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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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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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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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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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개구멍의 틈새로 본 곳에는 새카만 형태의 무언가가 요물들을 덮치고 있었다. 커다란 흑곰이 본인 몸집만한 기둥을 잡고 휘두르며 상대하고 있었지만, 몇 되지 않는 숫자들로는 몰려오는 물량을 감당하기 벅차 보였다.


“젠장··· 여기도 다운독들이···”

“다운독이요?”

“그래. 다운독은 이곳에서 몰려오는 저 검은 존재들을 말해. 무어라 칭할 말이 없다보니 방금 방 안에 같이 계셨던 곰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지.”

“그럼 정확한 명칭은 아니란 말이네요?”

“그렇긴 하다만 우리들도 저들을 무어라 부를지 몰라서 말이야. 일단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나?”


강준혁과 청호, 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 아래서 기어올라오고 있는 다운독들을 물리쳐달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몰려오고 있는 양이 조금··· 많았다.

몰려오는 모습이 마치 싸우러 올라오는 개미 떼 같았다.


“저 징그러운 것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 다운독들을 제거하는 일입니까?”

“그렇지. 저기서 몰려오는 녀석들이 지상에 올라오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네. 그런데 양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가능하겠나?”

“일단 해봐야겠는데요. 여기 구멍으로 내려가면 되나요?”

“그렇지. 그런데 아래는 꽤··· 어이!!”


강준혁은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몸을 던졌다.

청호와 호미도 곧바로 몸을 던졌다.


위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가 떨어지자 흑색 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분명 지원군을 보내준 것이라 생각한 그는 검은 피에 물든 기둥을 휘두르며 말했다.


“지원군인가? 고맙네!! 힘 좀 보태줬으면 좋겠군!!”

“네! 알겠습니다!!”


큰 소리로 대답했지만 정작 눈앞에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컸다.

자신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키에 좀비처럼 팔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게임을 연상케 했다.

다른 점은 체력 회복이나 리스폰이 없다는 것.


두세마리 쓰러트리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이들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홀린 듯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하나같이 시커먼 류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류는 하나의 누군가에게서부터 나왔다는 점.


“우아아악!!”

“무리하지 말고!!”


흑곰의 지휘대로 천천히 다운독들의 숫자를 줄여갔지만 한 병사 곰이 다운독에게 물리고 말았다.

물린 병사는 고통에 신음하더니 물린 상처에서부터 검은 류가 스물스물 전신에 퍼져나갔다.


“사, 살려줘!!”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병사는 옆의 다운독과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걸 본 흑곰은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까지 생사를 같이하던 동료가 적이 되어버리는 모습은 흑곰의 전의를 상실시키기 충분했다.

강준혁은 재빨리 달려들어 흑곰을 물어뜯으려는 다운독의 머리를 강하게 쳐 날려버렸다.

머리를 잃은 다운독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 모습을 본 흑곰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일단 후퇴!! 쭉 빼요!!”


우왕좌왕 흔들리는 전선에 다운독으로 변하는 동료들이 많았지만 강준혁이 흑곰의 멱살을 잡은 덕분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흑곰이 후퇴를 외치자 남은 동료들은 방어선까지 물러나며 태세를 정비했다.


“정신 차려요! 당신이 흔들리면 전체가 무너지는 거 몰라요?”

“그, 그래. 고맙다. 잠시 정신을 놓을 뻔했어.”

“흔들릴 수도 있지만, 다른 목숨까지 쥐고 있으면 흔들리는 티를 내지 말아줘요. 잘못하다 다 죽어요.”

“그래. 알겠다.”


흑곰은 이마를 쓸어넘기며 심호흡을 했다.

마음 한켠에 쓰라림은 남아있었지만, 이것이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방금까지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지가 눈앞에서 적으로 변해버리는 일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흑곰은 이곳에서 다운독들을 상대하며 많은 동료들을 잃어왔다.

