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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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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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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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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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내려주신 명.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도깨비 왕국의 왕의 방.

비서는 고개를 숙인 채 왕에게 업무 보고를 올렸다.

왕은 보고서를 받아들고선 나지막히 물었다.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알려주신 대로 정찰을 가보았는데, 어느새 새로운 동료를 하나 맞은 것 같았습니다. 어린 도깨비보다는 큰 여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여우? 그곳에 동물은 없을 텐데. 그 친구는 그럼···”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둘에게 해를 가할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무언가 약점을 잡혔거나, 반대로 보은을 입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보고서를 옆에 둔 왕은 가볍게 손짓했다. 계속 하라는 신호였다.


“그렇기에 저번 말씀 주신 그곳으로 향하게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만···”

“···만?”


비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걸로 괜찮으신 겁니까?”

“그럼. 그걸로 됐지. 나도 거기서 훈련했고, 내 선왕께서도 그곳에서 훈련하셨다고 들었다. 그런 곳이라면 보장은 확실한 것 아니겠는가?”

“왕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비서는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왕의 얼굴에 무슨 표정이 걸려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강준혁과 청호, 호미는 얼떨결에 만난 손님과 같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었다.

대사부가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자리를 비운 것이다.


“너, 이름이 뭐냐? 꽤 생긴 건 반반하게 생겨서는. 응? 너 이름이 뭐니?”


붉은색과 금색이 예쁘게 어우러진 옷. 이 젊은 여성도 한복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금색 자수가 박힌 붉은 띠를 매고 있었다.


“손 저리 치우시죠.”

“어머, 요망한 친구네 이거? 남자 여럿 울렸겠어~. 야야, 나때는 말이야~ 어?”


강준혁과 청호는 둘의 이야기를 들었고 호미는 옆에서 쏟아지는 잔소리에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았다.


“죄송한데 그쪽은 누구세요? 친하지도 않은데 말 많이 하시는 편이신가요?”

“나? 나중에 이무기 돌아오면 걔한테 물어보고, 일단 나한테···”

“저기요.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습니다?”


강준혁이 듣다 못해 책상을 팍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넘어져 옆에 앉아있던 청호가 깜짝 놀랐다.


“말이 심하다고? 어디가?”

“방금 이곳의 대사부를 이무기라고 하신 것 말입니다. 본인의 발언을 기억 못하시지는 않으시겠죠?”


그 말에 붉은 옷의 여성은 코웃음을 쳤다.


“이무기를 이무기라 부르는데 왜? 너 혹시 여기 문하생이니?”

“아뇨, 그건 아닙니다.”

“문하생도 아닌 외부인이 남이 그렇게 부르던 말던 무슨 상관일까? 부모님이 남에게 오지랖 부리라고 가르쳐 주셨니?”


여성도 따라 일어섰다.

둘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챈 호미는 괜찮다며 앉으라 했지만, 강준혁의 귀에는 그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저번 황염 사건 이후로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눈치챈 것 때문일까, 지금 강준혁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지금은 그 누가 오더라도 단 한방에 제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는 그쪽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별명을 제멋대로 지어 부르라 가르치셨나 보죠?”

“하, 이 새파랗게 어린 것이. 너 안되겠다. 따라 나와. 여기 훈련장으로 가자.”

“좋습니다. 바라던 바예요.”


여기서는 패기로 밀고 나가야 한다. 물러섰다가는 일어난 모습이 전부 허사로 돌아가 버린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훈련하던 문하생들의 시선이 다시 한 곳을 향했다. 여성은 손을 휘휘 저어 문하생들을 쫓아내더니, 강준혁을 마주 보고 섰다.


“어린 것이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드는 꼴이 아주 볼만하구나. 오늘 네 버릇 단단히 고쳐주지. 너 오늘 아주 임자 만난 줄 알아라.”

“입으로는 누가 세계평화를 못 이루나요? 얼른 오시기나 하시죠.”


오른손에 몽둥이를 쥐었다. 저번 감각을 되살려 몽둥이에 기운을 모았다.

손끝에 신경을 집중하면 어떻게 몽둥이에 기운이 조금씩 모이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오면서도 계속해서 몽둥이를 손에 쥐고 연습해보았다. 지금은 연습할 때보다 훨씬 능숙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문제 없다.


