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최근연재일 :
2024.08.2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60
추천수 :
0
글자수 :
122,280

작성
24.08.10 20:00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11화

DUMMY

훈련이 시작된 이후 둘은 쉽지 않은 나날들을 보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마당에서 점호를 하고, 스트레칭과 아침 운동, 식사로 시작하는 하루는 매일 늦잠을 자던 둘에게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야!! 막내!! 점호 15분 전!!”


사형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깬 강준혁과 청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함께 모여 자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빈 창고를 써도 된다는 허락 하에 단둘이 창고를 방처럼 쓰게 되었다.

사형들의 반응도 모두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옷을 갈아입고 마당에서 전체 점호를 했다.

아무리 졸리더라도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잠이 도망간다.

아침밥을 먹고 오전 수련으로 들어갔다.


“내가 저번에 무어라 했더냐? 가장 기초적인 호흡부터 안정돼야 그 다음 진도로 나갈 수 있다고 했지 않았더냐?”

“죄송합니다.”

“···물러가거라.”


바로 옆에서 동기가 혼나는 모습을 본 다른 문하생들의 얼굴이 제각각 바뀌었다.

자신만만해 하는 얼굴, 불안해하는 얼굴 등 다양한 얼굴들이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중간 점검의 날이라고 했었지.


“···여기서 솔직히 나는 자신있다 하는 자들만 앞으로 나오도록.”


그 말에 앞으로 나온 문하생은 5명.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바닥에 눈을 고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사부는 5명의 실력을 살짝 보더니 전원 명상을 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몇 년간 수련해온 문하생인데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문하생도 있는데.

괜히 자신이 대신 창피해지는 것 같아 대사부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강준혁과 청호는 가만히 서서 자신들의 사형을 바라보고 있다가 대사부가 이쪽을 향하자 재빨리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괜찮다. 원래는 훨씬 괜찮은 녀석들인데, 오늘따라 영 힘이 나지 않는 모양이구나.”


대사부가 그래도 둘러대는 듯이 말했지만, 강준혁은 얼핏 눈치채고 있었다.

사형이라고 해봤자 여기저기서 소문만을 듣고 찾아온 요물들이었다.

인간은 당연히 찾아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요물이 아닌 문하생들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다.

대사부의 말로는 여러 곳에서 자신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고 하는데··· 글쎄.


여기에도 텃세가 있는지 둘이 문하생이 되고 난 이후, 사형이라는 것들이 우리를 으슥한 밤에 뒷마당으로 불러냈다.

당연히 그 사형들은 몽둥이와 전기로 찜질을 해줬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우리 둘에게 집적거리는 사형들은 없어졌다.


“그럼, 오늘은 다른 수련을 해보도록 하지.”

“다른 수련이요?”

“그래. 너희들은 원하는 대로 잘 해주고 있으니 다음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리 말하며 다른 문하생들을 쳐다보았다.

다른 문하생들은 옆의 문하생과 소곤소곤 떠들며 웃다가 날카로운 시선에 얼른 눈을 감고 명상하는 척을 했다.

대사부는 그런 문하생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가르친 탓일까. 옆 문하처럼 했었어야 했나···”

“아니예요~. 대사부께서 가르쳐 주시는 것 덕분에 벌써 이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었잖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런가? 말이라도 고맙네.”


희미하게나마 핀 꽃에 청호도 따라 웃었다.

강준혁은 벌써 사글사글 대하는 청호를 보며 대단하다 느꼈다.


“오늘 수련의 첫 시작은 호흡일세. 좌선 명상으로 시작하세나.”

“넵.”

“네.”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간 둘을 보며 청룡 대사부는 생각했다.

이 둘만큼은 내 손으로 키우고 말리라는.

뒤통수를 통해 수많은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지만 대사부는 개의치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어깨너머로 배울 수 없는 경지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심호흡으로 시작해서··· 그렇지. 계속하거라.”


둘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훈련받았던 대로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었다.

머리가 맑아지자 대사부가 이어 말했다.


