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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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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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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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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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강준혁은 재빨리 몸을 던져 나무 뒤로 숨었다.

이곳은 용의 협곡.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에서 너무 긴장을 풀었던 걸까.

심장이 아플 정도로 두근거렸다.


“찾았다!”


청호가 수풀들 사이로 구름을 던졌다. 곧이어 두세마리의 새끼 여우가 구름에 싸여 나왔다.

강준혁은 그 아이들에게서 옅은 어둠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우?”

“여우 요물이야. 이 녀석들은 보통 다른 존재를 홀려서 잡아먹는 녀석들이지. 넌 특히 조심해야해.”


옅은 어둠이 묻어나왔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


“청호 너는?”

“나는 괜찮아. 도깨비는 정신력이 강해서 매혹에는 걸리지 않거든. 더군다나 이런 코흘리개들에게는.”


코흘리개라니, 정작 본인은 어리다는 걸 알기나 할까?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호는 여우들 앞에 섰다.


“자, 잘못했어요···”

“너네, 우리 홀리려고 온 거야?”

“아, 아니예요!!”


청호는 물끄러미 여우를 쳐다보더니 이내 놔주었다. 여우들은 허겁지겁 수풀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왜 놔줘?”

“이상해. 보통 저런 어린 친구들은 주술같은 걸 못하거든. 그런데 성체가 아닌 유체가 나온 걸 보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청호는 그리 말하며 구름을 거둬들였다.


“일단 쟤네들 따라가보자. 여기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보다야 낫겠지.”

“어떻게 따라가려고?”

“이미 녀석들에게 구름을 희미하게 남겨놓았어. 그걸 따라가면 될 거야.”


무작정 청호를 따라갔다. 용의 협곡이니 수련의 장소니 뭐니 해놓고서는 별 탈이 없던 걸 보아 그냥 겁을 주려 한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얕은 강을 하나 건너니 어느 마을이 보였다. 통나무들로 만들어진 집.

그곳에 여우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지금부턴 조심해야 해. 잘못하다 홀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청호는 강준혁에게 물약 하나를 건넸다. 도깨비 창고에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강준혁은 묻지 않고 입에 털어넣었다.


“누구세요?”


이 녀석도···

청호와 강준혁은 곧바로 전투자세를 취했다. 어린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다.


“누구··· 세요?”


명백하게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눈에서 묻어나오는 순수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강준혁은 당황했다.

요물이라는 건 원래 간사하고 간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의 정기를 빨아먹고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요물들에게선 이런 순수함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여기 근처를 여행하던 여행자들이야. 혹시 어른들 계시니?”

“어른···들?”


전통 의상을 입은 여우에게 청호가 입을 열었다. 방금보다 경계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뭐야? 너넨 누구야? 호연이 괜찮아?”

“호미 언니···”


호미는 호연이를 팔로 막아서며 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곱고 붉은 털을 자랑하는 이 여우는 뾰족한 귀를 움찔거렸다.

이에 질세라 청호도 경계심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럴 줄 알았어. 역시 속아넘기려는 한통속이었군.”

“뭐라는 거야?! 우리 사는 곳에 멋대로 쳐들어온 게 누군데?”

“잠깐, 잠깐만!!”


강준혁이 둘을 뜯어말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준혁이 비켜. 다친다.”

“넌 또 뭐야? 이상하게 생겨먹어선. 너도 호연이 노리는 놈이냐??”


양쪽에서 쏘아지는 눈빛에 타죽을 것만 같았다.

둘은 강준혁의 너머로 서로를 노려보았고, 호연은 그런 모습은 처음인지 신기한 듯 멀뚱멀뚱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일단 우리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제일 좋다고들 하잖아?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고···”

“오해?! 어디서 머리에 뿔 달린 놈이 멋대로 쳐들어와 놓고, 오해는 무슨 오해? 니들이 여기 온 것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아주 큰 비상사태야!! 당장 안 꺼져?!”

“이것들은 해봤자 어차피 요물이야. 결국 누군가의 정기를 빨아먹고 사는 요물이라고. 강준혁 너나 나나 저 녀석들의 먹잇감이 되는 건 한순간이야. 그런 상황에서 긴장을 놓으라니, 말이 안되는 소리지.”


말 하나도 지지 않으려는 서로를 멈춘 건, 강준혁이 아니었다.


