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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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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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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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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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교무실의 분위기는 이상했다.

문 밖에는 학생들이 희귀한 동물을 보러 온 듯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경찰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내가 마치 범인인 것 마냥,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경찰은 주변을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범인으로 추정되고 그런 건 절대 아니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그러면 이렇게 학교까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따로 찾아오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미안. 너에게도 알려야 하는 상황이 있어서 그래.”


준혁의 언짢은 표정에 경찰은 싱긋 웃어보이고는 핸드폰을 꺼내 한 인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거, 아는 사람이니?”

“그럼요. 저희 할머니신 걸요.”

“그래, 알겠다. 고마워.”


경찰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깍지를 끼며 말했다.


“본론부터 말할게. 너희 할머니, 실종되셨어.”


교무실 어딘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교무실 문 바깥은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수학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두 쫓아내고 나서야 겨우 조용해졌다.


“김수진 학생 일을 조사하면서 혹시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었나 조사하던 중에 같은 이유로 실종되신 분이 너희 할머니셨어. 혹시···”


경찰은 잠시 말을 멈췄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동요.

박준현 경사는 경찰 지구대 내에서도 유능하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실종 조사를 하는데 인적 확인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 강준혁의 가족 관계 사실은 알고 있다.

그의 부모가 예전부터 실종 상태라는 것도.

혹시나 싶어 그의 부모 실종을 조사해보았지만 CCTV가 폐기되어 버려 이제는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저희 할머니가 실종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강준혁은 경찰을 직시하며 물었다.

누구를 만나러 다녀오겠다며 나간 할머니가 실종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박준현은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하며 대답했다.


“누가 그런 건 아닌데, 근처 CCTV 조사 중에 너희 할머니가 뒷산 근처에서 사라지셨거든. 지금쯤이면 경찰들이 뒷산을 뒤지고 있을 거야. 금방 좋은 소식 있을 거야.”

“······”


입을 다문 모습에 더 이상 대화는 어렵겠다 판단한 박준현은 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내 명함이야. 핸드폰 번호랑 이메일이랑 다 있으니까, 편하게 연락 줘.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해볼 테니까.”


시계를 보며 교무실을 빠져나간 직후,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갔다.

강준혁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교시를 시작하는 종이 울렸지만, 그 누구도 강준혁에게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준혁이 반으로 돌아온 건 그로부터 10분 뒤였다.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난 상태였지만 강준혁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시선들만 있었다.


“야, 강준혁.”


쉬는 시간에 강준혁 앞에 선 조성민이 내려다보며 불러보았지만 강준혁은 무표정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야, 이 새X야. 니가 내 여친 숨겼지? 니가 김수진 납치했지!?”

“야, 야. 지금 쟤···”

“니 지금 얘 편드냐? 니 새X도 쟤랑 똑같이 학교생활 재밌게 만들어 줘?!”


주변의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키자 조성민은 강준혁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방금 경찰이 너 왜 불렀어? 니가 김수진 실종에 대해 의심가는 용의자라서 그런 거 아니야?! 어!?”


앉아있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웃긴 장면이었다. 하지만 조성민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침묵했다.


“말 안 해?!”

“···그런 거 아냐. 그리고 나 지금 기분 별로니 조금 내버려 줄래? 그리고 니가 말하는 김수민이니 뭐니 하는 애, 난 몰라.”

“거짓말 마!! 니가···”


조성민의 오른손이 올라가다 멈췄다.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더니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와 동시에 이지훈이 반에 들어왔다.


“뭐야? 쟤 뭐하는데 니 멱살을···”

이지훈은 강준혁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곧바로 표정이 돌변하더니 반을 박차고 뛰쳐 나갔다.


조성민은 얼마 못 가 이지훈에게 붙잡혔다. 이지훈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너 쟤한테 기어이 손댔냐?? 너 내가 저번에 했던 말 잊었냐?? 분명히 애 건드리지 말라 했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

예전부터 이지훈은 조성민이 강준혁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를 따로 불러내 단단히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그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조성민은 갓 잡아올린 활어처럼 두 다리를 파닥거렸다.


