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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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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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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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73. 폭풍전야


시칠리아 마피아,

비탈레 파밀리아의 전 콘실리에리,

파비아노 카루아나는 비탈레가 떠나간 저택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응접실 한 가운데 있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눕히고,

유리잔에 들어 있는 황금빛 액체의 향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 카루아나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사람이 있었다.


“에트나 화산 어딘가에 있을 헤파이스토스를 죽이기만 하며언,

화산 밑에 봉인되어 있는 티폰이 풀려날 거에요오~”

“그러고 나서 티폰이 화산 폭발과 폭풍을 일으키는 혼란을 틈타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행하자는 거지?”

“그래요오~”


묘하게 말 끝을 늘이는 나긋나긋한 말투.

낡은 코트로 몸을 가리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미녀.

이미 튀르키예에서 베아트리체와 아일라가 마주친 바 있는 나더슈디 부인이다.

겉으로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정체는 400살이 훌쩍 넘은 흡혈귀, 바토리 에르제베트였다.

카루아나는 문득 그녀의 상관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카파블랑카 님 께서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가?”

“카파블랑카 님 께서느은~ 이탈리아 정부 측 인물들과 접촉해서 협상을 펼치고 계세요오~”


그 때, 경쾌한 재즈 음악 소리가 들렸다.

카루아나의 전화벨 소리였다.

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를 들어 확인해 보니

카파블랑카로부터 온 메시지가 있었다.


“음, 작전에 필요한 무기와 병력이 이미

시라쿠사 해안을 통해 들어올 준비를 마쳤으니,

바로 시작하라고 하시는군”

“그런가요오? 드디어 시작이군요오···”


나더슈디 부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그러엄,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건배나 할까요오?”

“그래, 그거 좋지”


카루아나는 맞은편에 있는 나더슈디 부인의 빈 잔에 자신의 것과 같은 위스키를 따라 주었다.

일루미나티의 두 간부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서로의 잔을 부딪혔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건배사가 나왔다.


“남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하여”

“남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하여어~”


일루미나티가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을 장악하고 티폰을 부활시키려는 목적,

그것은 바로 이탈리아를 남이탈리아와 북이탈리아로 분열시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제노바 공화국, 밀라노 공국 등의 여러 도시국가로 분열되었다.

이후 기나긴 세월 동안 각각의 국가로 존재하다가,

지금의 형태로 통일된 것은,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통일 전쟁의 결과였다.

그것은 불과 150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통일 전쟁 기간 동안, 가장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하고 있던 최후의 국가는

지금의 남부 이탈리아에 해당하는 양(兩)시칠리아 왕국이었다.

당시에는 북부 이탈리아에 해당하는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주도로,

주민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하며 통일 이탈리아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통일 이탈리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에서 뒤쳐진 북부 이탈리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북부의 공산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써 남부를 식민지처럼 만들어 희생시킨다는

‘내부 식민지론’을 펼치며 남부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통일을 주도하고 경제적으로 남부에 의존했던

북부 이탈리아가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하며,

남부와의 경제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 ‘남부 개발 기금’을 유치했으나,

이 기금은 요식업, 건설업 등에 투자되며 마피아의 사업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북부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남부에 집중되면서도 문제 해결은 커녕

범죄 조직 문제의 심화로 이어지자 일부 정치인들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이

북부 이탈리아의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카루아나와 나더슈디 부인이 티폰을 부활시켜 남부 지역에 혼란을 일으키고,

그 사이를 틈타 마피아와 무장 세력을 통해 지방 정부를 전복시키면


카파블랑카가 북부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을 획책하여 내전을 일으킬 예정이었다.


나더슈디 부인을 통한 일루미나티 상층부의 임무 하달이 끝나자,

그녀는 헤파이스토스를 찾기 위해 에트나 산으로 떠났다.


혼자 남게 된 카루아나는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 조직원 한 명을 응접실로 불렀다.

그러자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누군가가 응접실의 문을 두드렸다.


