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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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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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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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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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청호는 구름을 주변에 흩뿌렸다. 주변의 시야가 흐려지자 황염은 주변에 불꽃을 둘러보았지만 구름은 흩어지지 않았다.


황염은 괴성을 내지르며 땅을 내리쳤다.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땅이 솟아올랐고, 청호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한발짝이라도 늦었으면 파편에 휘말려버렸을 것이다.


청호가 손을 모으자 손바닥 사이로 구름이 모여들었다. 곧이어 구름이 검어지더니, 맹렬한 기세로 물줄기를 뿜어냈다.

황염도 양 주먹에 불꽃을 둘러 내질렀다.


강준혁은 그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저 이물들 사이에 끼어든다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하기도 싫었다.

얌전히 나무 뒤에서 구경하며 응원하는 게 제일이지.

몽둥이가 손에 치였지만 화염방사기 앞에 몽둥이를 휘둘러봤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강준혁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조금 물러나야겠다.


싸움이 흘러감과 동시에 격해짐도 심해졌다. 파편이었던 것이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의 개수도 점점 늘어났다.


멀리서 구경하던 중 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몽둥이를 쥔 채 뒤돌아보자 그곳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름이 뭐였더라?”

“호미. 만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까먹는 게 말이 되냐? 어쨋건, 지금 저게 무슨 상황인데?”


호미는 강준혁의 어깨 너머를 가리키며 물었다.

바람은 눈치없이 꽃잎을 하나 툭 떨어뜨렸다.


“지금 저 도깨비 둘이?”

“그래. 나 성격 급하니까 대답 좀 빨리 해줄래? 저게 무슨 상황이냐고.”

“저기 옆에. 우리들 보여? 철창살 있는.”

“철창살은 모르겠고, 뭐 단단해 보이는 상자들이 있네.”

“저기에···”


말을 꺼내려는 순간 호미는 내 멱살을 잡고 옆으로 집어던졌다. 순간 강력한 힘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공중을 날았다.

이 느낌은 옛날 놀이공원 갔을 때나 느끼던 감각인데.


바닥을 몇 번이고 구르고 나서야 시야가 돌아왔다.


“야! 너 지금···”


할 말을 순간 잃었다.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장소는 무언가에 쓸려나간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내 옆에 쭈그려 앉아있는 호미의 얼굴은 수없이 얻어맞은 알루미늄 캔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눈은 재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저것들 미친 놈들이야? 주변 살피지도 않고 저렇게 하는 거야? 잘못하다간···”

“그러면 얼른 가자.”

“뭐?”


강준혁은 그녀의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호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발목은 잡지 마라.”

“잡는 게 발목이 아닐 수도 있어.”

“하.”


호미의 얼굴에 의미불명의 웃음이 떠올랐다. 어이없는 듯 터져나오는 헛웃음에 강준혁도 피식 웃었다.


우리 근처까지 다가온 둘은 먼저 우리의 문을 열기로 했다. 각자 한 쪽씩 맡기로 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야, 이거 자물쇠가 있는데 어떡하냐?”

“자물쇠? 니 열쇠 갖고 있는 거 아녔어?”

“나는 방금 왔잖아! 방금 왔는데 이걸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을 리가 있냐?!”


강준혁은 재빨리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황염의 허리춤에서 옅게 반짝이는 열쇠 꾸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쟤 허리춤에 있는데.”

“그러면 저걸 어떻게 갖고 오지?”

“청호!!”


강준혁이 목놓아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얀 구름과 시뻘건 불길이 치솟으며 하늘을 점점 더 어둡게 물들일 뿐.

강준혁은 허리춤에 있던 몽둥이를 꺼내 자물쇠를 세차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호미가 뒤에서 무어라 말하는 듯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청호가 싸우고 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자물쇠를 부수는 것. 그것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호미는 그 모습을 눈썹을 찌푸리며 보다가 자신도 주변의 돌멩이를 집어 사정없이 자물쇠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이 황염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황염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둘을 향해 불을 내뿜었다. 자물쇠를 깨고 있던 둘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피했지만, 주변의 풀들에 불이 붙고 말았다.

잘못하면 우리 안에 있는 여우들이 모두 타죽을 상황. 호미의 언성이 한껏 올라갔다.


“야! 이거 어떻게 좀 해봐!!”

“진정해!! 일단 이 자물쇠부터···”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다 타죽게 생겼잖아!! 다 죽어버리면 니가 책임질 거야?!”

“괜찮으니까 내 말 믿고 깨기나 해!!”


호미는 처음 듣는 언성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강준혁은 불타고 있는 주변을 재빠르게 살폈다.

불이 붙은 것은 주변 수풀들과 잡초들.

이것이 허리까지 올라왔다면 큰일이었겠지만, 발등까지의 높이에 강준혁은 이 불이 더 크게 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지형 변화.

처음 황염이 둘이 있는 곳으로 불꽃을 발사했을 때 일어난 지형 변화였다.

흙과 돌들이 풀들을 뒤엎고 있어 불이 번질 우려는 없었다.


강준혁이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사이 뒤에서 자물쇠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저씨!!”


옅은 하늘빛 털을 가진 여우는 우리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양 눈에서 푸른 안광을 발했다. 그러자 바닥에 말뚝같이 꿈쩍도 않던 우리들이 동시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크아아악!!”


청호가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저 청호가 밀렸다니···

황염은 청호를 비웃으며 풀려난 여우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입에는 불꽃이 뱀의 혀처럼 넘실거리고 있었고, 양 손에는 글러브처럼 압축된 불꽃이 고동을 울리고 있었다.