“안 오시면··· 제가 갑니다!!”


몸을 날린 강준혁이 강하게 몽둥이를 내리쳤다. 여성은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허공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렸다.

손가락 끝에서 나온 불은 허공을 가르더니 이내 맹렬한 불꽃이 몽둥이를 막아냈다.

강준혁은 당황해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지만 몽둥이는 누군가에게 붙잡힌 것처럼 단단히 붙들려 불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넘실거리는 뱀의 혀가 손등을 덮치고 나서야 강준혁은 몽둥이를 놓고 거리를 벌렸다.


“뭐니? 이게 끝? 뭐 더 없니?”


끓는 기름에 아무렇지 않게 튀김을 넣으시는 명절의 어머님처럼 능숙하게 불꽃에서 몽둥이를 꺼낸 여성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결국 너도 그냥 기운과 입만 센 허풍따리였구나? 하도 뭐라뭐라 하길래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네.”


그리 말하고선 받으라며 강준혁에게 몽둥이를 던졌다.

강준혁은 무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무시당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압도적인 실력 차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는 강하다는 걸, 방금의 합에 안 것이다.


“오, 그래도 감은 살아있는데? 한 합밖에 안 나눴는데 다시 안 덤벼오는 걸 보니 말이야. 그치? 그러니 어른에게 잘 대해야겠지?”

“이곳에서 뭘 하고 있나?! 내가 분명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아, 이무기 왔냐.”

“자네까지 여기 있으면 어떡하나. 내가 자네한테 맡기고 가는 게 아니었어···”


대화를 들어보니 대사부가 이 여성에게 우리를 맡기고 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그나저나, 둘이 방금까지 뭘 한 건가? 설마 싸우기라도···”

“아니, 이 녀석이 뭐 너를 이무기라 불렀다니 뭐라니 하면서 시비를 걸어오길래.”

“자네 이제는 어린 종자한테까지 손을 댄 건가??”

“야, 야. 발언 조심해라 이상하게 들린다??”


둘의 자연스러운 대화에 강준혁은 따라가지 못했다. 강준혁의 반응을 보려고 힐끗 뒤돌아본 여성은 피식 웃었고, 대사부는 이마를 짚으며 강준혁에게 다가갔다.


“설마하니, 저 친구가 자기소개도 안 하던가? 저 말괄량이 성격은 언제쯤 고쳐먹을꼬··· 쯧쯧.”

“허이고? 그러는 지는 그 딱딱한 말투 늙어보인다고 고치라 해도 안 고치는 주제에 누구한테 훈수를 두는 거야? 너나 잘하셔.”

“그래서, 저 사람은 누군데요?”


강준혁이 퉁명스럽게 되묻자 대사부는 얕은 웃음을 터뜨렸다.


“저 친구도 대사부다. 내 오랜 친구지. 저 못난 친구 대신해서 사과하겠네.”

“못난 친구 좋아하시네. 그나저나 너는 정말 눈치 하나 못 챘어?”

“네? 네. 아니 그야 처음 보는 분을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야, 이 친구 인성도 된 친구네~. 무기야, 너 좋은 애 하나 건졌다?”

“···무기요?”

“이무기 말이야 이무기. 성 떼고 무기. 이런 것도 알려줘야 해?”

“···아.”


주작 대사부는 이상하다는 듯 웃었지만 강준혁은 다른 것에 놀라 어벙벙 벙쪄 있었다.

무기니 방패니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면 지금 이 사람이···”

“4대 문하 대사부 중 한 명. 주작일세.”

“······”

“야, 야. 얼굴 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잖아?”


청호와 호미를 쳐다보았지만 둘은 저 멀리서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대사부 둘은 사건이 일단락되고 나서야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도장 얘기부터 사제 얘기, 운영까지 이어지는 대화는 끝날 줄을 몰랐다.


도저히 낄 자리가 없어 자리를 잠시 비켜주었다. 훈련장 바깥 마당에 나가 어디 솟아있는 돌에 엉덩이를 붙였다.

주작 대사부와 붙은 이후로 한 번도 앉은 적이 없어 다리에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다.

