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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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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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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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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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문 안은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견고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끝까지 이어져 있는 복도는 중세 성을 보는 것 같았고, 양 옆 벽에 붙어있는 촛불들은 음산한 분위기를 한 층 더 부각시켰다.


강준혁은 벽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나저나, 동굴 안에 이런 구조가 있네. 누가 여기 사나?”

“아까 그 돼지새X가 살고 있겠지. 지금 불 끄러 집 가서 물로 식히고 있을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저 문 너머는 돼지 집인가?”


문은 들어온 문의 크기와 똑같은 크기였다.

하염없이 높은 문의 크기에 코를 긁적이는 청호, 호미는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강준혁은 한숨을 내쉬고 문을 밀어젖혔다.

낡은 경첩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는 달리 문은 손쉽게 열렸다.

문 안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고, 다른 입구나 통로는 일절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계단 하나하나가 조금 컸다는 것.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서 호미가 말했다.


“청호, 구름 꺼내서 타고 올라가면 안되냐?”

“구름? 타본 적은 없는데. 탈 수 있나?”

“다른 공격들을 막아낼 수 있으면 그건 탈 수도 있다는 뜻 아냐?”


호미의 질문은 상당히 예리했다.

지금까지 청호가 구름을 이용해 방어한 것이나, 저번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구름으로 보호한 것을 보면, 청호의 구름은 솜처럼 적용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이었다.


청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름을 꺼내 그 위에 올라타보았다.


“뭐야, 되네? 이게 왜 돼?”

“우리들도 조금 나눠 줘봐. 여기 계단 너무 많아서 올라가기 힘들어.”

“주작 대사부네 도장에는 계단 없었어? 우리는 돌계단 엄청 많았었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었어. 있었다고 해도 문턱 정도지, 이렇게 많은 계단은 나도 처음 본다고.”


주작 도장에는 계단이 아니라 평평한 바닥 위에 세워져 있었다고 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계단은 어림잡아도 1000개는 넘어갈 것 같이 아득한 높이까지 이어져 있었다.


청호의 구름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서야 호미의 표정이 풀어졌다.

구름을 타고 올라가면서 강준혁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위로 올라오게 됐고


“와··· 여기 뭐야?”


셋의 입은 저절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초원. 등 뒤로 넓게 펼쳐진 숲.

파랗다 못해 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뻥 뚫린 하늘. 거기에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까지.

정말이지 낙원이 있다고 한다면 여기라고 해도 믿을 만한 정도의 풍경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그냥 바깥으로 나왔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동굴을 그렇게까지 내려갔었나?”

“근데 이 숲··· 우리가 동굴로 들어갔던 곳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이 다른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금돼지가 도망을 가며 그런 장치를 설치했을 리도 없고. 그 정도의 힘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발에 밟히는 흙의 감촉도 확실했다.

이곳은 바깥이다.

그렇다면 저 계단은···


계속해서 초원을 걸어나갔다.

걷다 보니 언덕 너머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호미는 곧바로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몸을 낮췄고, 강준혁도 움찔 놀라 호미를 따라 몸을 낮췄다.

청호는···


“와! 너희들 뭐야?! 나도 같이 놀자!!”

“꺄아아악!! 도깨비다!!! 오빠아아아!!!”

“우에에에엥!!! 형!!!”


잠시 후 청호는 울적한 얼굴로 돌아왔다.


“야, 몸을 낮추랬지, 누가 신나서 달려들래? 너는 도깨비라는 걸 잊지 말라고.”

“도깨비가 뭔 짓을 한다고··· 난 그냥 같이 놀자고 간 것 뿐인데···”


청호가 눈가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을 때, 청호가 걸어온 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놈이 내 귀여운 동생들을 울렸냐?! 아앙!?”


많이 익숙한 목소리.

방금까지 들었던 금돼지였다.


“너··· 너네···”

“오빠, 아는 사이야?”

“형!! 저 도깨비야!! 저 도깨비가 나 괴롭혔어!!!”


금돼지의 팔은 그래도 불은 껐는지 그을린 자국만 있을 뿐,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금방 회복한 건가.


“너, 너희들. 싸울 거라면 장소를 옮기자. 여긴 안된다.”

