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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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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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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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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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금돼지는 수다를 떨고 있는 셋을 무시한 채 손에 무기를 들었다.

커다란 돌도끼 두 자루. 한 손에 하나씩 들린 도끼는 시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셋은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뭐?”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냐고 물었다.”

“어떻게고 자시고··· 저 녀석 따라온 건데?”


금돼지의 눈이 풍선으로 향했다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런 녀석을 따라서? 저 녀석은 이곳에 있을 녀석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까지 왔다고?”


그리 말하며 강하게 도끼를 내리쳤다.

그곳에 풍선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이미 땅을 울리는 진동이 있은 후였다.


도끼 아래에는 바람이 빠진 풍선이 힘없이 엎드려 있었고, 금돼지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꼴 좋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그, 그렇다고 죽일 필요는··· 저 녀석은 어린애잖아!!”

“어린애일 때부터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지. 말도 못 알아먹는 녀석 같은데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그나저나,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돌도끼가 바람을 갈랐다.

셋은 있던 자리에서 몸을 피하며 바닥을 굴렀다.

서 있던 자리는 거미줄처럼 균열이 일었다.


금돼지는 셋이 흩어진 것을 알고는 가장 먼저 제일 몸집이 작은 청호를 노렸다.

오른손으로 반원을 크게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가까스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날은 피했지만 풍압에 의해 청호는 하늘을 붕 날았다.

바닥에 착지할 때는 구름이 도와줘 별다른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구름? 신기한 능력을 쓰네?”

“너 같은 놈에게 질 줄 알아?!”

“난 입만 산 놈은 싫은데.”


금돼지는 허리를 틀어 왼손으로 반원을 그렸지만 방금과는 다른 감각에 미간을 찡그렸다.

푹신한 솜털같은 감각이었다.

청호는 곧바로 전격을 흘려보냈지만 돌도끼에서 멈춘 전격은 금돼지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땅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호미는 공중에서 불덩이를 5개 만들어냈다. 동굴 안에서 만들어냈던 불꽃과 같은 형태.

빠르게 날아간 불덩이가 금돼지의 등에 명중했다.


금돼지는 등에 불이 붙자 깜짝 놀라며 바닥을 굴렀다.

그 사이 강준혁이 넘어진 청호를 챙겨 뒤로 몸을 뺐고, 호미가 곧바로 공중에 떠다니던 불을 청호에게 심었다.

청호는 깜짝 놀라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호미가 강제로 밀어넣는 바람에 억지로 불을 품게 됐다.

그런데 웬걸,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 바닥에 구르며 났던 멍이 없어졌고,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이거 뭐야?”

“수련하면서 배운 거. 이걸로 고통받으며 수련했지. 일어나.”

“되게 신기하네···”


강준혁도 불꽃의 효능을 톡톡히 느끼고 있었다.

고질병으로 아팠던 무릎 관절이 점점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온 몸에 뭉친 근육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각에 저도 모르게 헤벌레 얼굴이 풀어졌다.

호미는 둘을 보며 만족한다는 듯 한쪽 입꼬리가 실룩 올라갔다.


“그래도 죽어라 수련한 보람이 있네. 내가 그거 불꽃 다루려고 얼마나 구르고 굴렀는지··· 따흑···”

“진짜 이건 고생한 보람이 있다. 너 본인한테도 적용 돼?”

“되긴 하지. 그런데 이건 잘못 쓰면 위험한 힘이라고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하더라.”

“잘못 쓰면? 이걸 잘못 쓸 수도 있나?”

“나도 몰라. 그래서 그냥 이런 용도 외에는 안 쓰려고 하고 있지. 이거 수련할 때마다 얼마나 강조에 강조를 해대는지. 귀에 딱지가 앉다가 피가 새도 강조를 하더라.”


호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다 둘의 멱살을 잡고 자신을 향해 확 잡아당겼다.

멀쩡히 서 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뒤통수에 희미한 바람이 느껴지더니, 굉음과 함께 바닥에 균열이 일었다.


“이놈들이, 아주 나를 무시하는 거냐?!”


