0 12쪽
33 33화 24.08.24 20 0 14쪽
32 32화 24.08.23 20 0 11쪽
31 31화 24.08.22 22 0 12쪽
30 30화 24.08.21 24 0 11쪽
29 29화 24.08.20 2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