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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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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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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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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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청호의 손 안에서 뭉게뭉게 피어난 연기같은 구름은 이내 바람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게 무슨 능력인지 설명해줄래? 내가 보기만 해서는 뭔지 잘 모르겠네.”

“좋아! 이건 구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야! 여러가지 모양의 구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어느새 자기 몸집만한 크기의 구름을 만들어 빙빙 돌리고 있었다.

청호는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준혁에게 으스대며 말했다.


“이 구름 덕분에 나는 강한 도깨비야! 어디, 한 번 공격해봐.”

“너를? 왜?”

“하라면 해 봐. 걱정 말고.”


가볍게 주먹을 내질러보았다. 그 순간 청호의 주변을 맴돌고 있던 구름이 청호를 감쌌다.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내가 내지른 곳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강준혁은 부드러운 솜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칠지도 않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에 포근함마저 들 정도였다.


“어때? 이 구름만 있으면 나는 천하무적이라고!”


그리 말하며 이번엔 구름을 검게 물들였다. 검어진 구름에서는 전격이 일더니, 이내 번개로 변화했다.


푸른 빛의 전격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집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출발할까요?”

“우아아악?!”

“네! 좋아요! 그런데 준혁이 너 의외로 겁이 많구나?”

“거, 겁이 많기는···! 놀라서 그런 것 뿐이거든??”

“네, 그럼 곧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리 오시지요.”


싱글벙글 웃는 집사를 따라가니 이번엔 다른 창고가 나왔다. 겉으로 보아하니 등산용 장비를 파는 곳 같았다.


“이곳은···?”

“이곳은 산을 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의 신발은 도깨비 나라에서도 최상급으로 치며···”

“자, 잠깐. 잠깐만요. 신발이요? 다른 타고 가는 건 없나요?”

“타고 가는 거라뇨?”


오히려 신기한 눈빛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비서를 보며 강준혁은 싸함을 느꼈다.

비서는 빙그레 웃었다.


“용의 협곡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걸어서 반나절이면 가니 너무 걱정 않으셔도 돼요.”


반나절? 반나절?

6시간은 걸어가야 된다는 소린데??


청호는 그런 강준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시시 웃으며 눈을 빛냈다.


“반나절이면 별로 안 걸리네요?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건가요?”

“이곳은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오오··· 그럼 우리들은 평범한 도깨비들인데도 가는 거네요?”

“그렇죠. 상당히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청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한 그 모습에 비서는 환하게 웃으며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창고 안은 다양한 물약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도 원하시는 물약을 집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드리는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시고, 원하시는 만큼 집어주시면 됩니다.”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창고를 나갔다. 강준혁은 일단 둘러보기라도 하려는 마음으로 늘어서 있는 물약들을 살펴보았다.

체력 회복, 기력 회복, 동상 치료 등 다양한 치료용 물약들이 늘어서 있었다.

강준혁은 그 중 한 물약이 눈에 띄었다.


기운 불끈 물약.


강준혁이 그 물약을 집어들자 청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와! 그거 시장에서 엄청 비싸게 팔던 건데!! 그거 나도!! 나도 하나만 줘봐!!”


청호에게 쥐고 있던 물약을 건네자 청호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물약을 이리저리 살폈다.


“우와, 이거 진품이야!! 진품이 이런 곳에 이렇게나 보관되어 있다니!! 대박!!”

“이게 그렇게 좋은 거야?”

“그럼!! 이게 얼마나 좋은 거냐면, 이걸 하나 마시면 한 달 동안 먹고 자지 않아도 기운이 솟아난다고!!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거 가짜로 만들어서 파는 곳도 있는데, 여기 이 라벨 보이지? 이 황소 모양! 이게 진품이야!! 나머지 늑대니 호랑이니 다 가짜야! 진품을 따라가는 모조품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그리 말하며 청호는 곧바로 하나를 뜯어 벌컥벌컥 입에 들이부었다.


“키야아!! 바로 이거지! 너도 어디 한 번 마셔봐!”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에헤이, 나 못 믿는 거야? 속는 셈 치고 한 번 마셔봐. 나도 마셨는데?”


청호의 말에 강준혁은 멋쩍어하면서도 하나를 뜯어 꿀떡꿀떡 목구멍을 넘겼다.

맛은··· 포도향이 들어간 콜라? 같은 맛이었다.


“어때? 어때? 느낌이 다르지 않아?”