금돼지가 눈을 부라리며 강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청호는 곧바로 구름을 둘렀다. 호미의 불꽃 덕분인지 수련했을 때보다 더욱 풍성한 구름이 나왔다.

강준혁도 이에 지지 않았다. 몽둥이에 무형의 기운을 둘렀는데,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은 금돼지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금돼지는 둘의 모습에 일순 당황했지만, 이내 도끼를 매섭게 휘두르며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강준혁이 몽둥이를 고쳐잡았다. 한 손으로 들던 것을 양손으로.

금돼지는 도끼를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들고, 그대로 내리쳤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도끼날을 맞받아치며 충격파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기운을 끌어올린 탓인지 호미의 불꽃 덕분인지, 꽤나 버틸 만 했다.


“까불지 마라!! 애송이가!!”


금돼지는 자신의 힘을 실은 공격을 막아낸 것이 짜증났는지 언성을 한 층 더 키우며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강준혁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들어오는 공격을 하나하나 착실히 막아냈다.

뺨에서 핏방울이 춤추고 팔과 다리에서는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수련을 한 몸이지만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

금돼지가 맹공을 퍼부으며 땅에 깊숙히 박혀가는 다리는 비명을 지르다 못해 실신해버렸고, 눈을 스친 탓에 시야도 차단되어 두통까지 욱씬 올라왔다.


“나는 신경 안 쓰냐 이 돼지야!!”

“방해하지 마라!! 이 쥐새X같은 것들!!”


감긴 눈의 방향에서 하얀 구름이 흘러오는 것을 보았다.

그 구름은 강준혁의 주변을 감쌌고, 등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호미의 불꽃이었다.


상처가 하나둘 회복되어 가며 감긴 눈이 떠졌고, 시야에 청호와 금돼지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청호는 구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금돼지의 공격을 흘려보내거나 막아냈고, 공격이 제대로 맞지 않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금돼지는 도끼를 땅에 던져 꽂아버리고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맨손으로 달려들면 어떻게든 힘으로 제압할 수 있겠다 생각한 금돼지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됐다.


청호는 맨손으로 달려오는 금돼지를 보고 구름을 날려 금돼지의 시야를 빼앗았다.

금돼지는 얼굴을 감싼 구름을 훑어내려 이리저리 팔을 휘둘렀지만, 청호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구름들은 모기처럼 금돼지를 따라 움직이며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청호는 거리를 충분히 벌리며 얼굴을 감싼 구름에 전격을 둘렀다.


주변 배경이 검어질 정도로 매서운 전격이 쏟아져 나왔고, 쏟아져 나왔다.

승기를 잡은 청호는 금돼지가 쓰러질 때까지 몇 번이고 전격을 뿜어냈다.


수많은 전격 끝에 금돼지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청호가 구름을 회수해 얼굴을 확인했다.

검댕이를 펴바른 것 같은 새카만 얼굴에는 황금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목 주변까지 고동색으로 변해있었다.


됐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구워놨는데 살아나면 그건 좀비가 아니고 뭐겠어.

라고 생각하자마자, 녀석의 발이 움직였다.


“이놈들이··· 진짜···!!”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선 녀석은 온 몸에서 황금빛을 발했다.

강준혁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황금빛을 발하자 새까맣게 타들어간 얼굴에 활력이 돌고 황금 빛깔이 돌았다.

녀석의 상태가 처음 만난 그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녀석의 눈빛이 완전히 돌아버린 듯하다는 것이었다.


금돼지가 말없이 땅에 꽂힌 도끼를 집어들 때까지 셋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도끼를 집어들고는 방이 떠나가라 포효를 내질렀다.


귀를 틀어막고 있던 청호는 순식간에 들어온 발차기에 속수무책으로 날아갔다.

구름이 보호해주었지만, 온 힘을 다한 발차기에 청호도 방어태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커헉!!”


구름의 보호를 뚫고 들어온 파괴력이 대단했는지, 청호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골랐다.


강준혁이 빈틈을 발견하고 재빨리 몸을 움직였지만, 금돼지가 그리는 반원을 가까스로 받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참을 미끄러져 중심을 잃을 때쯤, 금돼지의 도끼가 강준혁의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바람을 갈랐다.

