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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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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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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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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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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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5화

DUMMY

025.




왕족?

일단 나는 아니다.

어릴 땐 비가 새는 집에 살았고 아버지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잘 쳐야 중산층이었으니까.

그리고 내 옆에서 몸을 베베 꼬고 있는 흑우를 보자 상황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소환수 정보]

이름 : 흑우

레벨 : 12

종족 : 블랙 미노타우르스

스킬 : 투우


블랙 미노타우르스라고 써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냥 검은색이라 그런 줄 알았다.

대단한 구별이 아니라 그저 색에 따른 칭호 같은 걸로만 알았는데, 아예 다른 종족으로 취급하는 거였나.


“너야?”

“무···우.”

“그렇···츄럴.”


이건 안 해줘도 되는데.

아무튼 미노타우르스 왕족이라니.

듣고 보니 내 앞에 엎드려 있는 미노타우르스들에 비해 흑우의 덩치가 훨씬 컸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노타우르스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걸 보면 싸울 의지는 없어 보였다.

왕족이라고 하니 대접도 다르겠지.

다만 저 미노타우르스들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거다.


왕족과 함께 있으니 특별 취급을 할지.

아니면 그냥 식량 1로 보고 덤빌지.


‘그러고보니 퀘스트가 바뀌었지.’


[퀘스트 : 미궁의 깊은 곳을 통과하시오.]


미노타우르스 10마리 처치에서 바뀐 퀘스트.

아마도 블랙 미노타우르스와 함께 오면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닐까.


“흑우, 미궁의 깊은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해봐.”

“무!”


쭈뼛거리던 흑우는 신뢰를 되찾았다 생각했는지 기세가 살아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히 흑우가 왕족인 걸 숨겼다고 뭐라 할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지.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애초에 말도 제대로 안 통하니까 설명을 들을 수도 없었고, 만약 숨겼다고 한들 크게 실망할 일도 아니었다.


“무! 무우. 무우-.”

“무무!”

“무무!”


흑우와 미노타우르스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물론 한 글자도 못 알아 먹겠다.


“통역.”

“츄럴. [미궁으 기픈곳, 안내]. [물론입츄럴], [마껴주십트롤].”


다행이군.

특별히 부딪치지 않고 끝날 수 있겠어.

아까 그런 광경을 봤던 터라 좀 찝찝했던 차에 평화롭게 클리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저는 이 마으릐 촌장츄럴, 노프신 분 모시게 되어 영광입츄럴. 안내하겠츄럴].”


촌장 미노타우르스가 앞장서며 어딘가로 안내했다.


이후 촌장 미노타우르스의 안내를 받으며 나아가던 도중 일어난 잡담도 츄러리가 통역해줬다.


듣다 보니 슬슬 뇌에서 츄러리의 말을 재번역하기 시작했다.


“[높으신 곳의 귀중한 분께서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는지요.]”

“[신경 쓸 거 없다.]”

“[물론입니다. 제가 주제 넘었습니다. 용서하시길.]”

“[그건 그렇고, 깊은 곳이라는 게 어딜 말하는가.]”

“[귀하신 분께서도 알고 계신 곳입니다. 가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츄러리의 통역을 듣고 있자니 내가 아는 흑우와 다른 존재 같이 느껴졌다.

조금 낯설었지만 왕족이라면 저게 맞겠지.

그러던 와중에 조금 이상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아무튼 다행입니다. 높으신 분들께서 사악한 마법사를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나섰다가 전멸했다는 흉흉한 루머가 돌았으니 말입죠.]”


촌장의 말에 흑우는 침묵했다.

때로는 경솔한 대답보다 침묵이 나으니까.

근데 설마 저거 내 얘기인가?


사악한 마법사라는 말에 감을 늦게 잡았지만 블랙 미노타우르스가 전멸했다면 거대 삐용이로 미노타우르스 타다끼를 만든 1층 일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왕족이라는 말은 왕국이 있다는 소리일테고, 왕족이 단체로 갔다가 떼죽음 당했다면 사악하다 해도 쟤네 입장에선 맞는 말이겠지.