병을 모두 비우고 남은 방울까지 털어넣자 청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데··· 별···


“별로 감흥이 없다고? 어떻게 그래? 너 뭐 다른 거 먹은 거 아냐?”


청호는 강준혁이 들고 있던 병을 빼앗았다. 자신이 먹은 것과 다른 것이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등산용품 파는 것처럼 해놓고선 있는 건 왜 다 물약 뿐이야?”

“우리들에게 등산용품은 물약 뿐이니까?”

“등산용품은 보통 물약이 아니라 신발이나 바지, 웃옷 같은 걸 파는 곳 아니야?”

“신발? 바지?”

“왜, 청호 니가 입고 있는 옷은 팬티뿐이잖아.”

“이거? 이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입었던 팬티야. 나중에 성장하면 또 바뀐대.”

“바뀐다고?”


청호 말로는 도깨비들에게는 등급이 있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 부터 200살까지의 도깨비를 어린 도깨비. 이 친구들의 기본 복장은 팬티 한 장뿐이라고 한다. 암컷 도깨비는 위에 거적때기 한 장은 걸친다고 한다.

200살부터 350살까지의 도깨비를 작은 도깨비. 이 때부터는 팬티가 바지로 변하고, 위의 거적때기도 평범한 티셔츠로 변한다.

350살부터 700살까지의 도깨비가 우리가 아는 도깨비. 이곳에서도 도깨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반 도깨비의 의상은 이전 입었던 의상이 늘어나지만, 이 때부터는 다른 옷을 직접 만들어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의상이 가장 다양한 편.

700살부터 850살까지 어른 도깨비, 그 이후부터는 큰 도깨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큰 도깨비부터는 이제 이전 입었던 옷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입는다고 한다.


“이제 다 고르셨나요?”

“아, 네. 방금 다 고르긴 했는데···”


비서는 우리 둘의 손에 들려있는 병을 보고 싱긋 웃어보였다.


“괜찮습니다. 그런 것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시죠?”

“네. 이제 충분해요.”

“그럼 바로 출발하시죠.”


비서는 마을 광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청호가 이상하다며 묻자 비서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대답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이 길은 아는 분들만 아는 곳입니다. 훈련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워낙 험난하기에 많은 도깨비들이 기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 저희가 가는데 괜찮은 것 맞나요···?”

“확실히 당신같은 인간 분이 그곳을 방문한 적은 없으니··· 확답은 못 드리겠군요.”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처음으로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인데, 어떤 곳인지도 모르니 그저 답답함만 가득했다.


“그래도 그곳에서 나오신 분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기신 분들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시면 됩니다.”

“그게 말이 쉽지···”


강준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청호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그래도 거기서 살아나오면 우리들 다 엄청난 녀석들이 된다는 거잖아? 그거 생각하면 되겠다!!”

“아주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나설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거 봐!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준혁아.”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새 국경까지 도달했다. 수문장들은 비서를 보고 목례를 했고 우리들에게도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얼마나 비서의 등만 보고 걸었는지를 모른다. 한참을 가다보니 탁 트인 풍경과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 나왔다.


“이곳입니다. 용의 협곡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은 채 넓게 펼쳐져 있었다. 저 아래 흐르는 강과 숲들, 그리고 높게 솟아오른 산까지.

경치에 빠져 넋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뒤에서 강한 척력이 느껴졌다.


?!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는 청호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까지 서 있던 곳에서는 비서가 손을 흔들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게 뭐야?!?!?!”


비서의 모습이 순식간에 점으로 변했다. 청호는 뭐가 재미있는지 양 팔을 벌리고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청호!! 그 구름 있지?!”

“어?! 뭐라고??”

“구름 말이야!! 너 구름!!”

“구름 왜?!”

“그거 꺼내!! 너랑 나랑 같이 감싸!!”


애타는 외침이 닿았는지 청호는 곧바로 구름을 만들어냈다. 하얀 안개같은 구름은 강준혁의 주변을 두르더니 누에고치처럼 동그란 모양을 만들었다.


강준혁은 청호에게도 구름을 두르라 소리치는 순간, 시야가 새까매졌다.

하늘에는 손톱자국처럼 얇은 초승달이 구름 위에서 싱긋 웃고 있었다.


꿈을 꾸었다.

할머니와 부모님이 저 멀리서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모습.

크게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청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좀 잤어? 뭔 꿈을 꿨길래 그렇게 식은땀을 흘려.”


