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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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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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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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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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8화

DUMMY

038.




“진짜야?”

“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길드 남인동 시장의 마스터, 김길수는 제 길드원을 보며 큰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는 길드 연합의 대표적인 슈퍼 뉴비 영입 잔류파였다.

얼마전 유O브 출현도 사실 영입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시도하는 건 손해가 아니었으니 지른 건데, 뜻밖에도 잠복조 길드원 하나가 슈퍼 뉴비를 봤다는 것이다.


“근데 그거만 듣고는 찾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럴 줄 알고 제가 찍어 왔죠!”

“오.”

“보세요. 신제품 은하수 X28의 우월한 카메라에 외장 렌즈를 껴서 찍은 이 선명함을.”

“모공까지 보일 정도의 선명함이군.”


장발의 길드원이 내민 휴대폰을 보자 정면 사진은 없었지만 측면의 사진들이 제법 있었다.


“근데 이거 왜이렇게 흔들린 게 많냐?”

“그 놈 괴물이에요. 사장님.”

“괴물?”

“제가 25레벨이거든요? 움직임을 놓쳤어요.”

“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영상 찍은 것도 있는데 화질은 좀 떨어집니다만 한 번 보세요.”


김길수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그가 들이민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게?!”


35레벨인 자신이 봐도 간신히 따라잡거나 놓치는 움직임.

이게 어떻게 17레벨이란 말인가.


“옆에 있는 것들 소환수 아니야?”

“미노타우르스는 13층의 몬스터 중에서도 레어 개체인 거 같은데 그 옆에 늑대랑 토끼는 모르겠어요. 본 적도 없는 개체인데.”

“아니, 어, 그렇지. 그것도 문제네.”


소환사란 쓰러뜨린 적을 테이밍하는 존재.

그것이 상식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 속에서 하얀 늑대와 검은 인간형 토끼라는 몬스터는 이 타워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놈 뭐지?”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기록으로 다 부수고 다니는 거겠죠.”


물론 역사상 유일하게 SSS등급으로 클리어 하고 다니니 어지간히 대단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는 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계획대로 해야겠어.”

“말을 들어줄까요?”

“우리에겐 그게 있잖아. 그걸로 교섭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음, 그렇죠. 게다가 부하가 되라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이거 어떻게 사진 제대로 못 뽑냐? 이 측면 사진만으론 사람 찾기 힘들 거 같은데.”

“은하수 X28의 AI기능으로 영상이랑 옆모습가지고 정면 샷 뽑을 수 있긴 합니다. 실제랑 조금 괴리는 있겠지만 일치율 95%는 됩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자.”


김길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길드원들에게 전했다.


“얘가 사진 넘겨주면 그거 죄다 길드원끼리 돌려보고, 홍보팀은 정면 사진에 현상수배 틀 껴서 출력해.”

“그랬다가 정체 까발렸다고 우리 죽이러 오면 어떻게 합니까?”

“으이구, 생각이 없냐?! 눈가는 모자이크 처리해. 나머지 하관이나 이런 건 본인이 알아차리게 하고. 그럼 얘기라도 들어보러 오겠지!”


김길수는 이런 것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대견했다.


“자자, 빨리 빨리 합시다. 시간이 돈이야 돈!!”


*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무지개빛 카드에 손을 뻗었다.


파아앗.


어떤 게 나올까.

현재 내가 지닌 UR등급의 카드는 셋.

사용할 카드를 복제할 수 있는 사기꾼의 오른손.

사용한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 그 능력을 발동할 수 있는 마술사의 왼손.

그리고 잠재력으로는 66층도 넘을 수 있는 삐용이였다.


무엇 하나 사기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죽이라도 먹게 인간형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빛이 사라지고 윤곽이 드러났다.


“오, 사람이다!”


키가 나보다 큰 근육질의 남성.

그리고 온 몸에 검은색 아우라가 감돌고 있었다.


[힘과 파괴! 그리고 혼돈!]


이질적인 목소리가 뇌리에 스쳤다.


하나가 아닌 수 많은 이들의 비명 소리가 검은 공간 가득 울려퍼졌다.


허공에 떠 있는 것은 검은색 무언가.

굳이 따지자면 촉수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명확한 물질로서 형체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형언하기 힘든 형체의 그것들은 형체가 있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파괴시키며 오염시켰다.


아마도 저 소환수의 능력.

아이와, 소녀와 처녀와 남자와 노인의 비명 소리가.

동물의, 생명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차가운 웃음이 들렸다.