“보스, 가투소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


카루아나가 허락하자 문을 두드렸던 가투소가 들어왔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을 가진 조직원으로, 카루아나의 충실한 심복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그 계집의 차 네비게이션을 조사했습니다”

“그래, 비탈레 꼬맹이가 그 외부인과 함께 갔던 곳을 추적하면,

그년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 단서정도는 얻을 수 있겠지.

그래, 그년이 어딜 다녀왔던가?”


카루아나가 묻자, 가투소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 행선지가 에트나 산 이던데요?”

“? 지금 뭐라고 그랬나?”


카루아나는 카투소의 말에 당황했다.

장미십자회에서 온 녀석과 함께 에트나 산에 갔다면,

십중팔구 장미십자회와 헤파이스토스의 접촉이 있지 않았겠는가.


가투소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카루아나에 움츠러들며 말했다.


“에트나 산 중턱이었습니다. 그 쪽 지리를 잘 아는 녀석한테 물어보니,

그 곳에는 동굴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그냥 관광객이었던 모양입니다”


카루아나에게는 가투소가 덧붙인 추측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카루아나는 나더슈디 부인에게 바로 연락했다.


[여보세요오? 카루아나 씨이?]

“장미 십자회 녀석들이 에트나 산에 다녀온 정황을 포착했다.

녀석들의 행선지를 보낼 테니,

그 주변을 위주로 수색하면 타겟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

[OK, 바로 보내주세요오~]


카루아나는 자신의 빈 잔에 다시 위스키를 채웠다.

황금빛 액체가 들어있는 잔에 일그러진 얼굴이 비쳤다.


74. 안개 속 조우


시현과 장미십자회 일행은 둘로 나뉘어 행동을 개시했다.


비탈레 파밀리아의 저택 구조를 잘 아는 비탈레,

아난시의 권능으로 감지 능력에 특화된 아일라,

변신 능력을 활용한 잠입에 특화된 라포트에 더해,

무력 면에서 가장 강한 마리오가 한 조를 이뤄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와 이미 한 번 접촉했던 바 있는 시현을 포함해서

아테나와 베아트리체가 함께 에트나 산으로 가게 되었다.


시현이 속한 조는 아테나의 거대 부엉이, 글라우쿠스를 타고

에트나 산을 향해 날아갔다.


글라우쿠스의 등 위에서 시현은 문득 떠오른 것을 아테나에게 물었다.


“아테나님, 혹시 헤파이스토스 님과는 사이가 좋지 않으신가요?”

“음? 그 불한당이 무언가 말하던가?”


불한당이라니, 아무래도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스는 무언가 악연이 있는 모양이다.

시현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았던 무기,

‘아스트라페’라는 이름을 가진 창을 꺼냈다.

솔직히 겉보기에는 그냥 호신용 삼단봉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걸 주시면서 하는 말씀이, 아테나님께 사죄하는 의미를 담으셨다고 하셨어요”

“흥, 그런다고 내가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테나는 잔뜩 심통이 나 있었다.

시현이 무기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전까지는.


“이게 ‘아스트라페’의 복제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뭐어! ‘아스트라페’라고?”


아테나는 순간 손이 미끄러져 글라우쿠스의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런다고 해도 글라우쿠스의 놀라운 비행 능력은

떨어지는 여신도 다시 공중에서 받아 낼 정도였지만,

아테나의 관심은 시현이 꺼낸 삼단봉에 집중되었다.


“대장장이의 신이 직접 만든 아버님의 번개라니!”

“복제품이라고 하던데 그렇게까지 대단한 물건인가요?”


아테나는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태초의 번개를 만든 것은 가이아의 자식들인 키클롭스들이지만,

그 이후 신계의 대장장이인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개량되었느니라.

그런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들어 낸 복제품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겠느냐”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시현은 크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시현은 라포트가 준 지도에 표시된 좌표 근처까지 날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을 사용해 현재 위치한 좌표를 확인한 후,

글라우쿠스의 날개 아래에 펼쳐진 풍경을 보았으나,


“이게 뭐야! 하나도 안보이잖아!”


