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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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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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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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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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우웅과 창우는 돌아온 셋을 환한 얼굴로 맞았다.

갑작스레 금의환향하게 된 셋은 얼떨떨한 얼굴이었고, 화려하게 차려진(그렇다고 해봐야 통조림이었지만) 음식들을 하나씩 입에 넣으며 한참 동안 둘이 떠드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뭐가?”

“뭐기는, 다운독들 말이야. 원인이 뭐였어?”

“아, 그거?”


청호가 우물쭈물하자 호미는 답답하다는 듯이 닭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뭘 답답하게 있어? 그냥 어떤 흰 옷 입은 여자라고 하면 되잖아.”

“흰 옷 입은 여자?”

“응. 그 녀석이 원인이었더라고. 그래서 녀석이랑 한바탕 하고 왔지. 앞으로 다운독에 대해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는 우웅과 창우.


“흰 옷 입은 여자를 물리친 거야?”

“아예 죽여버렸어. 물리쳐서는 안 되겠더라고. 살려 보내면 다른 곳에서 또 다운독들을 생성해낼 것만 같아서.”


한소리가 죽은 이후,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다운독들의 고치는 거짓말같이 모두 사라졌다.

원인을 제거했으니 결과도 없어지는 법.

셋은 혹시나 남아있는 고치나 다운독들이 있을까 돌아오기 전에 조금 더 둘러보았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두 곰 아저씨 있잖아. 이제 여기서 더 뭐 안 해도 될 거야. 다운독들 안 올라올 거거든.”

“그게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아래 내려갔다 와봐. 우리가 쭉 한 번 더 둘러보고 왔는데 그런 건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


닭고기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말하는 호미의 모습에 우웅과 창우는 입을 틀어막으며 상황을 믿지 못했다.

이곳 동굴에 들어온 것이 몇 년 전인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우웅과 창우에게 셋은 어떻게 보이겠는가.

밥을 먹고 있어 손을 잡지 않았지만, 마음 같아서는 품에 껴안아 마음껏 뽀뽀세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너무 고마워!! 정말!! 여기 있는 거 다 먹어도 되거든? 이건 내가 아끼던 사슴 고기 통조림이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할 수 있는 호의를 다 해주는 것.

그것 뿐이었다.


사슴고기 통조림을 한 입 뜯어 먹은 강준혁이 눈을 빛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이 밥이 훌훌 넘어갈 것만 같았다.

단점이라면 이곳에서는 밥이라는 음식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이곳에서 밥을 이야기할 때 주변의 시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래도 고기를 먹을 때는 스테이크를 썬다고 생각하니 밥이 없어도 먹을 만 했다.


“이거 다 먹고, 너희들 잠깐 따라와 봐.”

“따라와 보라고?”

“응. 보여줄 게 있어.”


밥을 다 먹고 호미가 앞장서서 지상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의 햇빛에 눈이 잠시 부셨지만, 이내 적응하니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리둥절해 있는 둘을 데리고 나무 몇 개를 지났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지나니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탁 트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

“여긴···”

“···저거 본 적 있어?”


고이 모셔져 있는 무덤.

새가 지저귀는 햇살 아래에 고이 모셔진 무덤이 있었다.

그 앞에 놓여있는 모자 두 개와 검은 허리띠.

그걸 본 우웅의 얼굴이 바짝 굳어버렸다.


“주워 올 게 이거밖에 없더라고. 그래도 어디서 본 거 같아서 가져왔지.”

“아, 아아···”


우웅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어찌 잊겠는가.

이곳에서 함께 살아나가자며 다짐했던 옛날.

웃으며 통조림을 까고, 농담을 따먹으며 잠을 청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액자 안에 들어있던 그 녀석의 모자이지 않은가.