이곳에 넘어오고 나서부터는 확실히 운동을 한 적이 없었다. 인계에 있었을 때는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이곳은 그럴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옆에 청호가 붙어있는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운동하는 걸 보이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창피한 것도 있고, 부끄러운 마음도 있다.


아니, 내가 못한 걸 탓해야지. 지금 남을 탓하면 쓰나.

적어도 오늘 밤 부터는 다시 맨몸운동을 시작하겠다 다짐했다.


“그러면 자네들은 어떻게 할 건가?”


오늘 밤은 무슨 운동부터 시작해야지 마음을 먹고 있던 도중, 대사부가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할 거냐니.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물어오는 질문은 무의미했다. 질문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강준혁은 호미와 청호에게 눈을 돌렸다.

호미는 맘대로 하라는 듯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고, 청호의 눈은 언제나처럼 반짝반짝 요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 남겠습니다. 수련을 할 필요도 방금 체감했고, 수련을 할 장소도 필요하니까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입문 서류를 가져올테니···”

“잠깐, 이무기.”

“왜 그러시죠? 주작.”

“지금 너희들 나만 쏙 빼놓고 이야기하는데, 내 아래에서 배워볼 생각 있는 녀석 있어? 이 녀석보다는 훨씬 잘 대해줄 수 있는데.”


주작의 말에 셋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앞에 대사부가 설명했듯, 4대 문하는 각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청룡 대사부는 강한 신체와 정신력, 주작 대사부는 불의 힘과 치유 능력을 목표로 정진한다고 한다. 나머지 두 문하는 이곳에 없으니 패스.

하지만 강준혁은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남은 것은 청호와 호미.

둘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나는 흔쾌히 허락해줄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원치 않는 수련을 해봤자 시간 낭비에 고통의 연속일 뿐이니까.


“아, 참고로 우리 도장은 여기서 조금 가야 해. 걸어가다보면 금방 나오니까 너무 걱정 말고.”

“어떻게 할 건가?”

“나는 개인적으로 저 여우 녀석 데려가고 싶어. 너 요물이지? 요물이 치유능력 배우면 자신을 스스로 정화시켜서 요물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

“···그래. 알았어···요.”


요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호미의 눈빛이 바뀌었다.

주작은 확답을 듣고 방긋 웃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환한 웃음이었다.


“좋아! 그럼 우린 바로 출발하자고!!”

“아니, 잠깐만요. 그러면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나요?”

“그야 당연하지. 오랫동안 수련을 하다 보면···”

“아니, 아니. 저는 지금 이 친구들이랑 여행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때가···”

“여유롭게? 수련하다 보면 절대 여유라는 말이 안 나올 텐데? 그리고 지금 네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어. 나도 예전에 저 이무기랑 같이 여행도 다니고 했으니까. 하지만 수련은 달라. 자신을 온전히 깎아내는 과정이 있어야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오는 거라구. 일단 급한 마음은 알겠으니 너한테는 쪽집게 수련으로 해줄게.”

“정말인가요?”

“쪽집게라고 해서 대충대충 설렁설렁 넘어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꽉꽉 압축시켜 놓은 거니까. 웬만한 녀석들은 버티지도 못하고 다들 포기해버려. 지금까지 하겠다고 해놓고서 성공한 녀석들 단 한 놈도 못 봤어.”


호미는 입을 다물었다.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르는 법.

그것이 훈련에도 적용되는 건 당연지사.

금방 강해지고 싶다면 그만큼의 훈련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얇고 길게 멀리 바라보는 것과 굵고 짧게 당장 끝내자고 하는 훈련의 차이는 명확하다.


“하겠어요. 해보이겠어요.”

“좋아. 눈빛 좋네. 그럼 바로 출발하자. 도착하고 부터는 죽기 직전까지 굴려줄 테니 이 악물고 따라와야 한다? 그럼! 난 이만 가본다! 다음에 또 놀러올게, 이무기!”

“그래. 조심히 들어가게나. 우리들도 저 친구 가면 시작해보자꾸나. 분명 너희들도 저 친구처럼 금방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겠지.”


호미와 인사를 나눈 후 도장의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대사부는 마지막까지 배웅해준 후 돌아와 강준혁과 청호의 앞에 섰다.

방금까지 느껴졌던 온화한 분위기는 어디가고 엄격하고 칼같은 교육자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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