물론 내 입장에서 떠올리자면 갖고 놀다가 죽이려던 소새끼들만 떠오르지만.


당시 흑우는 비교적 후방에 있었다.

그게 직위가 높아서 빠져 있던 건지, 지나가던 인간 둘을 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빠진 건지 알 길은 없지만.

나중에 한번 물어나 볼까.


“그나저나 한참 가야하네.”

“삐용!”


적어도 1시간은 걷기만 한 거 같다.

마을 중앙에 봉인된 문을 열고 내려가기 시작한 지하.

어두컴컴한 공간을 끝도 없이 내려가다보니 안 좋은 의미로 기분이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입니다. 왕께서 말씀하신대로 되어서.]”


촌장 미노타우르스의 말과 함께 커다란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 십 미터는 될 법한 높이의 천장과 그에 못지 않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벽 중간 중간 자체 발광하는 무언가가 희미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긴···뭐지?”


조금 전까지 갑갑함이 그저 어두운 지하를 내려가는 탓이었다면, 여기는 지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탁 트인 개방감 마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숨이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앞이 높으신 분께서 말씀하신 미궁의 깊은 곳입니다.]”


촌장 미노타우르스는 우리더러 들어가라는 듯 정중한 자세로 팔을 뻗었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족히 십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석문이 양방향으로 열렸다.


“···.”


문 안쪽 역시 개방감마저 느껴질 정도의 커다란 공간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을 통해서 보이는 건, 거대한 미노타우르스 조각상.


거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다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일반적인 미노타우르스들이 대략 2.5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면 흑우는 4미터 정도.

그리고 내가 고개를 한참 젖혀 올려보고 있는 조각상은 흑우의 5배 이상의 크기였다.


그 석상을 바라보며 미노타우르스 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위대한 66계층의 지배자, 모든 미노타우르스들의 왕! 위대한 블랙 미노타우르스 킹이시여, 당신의 종자가 말씀을 따랐나이다. 이 미천한 종자에게 알현의 영광을 내려주시옵소서!]”


66계층?!


현재 인류가 가장 높게 등반한 건 미국의 60층 트라이다.

등반 성공만 따지자면 59층이 5년간 인류가 누린 최대의 성과였다.

그런데 갑자기 66층의 왕?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촌장의 말이 끝나자 마력이 없다는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 석상을 향해 모여들었다.


“무우!”

“[도망!츄럴!]”


흑우는 나를 안아들고 냅다 들어온 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은 거 같았다.


쿠웅!!


조금 전 들어왔던 석문이 절로 닫혔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중후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진원지는 거대한 석상.

검은색으로 빛나는 미노타우르스 석상에 붉은 눈이 번뜩였다.


<<머리가 높구나.>>


“무우···.”

“괜찮아. 아직은.”


내 눈치를 보는 흑우에게 상관 없다고 말해줬다.

흑우는 왕족, 저건 미노타우르스의 왕.

가족이거나 친족이겠지.

예의를 다 하는 게 맞을 거다.


흑우는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고, 나는 그냥 서 있었다.

아니, 그냥 서 있다는 건 어폐가 있다.

품에서 긴급 탈출 스크롤을 찢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짜고짜 덮치지 않은 건 아무래도 대화를 할 의향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네가 바로 파괴자로구나.>>


미노타우르스 왕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까마득히 높이 위치한 눈을 바라보며 나는 침을 삼켰다.

처음 탑에 입장해 미노타우르스 무리에 죽을 뻔 했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찢을 새도 없이 내가 찢겨나가는 건 아닐까.