함께 싸우던 동료들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변해가고, 그걸 자신의 손으로 처치하는 기분은 정말 엿같다.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운독들은 매일 같이 기어올라왔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녀석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 정신적 충격에 전 담당자는 사퇴했고, 그 전전 담당자는 다운독이 되었다나 뭐라나.

흑곰이 이곳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내심 다짐했었지만, 그런 나날들이 하루 이틀 늘어가며 흑곰의 눈밑에도 진한 다크서클이 내려앉게 되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저들이 아래에서 기어올라오는 것은 확인했는데, 그게 더욱 지하인데다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그래서 우리도 이걸 얼른 뿌리뽑고 싶은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흑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청호가 눈을 빛내며 팔을 겉어붙였다.


“그럼 우리가 가볼까?”

“우리가? 저 안에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안 들어가는 것보다는 들어가보는 것이 훨씬 낫잖아. 생각보다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도 안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들어가는 거랑 모르고 들어가는 거랑은···”


강준혁은 고민인 듯 턱을 괬고, 청호는 답답한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상황을 보던 호미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렇게 고민이면 가위바위보 해. 그게 제일 공평할 거 같은데.”

“가위바위보?”

“지금 너희 둘 서로가 마음에 안 들잖아. 이 상황. 한 놈은 불안해하고, 다른 놈은 답답해하고.”

“그래! 지금 그렇게 들어가면···”

“야.”


호미의 눈빛에 강준혁은 입을 다물었다. 딸꾹질이 새어나왔지만 침을 삼켜 애써 억눌렀다.


“말하는데··· 쯧.”

“아냐. 미안. 말 해.”

“그래서 결국 가위바위보 해서 들어가란 얘기야. 너희 둘이 따로 움직일 건 아니잖아? 위험하기도 하고.”

“···그치.”


눈이 마주친 둘은 손을 모아 각자의 운세를 점쳤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강준혁이 보, 청호가 찌.

청호의 승리였다.


“그렇지!! 가자!!”


어퍼컷 세레모니를 하며 기쁨을 맘껏 표현하는 청호였지만 강준혁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강준혁에게 호미가 다가와 등을 두드렸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데, 결과에 승복은 해야지. 남자가 돼서 승부에서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도망은 무슨. 그런 게 아니잖아.”

“근데 표정이 정말 별론데?

“후우··· 말 걸지 마.”

“크크크, 장난이야. 웃어 웃어.”


얄밉게 웃는 호미를 보며 강준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선을 옮기니 이미 청호는 출발할 준비가 끝났는지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제복을 입은 곰은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제가 이곳에서 다운독들을 상대하며 개발한 물건입니다. 얼마 남지 않아 아껴쓰고 있었는데··· 선생님들께 드리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이 동그란 건 어떻게 쓰는 거죠?”

“동그랗게 만든 건 어디서든 어떻게든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데, 그냥 바닥에 던지시면 됩니다. 그러면 바닥에 장판이 깔릴 거예요.”


설명을 모두 듣고 곧바로 청호와 방어선을 나섰다.

다운독들은 동굴 안에서 갈 곳 없이 어지러이 방황하고 있었다.


둘이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운독들의 시선이 일제히 둘을 향했다.

등골에 솟아나는 식은땀에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지만 다운독들은 무심하게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 녀석들이 기어올라오는 듯한 지하로 이어진 길은 그림자에 가려져 아래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칠흑 속이었다.


“저기는 어떻게 들어갈 거야?”

“그런 세세한 거 정하면 오늘 안에 저기 들어가지도 못해. 일단 몸을 던져야지. 저기 뭐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방금 우리가 받은 거 있잖아?”

“그걸 저기다 쓰자고?”

“그치? 안 그러면 떨어지다가 옮을 수도 있는데, 그걸 감안하고 떨어지자고? 난 무서워 그런 거.”