“둘 다··· 그만··· 싸우지 마···”


호미의 붉은 스카프를 붙잡아 당기던 호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호미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했다.


“당장 이곳에서 꺼지라고 경고했다. 두 번은 없어.”


호미가 호연을 데리고 떠나고 나서야 청호는 경계심을 풀었다. 강준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했잖아. 이야기 해보면 충분히 대화가 될 것 같았는데.”

“그런 소리 말아. 녀석들은···”

“에이 그래도···”


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청호의 눈에서 엿보이는 감정은 강준혁도 익히 아는 감정이었다.

그제서야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동네에서 보던 달동네 같은 느낌이었다. 통나무들로 이루어진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는데, 청호는 이상함을 느꼈다.


“왜?”

“성체 여우가 없어. 방금도 그랬고. 왜 그렇지? 여우들은 ”

“그게 어때서? 다들 어디 나간 거 아냐?”

“어디 나갔다 하더라도 이렇게나 어린 애들을 내버려두고 자리를 비울 리가 없어. 특히 여우는 가족애가 강하기로 유명한데···”


청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러면, 아까 그 녀석들에게 물어보면 어때? 이름이··· 호미랬나?”

“그런 녀석들에게 물어봤다가 봉변 당한다.”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왜 이렇게 날이 서 있어?”

“······있어.”


똥씹은 표정. 청호는 고개를 돌린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강준혁은 이마를 짚고 마을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 뒤에서 청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뭐야? 누구세요?”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어린 여우들에게 이름을 대고 마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청호가 으름장을 놓던 것과 달리 별다른 몸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뒤늦게 뒤따라온 청호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아무래도 결계가 약해져 있나봐. 원래 하던 성체 여우들이 없어졌는데 어린아이들이 결계를 치기는 매우 어렵지.”

“뭐야? 여긴 왜 또 기어 들어왔어? 드디어 간댕이가 부었나 봐? 내가 두 번은 없다고 했지?!”


저 멀리서 방금 보았던 호미가 어린 여우들을 모두 건물 안으로 피신시키고 앞으로 나섰다. 강준혁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너, 여기서 최고로 나이 많지?”

“···그런 걸 왜 물어보냐?”

“궁금해서. 여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른 여우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너 같은 어린 여우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됐고, 너네한테 하나도 알려줄 건 없으니 꺼져.”


호미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휘휘 손을 내저었다. 강준혁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혹시, 너네들밖에 안 남은 것 아니냐? 어른들은 어떠한 이유로 이곳을 비우게 됐고, 그래서 너희만 남은 거지.”

“그런 걸 지금 내 앞에서 씨부리는 이유가 뭐지? 너도 어차피···”


강준혁의 말을 무시한 채 호미는 온 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공기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피부를 타고 흘렀다.

청호는 곧바로 구름을 꺼냈고, 강준혁의 등 뒤에서는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니! 지금 나는 싸우자고 여기에 들어온 게 아니야! 무슨 일 있는 건가 싶어 그걸 물어보기 위해 왔다고!!”

“···꺼져라.”


결국 마을 바깥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완벽한 축객령이었다.


청호는 물러나며 혹여나 누가 뒤따라오는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고, 강준혁은 진이 빠져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결국 하룻밤을 묵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청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무슨 생각으로 그 마을에 들어간 거야?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그, 그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당연하지! 너 방금 적진으로 단신침투한 거야!! 거기 성체 한 마리라도 있었으면 넌 그대로 죽었어!”

“그, 그 정도야···?”

“그래,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왜 내 말 안 듣고 멋대로 들어간 거야?”

“어린 애들만 있는 거라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래서 혹시 가능하면 도와줄까 했지.”


청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도와주러 간 것이라니.


“잘 들어. 우리들은 지금 뭘 하러 왔어?”

“그야··· 용의 협곡으로 수련하러···”

“그렇지? 그런데 지금 저 여우들을 도와주면 우리의 수련은 어떻게 될까?”

“음······”

“안된단 말이야! 수련이니 뭐니 그 시간을 전부 쟤네한테 뺏길 셈이야? 그것도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저 녀석들에게?”


청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무 위의 과일을 따먹었다. 생긴 걸 보아하니 복숭아 같았다.


