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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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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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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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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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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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타국과 접촉을 시도하였지만 그쪽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상한 인물을 발견한다면 곧바로 알려주겠다 약속을 받아왔습니다.”

“그래? 하아···”


도깨비 왕은 이마를 감쌌다.

인계에서 온 자를 보내고 석 달이 지났다. 답답한 마음에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모두 해보았다. 온 나라에 공고를 올리고, 타국과도 접촉하여 도움을 요청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국내에서는 의심되는 그림자조차 발견되지 않았고, 타국에서도 협력을 약속했지만 도저히 믿을 만한 것들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나설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해보았지만 주변 신하들의 만류로 그러지 않았다.

이런 일로 함부로 움직이다 나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만큼 국왕의 심기도 불편해지기는 마찬가지.


“이쪽 관계자들은 어떻게 했지?”

“문화재청의 장관을 갈아치웠습니다. 전 장관은 현재 수감 중입니다.”

“그 장관에게서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나?”

“팔다리를 못 쓰기 직전까지 고문을 가해보았습니다만,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 말 못한다 같은 소리도 나오지 않았나?”

“그런 말은 커녕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더군요. 정말 모르는 눈빛이었습니다.”


왕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생각한 왕은 턱을 손에 걸친 채 말했다.


“도깨비 부대를 부르게.”


한편, 호미와 금돼지는 서로 피튀기는 싸움이 마무리된 듯 보였다.

호미와 금돼지 둘 다 거친 숨을 골랐고, 둘 다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운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여우, 하나만 묻자.”

“뭔데?”

“우리 왜 싸우고 있더라?”

“니가 먼저 시비 털어서. 기억도 이제 안 나나?”


그 말에 금돼지가 웃으며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시비 털었으면 끝까지 가야지? 수컷이 돼서 강약약강인 건 아니겠지?”

“하, 이게 진짜···”


금돼지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호미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안 일어나?”

“안돼. 항복하겠다. 이 이상은 서로 힘들어.”

“싸움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든가 해야지 지금···”


호미가 화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얀 구름이 호미를 넘어뜨렸다.

엉덩방아를 찧은 호미는 청호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봐도, 너 상태를 봐. 왜 뒤는 생각 안하고 싸우는 거야? 너도 지금 간당간당하잖아.”

“시끄러, 니가 뭘 알아. 이 정도는···”

“조용히 해. 너 혼자 치유 불꽃 안 쓰겠다 해놓고선 쓰는 것처럼 싸우고 있잖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차피 다 싸우고 쓰면 그만이야. 비켜.”


계속 굳건한 입장을 고수하는 호미를 청호는 아예 구름으로 감싸버렸다.

구름 안에 파묻힌 호미는 한참을 발버둥치다 이내 잠잠해졌다.


금돼지는 그 모습에 숨을 골랐지만, 강준혁과 청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에 식은땀을 흘렸다.


“청호, 그래도 조심해. 녀석은···”

“아냐. 항복했으면 됐지.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잖아.”


청호는 항복이 나온 이상 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서로의 소모도 많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이야기 해봐. 왜 시비를 턴 거야?”

“···이야기가 조금 길어진다.”

“상관없어. 어차피 호미가 저기서 나올 확률을 극히 작으니까.”

“우리는 방금 저 동굴에서 싸웠다. 저 동굴은 원래 저런 곳이 아니었어. 나도 마찬가지고.”


금돼지는 그곳에 있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원래 자신은 이 초원에서 동생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동굴 안에서 이상한 시커먼 녀석들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들은 요물들인지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했고, 결국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서 몰려오는 시커먼 것들을 막아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우리들도 그런 것인줄 알고 공격했다는 것.


“그러면 만약 지금 녀석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건 모르지. 아까 너희들이 했던 치유 불꽃이나 물약 같은 걸 먹으면 몰라도···”

“너네 동생들은 이런 거 알아? 니가 이렇게 올라오는 애들 때려잡는 거.”

