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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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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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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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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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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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강준혁은 왕의 질문에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인간이냐니, 인간이지. 왕도 인간 처음 보나?


“네, 맞습니다.”

“음··· 그래.”


왕은 턱을 몇 번 쓰다듬으면서도 계속해서 강준혁을 쳐다보았다.


“죄송한데, 그렇게 쳐다보시면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음··· 그래.”


손을 들어 미안하다 하면서도 끝까지 시선을 놓지 않았다.


“청호.”

“네, 왕님.”

“이 친구는 네가 데려온 거냐?”

“어··· 그건 아니고 저기 마법의 숲에서 만났습니다.”

“···마법의 숲에서? 출입 가능 장소에서는 웬만한 존재가 출현하지 않을 텐데.”


왕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청호는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알고 있었는데, 왜인지 거기서 만났어요. 근처 출입금지 결계는 멀쩡했는데 말이예요.”

“그렇다면 저 친구는···”

“인계에서 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인계에서···”


왕은 다시 한 번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청호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강준혁은 마치 동물원에 갇혀있는 원숭이가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저도 신기해요. 인간이라는 걸 책에서나 봤지 실제로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음···”

“저기.. 제 말도 들어주실래요?”


강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왕은 강준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그··· 제가 인간인 게 그렇게 신기한가요?”


강준혁은 말을 꺼내놓고 심장이 벌렁거려 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왕은 그런 강준혁의 대답에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아닐세. 그저 궁금했던 것 뿐이네.”


왕은 그리 말하고 왕좌를 두드려 비서를 불렀다. 외알 안경을 쓴 도깨비 비서가 들어오자 왕은 청호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


“이 친구가 마법의 숲에 갔다가 만났다고 하는데, 마법의 숲 진입금지 결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보고서 올리도록. 그리고 이거 관련해서 약속 잡아놓았나?”

“모레 오후 2시에 만남을 잡아놓았습니다.”

“그거 전부 취소시켜.”

“···명을 받들겠습니다.”


비서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방을 빠져나온 비서를 향해 귀를 쫑긋 세우는 집사와 메이드가 몇 있었지만, 차가운 눈빛에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방금 비서 분 당황한 눈빛이던데, 괜찮은 겁니까?”


강준혁이 조심스레 꺼낸 질문에 왕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괜찮다. 네가 신경쓸 게 아니다.”

“다른 나라와 약속 잡힌 게 아니예요?”

“걱정 마라. 내 결정이니 무어라 토를 다는 녀석들은 없을 거다. 그리고···”


왕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거대한 거구가 몸을 숙이니 그 위압감에 강준혁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뭐, 뭔가요?”

“···아니다. 됐다.”

“네?”

“됐다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애매모호한 왕의 반응에 조금 짜증이 밀려오려고 할 때, 방금 나갔던 비서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뭐냐, 왜 급하게 들어와?”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무기가 도난당했다고 합니다.”

“무기? 무슨 무긴데 그래?”

“···천뢰검입니다.”


검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옥좌의 팔걸이에 금이 가 있었다.


“그걸 누가 훔쳐갔나?”

“지금 조사중입니다. 박물관 측에도 연락해보았지만 전혀 잡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당장 그 박물관 책임자들 불러내서 대책안과 보상안 강구하고, 자네는 최대한 뒷조사좀 하게. 그게 지금 어떤 건줄 알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왕의 이마 주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너희들, 내가 좋은 제안을 하겠다.”

“···네···”


방금까지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목소리가 목구멍 사이를 힘껏 비집고 나왔다. 왕은 미간을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상황은 들었을 것이다. 지금 박물관의 무기가 하나 도난당했다고 한다. 그걸 되찾아와 준다면 정말 큰 사례를 약속하지.”

“아니 전···”


강준혁은 이곳에 온 이유가 퇴색될까 두려웠다. 당장에라도 할머니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문제가 있나?”

“제가 이곳에 온 건 제 할머니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제안은 감사하나, 저에게는 이것이 더욱 급하다고 사료됩니다.”


