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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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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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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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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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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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한소리의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듯 딩하고 울렸다.

눈앞이 일그러졌고, 머릿속은 멀미라도 난 것처럼 뒤죽박죽 갈피를 잡지 못했다.

쏟아지는 어지럼증에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이게 무슨···!!”

“뭐긴, 류를 소리에 실어 방출한 거지. 소리는 진동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걸 너희 귀에 직접 때려버리면 반고리관 내 림프액이 출렁거리게 되고, 그게 결국 어지럼증과 멀미가 되는 거지. 하지만 이건 아직 약과라고?”


한소리는 통쾌한 듯 깔깔 웃더니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강준혁은 재빨리 귀를 틀어막았고, 청호와 호미도 강준혁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오, 제법 머리는 돌아가는 모양이네? 그럼 이건 어때?”


한소리가 다시 숨을 들이마실 때,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난 강준혁.

계속 제자리에 앉아있어 봤자 공격만 무자비하게 당할 뿐이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몸을 던져보았지만 한소리에겐 닿을 수 없었다.

강준혁이 다가가는 만큼 한소리도 뒤로 물러나기만 하면 됐기에.


그리고 한소리도 물러나며 계속해서 소리를 방출했다.

계속되는 공격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은 법.

결국 얼마 가지도 못하고 강준혁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뭐야, 생각이 조금 있을 줄 알았더니 블러핑이었어? 놀래라~.”

“젠장할···”


가까스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도 마찬가지였다.

청호도 호미도 바닥에 주저앉아있었고 머리를 부여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건 같았다.

그 모습에 한소리가 강준혁 가까이까지 다가와 그의 턱을 잡아당겼다.


“이리 괜찮은 사내가 말이야··· 얘는··· 어쩌면 좋을까?”

“웃기지마!! 너 원하는 대로 될 거 같아?”


강하게 뿌리치는 팔을 피하며 웃는 한소리.

그 웃음에는 여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내 장난감이 된 녀석들 중에서도 너처럼 기가 쎈 녀석이 몇몇 있었지. 그런 녀석들 머리를 조금 만져주니까 알아서 바닥을 빌빌 기던데? 너는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 번 볼까? 결국 결과는 같을 테지만 말이야~.”


그리 말하며 소리를 방출했다.

방금과는 다른 규격의 소리.

온 몸에서 닭살이 돋아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억누르며 귀를 틀어막았다.


“흐응~. 결국 소리니 귀를 틀어막으면 되겠다는 발상인가? 나쁘지 않네. 하지만 말이야···”


숨을 들이마신 한소리는 이번엔 류를 한 곳에 집중시켜 방출했다.

마치 만화에서나 보던 기술.

브레스와 매우 흡사했다.


강준혁은 깜짝 놀라 바닥을 구르며 피했다.

순식간에 날아온 브레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한소리는 강준혁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움직임 괜찮은데? 지금까지 다리가 풀린 녀석들 중에 브레스를 피한 녀석은 한 번도 없었거든.”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놈이라니, 보면 알다시피 놈이 아니라 년인걸. 그리고, 방금 이야기 하지 않았어? 처녀귀신이라고.”

“지금 그걸 묻는 거 같냐?”


되도 않는 말장난에 강준혁은 순간 김이 샐 뻔했지만, 적을 앞에 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강준혁의 뒤로 청호와 호미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 방금은 진짜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긴 했어 근데.”

“저 기지배 때려잡을 방법은 있어? 소리라니, 정말 취향 별로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아직은 모르겠어. 청호나 호미 네가 원거리로 공격해보는 건 어때? 나는 접근전밖에 되지 않아서.”


청호와 호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강준혁의 앞에 섰다.

그 모습에 강준혁은 대사부와 훈련하던 때가 떠올랐다.


류를 다루는 훈련에 한참 매진하고 있을 때.

강준혁이 류를 느끼고 조금씩 몸 바깥으로 꺼내기 시작할 때다.

대사부는 강준혁의 류에 만족한다는 듯 박수를 치며 다가왔고, 강준혁은 흠뻑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싱긋 웃었다.