그리고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 온 새하얀 옷의 남성은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형제님. 앞으로 형제님을 모시게 될 혼돈의 사제, 인사드립니다.”


[혼돈의 사제]


충실한 신의 종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행한 건 영지의 모든 걸 몰살한 정도의 것입니다.


‘···미친 놈인가? 사제면서 몰살?’


능력 예시만 봐도 정상은 아닌 거 같았다.

그런 놈이 무척 인자한 얼굴로 말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이 자가 제대로 미친 놈이라는 걸 보여주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괜찮을까.

이런 놈한테 죽 따개를 시켜도.

그러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소환 장소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뀨!”

“삐용! 삐용!!”

“아프다. 근육통은 꿈이 아니었구만.”


어, 잠깐만. 사제면 보통 치유계 능력자잖아?

근육통 치유해달라고 하면 죽 먹을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러리야. 미안하다. 들어가있어.”

“츄럴.”


파앗.

소환 해제.


“북.”


누워 있으니 허공에 떠있는 책.

방금 소환 공간에서 만난 대머리 거한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다.


“소환, 혼돈의 사제.”


팟.


“부르셨습니까. 형제님.”


온화한 목소리의 사제가 나타나자.


“뀨잇?!”

“우르륵?”


꼬맹이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경계심이라고 해야 하나.

긴장이 흐르는 싸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삐요오옹. 삐용!!”

“뀨뀨잇!”


삐용이가 하악질하는 건 무척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었다.

고시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달묘 역시 경계하는 듯 떡매 망치를 들고 있었다.

둘 다 변신을 한 게 아니라 작은 상태였지만.


“무우!!”


그중 가장 격하게 반응한 건 흑우였는데, 평소 창문 너머로만 바라보던 녀석이 문짝을 확 열어 젖히며 바깥에서 포효했다.


“음머어어!!”

“으음?”


사제와 내가 돌아보자 그곳에는 이두박근과 대흉근의 근육을 과시하는 검은 소가 있었다.


“호오. 좋은 근육이군요.”

“삐용, 삐용!”

“형제님,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어, 네. 그러세요.”


그러자 사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서 흑우와 마주 섰다.

설마 소환수들끼리 싸움 나는 건 아니겠지.


화악!


법의를 벗어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흐읍!”


그리고 혼돈의 사제는 뒤로 돌아 광배근과 승모근을 자랑하는 자세를 취했다.


꿈틀 꿈틀.


터져 나갈 듯 생동감 넘치는 근육들이 서로를 마주 보길 수 초.


“무우!”

“으음!”


두 근육맨들이 악수를 했다.

의기 투합한 건가.


“뀨뀨.”


분위기가 풀어졌다.


“그래, 잘됐네 잘됐어. 아무튼 사제님. 미안한데, 지금 근육통이 심해서 움직이질 못하겠거든요. 이거부터 낫게 해줄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형제님.”

“···응? 왜?”

“제 전문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부수는 것이기 때문이죠.”


아니, 사제라며.

···모르겠다.

그냥 죽이나 돌리라 해야지.


나는 전자 렌지 돌리는 법을 알려줬다.


윙윙윙.


전자 렌지가 돌아가는 동안 사제는 말했다.


“형제님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걸 알았습니다.”

“죽 돌리는 거 말고요? 고치는 건 못한다면서요.”

“나약해진 그 몸에 건강한 육체를 깃들게 도와드리지요.”


사제의 말에 흑우가 눈을 빛내며 동의를 표했다.

아니, 나 지금 아프다고 임마.


“근육이 찢어졌을 때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초회복이던가 하는···.”

“초회복이 뭔지는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희 교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죽지만 않는다면, 고통을 가할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정상적인 교리가 아니군요.”

“신성 모독! 하지만 형제님이시니 괜찮습니다.”


순식간에 죽일듯한 얼굴에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

저거 가까이 둬도 되는 건가?

자다가 살해당하는 거 아냐?


나는 마음속으로 달묘와 삐용이 변신 제한을 해제했다.

이제 두 꼬맹이는 언제든 변신 가능한 상태였다.


띵!


전자 렌지가 죽을 다 데웠다.

나는 사제가 가져온 죽을 누워서 먹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다 포기했다. 못 먹겠다.

누워서 뭐 먹기 같은 속담은 어째서 유지되고 있는가.

그건 해본 적 없는 놈들만 말하고 다니기 때문이라는 걸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제가 치유는 할 수 없지만 기력 회복 정도는 도울 수 있습니다.”

“음, 해보세요.”

“삐용! 삐양!”