예전 티비에서 흘러나오던 사극 대사를 어떻게든 따라하며 얼버무렸다.

왕은 강준혁을 내려다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자네가 이 일을 도와준다 약속하면, 나도 자네의 일을 도와주겠다 약속하겠네. 어떤가?”

“······”


예상 외의 반응이었다.

귀계라는 곳도 처음 왔고, 할머니가 귀계에 있을 것이라 추측만 할 뿐, 정작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비유하자면 실종된 부모님이 미국에 있다고 추측되어 미국에 가고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나도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 50개 주를 전부 돌며 찾는 것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수월함에서부터 차이가 컸다.


“좋다고 생각하네만. 우리도 급한 일이고, 자네도 급한 일이니 서로 상부상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세.”


왕은 강준혁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첨언했다. 그 정도로 왕은 누구에게라도 손을 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빈말로 하는 건 아닐세. 자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네.”


강준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의 지원이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 말, 지키시지요.”

“왕이 한 입으로 두말한다면 그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왕은 다시 팔걸이를 두드려 비서를 불렀다.

비서는 진땀을 잔뜩 흘린 채 들어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훈련장은 열려 있나?”

“오늘은 정기 휴일이기 때문에 장비 점검 중에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조금 써야할 것 같은데, 어디가 좋으려나.”


왕의 의도를 단박에 파악한 비서는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용의 협곡은 어떻겠습니까. 왕께서 훈련하시는 곳이니 더더욱 안성맞춤이라 사료되옵니다.”

“좋다만 이들이 그곳에서 버텨낼 수 있겠는가?”

“사자는 자고로 자신의 새끼를 키울 때 절벽에서 떨어뜨린다 하옵니다. 하물며 그런 사자와는 격 자체가 다르신 도깨비 왕께서 자제분들을 키우시고자 한다면 그런 것들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다고 사료되옵니다.”


비서의 훌륭한 세치 혀에 도깨비 왕은 흡족한 듯 웃었다.


“푸하하하!! 역시 자네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단 말이야!! 좋다!! 오늘 당장 진행하게!!”


서로를 마주보고 웃고 있는 왕과 비서를 보며 강준혁은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비서를 따라 간 곳은 어느 창고였다.


“창고? 여긴 왜 온 건지 물어봐도 됩니까?”

“왕께서 지원해주신다고 하셨기에 첫걸음으로 무기부터 지원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이후에 무기를 얻으러 가시는 것이지만 어떠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당신께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지급해드리는 겁니다. 이곳의 책임자와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편하게 둘러보시고 원하시는 무기를 집어보시지요.”


비서는 그리 말하고 뒷걸음질로 입구 옆에 섰다. 강준혁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창고를 둘러보았다.

검, 창, 활 등 여러가지 백병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청호야, 너는 뭘로 할 거야?”

“나? 나는 아직 어린 도깨비라 무기는 필요없어.”

“필요없다고?”


강준혁이 의아해하자 비서가 어느새 옆까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도깨비는 성장하게 되면 자신의 뿔이나 이빨로 무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깨비가 따로 무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흐으음··· 그렇군요. 그럼 저만 고르면 되는 건가요?”

“그렇죠. 시간은 넉넉히 드리니 편하게 둘러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나서서 준다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준혁은 창고 내를 한 바퀴 돌며 살펴보았다.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자 다시 비서가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강준혁은 한 가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무기를 다루지 못한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두 군대를 가는 것이 의무이지만, 강준혁은 아직 17살. 고등학교 1학년이 무기를 잡아본 적은 있을 리 만무.

하지만 이렇게 옆에서 비서가 눈을 빛내며 무기를 주겠다고 하는데, 안 고르는 것도 예의 없어 보여 마음속에서 두 가지 마음이 서로 싸움을 벌였다.


“아직 정하지 못해서, 한 바퀴 더 돌고 와도 될까요?”