“류를 바깥으로 꺼낸다는 게 무엇인지 알겠느냐?”

“네.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래도 바깥으로 꺼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하나의 구멍을 뚫게 되면 나머지는 댐에 구멍이 나듯 폭포수를 이루게 되지.”


대사부의 칭찬에 강준혁은 배시시 웃었다.

대사부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도 이론적인 것은 알고 있는 것이 좋으니. 청호를 불러 앞마당으로 오거라.”

“네.”


마침 청호도 류를 다루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구름을 처음부터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류를 활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대사부가 보았을 때 상당히 불필요한 버릇들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듯 하다.

그걸 고친다고 몇 날며칠을 앉아 수련하던 청호도 강준혁을 오랜만에 만나자 반갑다는 얼굴로 냅다 몸을 던졌다.


“강준혁 오랜만이야!! 수련은 어때?”

“나는 뭐 이제 류 끄집어 내는 거 성공한 참이지. 너는 어때?”

“어휴, 쉽지 않아. 버릇 고친다고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하는데, 백 년 가까이 해온 짓을 안 하는 게 어디 쉽나. 그래도 꽤 많이 고친 것 같아.”

“성과가 보여서 다행이네. 지금 대사부가 너랑 나랑 같이 앞마당으로 오라고 하시더라. 이론적인 뭐시기를 한다고.”

“이론적인? 앞마당에서?”


궁금해하는 청호와 함께 간 앞마당에는 대사부가 뒷짐을 지고 구름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옆에 커다란 바위가 3개 보였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다.

둘이 허리를 숙이며 다가오자 대사부는 괜찮다며 자리에 편히 앉으라 권했다.

자리에 앉은 둘을 번갈아보던 대사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류의 성질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겠다. 이건 들어본 적이 있나?”


둘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 청호가 류를 사용할 줄 안다며 큰소리를 치던 것이 생각났다.

결국 대사부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고 조용히 수련을 시작했지만 말이다.

대사부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과 사람의 성질이 다르듯 류도 각자의 성질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만큼 다양하지는 않고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지.”


대사부는 류를 직접 손에 둘렀다.

본인들이 훈련하고 있는 경지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둘에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손에 둘러진 류는 엄청난 스파크를 튀기며 주먹에 집중되었다.

마치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강화형이다. 강화형은 류를 몸이나 무기에 둘러 한 층 더 강하게 해주는 성질이지.”


그리고 눈앞의 바위를 하나 내리찍자 바위가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입이 떡 벌어진 둘을 보며 대사부는 말했다.


“이렇게 신체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주는 녀석이다. 지금은 주먹으로 보여줬지만, 무기를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무기에 둘러도 좋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번엔 똑같이 류를 주먹에 둘러 자신의 다리에 내리쳤다.

둘은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지만, 대사부의 다리에도 류가 둘러져 있었다.


“이렇게 신체나 갑옷에 두른다면 그만큼의 방어력도 크게 증가하지. 원래 몸으로는 가루가 되는 것도 류를 적절히 두를 줄 안다면 피해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그, 그럼 그걸 얼마나 할 수 있는 거죠?”

“좋은 질문이다. 지속 시간에 대해서도 궁금할 텐데, 이것은 나중에 얘기할 다른 2가지보다 류의 소모량이 극히 적다. 때문에 훈련만 한다면 하루 종일 두르고 다닐 수도 있지.”

“하, 하루종일이요?”

“그래. 앞으로 너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강한 자들을 만나게 될 거다. 그런 친구들은 모두 류의 활용방법에 대해선 너희들보다 훨씬 빠삭하게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명심하거라.”


대사부의 조언에 둘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강준혁!! 정신 안 차려?”


호미의 외침에 일순 정신줄을 허겁지겁 붙잡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소리의 브레스가 눈앞에 와있었고, 강준혁을 챙기지 못한 둘과 눈이 마주쳤다.

젠장.

시야를 한 줄기 섬광이 덮쳤다.