“아냐!! 진짜 아냐!! 나 걔 오늘 건든 적 없어!!”

“xx하네!! 쟤가 그러면 왜 울고 있냐?! 니가 울려놓고 도망간 주제에 미안하다고나 할 것이지!!”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성량에 놀란 학생들이 두더지처럼 하나 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는 두 사람을 뜯어말리려 다가오는 학생들도 몇 있었다.


“진짜 아니라니까?! 본인한테 물어봐!!”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다 봤는데 물어보긴 뭘 물어봐?! 끝까지 니 아니라고 우길 셈이야?? 너 지금까지 강준혁 괴롭힌 거 모르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어!!”

“···지훈.”


그 목소리에 성난 황소처럼 당장에라도 들이받아버릴 것 같던 이지훈은 곧바로 고개를 틀었다. 눈가가 새빨개진 강준혁이었다.


“쟤 말이 맞아. 쟤가 괴롭혀서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놔줘.”


그제서야 주변의 시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잔뜩 겁에 질려 떨고 있는 학생들, 말리러 나온 선생님.

이지훈은 조성민과 강준혁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가자.”


이지훈과 강준혁이 자리를 벗어나고 나서야 조성민은 호흡을 진정시켰다.


“조성민.”

“···네?”


담임 선생님이었다. 왜인지 이번에는 이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방금 지훈이가 했던 얘기, 다 사실이니?”

“뭐, 뭐가요?”


그 대답에 담임 선생님은 이마를 짚었다. 조성민은 속으로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늘 학교 끝나고 교무실로 오렴. 이야기를 좀 해보자.”


그리 말하고 돌아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무어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혼자 남겨진 조성민은 힘없이 걸터앉아 있을 뿐이었다.


한편, 이지훈은 강준혁의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주변 여자아이들이 모여 수군대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방금,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설명 좀 해줄래? 조성민 걔가 널 괴롭힌 게 아니라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강준혁. 이지훈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잘못 짚어버린 꼴이 되었다. 방금 오면서 보니 선생님이 조성민한테 다가가던데, 잘못하면 오늘 선생님한테 불려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줘. 들어볼게.”

“음··· 그러면 일단 걔가 날 괴롭히지 않았다는 건 알겠어?”

“···그래. 알겠어.”

“오늘 아침 조례시간에 우리 반에 경찰 한 분이 오셨어. 조성민 여자친구가 실종이 되었다면서 말이야.”

“······.응.”

“그리고 그 뒤에 한 번 더 오셔서 나를 불러내셨어.”

“그 경찰관이?”


강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지훈은 머릿속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경찰관이 뭐랬는데?”

"실종사건에 우리 할머니도 포함이 되어있대.”

“너희 할머니?! 너희 할머니께서 왜?!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젠데?”

“몰라. 며칠 되긴 했는데, 나는 그런 건지 몰랐지.”


이지훈은 이마를 짚었다. 설마 울 던 이유가 그거였을 줄이야.


“그러면 너 우리 집 와라. 와서 지내.”

“아냐. 너희 집에 무슨 면목으로 들어가냐. 혼자서 지내온 시간이 얼만데. 괜찮아.”


강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친한 친구이니만큼 더욱이 녀석에게 짐을 지어주고 싶지 않았다.

물론 녀석의 마음은 이해한다.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리 이야기를 한 거겠지.

하지만 내심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에 익숙치 않은 것도 한몫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을 꺼려했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이지훈은 단호한 강준혁의 반응에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해. 알았지? 혼자 또 무리하지 말고.”

“알았어. 고마워.”


명랑하게 울리는 가야금 소리에도 이지훈은 걱정하는 얼굴로 쉽게 반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강준혁이 반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강준혁은 자리로 돌아오면서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후의 수업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할머니 혼자 집안일 하는 게 안타까워 도와드렸던 게 도움이 되었다.


집안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창고로 향했다.