“네놈들···”


그 모습은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영락없는 도깨비였다.

강준혁은 고개를 열심히 돌리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에 애썼다.

풀려난 여우 한 마리, 그리고 호미. 청호는 다운 상태.

숨을 고른 강준혁은 뒤에 있는 여우들에게 외쳤다.


“최대한 멀리 떨어지세요!! 어서요!!”

“뭐라고? 너는 어쩌고?! 너 혼자서 상대 못해!!”

“시끄럽고 어서!! 내가 목숨 아무데나 막 던지는 놈으로 보이냐?! 나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푸른 여우는 강준혁과 호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호미의 등을 물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강준혁은 옆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놓칠까 보냐···!!”


황염은 옆으로 도망가는 강준혁을 힐끗 바라보고는 여우들을 쫓기 시작했다. 강준혁은 곧바로 청호에게 달려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그렇지. 여기 있네.”


도깨비 창고에서 가져온 물약이었다. 강준혁은 능숙하게 뚜껑을 따고 청호의 입에 흘려넣었다.

청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떻게 물약을 목으로 넘겼다.

청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몸을 일으킨 청호는 자신의 양 손을 번갈아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어떻게 된 거야?”

“도깨비 창고에서 가져온 회복 물약을 먹였을 뿐이야. 지금 급한 상황이니까 쉴 시간 없어. 바로 가자.”


곧바로 둘은 여우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사실상 청호의 구름에 둘이 탄 것 뿐이지만.


“녀석 엄청 세더라. 내가 열심히 있는 힘 없는 힘 끌어모아도 역량의 차이가 많이 났어.”

“그 녀석은 덩치도 너보다 크던데. 체급 차이에서 오는 부조리함은 당연한 거야.”

“그나저나, 어떻게 됐어? 마지막으로 본 게 우리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거였는데.”

“한 마리는 구출했어. 거기에 호미가 도와줬고.”

“뭐라고? 그 여우가??”


청호의 낯빛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강준혁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듯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이야. 그리고 호미 그 녀석이 한 마리를 구출해낸 거고. 그래서 풀려난 여우가 우리들을 전부 옮긴 거야.”

“마을의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인데,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일단 내 생각은 이래.”


청호는 강준혁의 설명을 잠자코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건 어떻게 할 건데?”

“다 생각이 있지. 걱정 마.”

“그래, 네가 그렇다니 믿어보지 뭐.”


청호는 방긋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에 강준혁은 한켠으로 마음이 놓였다.

방금까지의 얼굴은 마치 다른 인격을 보는 것 같았으므로.


그리고 저 멀리 황염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뛰어가는 모습은 이족보행을 하는 곰을 연상시켰다.

황염이 지나간 자리에는 불길이 희미하게 남아 누구의 발자국인지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황염!! 네 상대는 나다!!”

“방금까지 바닥에서 벌레마냥 기던 놈이 용케 안 죽고 죽으러 다시 왔냐?! 덤벼라!!”


황염은 청호를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 희열에 미쳐 멋대로 걸리는 입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바닥에 처박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해주마!!”


방금과는 달리 온 몸에 불꽃을 두르는 황염. 청호는 진땀을 흘리면서도 구름을 만들어냈다.

믿을 것은 강준혁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야, 그러면··· 얘 어디 갔어?!”


청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강준혁은 그 자리에 없었다.

황염은 그 모습에 배꼽을 잡으며 폭소했다.


“푸하하하!! 아까 너랑 같이 있던 애라면 이미 저 멀리 도망갔다!! 믿던 동료한테 버림받다니 아주 꼴이 좋구만 그래?!”

“이, 이 녀석··· 어디로 간 거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강준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속 한 켠에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안면의 시야가 일그러졌다.

다행히 구름이 반응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의식을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청호는 한숨을 내쉴 틈새도 없이 구름을 손 안에 모았다.

전격과 불꽃이 서로의 눈을 부셨다. 황염은 그 상황이 즐거운지 호탕하게 웃어제끼며 청호를 강하게 압박했다.


“더!! 더 해봐 어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어린 놈 주제에!!”


대지가 울렸다.

자욱한 연기가 가라앉으며 드러난 청호의 왼팔엔 짙은 화상이 자리 잡고 있었고, 황염의 얼굴엔 번개 모양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차가운 땀이 등골을 따라 흘러내렸다.

벽을 느꼈다.

청호는 지금껏 살아오며 다른 마물들을 제압해보았지만 도깨비와의 전투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싸워도 가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겪어본 적 없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도깨비에 당장이라도 뒷걸음질을 치고 싶었다.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으려 했지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오렌지 불꽃이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결국 눈을 감았다.

당장 손가락을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다. 구름도 굉장히 옅어져 없다시피 하다.


“뭐야?! 비켜라 애송이!!”


당황한 듯한 황염의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익숙한 뒷모습.

시야를 가린 피에 흐릿하게 보였지만,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뭐하는 거야?! 비켜!!”


다양한 감정들이 오갔다.

외침에도 그는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 이건 부러졌다.

청호는 구름을 꺼내보려 했지만 흐릿한 연기만 수증기처럼 새어나올 뿐, 현기증만 동반하여 다시 거둬들였다.


눈앞의 사내는 손에 든 막대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마치 절망 속에 빛나는 한 줄기 희망처럼.

막대기 끝에 걸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리쳤다.

청호는 불꽃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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