“형!!! 아주 개박살을 내버리고 와!!”

“형이 말 예쁘게 하랬지? 나쁜 말 쓰면 형이 너 일주일 간식 없다 그랬는데?”

“아, 아냐 형!! 이건 진짜 아냐!! 아, 한 번만 봐줘어!! 아, 진짜 딱 한 번만. 진짜 안 그럴게.”


여자아이에게 남자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어떻게든 밀어냈다.

둘이 벽돌로 만들어진 집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

“······”


잠시 이어진 침묵.


“따라와라.”


금돼지를 따라 간 곳은 우리가 방금까지 걸어온 넓은 초원이었다.

셋 중 누구 하나도 말을 걸지 않았다.


멈춰선 곳은 우리가 올라왔던 입구가 보이는 어느 초원 위.

금돼지는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셋과 눈을 마주쳤다.


“저 녀석들은 건들지 마라.”


무엇보다 진중한 눈빛.

호미는 알겠다며 콧방귀를 뀌었고, 청호는 걱정 말라며 자신의 가슴을 팡팡 쳤다.

강준혁은···


“생각해볼게.”


그 말 한마디로 대신했다.

금돼지는 그걸로도 충분했는지 다시 손도끼를 손에 쥐었다.


넓은 초원에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체력을 회복한 강준혁은 금돼지와 수많은 합을 이뤘고, 그건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청호가 구름을 두르는 것을 곁눈질로 훑어보고는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전격을 강하게 둘러 던졌지만 금돼지는 도끼로 구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뭣···!?”

“역시.”


청호가 당황할 틈도 없이 금돼지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다행히 구름이 청호를 감쌌지만, 충격은 여전히 강했다.

나무에 처박힌 청호에게 호미가 달려갔고, 금돼지는 호미에게 몸을 날렸다.


캉!!


강준혁이 곧바로 달려오지 않았다면 호미도 위험했을 것이다.


“방해다!!”


곧바로 강준혁을 걷어차고 호미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청호의 구름이 호미를 보호했지만, 호미도 충격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호미가 가까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금돼지는 셋의 상태를 곁눈질로 살폈다.

셋 모두 상태는 좋지 않은 상황.


게다가 청호에게는 멘탈적인 영향이 컸다.

자신의 공격이 파훼됐다는 것.


청호의 공격과 방어는 변화무쌍하다.

그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지금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는 무적의 공격을 감행해왔지만, 그 한계가 명확한 것이 단점.

공격을 할 때는 공격으로만. 방어를 할 때는 방어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둘러 공격할 때는 구름의 내구도가 약해지기 마련이었고, 금돼지는 그걸을 잡아낸 것이다.


“언제부터 눈치챘지?”

“지하에서 얼굴에 전격을 맞을 때. 그때는 평소 하얀 구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거든. 하얀 구름은 푹신한 솜털 같았다면, 검은 구름은 수증기 같았거든.”


청호는 이를 악물었다.

자기가 수련하며 가장 욕심났던 부분이면서, 가장 어려워 적당히 타협한 것이 이렇게 비수로 돌아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알았다고 해도 공방을 번갈아가며 하면 문제없을 것이라 자부하던 자신이 미웠다.


“그나저나, 그 여우는 뒤에서 치유해주는 녀석인가? 지하에서 무슨 불꽃을 다루던데.”

“시끄러. 돼지새X가. 입만 살았냐?”


호미의 털에 불이 붙었고, 금돼지는 그 모습을 보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전력을 모르는 상황이니 한 번 상황을 보자고 판단한 것이다.

몇 번 합을 나누다 보면 실력을 짐작할 수 있으니.


호미는 숨을 들이마셨고, 기운을 집중했다.

웬만해서는 둘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손에 기운을 집중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

강준혁과 청호는 눈이 동그래져 입을 떡하니 벌렸고, 금돼지의 뺨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에 쌍검이 들려있었다.

투명한 은색 칼날에 푸른 하늘이 비쳐보였고, 둥그런 문양이 새겨진 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길이는 대략 30cm.


주작 사부와 수련하며 들었던 내용이 호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아무리 아군을 치유하는 위치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호신술 정도는 배워두면 좋지.


금돼지의 올라간 입꼬리를 보며 덩달아 호미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간다?”


