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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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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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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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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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화

DUMMY

029.




시간을 조금 돌려 ‘마비의 순간’ 당시, 탑의 52층.

습기 가득한 대삼림 속에서 설유라는 혀를 찼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모든 마력과 완력이 사라졌다.

마치 탑 밖과 같아진 신체 능력.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들어본 적 없는 현상이었다.

저주라도 걸린 건가?


52층 대삼림의 지배자, 식목룡 자이라스.

가뜩이나 능력의 상성도 좋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걸로 끝인 걸까. 아니면 또 다시 시작되는 걸까.”


이전 생은 비교적 평범한 플레이어로 살았던 그녀였다.

평범하게, 적당히 등반하고 적당히 돈을 벌고.

어느 날 펼쳐진 멸망의 순간을 목격하며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세상은 타워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겪은 모든 게 백일몽이었던 것처럼.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떠한 원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은 다시 한 번, 두번째 삶을 살게 된 거라고.

회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현상을 겪은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최대한 이용해 빠른 속도로 탑을 주파했다.

동시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가며 지위를, 힘을 키웠다.

이번 삶에서는 결코 멸망의 때를 맞이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것도 여기까지구나.’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자이라스의 약점은 불.

그러나 나무 뿌리와 같은 수천개의 촉수가 날아드는 화염을 물리적으로 전부 차단했고, 화염 마법을 쓰더라도 촉수를 더미로 써서 방어 후 버리는 식으로 본체는 방화를 당하지 않았다.

동시에 자이라스가 내뿜는 화분이나 촉수에 닿으면 그대로 생명력이 빨려버린다.


몹시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게다가 빌딩 하나 정도 되는 크기의 거대한 몸체는 코어가 아닌 부분은 파괴해도 금세 회복되고 만다.


도저히 일반인의 신체로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자이라스의 움직임이 멎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겹도록 날아오던 화분과 나무 줄기들도 날아들지 않았다.

이변은 자신에게만 생긴 게 아니었다.


팅.


설유라는 품에서 소이탄을 꺼내 안전핀을 제거하고 던졌다.

능력은 봉인되었지만 탑 밖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니까.


화륵!


자이라스의 몸에 불이 붙었다.

분명 불이 붙었고 화마가 제 몸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도중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대로 둔다면 대삼림의 습기와 자이라스 체내의 수분이 그 몸을 다 태우기 전에 불을 꺼뜨릴 거다.

설유라의 능력이 멀쩡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이라스 몸에 불을 붙이기만 한다면 승기는 그녀에게 있었다.


비록 지금은 능력이 사라졌지만 자이라스 역시 미동도 않은 채였다.

어쩌면, 쓰러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설유라의 마음에 미약한 희망과 초조함이 싹 트고 있을 때였다.


<<월드 공지 : 검은 탑(용산)에서 13층 클리어 SSS등급을 달성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전체 공지.


뿌득, 뿌드득.


동시에 자이라스가 활동을 재개했다.


크오오오오!!!


자이라스의 외침과 함께 나무 뿌리와 같은 촉수들이 설유라를 덮쳤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설유라는 없었다.


“불이 붙은 시점에서 네 패배야.”


능력이 돌아온 설유라의 지휘에 맞춰 불길은 점차 커졌다.

52층의 전투는 격렬하게 치뤄졌다.


*


격렬한 전투의 끝.


“하아, 하아.”


서 있는 것은 설유라였다.


[퀘스트 클리어! 축하합니다!]

[이제 53계층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후우···.”


유라는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일순 사라진 능력과 멈춰버린 몬스터.

그리고 클리어 공지와 동시에 원래대로 돌아온 능력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몬스터.


“주민혁.”


떠오른 건 제 동생을 구해준 슈퍼 뉴비, 주민혁.

소문의 슈퍼 뉴비가 누구인지 아는 건 백야의 김수아도 있었지만, 조금 전과 같은 사태는 이전 삶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13층 클리어 메시지와 동시에 풀려버린 이상 현상.

그렇기에 확신했다.


작금의 사태는 그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또 빚을 져버렸네.”


그녀의 눈이 위험한 빛을 반짝였다.

원래도 영입할 생각이었지만 조금 더 의욕에 불이 붙어버렸다.