“이거··· 내가 녀석한테 준 거야··· 자기는 뭐 없다고 맨날 징징거리던 놈이었는데···”

“······”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잘 해줄걸. 괜히 사진 하나 제대로 안 찍어줘서···”


호미는 말없이 우는 우웅을 바라보다 둘 사이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서 보았던 액자였다.

죽상을 짓고 있는 우웅과 그 옆의 모자. 그리고 창우.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이 환하게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웅과 창우는 본인들의 나라로 돌아갔고, 호미는 손을 흔드는 둘을 한 번 흘겨보고는 등을 돌렸다.


“뭐야, 왜 그래?”

“···아냐. 조금 그래서.”

“뭐가?”

“···있어.”


등을 돌린 호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마치 지금까지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내는 것처럼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까 억지로 했던 것 때문에 그래?”

“아냐. 그런 거.”

“그럼 뭔데?”

“나중에 얘기해줄게.”


더 이야기하면 폭발할 것만 같아 더 이상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청호였다.

강준혁도 그것은 좋다고 생각해 찬성했지만, 끝까지 반대한 것은 호미였다.

질색팔색을 할 정도로 거절했지만, 셋에서 둘이 찬성했기에 반강제로 진행되었다.

결국 호미는 무덤 제작에 아예 손을 떼버렸고, 만들어주는 내내 어디론가 모습을 감췄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미가 걸린 건 그것밖에 없는데···


무어라 하기도 애매한 분위기 속에 숲을 지나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무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비서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 탈 없이 지내셨는지요. 그간 성장은 많이 하신 것 같고···”


비서의 눈이 호미에게 향했다.

호미와 눈이 마주친 비서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안경을 들어올렸다.


“새로운 동료분이신가요? 재밌네요.”

“저희를 찾아오신 이유가 뭐죠?”

“곧바로 본론인가요? 뭐, 좋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을 다시 도깨비 왕국으로 데려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왕국으로요?”

“네. 지금 도깨비 왕국의 상태가 조금 좋지 않습니다. 때문에 국왕님께서 여러분들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강준혁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호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호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온 몸의 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는 호미는 양손에 검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에도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안경을 밀어올렸다.

눈치챈 강준혁은 호미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호미야!! 이 분은 괜찮아!! 아군이야!!”

“아군? 저런 쳐죽일 도깨비가···”

“아냐. 괜찮아. 우리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 도깨비 왕국에서 의뢰를 받고 왔다는 거?”

“몰라. 기억 안 나.”

“그 의뢰를 맡기신 분의 비서 분이야! 우리에게 도움 많이 주셨어. 괜찮아. 혹시 너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 때는 내가 앞장서서 막아줄게.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진정하자.”


그 말에 호미는 눈동자만 움직여 강준혁과 비서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쌍검과 불꽃을 물렸다.

눈동자에는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았고, 그 눈은 강준혁을 향했다.


“거짓말이면 너부터 조진다.”

“내가 스스로 목을 갖다 댈 거니까 걱정 마.”

“하, 말은 잘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꽃이 일어날 것만 같은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는 모두 마치셨나요?”


비서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호미는 방금보다는 눈빛이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죽일 듯한 눈빛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진정되신 것 같으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비서가 허공에 손을 들고 중지와 엄지를 맞댔다.


“잠시, 실례.”


딱!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었다.

키보다 훨씬 큰 문. 양 옆에 서 있는 무장한 경비병들.

왕의 방 입구였다.


“뭐야? 여긴 어디야!?’

“꼼짝 마라!!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냐!!”


깜짝 놀란 호미가 민감하게 반응하자 경비병들이 창을 치켜들며 호미를 겨눴다.


“그만 하시지요. 왕의 손님들이십니다.”

“옛!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곳 데려온 것이 아니니 안심해 주시지요. 상황이 시급하다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리 말하고 비서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안에서 답변이 들려오자 비서는 문의 이음새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장정 몇 명이 달려들어도 쉽게 열 수 없을 것 같은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젖혀졌다.


“왔는가.”