“허허, 신수께선 말씀이 고약하십니다. 제가 그런 짓을 할 리가요. 게다가 아시잖습니까? 우리 소환수들은 소환자께 위해를 가할 수 없는 것을.”


삐용이랑 대화가 되다니.

게다가 방금 중요한 걸 들은 거 같은데.


“응? 그럼 당신은 나한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건가요?”

“어째서 그런 불결한 상상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그럼 조금 안심이구만.

그리고 사제가 손을 뻗자 검은 빛이 빛났다.


“오.”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여전히 근육통은 심했지만 아까처럼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는 아닌 수준.


“오, 윽. 이정도면 그래도, 씁. 일어날만 하네요.”

“또 상태가 심해지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길.”


사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그 능력 덕분에 3일 내로 다음 등반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좀 이상한 놈 같지만, 아무튼 능력 파악은 해야지.


“치유는 못하신다고 했고, 또 다른 건 뭘 할 수 있나요?”

“우선, 닿지 않고 머리를 으스러뜨릴 수 있습니다.”

“오.”

“정신을 파괴할 수도 있지요.”

“오.”


이후로도 사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걸 들을수록 내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8층 공략의 좋은 방안이 떠올랐기 때문에.


**


[18계층]

[퀘스트 : 코카트리스 5마리 처치.]

[보상 : 19계층 포탈 사용 가능.]


코카트리스.

내가 살던 지구에도 코카트리스에 관한 전설은 있었지만 타워 내에 존재하는 건 내가 알던 전설과 조금 달랐다.


공통점은 닭대가리 베이스에 파충류스러운 꼬리가 있다는 것.

차이점은 그걸 제외한 전부였다.


우선 꼬리부터 단순 파충류 꼬리가 아니라 그 끝에 뱀 대가리가 달려있었다.

날개는 닭의 그것이 아니라 익룡의 것으로 추정되는 형태였다.

머리는 거대한 닭과 비슷하지만 아가리가 길었고 입을 열면 날카로운 이빨이 수백개나 빽빽하게 들어있었다.


“생긴 거야 그렇다치고, 문제는 독이지.”


코카트리스의 독은 악명 높았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바로 리자드맨의 피였다.

코카트리스보다 약한 개체지만 그들에겐 코카트리스의 독이 통하지 않았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연구자들은 열심히 분석한 끝에 리자드맨의 피가 코카트리스의 독을 중화시킨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이후 18층의 정석 공략은 리자드맨 피를 온몸에 도배하는 것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은 고글을 쓰고, 귀에는 리자드맨 피를 묻힌 귀마개를.

코와 입은 리자드맨 피를 뒤집어 씌운 마스크를 착용했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저 대단하고 미친 거 같았다.

냄새만 맡아도 토할 거 같은데 그걸 쓰고 어떻게 전투를 하는 걸까.

새삼스럽게 18층을 클리어한 모든 각성자들을 존경하게 된 순간이었다.


등반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의 냄새였는데, 혼돈의 사제가 오며 돌파구가 생겼다.


“발견했습니다. 저 앞에 있군요.”


사제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자 닭대가리에 뱀꼬리를 지닌 생명체가 눈에 보였다.


“좋아. 갑시다.”


리자드맨 피를 뒤집어쓰지 않고 코카트리스 퇴치하기 작전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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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046화 24.09.15 351 13 14쪽
45 045화 24.09.14 436 15 12쪽
44 044화 24.09.13 491 16 11쪽
43 043화 24.09.12 587 17 13쪽
42 042화 +1 24.09.11 661 21 12쪽
41 041화 24.09.10 737 18 13쪽
40 040화 +1 24.09.09 762 20 14쪽
39 039화 24.09.08 798 21 13쪽
» 038화 +2 24.09.07 870 25 12쪽
37 037화 24.09.06 889 27 13쪽
36 036화 +1 24.09.05 947 26 14쪽
35 035화 +1 24.09.04 992 25 13쪽
34 034화 +1 24.09.03 1,038 25 13쪽
33 033화 +1 24.09.02 1,092 26 14쪽
32 032화 +1 24.09.01 1,191 24 16쪽
31 031화 +1 24.08.31 1,227 24 13쪽
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29 029화 24.08.29 1,303 29 12쪽
28 028화 24.08.28 1,330 29 12쪽
27 027화 24.08.27 1,338 26 13쪽
26 026화 24.08.26 1,358 29 13쪽
25 025화 24.08.23 1,371 29 11쪽
24 024화 24.08.22 1,404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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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화 24.08.19 1,478 30 14쪽
20 020화 +1 24.08.18 1,516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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