“이제 호흡을 아래로 끌어내리거라. 들이마시는 것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집중을 놓지 말거라.”


강준혁과 청호는 그게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둘을 실눈으로 몰래 엿보던 문하생들도 곧바로 따라해보았지만, 호흡을 끌어내리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몰라 헤매는 문하생들이 속출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눈치있게 따라하는 몇몇도 있었다.


“좋다. 호흡의 리듬을 놓치지 말고. 그대로 듣도록 하여라. 대답은 하지 않아도 좋다.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류.

몸 안에 흐르는 기운을 류라고 칭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고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어떻게 보면 4대 문하는 이 류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껏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자들 중 이 류를 온전히 다루지 못한 자는 없으며 그와 경쟁했던 모든 자들도 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았다.


“몸 안에서 흐르는 무언가를 느껴라. 지금부터 반각동안 진행하겠다. 그것을 느끼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후 훈련이 결정될 것이다.”


등을 돌린 대사부와 눈이 마주친 문하생은 시선을 재빨리 돌려보았지만 이미 일그러져 있는 대사부의 얼굴을 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강준혁은 대사부의 말대로 모두 진행했지만, 몸 안에 흐르는 무언가는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그가 선택한 방법은 느껴질 때까지 명상을 지속하는 것.


그렇게 반각이 지나고 대사부가 둘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쪽은··· 문제 없군. 잘 느끼고 있어. 그대로 잠시만 기다리거라. 이쪽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군.”


강준혁은 대사부의 목소리가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대사부는 지금껏 수많은 문하생들을 받아왔지만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모두 류를 희미하게나마 순환시키고 있다.

이 훈련은 그 류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몸 안의 순환을 돕는 훈련이다.

가끔 한두군데 흐름이 막혀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틀어막힌 자는 대사부도 처음 접하는 사례였다.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하며 대사부는 강준혁의 등에 손을 얹었다.

고압의 물로 막힌 곳을 뚫어버리듯, 강한 힘으로 순환을 시키는 것이 더 빠르게 뚫릴 것이다.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나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강준혁의 경우는 그렇게 했다간 날이 다 새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조금 아플 수도 있다. 참아라.”


강준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몸 안으로 무언가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혈류의 속도가 급격히 상승해 통증마저 느껴졌다.


“움직이지 마라. 평점심을 잃지 말고 계속 심호흡하거라.”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며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과 폐를 진정시키기 위해 호흡하려 애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득해진 정신줄을 힘이 빠진 손가락으로 겨우 붙잡고 있을 때쯤 몸에 흐르던 혈류가 안정됨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상태였다.

익숙한 천장. 부상을 입었을 때 오는 양호실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이게 몇 갠지 아시겠어요?”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담당 의사의 손가락을 따라 펼쳐보니 이마에 손을 얹고 맥박을 짚어보더니 잠시 쉬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몸을 일으켜보았다.

오랫동안 누워있던 탓인지 현기증이 일었지만,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운이 빠졌는지 몸에 힘이 쉽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무언가 먹을 것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것과 동시에 병실 문이 열리고 청호가 들어왔다.


“이제 괜찮아?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데!!”

“응,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 조금 무리해서 했나 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청호의 뒤로 대사부가 따라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에 동요함이 번져 있었다.


“괜찮은가? 어지럽거나 그러지는 않고?”

“네, 처음에는 조금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혹여 몸에 이상이 있거나 하면 바로 이야기해주게.”

“아 그럼 저···”

“뭔가?”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대사부와 의사가 눈을 부릅뜨고 강준혁을 보았다.


“그··· 배고파요···”

“이제 옵니다. 걱정마세요. 의식을 되찾자마자 주방에 이야기해두었습니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에는 흰죽과 간장이 자리했다.