“강준혁!!”


호미의 외침인가? 누구지?

귀에서 강하게 울리는 이명이 들려오는 목소리를 묻었다.

청각이 돌아온 것은 쓰러져 있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다.

섬광을 맞기 직전 온 몸에 류를 둘러 그나마 이 정도였지, 맨몸으로 맞았다면 두 번 다시 소리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괜찮아? 정통으로 맞았는데?”

“어떻게든 괜찮아.”


청호가 곧바로 달려와 강준혁을 부축했고, 걱정스런 얼굴로 달려오던 호미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옷이 전부 찢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청호가 한마디를 건넨 이후였다.


“너, 그런 취향이었구나. 난 다 이해해.”

“어? 어?? 아냐!! 아냐, 아냐!!”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져 이마를 짚는데 한소리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얼굴은 어느 중세시대의 명화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너, 어떻게 멀쩡한 거야? 지금까지 이걸 맞은 놈들은 멀쩡한 녀석이 없었는데? 특히 정통으로 맞은 놈들 중에서는!”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다.”


한소리의 브레스는 생각 외로 통증은 없었다.

소리를 이용한 공격이라 그런지 옷이 찢겨나가거나 그런 건 있었지만, 귀를 제외한 곳에는 별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고 나서야 혼자서 설 수 있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한소리를 눈앞에 두고 강준혁은 머리를 굴렸다.

한소리의 공격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

소리는 진동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진공상태가 아니라면 녀석의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

무턱대고 공격하는 것도 안된다. 다가가기도 전에 녀석의 공격이 먼저 덮쳐온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쳤다.

청호가 씨익 웃으며 서 있었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끔 보면 혼자서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는 좋은데, 너무 혼자서 해결하려 하는 거 같아. 옆에 우리도 있다고.”


그 말을 듣는 척도 안 하며 계속 머리를 굴리는 강준혁이었지만, 그의 생각에는 한 줄기 빛이 내려온 기분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다!!”

“어?? 어어··· 그래!”


갑작스럽게 팔이 붙잡힌 청호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후 강준혁의 작전을 들은 청호는 처음에는 코를 긁적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인데?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네 머리통이 장식은 아니었나 봐?”

“호미야, 사람이 열심히 생각해낸 건데 그렇게 이야기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냐···”

“나는 좋은데? 일단 시험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내가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닌데. 누가 싫다고 그러디?”

“에휴, 그래. 일단 말해준 작전이나 한 번 써보자.”


강준혁과 호미가 앞에 섰고 그 뒤에 청호가 자리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얘는 정말 세상을 속고만 살았나, 일단 해보자는 거지 이게 정답이라고는 말 안 했어.”

“그래. 일단 해보자.”


강준혁이 신호를 주는 것과 동시에 청호가 낮고 짙은 구름을 동굴 안에 깔기 시작했다.

점점 차오르는 구름에 동굴 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강준혁과 호미는 신형을 감췄다.


한소리는 짙은 구름 속에 파묻히자 일단 되는 곳에 브레스를 난사했다.

벽과 천장 등에 맞으며 석순이 부서지고, 동굴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젠장, 잘못하다가는 아예 무너지겠는데.”


지금 자리한 동굴은 석회암 동굴.

그만큼 잘 녹고 다른 동굴에 비해 더 잘 부서진다.

그런 곳이기에 한소리는 이곳에서의 브레스를 최대한 아꼈다.

하지만 브레스를 써야 하는 상황이 왔고, 상대는 그걸 맞고도 멀쩡하다.


어떻게 해야하나 이리저리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깜짝 놀란 한소리는 곧바로 소리를 발산했지만, 그림자는 멈추지 않고 한소리를 덮쳤다.

청호가 구름으로 잠재운 자신의 장난감 중 하나였다.


그 위로 두 개의 그림자가 더 보이더니, 자신의 얼굴 양 옆에 이글거리는 칼날과 살벌하게 류를 내뿜고 있는 몽둥이가 나란히 꽂혔다.

그 중 여우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딱 대라. 기지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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