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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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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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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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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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구라 좀 치지 마!! 니가 직접 봤냐?!”

“그, 그건···”

“아니면 좀 닥치고 있어! 뭘 안다고 나대고 있내? 니 인생처럼 찌그러져 있지?!”

“뭐, 뭐라고??”


토마토처럼 벌개진 얼굴. 가벼운 웨이브가 잡힌 검은 앞머리가 강준혁의 동그란 안경알을 가렸다.

순간 놀란 남학생은 움찔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야, 야. 조성민, 그만해. 그냥 가자. 고아한테 그러는 거 아냐.”

“지금은 그냥 보내주는데, 너 나대지 마. 진짜 줘 패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방금까지 뒷걸음 치던 모습은 어디가고 허세라도 부리는 듯 주먹을 얼굴 위로 치켜들었다.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학생이 짜증을 낸 후에야 고분고분한 얼굴로 반을 나갔다.

강준혁은 나가는 뒤통수에 무어라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예전에 한 번 그랬다가 방과 후 불려나가 다구리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 돌아가 앉는 것이 전부였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들어온 할머니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재밌는 내 어릴 적 추억이다.


책상 위의 낙서들을 물걸레로 벅벅 지우다 시선이 책상 옆 바닥을 향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강준혁은 다시 책상을 벅벅 닦기 시작했다.


“쟤 가끔 허공 멍하니 쳐다보는 거 조금 무섭지 않냐?”

“진짜. 가만히 있다가 그러면 모르겠는데, 뭐 하다가 갑자기 저러는 거 보면 무섭기도 해.”

“저럴 거면 특수 학생 거기로 가지 왜 여기로 왔대.”


바로 옆에서 여자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책상을 닦았다.

책상들을 거의 다 닦아냈을 때, 뒷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조성민이었다.

강준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냅다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 새X!! 니가 담탱이한테 꼰질렀지?!”

“뭘 꼰질렀다는 거야?”

“구라치지 마, 니가 꼰지른 거 맞잖아!!”


시야가 일직선을 그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왼쪽 뺨에 욱신한 통증이 올라왔다.

쓰고 있던 안경은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있었고, 주변 학생들은 둘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야, 야!! 조금 있다가 수업 시작하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학생들은 점점 모여들었다. 조성민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강준혁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았다.

짜증이 가득한 눈길을 자리에 앉을 때까지 보내는 녀석. 그 눈빛은 역사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나서야 멈췄다.


강준혁은 잔뜩 구겨진 깃을 폈다.

새파란 하늘이 깃든 모시는 하얀 창호지로 만든 블라인드를 타고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더욱 은은한 빛을 뽐냈다.


대한민국 2124년.

나라에서는 전통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힘을 쏟았다. 전통문화 체험을 장려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량 한복을 광고하고 한옥 건물을 대대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들이 하나둘 입는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고, 이는 순식간에 나라 전체로 퍼졌다.

되살아나는 한국의 전통을 체험하기 위해 관광객의 수도 부쩍 늘어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다.


선생님의 설명 위로 물방울이 굴러떨어지는 듯한 가야금 소리가 울리며 쉬는 시간을 알렸다.

조성민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강준혁에게 다가갔다.


“야, 너 일로··· 아 씨, 누구야??”

“아, 미안. 잠깐 좀 지나갈게.”


조성민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근육이 다부진 몸매.

몸집은 액션 배우 뺨칠 만큼 크지만 얼굴은 주먹만 해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다. 하지만 본인은 운동에 집중하고 싶다 하여 입학하고 2주 동안 거절한 고백만 수십 번.

학기 초부터 절벽 위의 꽃의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돌 같은 존재다.


“여, 준혁이. 얼굴이 왜 그러냐? 좀 풀어.”


녀석의 밝은 갈색의 눈동자가 모래알에 반사된 별처럼 빛났다.


“하, 여긴 왜 왔냐?”

“뭐긴, 하나뿐인 친구 얼굴 보러 왔는데? 학기 초라 아직 다들 어색하단 말야. 니가 제일 편해. 알잖아?”

“그거야 나도 똑같지. 그래도 이지훈 너 인기 많잖아. 다들 줄 서서 친구하고 싶다 할 거 같은데. 그 얼굴이랑 몸 가지고 친구 없다는 건 니가 자발적 아싸라는 거야.”


곁눈질로 본 조성민의 얼굴은 당황함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보고 있던 녀석은 혀를 차며 교실을 나갔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았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녀석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걸었다.

학교 용마루에 걸친 오렌지빛 노을은 예쁜 광경을 자아냈다.


“그러고보니, 너 오늘 집에서 뭐하냐? 할 거 없으면 우리 집 올래?”

“됐어. 숙제도 해야 하고, 집안일 하고 나면 저녁이야.”

“혼자서 할머니 부양하고 사는 거 힘들지 않냐? 나 같았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 같은데.”

“이제는 할 만하지. 둘이 산 게 몇 년인데. 그리고 요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대화.


“너희 부모님은? 요즘 소식이라도 있으셔?”

“있겠냐. 이제 그냥 없는 사람들이야. 저저번 생일 이후로 코빼기도 안 보여.”

“그 생일도 무슨 영상을 찍어 보내줬다며? 영상통화도 아니고.”

“그러니까. 돈만 보내주면 부모 노릇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지 원.”


강준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지훈은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벌써 다 왔네. 내일 보자.”

“그래, 조심히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강준혁은 이지훈에게 손을 흔들고 대문을 들어섰다.


강준혁의 집은 언덕에 위치한 단독 한옥 주택. 뒤에는 산이, 앞에는 강이 흘러 예전부터 할머니가 돈을 모으고 모아 산 집이라고 한다.


신발을 대충 벗어던지고 가방을 내던졌다.