강준혁이 절망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자 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장이 상당히 약해져 있을 수도 있고, 혹여나 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내일 아침 진찰을 해보고 혹시 괜찮으면···”

“아뇨, 지금 나가고 싶어요. 전 지금 멀쩡하다고요.”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어요. 수련이라는 건 자신의 최상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저하된 상태에서 수련하는 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만큼은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거기에 대사부까지 부탁하는 모습에 강준혁은 고개를 숙이고 간장을 죽에 풀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검진에서 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듣고 난 이후에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대사부가 다가와 강준혁에게 곧바로 명상을 지시했다.


“지금이라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한 번 해보거라.”


강준혁은 곧바로 자리를 잡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뱃속 단전에서 무언가 흘러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출렁거리면서 흘러넘치는 무언가. 그것이 피어오르는 향처럼 스물스물 올라오더니 혈관을 타고 몸 속을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부터 흘러나간 무언가는 몸속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확실히 지금까지 명상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좋다. 이제 눈을 떠보거라.”


눈을 뜨니 훨씬 눈이 밝아진 것을 느꼈다. 아니,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모두 색달랐다.


“그 느낌을 이제 상시 유지할 것이다.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이야기를 할 때도 그 감각을 항상 잊지 말거라. 그것이 사대 문하의 첫걸음이니라.”


고개를 끄덕이자 몸속을 거닐던 기운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 번 명상으로 기운을 끌어올려 보았지만 눈을 뜨고 움직이니 금방 사그라드는 것의 반복.


당황한 표정의 강준혁을 향해 대사부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혹자는 몸 안을 흐르는 감각조차 느껴보지 못한 자들도 많다. 본인은 색다른 감각을 느꼈으니, 그 이후로는 시간문제다.”

“···알겠습니다.”


강준혁이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운을 끌어올리느라 거칠어진 숨을 날아온 나뭇잎이 살랑거리며 달래주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자 전신근육통이 한번에 찾아왔다.

강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하자 청호가 다가와 부축해주었다.


“야, 너는 어째 멀쩡하다?”

“나는 너 누워있을 때 수련했잖냐.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 안 그래?”


그날부터 강준혁은 훈련에 매진했다.

유지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체력을 요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유산소도 빼먹지 않았다.

청호도 강준혁의 훈련 계획을 듣고는 자신도 하겠다며 따라나섰지만 강준혁은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에 집중했다.


다른 사형들도 둘의 일취월장에 혀를 내두르며 훈련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에게 쏟아졌던 관심이 며칠 만에 새로 들어온 둘에게 향하니 자연스레 본인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걸 일찍이 눈치챈 몇 문하생들은 곧바로 수련에 임했지만, 다른 문하생들도 나날이 성장해가는 둘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는지 수련에 집중하게 되었다.

덕분에 하는 척만 하던 문하생들은 하나둘 없어지고 이제는 모두 집중하여 새로운 경지에 들어가고자 애쓰기 시작했다.

대사부는 그런 모습이 흡족한지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훈련을 지도하며 전체적인 기량 상승에 힘을 쏟았다.


하고자 하는 자들과 가르쳐주려는 자 둘이 의욕이 있다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대사부와 문하생들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24.08.21 9 0 -
21 21화 24.08.20 3 0 13쪽
20 20화 24.08.19 3 0 13쪽
19 19화 24.08.18 3 0 12쪽
18 18화 24.08.17 6 0 12쪽
17 17화 24.08.16 6 0 12쪽
16 16화 24.08.15 5 0 14쪽
15 15화 24.08.14 6 0 13쪽
14 14화 24.08.13 7 0 12쪽
13 13화 24.08.12 6 0 12쪽
12 12화 24.08.11 5 0 13쪽
» 11화 24.08.10 6 0 12쪽
10 10화 24.08.09 6 0 12쪽
9 9화 24.08.08 9 0 14쪽
8 8화 24.08.07 4 0 14쪽
7 7화 24.08.06 7 0 12쪽
6 6화 24.08.05 9 0 13쪽
5 5화 24.08.04 12 0 14쪽
4 4화 24.08.03 10 0 13쪽
3 3화 24.08.02 10 0 14쪽
2 2화 24.08.02 11 0 13쪽
1 1화 24.08.02 2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