태연하게 묻는 청호. 몸을 일으키는데 높은 절벽에서 떨어진 것과는 반대로 몸에 아픈 곳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몸에 둘러져 있던 하얀 구름이 청호에게 돌아가는 곳을 보았다.


“···하아. 아냐. 아무것도.”

“그래도 몸은 다행히 멀쩡한가 보네. 구름의 위대함을 조금은 알겠니?”

“정말··· 효과 좋네.”

“그치? 그만큼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청호는 구름을 이리저리 돌리며 자랑스러운 얼굴로 웃다 어디선가 울리는 뻐꾸기 소리에 얌전해졌다.

청호가 피워놓은 모닥불은 타닥타닥 타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아직 밤인가?”

“아직이라니, 지금 늦은 밤이라고. 해가 진 지 오래야.”

“그래? 그런데··· 여기 조금 이상해.”

“이상하다고?”


청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평범한 숲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강준혁은 무언가 불안한지 계속 주변을 힐끗거리며 불안해했다.


“뭔데 그래?”

“누군가 계속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넌 그런 시선 못 느껴?”

“시선? 그런 건 안 느껴지는데. 준혁 넌 뭐가 느껴져?”


인계에 있을 때 느껴졌던 시선들. 그것과 같은 부류다.

사람의 시선과 귀신의 시선은 차이가 있다. 귀신은 무언가 등골이 조금 더 차가운 느낌이랄까.


강준혁은 모닥불 옆에 놓여져 있는 마른 나뭇가지 몇 개를 던져넣었다.

불에 사그라들어가는 나뭇가지를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시선도 사라졌다.


“청호.”

“응?”


잘 준비를 하는지 청호는 구름 위에 드러누워 뒤척이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에 모닥불이 힘없이 흔들렸다.


“너는 왜 나랑 이런 여행을 하는 거야?”

“왜냐니?”


궁금했다. 그저 순수한 궁금증.

머릿속 한 켠에 어렴풋이 떠오른 실종사건이 떠올랐다.

인간들을 데리고 사라진다는 건 귀신들이 주로 하는 것이라 알고 있지만 도깨비도 가능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그런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때 즈음, 청호는 입을 열었다.


“글쎄, 재밌어 보여서?”

“······”

“별 거 아니야. 내 귀생에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평생 인간이란 걸 보지 못하고 죽는 도깨비들도 많아. 그런데 그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는데, 그런 기회는 잡아야지.”

“···그래?”


청호는 몸을 옆으로 틀어 강준혁에게 향했다.

강준혁이 본 청호의 표정은 희미한 웃음기가 번진 얼굴이었다.


“그러는 준혁이 너는, 내가 무섭진 않아?”


의도를 모르겠는 표정.

강준혁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섭진 않아. 예전부터 비스무리한 것들을 보면서 자랐어서,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예를 들면 지나가는 비둘기 보는 기분이지.”

“대단하네. 보통 다른 인간들은···”


청호는 말을 하다 말고 시선을 잠시 피했다.


“아냐. 아무것도.”

“···뭔데?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돼.”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어색한 공기가 모닥불을 간지럽혔다. 청호는 몸을 돌려 누웠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했던 걸까.

강준혁은 그리 생각하며 넘실거리는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아빠, 이건 뭐야?

이거? 이건 우리 준혁이 주려고 아빠가 사온 거지~.

저번에 얘기했던 건 알아봤어?

그거? 아빠가 열심히 알아보고 있지. 이제 곧 있으면 다 없어지게 될 거야~.

정말? 아빠 최고! 히히!


그날 이후 부모님은 자취를 감췄다.

오랫동안 기다려봤지만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인지도 잊어버린 이야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차가운 새벽 이슬에 넘실거리던 불꽃이 한 숨 죽은 상태였다.

청호와 함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풀을 지나 어느 나무 다다랐을 즈음, 강준혁의 눈빛이 바뀌었다.


“청호, 저거 다친 거 아냐?”

“저건···”


강준혁은 곧바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다리를 다친 어린 여우였다.


강준혁이 재빨리 품에 있던 물약을 꺼내 여우의 입에 소량 흘려넣었다.

그러자 어린 여우의 거친 숨이 조금 멎었다.


“다행이네. 청호, 너도 이리 와서···”

“엎드려!!”


청호가 강준혁의 머리를 짓누르고 나서야 뒤통수에 무서운 살기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움직이지 마, 강준혁!! 적습이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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