“우리의 우선 목표는 수련을 마치고 도깨비 왕께서 부탁하신 의뢰를 처리하러 가는 거야. 알았어? 저 여우들은 나중에 도와줘도 돼.”


강준혁은 잔소리를 들으며 마치 집의 엄마가 생각나는 기분이었다. 어느 녀석이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잔소리를 하던가.

나이는 150살이라더니 나이의 짬밥이 있는 것일까 싶었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 곧바로 움직였다. 강준혁이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볼 때마다 청호의 불같은 잔소리가 시작됐다.

나중에는 강준혁도 지쳤는지 터덜터덜 걸으며 주변 자연을 만끽했다.


“그러면, 용의 협곡은 누굴 쓰러트리고 그렇게 하는 건가?”

“그건 나도 모르지. 나도 여기 들어온 건 처음인걸?”

“그러면 일단 아까 그 절벽을 다시 기어올라가는 걸로 해볼···”


아니지. 떨어진 게 한참이었는데 그걸 다시 등반한다고? 절대 있을 수 없다.

클라이밍 선수라도 그건 힘들 것이다. 강준혁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깐. 앞에 뭐가 있어.”


청호의 신호에 둘은 몸을 낮췄다. 이제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을 잡은 듯했다.


“저건··· 뭐야?”


나무 건너편 탁 트인 공터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강준혁은 그게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청호도 강준혁과 너머를 번갈아보며 머리를 굴리더니 무언갈 깨달은 듯 눈이 번쩍 뜨였다.


“저, 저게 왜···?”

“저 너머 우리에서 강한 요기가 느껴져. 그리고 들리지? 이건 여우 울음소리야.”

“그럼 저 녀석이 아까 그 마을에서 어른 여우들을??”

“그렇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 그나저나 저게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군.”


청호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굴려보았지만 전혀 짐작가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할 거야?”

“뭐가?”

“지금 눈앞에서 저런 걸 보았는데, 너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거야.”

“···그야 당연히 저지해야지. 나는 저런 꼴 못 봐.”

“그럼 결정이네.”


강준혁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청호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쿠헤헤헤, 이 녀석들의 가죽을 전부 벗겨서 팔면··· 나도 이제 부자가 되는 거지!!”


수풀 너머의 주황빛 도깨비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며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을 둘러보며 질이 좋은 녀석들을 미리 골라내고 있었다.


“쟤랑 쟤는··· 건강이 안 좋나 왜 이렇게 푸석푸석하지? 그래도 여우 가죽인데 얼마든지 살 녀석들은 있으니··· 크흐흐흐.”


군침을 흘리던 녀석은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았다.


“누구냐?!”

“그러는 너야말로, 누구냐? 내가 아는 얼굴은 아닌데.”

“도깨비 왕국에서 보냈냐!?”

“뭐, 비슷한 거지. 그나저나, 너 이름이 뭐냐?”


청호는 구름을 둘렀다. 주황빛 도깨비는 청호를 한 번 훑어보더니 이내 조소를 흘렸다.


“뭐야, 도깨비 왕국에서 보낸 녀석이 어린 도깨비야? 난 일반 도깨비인데?”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말을 못 알아먹지는 않을 텐데.”

“내 이름은 황염!! 이제 350년을 살은 도깨비님이시다! 어린 도깨비가 뭘 할 수 있다고 덤비는 게야?!”


황염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찰랑거리며 빛을 반사했다. 머리에서 솟아나온 뿔은 주먹만 했고, 붉은 눈동자는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듯 요란하게 꿈틀거렸다.


“강준혁, 이번엔 나서지 마.”

“왜?! 같이 싸워야 훨씬···”

“이건 내 잘못이야. 저런 도깨비가 이런 짓을 벌인다는 건 도깨비들의 수치야. 그리고 나, 경계지대에서 근무하던 도깨비야. 걱정 푹 놓으라고.”

“···온다!”


황염은 둘이 대화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양 손에 오렌지 빛 불꽃을 두르고는 육중한 몸으로 돌진했다.


“넌 물러나 있어!”


두 도깨비의 주먹이 부딪혔다. 나무가 비명을 지르고 돌이 몸을 떨었다.


“쿠헤헤헤!! 너도 어디 좋은 데 팔아주지!!”

“내가 너 같은 놈들을 한 두 번 잡아본 줄 아냐?! 너 오늘 잘못 걸렸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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