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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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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DUMMY

81. 폭동


시칠리아 섬 동쪽의 항구도시, ‘시라쿠사’

그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경찰서는

현재 무장 병력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였다.


머리에 바람 구멍이 난 경찰관들의 시체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그 탑을 의자 삼아 걸터앉은 사람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감싸고,

안구 전체가 검은색으로 뒤덮인 사내.

카파블랑카가 시체 위에서 시가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두툼한 시가의 한 쪽 끝을 시가 커터로 잘라내고,

성냥불을 다른 쪽 끄트머리에 가져다 댄 상태로

시가를 천천히 돌돌 돌려가며 불이 붙기를 기다렸다.


불이 붙자 흔들어서 끈 성냥을 휙 던져버리고

시가를 입에 물고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었다.


“후우우-“


그런 그의 주변에는 총기로 무장한 소속 불명의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카파블랑카는 도시를 점령하느라 수고한 병사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거, 다들 고생했는데 잠시 어디 앉아서 쉬고 있어”


군기가 바짝 든 채 도열해 있던 병사들은

카파블랑카의 말에 어찌할 줄 몰라했다.

과연 앉아서 쉬라는 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군기가 풀어진 어리버리 병사를 골라내기 위한 시험인지.

병사들은 내적 갈등에 빠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카파블랑카는 한숨을 푹 내쉬며

총을 들어 지휘자 역할을 맡은 최고 선임 병사를 쏴버렸다.


“명령 불복종은 즉결 처형이야.

다시 한 번 말하지.

다들 편히 드러누워서 쉬고 있으렴”


지휘자(였던 것)이 죽음으로 본보기를 보이자,

나머지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등을 바닥에 대고 휴식을 취했다.


카파블랑카가 여유롭게 시가를 피우고 있던 중,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카파블랑카 님, 장미십자회 녀석들이 저택을 습격했습니다]

“녀석들을 붙잡는 데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왜 돌려서 하나. 피해 상황이나 보고해”

[조직원 다섯이 죽고 열 두명이 중상을 당했습니다]

“그래, 일단 대기하도록”


카파블랑카는 기분이 언짢아졌다.

헤파이스토스를 죽이고 티폰 부활에 성공했다는 필호의 보고와 대조되지 않는가.

이번 거사가 끝나면 카루아나 녀석은

죽이던지, 사지로 내몰던지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병사들이 눈에 거슬렸다.


“전체, 기상!”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는 카파블랑카의 호통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금 바로, 카타니아 시를 점령하러 간다”


카파블랑카는 피우던 시가를 절반도 태우지 않은 채로,

경찰들의 피가 고인 웅덩이에 비벼 꺼트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검은색의 롱코트로 가려져있는 안쪽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집에서

손잡이 끝에 보석이 달린 검,

한 때 스승이었던 푸코 교수의 것과 같은 아조트 검을 뽑아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카타니아 시에 위치한 비탈레 파밀리아의 저택으로 통하는 통로가 열렸다.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 통로 너머로 향했다.


카타니아 시의 경찰서와 여러 관공서들이 무장 병력과 마피아에 의해 점령당한 것은

그로부터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에트나 화산에서 몸을 일으킨 티폰은

시커먼 연기와 화산재의 구름으로 몸을 가린 채,

사방으로 용암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카파블랑카는 시칠리아 섬에 파견된 일루미나티의 간부들을 소집했다.

카타니아 시의 마피아 조직을 장악한 카루아나,

에트나 산에서 헤파이스토스를 처치한 필호와 나더슈디 부인,

그리고 튀르키예에서 일루미나티를 배신하고 도망친 페르소나를 대신해,

새로운 인물 하나가 합류했다.


새롭게 합류한 일루미나티의 간부는 상 하의를 정장으로 차려입고 있었고,

검은 곱슬머리와 구릿빛 피부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카파블랑카는 새로운 동료를 다른 이들에게 소개했다.


“인사하게,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마누엘 아론’ 님이다”

“반갑습니다, 아론이라고 합니다”

“아론 님은 오랜 시간 나를 도와주신 고마운 선배님이시다. 모두 깍듯이 모시도록”


아론이 인사를 할 때, 카루아나와 나더슈디 부인은 화들짝 놀랐다.

아론이 말을 할 때마다,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혓바닥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스플릿 텅(split tongue)이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아론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는 중간중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럴 때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뱀 혀가 날름거렸다.

카파블랑카는 작전을 설명했다.


“장미십자회의 위선자 녀석들은 분명 티폰을 제압하기 위해 에트나 산으로 향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폭동을 일으켜 시칠리아의 관공서를 장악한다.

장미십자회가 티폰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니까.

티폰과 장미십자회가 싸우는 동안, 그 둘이 모두 약화된 틈을 타,

아론님께서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남부 이탈리아는 우리 일루미나티의 것이 된다”


일루미나티의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파블랑카의 말에 동의했다.


유럽 대륙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전쟁이 그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82. 아스트라페


마리오의 별장에 모여 있는 장미십자회와 비탈레는 최악의 상황에 마주했다.

작전 수립과 전술 및 전략에 능한 아테나,

팀의 리더인 마리오,

일루미나티를 배신하고 장미십자회에 합류한 로키의 계약자 라포트.

이 세명이 무력화되어 활동이 가능한 전투요원은

아테나의 도움 없이 싸워야 하는 시현,

현금을 소모하여 싸우는 베아트리체,

정찰과 원거리 저격에 치중된 권능의 소유자인 아일라,

이번 사건에 얽히게 된 것을 제외한다면 총을 다룰 줄 아는 일반인에 불과한 비탈레까지.