할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며칠 전 잠시 누굴 만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셨다.

능숙하게 거실에 널어놓았던 빨래를 개고, 저녁을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만든 된장찌개는 할머니와 조금 다른 맛이 났다.

할머니는 구수한 맛이 강했다면, 인터넷은 더 진한 맛이 난다고 해야할까.


밥을 먹은 이후에는 숙제를 마치고, 대청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는다.


어엿한 척을 하고 있지만 강준혁은 아직 17살.

부모의 사랑이 고플 때다.

부모님의 얼굴은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아 실제로 본 기억은 없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흘러가는 세상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세상은 언제까지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는다. 우리는 자라기 마련이고, 시간은 흘러간다.

강준혁은 책에 적힌 구절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


하굣길에 지훈이가 물어본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외롭냐고?

예전엔 그랬다.

눈앞에 이리 많은 귀신들이 떠다니는데, 외로울 틈이 있나.


창고 벽과 천장에 달라붙은 귀신들은 계속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열···댓 마리는 되려나.


강준혁이 귀신을 처음 보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볼 수 있었기에 못 보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런 그에게 귀신이 존재하냐 마냐의 논쟁은 오히려 그를 답답하게만 할 뿐이었다.

눈앞에 떡하니 있는 존재를 설명하라니. 지동설을 주장하던 코페르니쿠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눈앞의 귀신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귀신들은 고개를 틀었다.

어디까지 돌아가는지 궁금할 정도로 틀어지는 고개는 이제 익숙하다.

호러 영화를 무서워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십 몇 년을 보면 귀신도 그저 바람에 날려 떠나가는 민들레 씨앗과 같다.


녀석들의 특징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가끔 누가누가 이기나 눈싸움을 할 때도 있지만,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두 번째 특징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디 영화에서 보면 귀신이 달려들고 그러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일은 겪어본 적이 없다. 그저 가만히 쳐다만 볼 뿐.


-콰다당!!


옆 선반에서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쏟아진 책들을 다시 선반 위에 정리하는데 본 적 없는 책이 한 권 들어있었다.


“이건 뭐지?”


누렇게 변색된 종이, 표지의 질감 등 모든 것들이 오래된 책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출판사도 적혀있지 않았고, 작가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삭?”


낯선 제목에 눈썹이 저절로 치켜 올라갔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훑자 쌓여있던 먼지가 얼굴에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쿨럭쿨럭!!


손짓으로 먼지를 밀어내고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겼다.


삭.

15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현상.

위치 상으로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끼어 있어 일직선을 이룰 때라고 한다. ‘초하루’ 라고도 한다.


그 정도야, 과학 시간에 자지 않는다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

예전 책에서 그리운 향기를 느낀 강준혁은 손가락으로 코를 비비며 책장을 넘겼다.


이 때는 달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음기가 충만할 때라고 하며 귀신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진다고 한다.


문득 할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마치 할머니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학교에서 반 친구들의 반응도 떠올랐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미신의 존재를 너무 맹신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

강준혁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보던 책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창고를 나왔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봤자 결국 그것이 실존하는가에 대한 증명과는 동떨어진 이야기.

더군다나 이런 걸 학교에 들고 가봤자 녀석들의 놀림거리가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은은한 달빛이 앞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손톱과 같은 그믐달이었다.


다음날 아침. 지훈이와 함께 등교하던 중 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뉴스 봤어?”

“뉴스? 무슨 뉴스?”

“너 나이가 몇인데 뉴스도 좀 보고 살아라. 니가 어디 산에 은둔하는 신선이냐?”

“시끄럽고, 무슨 뉴슨데.”

“어젯밤에 어떤 여고생 한 명이 실종됐대.”


둘은 교차로 앞에 멈춰 섰다. 오거리인데다 주변에 회사도 많아 신호 대기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곳이다.


“실종? 실종이면 조금 된 거 아냐?”

“아냐. 그저께 저녁에 부모랑 같이 밥 먹은 게 확인됐대.”

“그런데 어떻게 실종이 돼?”

“그 집 엄마가 새벽에 집에서 누가 나가는 소리를 들었대. 남편은 옆에서 자고 있어서 딸인가 하고 나가봤는데 온데간데 없어져 있던 거지.”

“그러면 주변 CCTV 뒤져보면 될 일 아냐. 우리나라가 CCTV로 얼마나 유명한 나란데.”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사람들의 뒤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

직장인과 학생, 여러 사람들이 뒤엉키며 엇갈렸다.


“물론 다 확인해봤지. 그런데 CCTV에는 어디에도 딸이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네티즌들 난리났어.”

“그러면 경찰이 CCTV를 공개하면 되겠네.”

“그런데 공개해도 그걸 사람들이 믿어주냐가 문제지. 단독주택이라 옥상도 없는데 정작 거리에는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만간 경찰이 뒷돈 먹고 사람 하나 없앴구나 하겠지.”

“허이고, 그 집 부모나 경찰이나 서로 고생하겠네.”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 아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박준현 경사입니다. 어젯밤 뉴스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반의 김수진 학생이 현재 실종 상태가 되었습니다. 혹시 주변에 이 친구 실종 관련해서 아는 게 있다 싶으면 이 번호로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칠판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고 반을 나가는 경찰. 반은 순식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자자, 조용 조용!! 여기서 수진이 실종 관련해서 아는 사람 있어?”

“······”

“······”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선생님은 한 번 둘러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선생님도 알아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수업 잘 들어. 오늘 조례 끝.”


선생님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과 교차하듯 방금 보았던 경찰관이 다시 반에 들어왔다.

출석부와 자신의 핸드폰을 번갈아 살피더니 우리들을 보며 물었다.


“혹시 여기 강준혁 학생? 있나요?”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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