완만한 산봉우리와 음푹 파인 분화구가 보였어야 할 시현 일행의 눈 앞에는

짙은 안개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시야가 좋지 않아서야, 더 이상 날아서 가는 것은 의미가 없겠군”


아테나는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글라우쿠스의 고도를 낮추었다.

서서히 내려오다가 지상에 착륙한 뒤,

글라우쿠스를 역소환했다.


“지도에 따르면 이 근처일 게다”

“음, 전에 왔을 때는 안개가 없었는데···

아! 저기 저 큰 바위는 저번에 봤던 겁니다”


다행히도 시현이 금방 익숙한 지형을 발견했다.


큰 바위를 기준으로,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렇게 몇 분 정도를 더 걸어가자 오목하게 파인 지형이 보였다.

그 곳의 그림자가 진 부분을 잘 살피면 바위 틈에 세로로 긴 구멍이 있으리라.


“바로 저곳이에요. 저 쪽에 있는 동굴 안에 있어요”


아테나와 베아트리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자,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으음, 그 동굴 안에 헤파이스토스가 있는 건가요오?”


묘하게 말꼬리가 늘어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베아트리체였다.


“모두, 전투 준비!”


손을 내밀어 휙 젖히면 커튼처럼 좌우로 갈라질 것만 같은 짙은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것은

베아트리체에게는 익숙한 모습.

낡은 코트를 걸치고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수상쩍은 미녀,

나더슈디 부인이라는 이름을 자칭하는 흡혈귀

바토리 에르제베트였다.


“여기까지 직접 안내해주셔서 고마워요오~

그러엄 이제 바이바이~”


흡혈귀가 45구경 권총을 시현에게 겨누고 총을 발사했다.


탕탕-


아테나가 방패를 들고 시현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시현은 초음속으로 날아드는 납탄을 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베아트리체는 이번 임무에 대비해 100유로 지폐를 가득 채운 지갑을 꺼내들며

시현과 아테나를 향해서 소리쳤다.


“상대는 흡혈귀, 바토리 에르제베트야! 안개로 변해서 기습하는 방식으로 싸우니까 사각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조심해!”


그러나 나더슈디 부인은 그런 베아트리체를 비웃었다.


“후후, 안개로 변할 수 있는데, 구태여 당신들과 싸우고 나서 동굴에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오?”


그 말만을 남긴 채로, 주변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안개가 걷힌 주변에는 시현과 아테나, 그리고 베아트리체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안돼! 쫓아가!”


나더슈디 부인이 안개로 변하기 전부터 동굴의 입구를 막고 서 있던 아테나를 필두로,

시현과 베아트리체까지 동굴로 뛰어들어갔다.


시현 일행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뒤쫓아 가도,

안개로 변해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움직이는 나더슈디 부인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안개를 쫓아 쉼 없이 뛰어갔지만,

이내 시현과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허억- 허억- 숨이 안쉬어져!”

“공기가, 허억- 부족해!“


시현과 베아트리체는 급격히 희박해진 공기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콧구멍에서 시린 듯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불규칙했다.


앞서 뛰어가던 아테나는 그런 일행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고산병 증세로군”


유럽 최대의 화산인 에트나 산의 정상은 해발고도 3329m 언저리로,

지속적인 화산 분화로 인해 실시간으로 높이가 변화하는 중이다.

일반적인 산으로 생각해도 굉장히 높은 산인데,

시현과 베아트리체는 고산지대에서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쇼크가 온 것이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시현은

멈춰 선 아테나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우린··· 놔두고··· 녀석을 쫓아가!”


시현과 베아트리체를 돕고 싶어도,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반면,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흡혈귀를 방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스∙로마 신화 최악의 괴물, 티폰이 깨어날 것이다.

시현과 베아트리체는 그런 아테나를 재촉했다.


아테나는 이 순간,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감을 느끼며

입술을 꽉 깨물고 동굴 안쪽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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