가까스로 몸이 반응해 어찌저찌 막아냈지만, 착지할 때 중심을 잃은 탓에 무릎이 꿇린 상태였다.


후웅!!


어떻게 하나를 막았다고 해도 옆구리로 들어오는 수평의 도끼날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피하겠다고 몸을 뺀다면 수직의 도끼날이 자신을 갈라버릴 것이고, 힘으로 버티고 있는다면 수평의 도끼날이 허리를 갈라버릴 것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가기 직전, 도끼날은 허리에 살짝의 핏방울만 맺히고 멈춰 섰다.

청호의 구름이 녀석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놔주지 않겠다는 듯 단단히 붙잡고 있는 축축한 구름을 금돼지가 떨쳐내기 위해 청호에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 덕분에 강준혁은 힘겨루기에서 벗어났고, 청호의 구름에 도끼를 찍은 금돼지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는 왜!! 죽지를 않는 거냐!! 이제 좀 얌전히 뒤져라!!”


금돼지는 청호와 강준혁을 번갈아 바라보다 가장 짜증나는 녀석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는 공격마다 무효화를 시키고, 이제는 구름을 이용해 방해까지 하다니.

저 녀석의 사지를 찢어죽이지 않으면 오늘 밤은 절대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곧바로 금돼지는 있는 힘껏 청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불편한 마음을 해소라도 하려는 듯 있는 힘껏 도끼질을 해댔다.

청호의 구름은 날아오는 도끼날에 맞춰 청호를 보호했고, 금돼지는 열불이 났는지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렀다.


때문에 옆에서 둘을 보조하던 호미에게도 도끼가 닿을 뻔했다.

호미는 뒤로 뛰어 가까스로 도끼를 피했고, 불덩이를 왼 팔에 맞은 금돼지는 고통스러워하며 팔에 붙은 불을 끄려 손으로 이리저리 훑기도, 바닥에 비비기도 해보았다.

그렇게 해도 꺼지지 않자 막혀있던 문을 열고 안쪽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강준혁은 둘을 먼저 살폈다.


“괜찮아?”

“응. 구름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윽!!”


청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옆구리를 감쌌다.

새파랗다 못해 보랏빛으로 물든 옆구리는 상태가 어떤지 대변하고 있었다.

호미는 곧바로 불꽃을 심어주었고, 둘의 상처는 얼마 가지 않아 모두 회복되었다.


“저 녀석··· 강하네.”

“혹시 여기가 비서분이 말한 수련의 장소가 아닐까? 싸우는 것도 비등비등하고 말이야.”

“그 비등비등도 셋이 같이 덤비니까 비등비등이지, 1대 1로 상대했으면 우리 이미 죽고도 남았어.”

“호미는··· 뭐 했어?”

“있어. 알아서 뭐하게.”

“아니, 준혁이랑 나랑 같이 싸우고 있을 때 계속 옆에 서 있었잖아. 같이 싸워줘야지.”

“육탄전을 원하는 거였어? 육탄전은··· 너무 오랫동안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너무 오랫동안 안 했다고? 주작 대사부한테 안 배웠어?”

“대사부한테는 육탄전 안 배웠지. 불꽃이랑 치유랑 그것만 하는 데도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는데 뭐.”


지겹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호미의 모습을 보며 청호는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강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미가 잔소리를 하고 나서야 청호는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

“······”

“······”


긴장이 풀린 셋은 서로를 쳐다보며 서로 눈치를 보았다.

금돼지는 강했고, 따라 들어가면 어떤 녀석들이 안에 또 있을지 모른다.

방금까지 아슬아슬한 줄타기 싸움을 했었는데, 다시 한 번 그것을 해야 한다니.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두근거리는 일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학교에서는 숨만 쉬며 살았고, 흔히 있는 반 대항 축구에서는 아예 껴주지도 않았다.

재미없고 무료한 일상만을 보내다 지금 처음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내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마다하겠는가.

다른 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준비는 됐지?”

“그럼.”

“오늘 저녁 재료 가지러 가야지.”


곧바로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며 무언갈 본 강준혁은 입술을 적시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빚도 하나 있었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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