자이라스의 시체를 정리하면서 한국 플레이어 공동 랭킹 2위가 된 설유라는 주민혁 회유 및 납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부릉.


나는 부릉이를 탄 채 지하 주차장 입구에 들어섰다.

삼엄한 경비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주차장 안쪽까지는 특별히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래도 되나?

조금 더 보안에 철저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각성자 센터인데.”


주차장 안쪽에 부릉이를 세워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문부터 그냥 자동으로 열리는 게 아니었다.

카메라가 달린 호출 버튼을 누르자 사무적이고 냉랭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원을 밝혀주십시오.]

“플레이어 등록을 하러 온 주민혁이라고 합니다.”

[두발짝 뒤로 물러나 카메라에 전신이 비치게 서주십시오. 네, 됐습니다. 문을 열어드릴 테니 안내에 따라 입장해주십시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서자 정면에는 닫혀 있는 문과 공항에서나 보던 금속 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도 두개나.


[천천히 첫번째 탐지기를 통과해주십시오.]


시키는대로 했다.

그러자 귀를 거슬리게 하는 경보음과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품에 있는 거 뭡니까?]

“아, 삐용이라고 제가 키우는 고양이인데요.”

[······.]

“동물은 함께 오면 안 되나요?”

[···그런 규정은 없군요. 알겠습니다. 고양이부터 먼저 통과 시키고 방문자는 그 다음에 지나가주십시오.]

“삐용!”


총총 거리며 삐용이가 지나가고 그 다음은 내가 통과했다.


[네, 두번째 탐지기를 통과해주십시오.]


마찬가지.


[확인했습니다. 문을 열어드릴 테니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셨다가 타시면 됩니다.]


아까 했던 말 취소.

엘리베이터 안에 버튼이 없었다.

CCTV로 감시하는 저쪽 직원이 알아서 조작해주는 방식인듯 하다.


“음, 보안 빡세네.”

“삐용!”


얼핏 봐도 화재 대비용 철문을 두개나 통과해야 엘리베이터 대기실이 나오고 그 마저도 내부 조작이 아니라 직원이 조작하는 방식.

게다가 CCTV가 수도 없이 많이 깔려 있어서 일거수 일투족을 다 감시당하고 있었다.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또 검사기를 두 개 통과하고 나서야 로비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여기 뭐 대단한 거 있다고.

조금 전과 180도 달라진 감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 마음이란 건 원래 간사한 법이니까.


“환영합니다. 주민혁님. 플레이어 등록 때문에 오셨다구요?”


접수원이 환한 미소로 맞이해줬다.

살벌한 검사 다음은 이런 식이구나.

하긴, 플레이어는 현재 가장 중요한 국력의 척도로 취급받으니까.

마냥 엄격하게 대해서 좋을 거 없겠지.


“여기 서류에 보이시는 빈칸들 기입해주시면 됩니다.”

“네.”

“모르시는 부분은 빈칸으로 두시면 되고, 잠시 뒤에 전문 상담가께서 알려주실 거에요.”

“네.”


서류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칸과 언제 각성했는지, 클래스는 뭔지, 능력 설명 등 플레이어로서 관련된 것을 기재하는 칸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다 썼습니다.”

“네, 전문 상담가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접수원은 환한 미소를 유지한 채 앞장섰다.

그녀가 안내한 곳에 들어서자 기분 나쁠 정도로 새하얀 방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회의실이라 부를만한 사이즈의 방에는 세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주민혁님.”


안경을 낀 냉철해 보이는 남자의 말.

그들과 맞은 편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이 기분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데, 언제더라.


아, 그거다.

급여 높다고 사람 모집하던 아르바이트의 면접.

알고 보니 부동산 사기꾼들이 콜센터 돌리려고 모으던 회사의 면접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분위기는 살짝 달랐지만.


“소환사라고 써 있는데 맞으신가요?”

“네.”

“각성은 약 한달 정도 되셨구요.”

“네.”

“레벨은 11? 많이 올리셨네요.”

“열심히 했습니다.”


저 부분이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었다.

슈퍼 뉴비에 관한 소문은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관련 커뮤니티가 아니라 유머 게시판에도 슈퍼 뉴비가 언제 몇층을 클리어했다라는 말이 화제가 될 정도니까.


전혀 관련 없는 영상이나 사이트에서도 언급되는데 시기상 누가 봐도 나였다.