그야말로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외부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푸코 교수는 다른 임무가 있어 올 수 없는 상태.

그나마 연락이 닿는 튀르키예의 학자들도 전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지금 갖고 있는 현금 전부를 써서

카루아나를 향해 일점 돌파하는 수밖에 없나?”


베아트리체가 지갑에 있는 지폐를 세며 말했다.

그러자 아일라가 의견을 내놓았다.


“어떻게든 카루아나가 빈틈을 보이기를 기다렸다가,

제가 돌팔매로 저격하는 방법도 있어요”

“지금 당장 티폰이 카타니아 시를 박살낼지도 모르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베아트리체가 반박했다.


시현은 답답함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다 문득,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은 삼단봉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게 있었지”


시현이 버튼을 누르자,

삼단봉이 ‘철컥’ 소리를 내며 길어지더니 끝에서 벼락으로 이루어진 창날이 돋아났다.

베아트리체와 아일라가 고개를 돌려 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건 뭐야?”

“시현 씨, 그게 뭔가요?”


시현은 시험삼아 마당으로 나가 허공에 창을 찔러 보았다.

그러자,


번-쩍!

콰과광!


시야를 가득히 채우는 눈부신 섬광과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시현을 따라 마당으로 나온 일행들은

잠시 후 회복된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에 경악했다.

별장의 한 쪽 경관을 장식하고 있던 빽빽한 숲에

시현이 내질렀던 창의 직선상에 있는 나무들이 모조리 쓰러져 불타고 있었다.

수많은 신과 영웅에게 무기와 보물을 선물했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에 대한 속죄의 의미를 담아 마지막으로 만든 무기는

그야말로 신의 무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제우스의 벼락, 아스트라페”


시현은 그 무기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자 손에 쥐어진 번개의 창이 부르르 진동하며 대답하는 듯 했다.

이 무기와 함께라면 카루아나를 넘어서 티폰에게도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미십자회 일행은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카루아나를 제압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전력 부족이 해결되자,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잠시 후, 스마트폰으로 현지의 뉴스를 찾아보던 비탈레가 소리를 질렀다.


“카루아나가 부하들을 끌고 팔레르모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대!”


일행들은 의문이 들었다.

마피아 조직을 손아귀에 넣더니, 헤파이스토스를 죽이고,

티폰을 부활시키더니.

이번에는 테러를 일으키다니,


일루미나티가 무슨 생각으로 행동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일행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팔레르모 시로 향했다.


시칠리아 섬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본거지로,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라는 조직을 시작으로 해서 그들로부터 갈라져나온

100여 개의 서로 다른 조직들이 세력다툼을 하며 여러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도시의 주민들은 이번 총격전도 그런 세력다툼의 하나로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총소리가 잠잠해질 낌새가 보이지 않자,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에 팔레르모 시에서 일어난

폭동에 대한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총성이 울려댄 끝에 팔레르모 시의 길거리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집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있었다.

한 때, ‘비탈레 파밀리아’라고 불렸던 어느 한 조직은 ‘카루아나 파밀리아’로 이름을 바꾸어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들의 대통합을 선언했다.


섬의 경찰 병력들은 이미 무력화된 지 오래였다.

이탈리아 중앙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이슈가 된 시칠리아의 현재 상황에

국가 비상대책 위원회를 소집했다.


이탈리아의 국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해 온

마피아라는 존재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주민 대다수는,

비교적 발전된 지역에 사는 자신들의 세금이

낙후된 남부 지역의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낭비되는 세금의 많은 부분이

남부 지역의 마피아들이 벌이는 사업에 지원금 명목으로 주어지거나,

부패한 남부 정치인들의 횡령으로 악용되었다.


더 이상 이탈리아의 국민들은 마피아를 방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뜻 있는 청년들과 그에 동조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범죄와의 전쟁을 주장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 때, 이탈리아 의회의 몇몇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마피아 나부랭이들의 범죄행각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뒀다간 시칠리아 전체가 마피아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무장 경찰 병력을 파견하여 마피아를 진압합시다!”


다른 의원들 또한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무력 진압을 주장했던 의원들은

이미 카파블랑카에게 포섭된 의원들이었다.

카파블랑카에게 뒷돈을 받은 의원들이 부탁받았던 것은,

시칠리아에서 마피아에 의한 소요가 발생할 시,

군경을 투입하여 무장 진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일루미나티 측에서 적당히 민간인 피해가 나게끔 유도해

시칠리아 대중의 분노를 이끌어 낼 테니

그 때를 이용해서 북부 이탈리아의 분리를 주장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원래부터 이탈리아의 분리를 주장했던 일부 극우 정치인들에게

카파블랑카의 제안은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러나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시칠리아에 있는 유럽 최대의 화산, 에트나 산이

갑작스럽게 분화를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에트나 화산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던 지질학자들은

큰 규모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지만,

지금 수준의 화산 폭발 만으로도

하늘을 뒤덮은 화산재 구름 탓에 항공기를 통한 접근은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회의였다면 화산폭발이 일어나는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라는

무모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겠지만,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와 시커먼 속내를 가진 의원들에 의해

강경 대응책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결국 이탈리아 의회는 시칠리아에서 발생한 마피아 조직들의 무장 테러에 대해

화기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를 해상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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