마음속에 걸리던 것이 있어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찾았다.”




저번 보았던 그 책. 그 책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할머니가 돌아오신다면 여쭤보는 것으로 하자.

“....."

강준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한두번 넘기니 이제 먼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번에 보았던 도깨비를 볼 수 있다는 내용 뒷장부터 보았다.


- 도깨비들과 귀신이 사는 곳은 ‘귀계’라고 불리며, 인간들이 사는 곳은 ‘인계’라고 부른다. 귀계는 귀계의 존재들만 드나들 수 있으며, 인계의 존재가 귀계에 들어오려면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특수한 조건? 귀계에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


- 귀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귀계의 존재가 인계의 존재를 직접 데리고 오는 수밖에 없다.


귀계의 존재가 인계의 존재를 직접 데리고? 도깨비들과 귀신들이 직접?

과거 어렸을 때 보았던 동화책에 사신이 직접 수명이 다한 사람을 데리러 오는 그림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결국 죽어야 한다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짜다 두통이 느껴져 방으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계시던 방에 들어가 샅샅이 방을 뒤져보았다. 과거 할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들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대책없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할머니의 화장대 서랍 안에 오래되어 보이는 빛바랜 서적이 한 권 나왔다.


“이건···”


서적에는 방금 다른 책에서 보았던 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초승달부터 그믐달까지의 과정이 포물선을 따라 그려져 있었고, 달이 가려진 삭 부분에는 추가 설명이 붙어있었다.


그 뒷장에는 할머니가 어렸을 때 이야기해주셨던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들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음기가··· 제일 강해진다고?”


음기와 양기는 평소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넘어온 그저 하나의 이론일 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이 있었다 같은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런 음과 양의 정확한 수치를 표기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은 그저 하나의 가설로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중국에서 넘어온 거라고 하기에는 명확한 한글 표기에 중국어를 번역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강준혁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지훈이었다.


“응, 지훈이 왜?”

“어, 너 지금 어디야? 저녁거리 좀 챙겨왔는데. 혹시 창고야?”

“아니, 나 지금 집 안. 창고는 방금까지 있었지.”

“웬일이냐? 창고에 있는 줄 알고 창고 앞에 서 있었는데. 알았다~.”


전화가 끊기고 얼마 있지 않아 현관 벨이 울렸다.

이지훈은 들어오자마자 현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야~. 여기 들어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기분은 좀 괜찮아?”

“응. 이제 좀 괜찮아.”

“다행이네. 뭐 하고 있었어?”


이지훈은 강준혁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며 물었다. 이지훈이 우리 집에 들어온 건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


“책 좀 읽고 있었어. 창고 안에서 내가 모르는 책이 하나 있더라고.”

“그래? 거길 니가 쓴 게 몇 년인데 처음 보는 책이 나왔어? 할머님께서 꽁꽁 숨겨놓으신 책인가?”


강준혁이 처음으로 소개해준 자신만의 장소. 힘들 때나 기운이 없을 때 항상 그곳에 들어가 홀로 마음 정리를 했다는 걸 이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


순간 강준혁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고 지나갔다.


“그래!! 그거야!! 왜 그걸 생각 못했을까?!”

“엥?! 뭐가?? 뭐가 말인데??”

“이야, 고마워!! 진짜!! 덕분에 궁금했던 게 풀렸어!!”


강준혁은 이지훈의 손을 덥썩 붙잡고 흔들어댔다. 뭔지 모르는 이지훈은 눈을 끔뻑끔뻑 거리며 강준혁을 쳐다볼 뿐이었다.


강준혁은 곧바로 거실을 박차고 할머니 방에 있던 노트를 들고 나왔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 자주 해주시던 이야기가 이곳에서 나온 거라면?


“뭐하는 거야?”

“할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알 것 같아.”

“정말? 어디로 가셨는데?”


정신없이 책을 넘기니 원하던 글귀가 적혀져 있는 것을 보았다.


- 인계에서 귀계로 가는 방법.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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