“걔네들한테 이런 거 알려줘서 뭐해. 그냥 바깥에 운동 다녀온다 하면 되는 거지.”


청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등을 돌려 강준혁에게 향하는데, 녀석의 얼굴이 이상했다.


머리 위에서 강하게 내리찍는 도끼.

거기에 서 있던 것이 청호가 아니었다면, 그게 누구든 반으로 갈라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깜짝 놀란 청호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고, 강준혁이 달려왔다.

가방 속 어딘가에 쑤셔놓았던 물약을 마신 후였다.


“물러나있어. 구름 속에 호미 치유할 수 있어?”

“그건 안돼. 호미를 재웠을 뿐이지, 치유하고 그런 기능은 없어.”

“그럼 물러나 있어. 아무래도 녀석은 빈틈을 노려 처리하고 싶었나본데.”


거칠었던 호흡이 가라앉은 금돼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강준혁은 무기를 집어드는 금돼지를 보며 몽둥이를 고쳐잡았다.

역시 이곳에선 믿을 것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강준혁은 금돼지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 곧바로 돌진했다.

몽둥이에 두른 류를 한 층 더 강하게 둘렀다.

가능한 한 한 번에 끝내야 한다.


금돼지도 자세를 고쳐잡고 강준혁의 공격을 받아쳤다.

어디서 나온 힘인지 아직도 정정한 녀석을 보며 강준혁은 침을 삼켰다.


합을 몇 번 더 나누어 보았지만 녀석은 지친다는 것을 모르는 듯 매섭게 달려들었다.

강준혁은 양쪽에서 들어오는 도끼를 앞구르기로 피했다.


“결국 이럴 줄 알았어. 여기서 남을 믿느니 차라리 목숨을 내놓지!!”


체력이 돌아온 만큼 몽둥이를 두른 류도 한층 더 거셌다.

금돼지는 류를 도끼에 두르거나 하지 않았지만, 회복할 때마다 류를 사용했다.

원체 단단한 맷집에 류를 이용한 회복까지 더해지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좀비처럼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

그게 금돼지가 지금까지 싸워온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완전히 회복한 강준혁의 몽둥이 찜질에 결국 금돼지도 무릎을 꿇었다.


“잠깐!! 나를 살려주면···”

“시끄러.”


강준혁은 머리를 몇 번이고 내리쳐 손에 부숴진 감각이 들고 나서야 팔을 멈췄다.

풀밭과 옷이 붉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강준혁은 개의치 않았다.

원래 몽둥이는 때려부수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피투성이인 강준혁을 보고 청호가 눈을 가리며 저리가라 손짓을 했지만 가볍게 무시한 채 옆에 와 앉았다.


“호미는?”

“지금 아직 안에 있어.”


구름을 걷어내자 안에 있던 호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청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도깨비.”

“으, 응??”

“나 왜 가뒀냐? 내가 양념 다 치고 쟤가 마무리한 거 아냐. 조금만 더 했으면 저 녀석 돼지 바베큐 만들 수 있었는데?”


양손에 들린 단검에서 불꽃이 넘실거리는 모습에 청호는 딸꾹질을 했다.

그리 한참을 노려보던 호미는 한숨을 내쉬며 단검을 불로 태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단검을 보고 청호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 뭐야?! 단검을 왜 불로 태워?”

“얘는 또 무슨 소리야? 잠깐 다른 공간에 넣어놓은 것 뿐이야. 너도 다른 공간에서 구름 꺼내오잖아? 같은 거라고. 에휴 진짜.”

“아, 아아··· 그렇구나. 알았어.”


청호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호미는 금돼지가 자신이 아닌 강준혁에게 쓰러진 사실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쉬고 나자 강준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다시 돌아가야지. 동굴 통해서 반대쪽으로 나가야 하잖아. 아까 저 돼지새X가 그러더만.”

“그렇긴 한데, 동굴에서 무언가 나왔다는 게 신기해서.”

“그럼 뭐 어떡할 건데? 동굴 아래로 내려가보자고?”


