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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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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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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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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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화

DUMMY

028.




검은 탑 – 한국의 13층.

피닉스 길드 소속 창술사, 강하늘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이뤄 13층 트라이에 나섰다.


미노타우르스 10마리 처치라는 퀘스트는 언뜻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위험천만한 함정이 신경을 갉아먹고 간신히 그것을 뚫고 나서야 만나는 미노타우르스를 10마리나 연속해서 잡으라는 건 무척이나 피폐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세번째 도전.

철저히 준비해온 덕분에 첫번째 미노타우르스를 쓰러뜨리고 또 다시 미궁을 해쳐 나가 두번째 미노타우르스와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어!?”


이변이 생겼다.

조금 전까지 가볍게 움직이던 몸이 엄청나게 둔하게 느껴진 것이다.

마치, 타워 밖에서의 볼품없던 몸으로 돌아간 감각.


‘무거워!’


양손에 쥔 창이 무겁게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경쾌한 풋워크 후 가볍게 뛰면 2미터 이상 뛸 수 있는 각력도 전력으로 뛰어봐야 30cm 정도로 약해졌다.


강하늘이 절망감에 휩싸이는 순간 등 뒤에서 동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 상태창! 상태차아앙!!! 안나와! 안나온다고! 시발!!”

“저, 저도 신성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빠! 하늘 오빠! 나 갑옷이, 방패가 너무 무거워!”


이변은 자신에게만 생긴 게 아니었다.

동료들 역시 신체에 문제가 생겼다.

저마다 마력이, 신성력이, 완력이 타워 밖과 같아졌다.


그런 그들 앞에 서 있는 거구의 괴물.


미노타우르스의 신체 능력은 무척이나 뛰어나서 덩치에 맞지 않게 엄청나게 재빠른 움직임을 취할 수 있었다.

파티원 중 민첩성이 가장 높은 강하늘도 자칫하면 속도에서 밀릴 정도로.


절망적인 미래 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공포감에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죽는다···!’


문자 그대로 일반인의 신체로 2.5미터는 되는 거구의 괴물과 맞서 싸우면 필연적으로 사지가 찢겨 나갈 거다.

본능이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그들은 찢겨나거나 하지 않았다.


“저, 저기.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말입니까!?”


마법사가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이 녀석, 움직이질 않는데?”

“하아, 하아.”


다들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를 간신히 억누르며 강하늘의 말을 따라 미노타우르스를 직시했다.


“······.”


힘이 사라진 순간부터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러나 살기 위해 용기를 내서 미노타우르스를 관찰하자, 괴물은 정말로 미동도 없었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어떻게 알아···.”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적어도 당장 찢겨나갈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에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변은 13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원인 불명의 시스템 침묵.

동시에 타워 안 마물들의 행동 정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밖에서와 비교 되지 않는 신체 능력의 향상.

마력과 신성력 등 각종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탑에 침입한 플레이어의 목숨을 노리는 괴물들.

모든 게 그들이 알던대로 돌아왔다.


훗날 플레이어와 관련자들은 이 날 이 순간을 두고 ‘마비의 순간’이라 칭했다.


수많은 관계자들이 다음에 또 마비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예방과 대책 등의 토론과 연구를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원인을 아는 플레이어는 세상에 하나뿐이었고, 그는 발설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이 모든 건 플레이어 주민혁이 탑의 시스템 관리자 미나를 협박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


“그래서, 뭐 해줄 수 있는데요? 시스템 관리자님?”


나는 무척이나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상대방한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어, 에? 아, 그, 그러니까. 저 일단 일부터 하면서 생각하면 안 될까요? 제가 멈추면 진짜 큰일 나거든요.”

“네, 하세요.”

“아, 다행이다.”

“우리도 할 일 할게요.”

“네?! 할 일···이라뇨?”

“컴퓨터 다 부숴서 관리자님 쉬게 해드리기.”

“아! 자, 잠깐만요! 그건 진짜 안 돼요! 지금 제가 일 안 하면 많이 곤란해요!”

“내가 알바임?”

“으, 흑, 흑, 으아아앙!!”


운다.

일반적이라면 여자애, 그것도 꽤나 예쁜 여자애가 운다면 동요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여동생이 있는 몸으로서 여자가 우는 건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키보드에 다시 손 얹게 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라고?