조금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그 틈을 타 캡슐을 뺏어간 청호가 냅다 구멍에 집어던졌다.

구멍 근처에 떨어진 캡슐은 푸른 빛을 발하며 전자기장 같은 무언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전자기장에 닿은 다운독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청호는 그걸 보고 구멍을 향해 달렸고, 강준혁도 청호를 따라 달렸다.

예상 외로 돌아가는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들어가자! 뛰어!”


청호의 외침과 동시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 안으로 몸을 던진 강준혁은 시야가 차단됨과 동시에 청호의 이름을 불렀다.

청호는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구름을 강준혁에게 보내 둘러주었고, 강준혁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발에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바닥에 엉덩이가 붙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호미가 이곳에 없다는 걸, 호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둠이 눈에 익고 나서도, 엉덩이를 붙인 곳이 어디인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청호, 여기 밝힐 방법이 없을까?”

“음··· 잠깐만.”


구름을 한데 모은 청호는 구름에 번개를 강하게 둘렀다.

번쩍이는 번개와 찢어지는 듯한 천둥이 동굴 안을 터뜨릴 듯이 울려퍼졌다.

갑작스런 빛에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눈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 이건 아니네. 시끄럽고, 잘 보이지도 않네.”

“우와, 나 눈앞이 지금 뭐 안 보여.”

“그래? 이렇게라도 하면 뭐라도 조금 보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눈부셔서 안 보일 줄이야.”


청호가 머리를 긁적였고 강준혁은 머리를 쥐어싸맸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싸매도 아무런 정답이 나오지 않을 무렵, 바로 옆에서 익숙한 불덩이가 일렁였다.


“그럴 줄 알았어. 무턱대고 갔을 때부터 어두운 곳은 어떻게 할 건지 대책이 없을 거 같았다고.”


어느새 이곳까지 따라온 호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적어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야지. 안 그래?”

“그러면 그 때는 그 때 가서 생각을 했겠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에휴.”

“내 욕한 건 아니지?”


청호의 질문에 호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강준혁은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환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의 공간과 구별된 공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언가가 고동치듯 공중에 매달려있었다.

고치같은 무언가가 두근거릴 때마다 검은 류가 고동치며 흘러나왔고 몇 다른 고치들에게선 다운독들이 생성되어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본 호미는 인상을 찌푸렸고, 호미는 불쾌한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저게 아무래도 원인인 것 같은데.”

“저건 닿아도 별 문제 없겠지? 닿으면 감염되거나 그런···”

“어차피 너는 손 안 대고도 할 수 있잖아? 강준혁이 문제지 저건.”

“엥? 나?”


고치를 당장에라도 내리치려던 강준혁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호미는 강준혁에게 다가가 몽둥이를 쏙 빼앗아 허리춤에 다시 꽂아넣었다.


“이번엔 너 아무것도 하지 마. 잘못하다가 너 오염된다.”

“아냐, 오염은 안 되겠지.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당당한 강준혁을 바라보며 호미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맘대로 하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강준혁은 뺨을 긁적였다.


청호가 구름을 잔뜩 불러내 각 고치마다 구름을 둘렀다.

구름이 차마 두르지 못한 고치는 호미가 담당했다.

청호의 구령과 함께 지하가 섬광으로 뒤덮였다.

전격과 불에 그을린 고치들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한참을 번쩍이고 난 후에야 주변 일대가 정리되었다.


“이 정도면 된 거 같지?”

“일단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처리했어. 이제 이 근처에서 보이는 건 없어.”

“좋아. 그러면···”


호미가 뒤를 도는 것과 거의 동시에 누군가 위로 뛰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셋이 동시에 반응했기 때문에.


“방금 뭐야?”

“바로 쫓아가!!”


허겁지겁 쫓아가 올라가 보았지만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텅 빈 공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당황한 셋이 둘러보는데 방어선 근처에서 흑곰이 뛰어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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