처음에는 솔직하게 등반 층수를 말하고 내가 그 슈퍼 뉴비인 걸 밝힐까 했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미친 놈들이 종종 보였다.


-나도 개사기 능력으로 각성했으면 존나 행복하게 살 텐데 누구는 사기 능력으로 각성해서 월드 공지도 뜨고 누구는 시발 방구석에서 배나 긁고 있네 ㅅㅂ

-존나 재수없음ㅇㅇ

-슈퍼 뉴비 누군지 알면 내가 칼찌함 ㅎㅎ

-나도 저새끼 찌르고 뉴스 타서 유명해질 거임 ㅇㅇ


그냥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타워 출현 후 흉악 범죄가 증가했단 걸 생각하면 마냥 헛소리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내 최우선 목표는 인기를 얻거나 관심을 받고 싶은 게 아니라, 등반으로 돈을 벌어서 빚부터 치워버리는 거였다.

그런 걸 고려하면 좀 불편하지만 거짓말을 해서라도 적당히 묻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어쩌면 전국 각성자 협회에서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글쎄.

아버지 빚에 관한 법원의 판결 이후로 나는 이 나라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가 많이 옅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마석을 현금화하려면 플레이어 등록은 해야했고, 저층의 하급 마석은 얼마 안 되니까.

그걸 고려해 절충안으로 적은 게 11층 플레이어였다.


“각성 한달만에 10층을 돌파하는 건 역대급 재능인데, 어떠신가요. 저희 전국 각성자 협회에 입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의 말이었다.


“플레이어 등록과 전국 각성자 협회 입회는 별개죠?”

“맞습니다.”

“그럼 등록만 하겠습니다. 입회는 고려해볼게요.”

“알겠습니다. 급하게 하실 필요 없으니까요.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꼭 연락 주십시오. 여기 제 연락처입니다.”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명함을 건넸다.

이후 몇 가지 질문은 있었지만 크게 의심 받는 거 같지는 않았다.


“1층에 가시면 플레이어 신분증을 드릴 겁니다. 신용, 교통 카드를 포함해 각성자 관련 건물의 입출입에도 쓰이는 거니 꼭 안전하게 들고 다녀주세요.”

“이후 마석에 대한 대금 입금도 그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그러고보니 11레벨이시면 마석도 어느정도 캐셨겠군요. 환전하시겠습니까?”

“아, 네. 환전해주세요.”

“신분증 수령 이후 바로 안내하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난 건가요?”

“네, 돌아가셔도 됩니다. 앞으로도 탑 등반에 힘 써주시기를.”


나는 인사를 마치고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할 것도 없고 받은 명함이나 읽어 봤다.

전국 각성자 협회 이인석 부장.

그 아래에는 전화번호가 세개 적혀 있었다.


‘그 아저씨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아, 생각났다.


10층에서 봤던 양복 두 명 중 하나구나.

신현우가 워낙 강렬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상이 흐릿했는데, 다시 만나니 기억났다.

뭐, 연락할 일 없겠지만.


“여기 신분증 받아주시구요. 환전하는 곳은 로비 지나서 우측으로 돌아가시면 나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내세요. 파이팅!”


신분증과 응원을 받고 방금 들은 대로 마석 환전소로 가기 위해 다시 로비로 나왔다.


또각.


“삐용!”

“왜 그래?”


또각.


“어머, 주민혁님?”


무척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기에는 정확하게 내 이름을 언급한 목소리의 발신지를 보자 잊기 힘든 얼굴이 거기 있었다.


“···안녕하세요.”

“우연이네요. 조만간 찾아 뵈야겠단 생각하고 있었는데.”


군청 길드 서열 1위이자 한국 랭킹 공동 2위.

설유라가 마치 먹이감을 발견한 뱀과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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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화 +1 24.09.11 66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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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화 +1 24.09.03 1,039 25 13쪽
33 033화 +1 24.09.02 1,093 26 14쪽
32 032화 +1 24.09.01 1,193 24 16쪽
31 031화 +1 24.08.31 1,229 24 13쪽
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 029화 24.08.29 1,303 29 12쪽
28 028화 24.08.28 1,330 29 12쪽
27 027화 24.08.27 1,339 26 13쪽
26 026화 24.08.26 1,359 29 13쪽
25 025화 24.08.23 1,371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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