갑자기 어디서 흉기가 튀어나와 찌른다거나, 경비 같은 게 나를 끌고 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적어도 내가 받아낼 수 있는 건 받고, 안전을 확보한 다음에 일하게 해줘야지.


내가 여기 온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나를 여기로 보낸 누군가가 원하는 게 있을 건데, 내가 그걸 들어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말이지.’


동시에 눈앞에 있는 미나라는 관리자.

그녀는 적어도 이 건과 직접 관련은 없어 보였다.

다만 그녀 역시 탑의 관리자였고, 외모와 다르게 무슨 흉악한 능력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태도에 살짝 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막 나가는 게 아니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을 뿐.


‘일어난 상황은 최대한 잘 이용해야지.’


카드 게임에서도 그 외 생활에서도, 내 스탠스는 늘 같았다.

기왕 벌어진 현상이라면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


“일단 미나씨는 일을 빨리 하셔야 하고, 저는 요구 사항이 몇 개 있으니까 우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일하게 해드릴게요.”

“흑, 뭐, 뭘 원하시는데요.”

“간단해요. 타워 안에서는 영혼의 계약이라는 게 있다면서요?”

“훌쩍, 네.”

“하나, 우선 관리자 미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민혁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둘, 관리자 미나는 주민혁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돕는다. 라는 계약 하나 하시죠.”

“···그게 다예요?”

“아뇨. 미나씨가 마음 편하게 일에 집중하기 위한 조건 같은 거죠.”


깽판을 안 쳐주겠다는 소리였다.

그녀는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계약서를 띄웠다.

거기에는 내가 말한 문장과 그녀의 사인이 적혀 있었다.


“자요!”

“서명했습니다.”


그러자 계약서는 두장으로 나눠져 나와 그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일, 해도 돼요?”

“이후 대화는 일 하시면서 하죠.”


훌쩍.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의자에 앉아 엄청난 속도로 타이핑을 시작했다.


“뭐, 뭘 원하시는대요.”


타다다다다닥.

엄청난 기세로 키보드를 쉬지 않고 치면서 그녀는 말했다.


“우선 13층 SSS등급 클리어 인정해주세요.”

“그건 제 관할이 아니-. ···잠시만요. 확인하고 절차에 문제없으면 해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내가 손을 들자 흑우와 달묘가 손에 쥔 것들을 들어 올렸고 그녀는 재빠르게 말을 바꿨다.


“네, 확인했어요. 13층 클리어 및 위업 달성이셨네요. 클리어 조건은 맞춰졌는데 왜 시스템창이 안 떴는지는 나중에 알아볼게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친숙하면서 오랜만인 거 같은 안내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클리어! 축하합니다!]

[이제 14계층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 갱신 선물을 확인해주세요!]


<<월드 공지 : 검은 탑(용산)에서 13층 클리어 SSS등급을 달성했습니다.>>


[SSS등급 달성 보상으로 스페샬 타워 코인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지역 레코드 달성 보상으로 중급 마석을 지급합니다.]

[월드 레코드 달성 보상으로 중급 마석을 지급합니다.]

[위업 : 투신의 계약자를 달성하셨습니다.]


위업?


“위업이라는 걸 달성했다는데 이게 뭔가요?”

“일정 개수 이상 달성하시면 보상을 얻으실 수 있어요. 뭐가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제 담당 아니라서.”


그렇구만.


“탑은 뭡니까? 왜 생겨난 거죠?”

“몰라요.”

“······.”


스윽.

나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지, 진짜 몰라요! 저는 시스템 관리자지 설계자가 아니란 말이예요!”


의심을 잔뜩 품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거짓말은 아닌 거 같았다.


스윽.

다시 팔을 내리자 흑우와 달묘 역시 무기를 내렸다.


“또, 또 원하는 게 있어요?”


있지.

이게 얼마나 천금 같은 기회인지 생각해 본다면 뭐 하나라도 더 얻어야했다.

물론 관리자가 나를 돕게끔 영혼의 계약을 맺은 시점에서 수지 맞는 장사지만, 이런 기회가 또 오라는 보장이 없잖아.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미나에게 원하는 바를 말했다.