“파괴자라는 게 무슨 말이죠?“

<<질서의 파괴자, 균형의 파괴자. 예언에 나온 운명의 갈림길이지.>>

“썩 좋은 어감은 아니네요. 그래서요? 저한테 볼 일이 있으신 건가요?“

<<파괴자여, 네가 저지른 짓은 알고 있느냐.>>

“저지른 짓?“

<<짐의 소중한 아들을 죽인 죄 말이다.>>


아들?

1층에서 나를 습격한 미노타우르스들 말인가?


“아들이든 딸이든, 아무튼 당신이 말한 예언에 나온 게 나라고 가정하고 확인도 없이 그냥 죽이라고 한 거 아닙니까? 나를 죽이려 드는데 그럼 손 놓고 죽어줘야 합니까?“


말 하다보니 살짝 열이 받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얌전히 타워 안에 들어왔을 뿐인데 갑자기 죽을 뻔 했고, 나한테 삐용이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주/민/혁이 되었겠지.

그런 명령을 내린 장본인이 나더러 파괴자니 죄니 하고 있자니 좀 열받네.


<<과연, 비록 영체라지만 짐과 대면하고도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담력. 보통 놈은 아니구나.>>


미노타우르스 왕은 내 담력을 칭찬했지만, 사실 심장이 쿵쾅대서 귀가 아팠다.

등줄기를 서늘하게 뒤덮고 있는 한기가 당장에라도 죽을지 모른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 왕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 스크롤을 찢어 탈출하라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 뻔뻔한 꼬라지를 보자니 열 받아서 그냥은 못 가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나를 습격한 것에 대한 사과는 당연히 아닐 거고, 내가 방어를 했다고 복수라도 하겠다기엔 지나치게 간 보는 느낌인데. 미노타우르스의 왕은 원래 이렇게 빙빙 말을 둘러 하는 편인가요?”


느껴진다.

내 뒤에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있는 흑우의 표정이.


<<용감한 버러지로고. 그래, 균형의 파괴자라면 그정도는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 권유를 하마.>>


거절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울림이었다.


<<짐과 계약을 맺도록.>>

“계약?”

<<그래, 후원의 계약. 짐은 너에게 힘을 주고, 너는 그걸 이용해 탑을 더 편히 오를 수 있게 되지.>>


후원자라.


탑이 몇 층까지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앞서 말한대로 인류는 아직 60층도 돌파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66층의 지배자가 뒷배가 된다면 든든하겠지.

실제로 미노타우르스 왕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거절은 생각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절한다.”

<<그래, 잘 생각했···. 뭐?!>>

“거절한다고.”

<<이 몸의 권유를 거절한다고?>>


공기가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흐르던 평화로운 흐름에서 단숨에 내 머리통을 터뜨릴 것 같은 긴장된 공기로.

내 머릿속에는 당장에라도 거대한 석상이 움직이고, 내 몸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되는 장면이 연상되고 있었다.

그래도.


“세상 모두랑 계약하더라도 너랑은 못하겠다 이 소새끼야.”


아무리 생각해도 저 놈이랑은 못하겠다.

이게 내 결론이었다.


<<그럼, 됐다. 죽어라.>>


당황하던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다는 듯 덤덤한 기세로, 석상은 도끼를 크게 쳐들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분명 나는 귀환의 스크롤을 찢어 도망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미 바뀌어 버린 퀘스트.

여기까지 걸린 시간.

아들이라고 말은 하지만 흑우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개무시하고 죽이려 든 주제에 지금은 또 꼬셔 보겠다는 저 소새끼를 두고 도망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거대 백호 소환!”


“삐요오오옹!!!”


삐용이의 울부짖음과 동시에 어둡던 지하 신전에 광채가 가득했다.


콰아아아-.


번개의 쓰나미가 내부를 강타했다.


쿠우웅!!!


석상이 내려치던 도끼를 한 발로 막으며, 새하얀 용의 형상을 지닌 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아직도 코에서 탄내가 나네요.

2주간 뻗어 있던 것도 억울한데.

다들 코로나 예방 접종 꼭 하세요. 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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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30화 +1 24.08.30 1,323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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