“네. 명령하신 대로 일행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왕의 나가보라는 손짓에 비서를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육중한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왕은 입을 열었다.


“그래.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가?”

“그것이···”


청호가 나서서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을 설명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는 알겠다며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훈련은 제대로 잘 된 것 같구나. 길지 않은 시간에 류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거기에 새로운 친구까지.”


셋을 굽이 둘러보던 왕은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세번 툭툭 쳤다.


“부르셨습니까. 왕이시여.”

“최근에 잡혀 들어왔던 녀석은 있나?”

“그 주황빛 친구 말씀이십니까? 현재 지하감옥에 있습니다.”

“그 녀석에게 이 친구를 데려가도록. 처리는 그녀에게 맡겨라.”

“네.”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선 호미와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호미는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지만 돌계단을 내려가며 혹여나 자신을 붙잡아 넣으려는 것인지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께서 주시는 선물이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죠.”


한참을 들어가고 어느 감옥 앞에서 둘은 발걸음을 멈췄다.


“······!!!”


호미의 눈은 맹렬하게 불탔고, 양 손은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저 자를 우리가 거둬들였습니다. 기절만 했을 뿐, 아직 숨이 붙어있었고, 도깨비가 불법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정당한 처벌을 내리고자 가둬놓았습니다.”


감옥에 갇혀있는 건 쇠사슬과 입마개, 수갑이 채워진 녀석이었다.

주황빛의 피부, 이제는 짧게 잘려버린 뿔.

비서는 호미의 반응을 보며 물었다.


“누군지 기억은 나시는지요.”

“···네. 절대 잊을 수 없지요.”

“정말 다행이군요.”


비서는 주변 경비병들을 둘러보며 눈치를 줬다.

이런 일이 한두번은 아니었는지 경비병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워주었고, 결국 비서와 호미, 꽁꽁 묶인 황염만 남았다.


“어느 정도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전하의 소소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에 쇠사슬에 묶인 존재가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그런 몸부림따위는 호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이죠?”

“내려오시기 전에 들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처리는 당신에게 일임하셨습니다.”

“······”

“걱정은 마시지요. 류를 봉인하는 특수한 사슬과 팔다리를 봉하고 도깨비의 힘의 원천인 뿔을 잘라냈습니다. 녀석은 지금 풀밭에 기어다니는 개미만도 못한 존재이지요.”


호미의 입가가 고장난 컴퓨터 화면처럼 심하게 비틀렸다.

부모님이 저놈의 손에 죽었다.

마을 어른들의 대부분이 저 자에 의해 무참히 죽었다.

그저 자신들의 털이 옷을 만들 때 부드럽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들의 처절한 비명은 저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고, 애처로운 눈물은 저들의 눈에 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마리씩 어른들이 잡혀갔고, 이후에는 아예 아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은 모조리 잡아가버렸다.

강준혁과 청호의 도움으로 어른들 몇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다른 어른들은 모조리 죽었다.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원흉의 녀석을, 호미가 가만 둘 리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웃음인지 분노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지하에서 부모님들과 어른들이 편히 잠드실 수 있겠네요.”


비서가 열쇠를 몇 개 맞춰보더니, 감옥 문을 열어주었다.

그 소리에 흠칫 놀란 녀석은 몸을 애써 움직여보려 했지만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 뿐이었다.


“저는 그럼 다른 일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른 일행 분들도 이곳에서 최소 일주일은 묵으실 것 같으니, 느긋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으읍!!! 으으읍!!!”


비서가 호미의 어깨를 툭 치고 돌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호미는 당장에라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배려해준 도깨비 왕국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금방 죽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발로 황염을 툭 차자 황염은 부들부들 온 몸을 떨었다.


호미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녀석을 가장 고통스럽게 할 방법이.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불을 둘렀다.

그리고 제일 먼저, 녀석의 넓적다리에 검을 냅다 꽂아 넣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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