**


“으음- 역시 집이 최고야.”


탑 등반에 나선 이후 최고로 오래 있었던 탓일까.

무척이나 오랜만에 귀가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컨테이너 박스로 조잡하게 만든 집이지만,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그리움과 안도감은 이게 집이지-라는 감상에 들게 만들었다.


“뀨우?”

“오늘은 밥 먹고 쉬자. 가뜩이나 많이 걸어서 피곤하니까.”

“무우!”


밥이라는 말에 흑우가 폐공장으로 향했다.


이후 업소용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구워 먹고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아닌 게 아니라 너무 피곤했으니까.


몇 시간이고 걸어다닌 것도 그렇지만 죽을 뻔하고, 관리자의 공간에 날아가고, 어떻게든 살아남고 얻을 걸 얻었지만 예상 밖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잘 자.”

“삐용!”

“뀨우.”

“무우.”

“츄럴!”


나는 베개에 머리를 기대자마자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와. 이게 얼마만에 폭면을 취한 거지.”


기절하듯 뻗었다 일어난 아침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온몸이 찌뿌둥할 정도로.


“진짜 피곤했나 보네.”

“뀨! 뀨뀨!”

“삐용!?”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 달묘가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삐용이와 흑우, 츄러리가 달려왔다.

흑우와 츄러리는 컨테이너 집에 들어올 수가 없어 창 밖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삐용! 삐요옹.”

“응? 뭐라고 하는 거야? 러리야- 들리면 통역 좀 해줄래?”

“츄럴. [죽은 줄 알았츄럴.]”

“응?”


무슨 소린가 싶어 시계를 확인하자 오전 9시였다.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죽어?”


사람이 12시간쯤 잘 수도 있지.

그걸로 죽네 마네 하는 건 너무 호들갑 아닌가.


“뀨, 뀨뀨잇, 뀨규.”

“러리, 통역.”

“츄럴, [그, 주인님. 이틀 동안 미동도 않고 주무셨어요.]츄럴.”

“이틀?”


다시 휴대폰을 확인해봤다.

정말이다.

27일이 아니라 28일 오전 9시였다.


한 마디로 꼬박 36시간을 잤다는 소리였다.

12시간 이상 잔 것도 최소 5년만이었다.

5년 전부터 투잡 쓰리잡 알바를 뛰느라 그렇게 잘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36시간이라니.

사람이 이렇게 잘 수도 있구나.


“삐용···.”

“[아픈 거 아니지?]츄럴.”

“그래, 멀쩡해. 걱정해줘서 고맙다.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

콧물도 그렁그렁.

촉촉해진 코를 부비는 삐용이를 쓰다듬어주며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는 녀석들을 안심시켰다.


“아무튼 오랜만에 푹 잤으니 할 일을 해야지.”

“뀨?”

“무우?”

“[할 일?]츄럴.”


그래, 할 일.

그동안 의심받을까 봐, 오해라도 받을까 봐 숨어 다니며 미뤄두었던 일.

그러나 앞으로를 생각하면, 특히 돈을 생각하면 꼭 해야 하는 일.


나는 정식 플레이어 등록을 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XD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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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화 24.09.14 437 15 12쪽
44 044화 24.09.13 492 16 11쪽
43 043화 24.09.12 587 17 13쪽
42 042화 +1 24.09.11 661 21 12쪽
41 041화 24.09.10 737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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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화 +2 24.09.07 870 25 12쪽
37 037화 24.09.06 890 27 13쪽
36 036화 +1 24.09.05 947 26 14쪽
35 035화 +1 24.09.04 994 25 13쪽
34 034화 +1 24.09.03 1,040 25 13쪽
33 033화 +1 24.09.02 1,094 26 14쪽
32 032화 +1 24.09.01 1,193 24 16쪽
31 031화 +1 24.08.31 1,229 24 13쪽
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29 029화 24.08.29 1,304 29 12쪽
» 028화 24.08.28 1,332 29 12쪽
27 027화 24.08.27 1,341 26 13쪽
26 026화 24.08.26 1,360 29 13쪽
25 025화 24.08.23 1,371 29 11쪽
24 024화 24.08.22 1,404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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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화 24.08.19 1,479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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