비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어려보이는 인간이 이제 무기를 집으려고 하는 순간이다. 도깨비에게 있어서 무기를 고르는 것은 그야말로 사람이 돌잔치 때 무엇을 집을지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다.

도깨비는 성장하며 자신의 무기를 얻게 되는 날이 오는데, 그 때 각자의 성격에 따라 모두 다른 무기가 만들어진다. 설령 같은 류의 무기라 할지라도 그 생김새와 쓰임새는 천차만별.

그렇기에 비서는 인간이 어떤 무기를 집을지 마음속으로 고대하며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강준혁은 고민했다.

칼? 아냐. 칼은 오래 만지면 만질수록 손에 굳은살 배긴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수련할 자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날붙이는 위험하기도 하고.

창? 창··· 길어서 다루기 힘들 거 같은데···

활? 활은 어떨까? 활은··· 화살로 멀리서 쏘는 건데··· 잘못 맞추면 아군이 맞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흘러가며 둘러보는데 무언가가 발에 채였다.

무기가 제대로 정리가 안되고 넘어진 건가? 생각하며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적당한 길이의 몽둥이가 있었다.

어렸을 때 30cm 자를 칼처럼 갖고 놀며 이게 조금만 더 길었다면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놀랍게도 몽둥이는 생각했던 그 길이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강준혁은 그 몽둥이를 집어보고서는 곧바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저 이걸로 할게요.”

“그걸로요? 알겠습니다. 어디···”


비서는 그가 집어든 몽둥이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어디 있던가요?”

“이거요? 여기 바닥에 굴러다니던데···”

“음··· 이상하네요. 그런 건 창고에 취급하지 않는데···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이 창고는 백병기만 보관해놓는 곳이라서요. 그런데 다른 백병기보다 그게 더 마음에 드셨나요?”

“네. 저 이걸로 하고 싶습니다.”


가볍게 휘둘러보며 대답했다. 정말, 어렸을 때 마음속으로 그렸던 그 완벽한 길이가 맞다.

비서는 강준혁의 표정을 한 번 살피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걸로 보고 올리도록 하지요. 보고가 끝나면 곧바로 용의 협곡으로 출발할 것이니 떠날 채비를 모두 마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들어오실 때 큰 석상을 보셨을 겁니다. 그 앞에서 뵙는 걸로 하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 정말 그걸로 괜찮아?”


청호가 옆에서 다시 물어봤지만 강준혁은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청호도 방긋 웃었다.


“그래! 네가 좋다면 다 좋아!”


강준혁은 그 모습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 반려동물을 보는 기분. 이래서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나 싶었다.


“그럼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비서가 인사를 꾸벅 한 후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강준혁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금방 제자리를 되찾았다.

청호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창고 앞마당을 뽈래뽈래 뛰어다녔다.

강준혁은 몽둥이를 쥐고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 휘두를 때 붕붕 소리가 나는 걸 보니 그래도 호신용에는 적합할 것 같다.


“그거 근데 어떻게 쓰는 거야?”

“이거? 이건 몽둥이라고 해서 그냥 때리는 거야.”

“때린다고?”

“맞아. 칼이나 창은 베거나 찌르는데, 이건 그냥 때리는 거야. 무언갈 부수거나 할 때 칼이나 창보다 더 좋은 녀석이지.”


설명이 맞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강준혁은 일단 내뱉었다.


“정말?? 그런 굉장한 녀석이야?! 준혁이 대단한데?!”

“윽··· 그, 그런데 청호 너는 뭘 할 수 있어? 능력 같은 게 있는 거야?”

“능력?”

“아까 무기는 성장하면서 얻는 거라고 했잖아. 그럼 그 전까지는 뭘로 싸우는 건가 싶어서.”

“아하, 그런 이야기였구나?”


청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당당하게 강준혁의 앞에 섰다. 무언가 손에 기운을 모으는 듯 하더니, 뽕! 하고 하얀 구름이 나타났다.


“짠!! 어때?! 이게 바로 내 능력이다 이 말이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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