호미가 퉁명스럽게 받아쳤지만 청호는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혁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별개로, 훈련을 위한 하나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든 고려하고 있었다.


“에휴, 그래. 통돼지 바베큐는 나중에 먹고, 일단 움직이자고. 아직 하늘 밝으니 지금 움직여도 괜찮을 거야.”

“그럼 아까 보았던 저 친구들은?”

“친구들 누구? 우리 이외에 그새 친구를 사귀었냐?”

“아니, 금돼지 동생들 있잖아. 금돼지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떡해? 그냥 내버려두고 가?”


청호가 걱정된다는 듯 언덕 너머를 바라보며 물었다.

강준혁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이 녀석을 죽인 건 다름없는데, 동생들한테 가서 뭐하려고? 어차피 동생들에게는 우리가···”

“···뭐야, 왜 말하다 말아? 사람이 제일 짜증날 때가 언젠지 알아?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둘은···”

“나 괜찮은 방법을 알아냈어.”


한편, 금돼지의 동생들은 집에서 형오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작은 집에 셋이 살고 있는 그림이었다.


“야, 봐봐. 이거 어때?”

“야라니, 누나한테 계속 말 그렇게 할 거야?”

“어차피 나랑 1년 밖에 차이 안 나면서 쪼잔하긴.”

“그래서, 다 그렸어? 오, 잘 그렸네~. 그런데 이건 나냐?”

“누나 딱 이렇게 생겼잖아.”

“이놈이 진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퍼졌다.

어렸을 때부터 금돼지가 집을 비울 때면 둘이서 줄곧 놀곤 했다.

둘의 사이가 좋은 것은 당연지사.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당연히 형이 돌아왔다고 생각한 둘은 그리던 크레파스를 내동댕이치며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문 바깥에 서 있는 건 형이 아니었다.


“당신들은···”

“혀, 형은 어떻게 됐어요?”


여우와 도깨비와··· 또 모르는 무언가.

어린 돼지 둘은 강준혁을 무어라 말하는지 몰랐다.


“여기가··· 금돼지 집 맞죠? 동생들 되시고?”

“그. 그런데요···?”

“그···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어려우시다면 여기서도 이야기 가능합니다.”

“···무엇인가요?”


누나 돼지는 경계하며 물었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들어오려고 하면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금돼지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강준혁은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뇨. 다름이 아니라··· 음···”

“무슨 일인지 확실하게 말씀해주세요. 우리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강준혁은 당돌하게 물어오는 누나 돼지를 보며 당차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혼자 살아온 자신을 본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방금 금돼지 님께서 습격으로 사망하셨습니다.”

“···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방금 금돼지 님께서 괴생명체들의 습격으로 사망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누나 돼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되물었다.


“제가 먼저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이곳 언덕 너머에 있는 숲 입구에 동굴과 통하는 입구가 있는 걸 아십니까?”

“네. 알고 있어요. 오빠가 일을 하러 갈 때마다 거길 들어가거든요.”

“그럼 거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호미와 청호는 뒤에서 입다물고 서 있었고, 강준혁만 말을 하고 있었다.

둘은 강준혁이 입을 열지 말라는 이야기만 했을 뿐, 자세한 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다.


“···몰라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죠?”

“아주 큰 상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준혁의 입가에 미소가 크게 번졌지만 재빨리 손으로 입을 가려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금돼지를 죽인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지요.”

“···설명해보시지요.”

“지금 이곳에서 설명하기에는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안쪽에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자연스레 집 안까지 들어온 강준혁은 심호흡으로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온 누나 돼지는 손짓으로 동생 돼지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죄송해요. 집안 꼴이 조금···”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실례하는 입장인데요.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그러니까 제가 들은 바로는··· 동굴에서 누군가가 나와 저희 오빠를 해쳤다는 거잖아요?”

“네, 정확하십니다.”

“그렇다면 그걸 저희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뭐죠?”


강준혁은 침을 한번 삼켰다.

속으로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선생님께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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