금돼지가 대답도 하기 전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마을에서 동생들과 놀아줬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뛰어놀며 빠른 동생들을 잡기 위해 열심히 달렸던 것이 이런 것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재빠르게 올려치는 쌍검을 도끼로 가까스로 받아낸 금돼지는 한 합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다른 두 놈처럼 전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을.


호미가 허리를 틀어 베는 것을 도끼날로 막은 후 발로 쿵 땅을 짓밟았다.

거리가 벌린 틈에 금돼지는 숨을 골랐다.


막아냈던 오른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방금까지 얕보았던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호미는 매섭게 내리찍는 금돼지의 공격을 몸을 틀어 피했다.

피하며 가한 카운터 공격에 푸른 풀밭에 새빨간 선혈이 튀었다.


날에 맺힌 핏방울을 털어내며 호미는 교활하게 웃었다.


“처음이네? 피 본 게?”

“흥, 입만 산 건 아니네.”

“계속 가?”


호미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몰아붙이며 얼른 끝내자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다.


강준혁은 몽둥이를 놓칠 정도로 넋을 놓았고, 청호도 둘의 싸움을 멍하니 구경만 할 뿐이었다.


호미의 뺨에 얕은 상처가 났고, 금돼지의 팔에도 얕은 상처들이 생겨났다.

계속해서 내리찍는 도끼들을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하며, 빈틈이 생길 때마다 검을 찔러놓고 베었다.

무게가 다른 무기를 맞받아치는 것은 안된다며 사부의 가르침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날렵하게 금돼지의 앞까지 파고든 호미는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꾸에에엑!!”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는 금돼지는 발을 재빨리 뒤로 빼며 몸무게를 실어 도끼를 내리쳤다.


“끄아아악!!”

“호미!!”

“호미야!!”


등에 느껴진 차가운 감촉에 호미는 이를 악물고 몸을 굴려 빠져나왔다.

몸을 두른 불꽃 덕분에 도끼날이 장기까지 파고들지 않았지만, 얕은 상처는 아니었다.


청호는 둘의 싸움을 홀린 듯이 쳐다보다가 호미가 당하는 시점에 구름을 두르지 못했다.

이후에 재빨리 호미에게 구름을 둘러주었지만 호미가 고개를 저었다.


“구름 빼. 이건 내 싸움이잖아. 끼어들지 마.”


그 표정에 청호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연한 모습에 구름을 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거리를 벌리게 된 둘은 서로 숨을 골랐다.

호미도 금돼지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지만 둘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떠날 줄을 몰랐다.


“후우··· 먼저 사과한다. 너를 얕봤어.”

“난 안 그랬는데. 오히려 너랑 나랑 붙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한다고 되게 재밌었거든.”

“아니, 방금 그 말. 솔직히 멋졌다. 혼자서 이겨내보려는 여자를 내가 본 적이 없거든.”

“하하, 칭찬 고맙네.”


거의 동시에 둘의 몸이 빛났다.

황금과 빨강.

평화롭기 짝이 없는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 주변 풍경을 일순 물들였다.


빛이 가라앉고 난 둘은 확연히 달랐다.

방금까지 난 상처는 어디가고 다시 쌩쌩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호미는 잠시 허리춤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다시 뺐다.

그 모습을 본 금돼지가 피식 웃으며 턱짓을 했다.


“뭐 있으면 해라. 상관없다.”

“아냐. 한 개 밖에 없어서.”


그리 말하며 청호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그거 먹어. 기력 회복약이다.”

“호미 너는?”

“필요 없어.”


그리 말하는 호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금돼지도 마찬가지인지 거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고르려는 것이 보였다.

서로 한계까지 다다른 상황이란 걸 알지만 그렇기에 둘의 입가에는 미소가 진하게 번져 있었다.


저 웃음의 의미는 즐거움일까, 아니면 자신의 고통을 지우기 위한 발버둥일까.

그걸 알고 있는 건 저 둘 밖에 없을 것이다.


금돼지가 숨을 고른 것을 본 호미가 말했다.


“그럼, 2차 간다?”


둘이 자세를 잡은 것과 동시에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고,

물결같은 충격파가 한 번 더 풀밭을 타고 퍼져나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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