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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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
작품등록일 :
2024.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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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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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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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제복 입은 곰이 셋의 이야기를 듣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방 안을 배회했다.


“너희들의 말로는,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게 누군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고.”

“죄송해요. 저희도 곧바로 따라 올라갔는데,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춰서···”

“아냐. 그래도 배후가 있던 것은 확실해졌잖나. 우리는 이게 자연현상인지 뭔지도 몰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거든. 잘만 하면 덕분에 이곳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어.”


주눅들은 청호의 어깨를 팡팡 치며 씨익 웃어보이는 제복 입은 곰.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 돼요? 지금까지 이름을 못 들은 거 같은데.”

“나, 아. 그렇네. 나는 우웅이라고 한다네.”

“···우웅?”

“그래. 우웅. 친근한 곰이라는 뜻이지. 우리 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은 이름이네요.”

“그치? 저 흑곰 친구는 이름이 창우야. 창우.”


지금까지 이름도 모르는 자들과 일을 함께 해왔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다.


“저는 청호예요. 저 친구는 강준혁, 이 여우는 호미.”

“여우? 말이 짧다?”

“그럼 뭐라고 그래?”

“···아니다. 그냥 너 편하게 불러라.”


무어라 중얼거리며 자리를 뜨는 호미를 보며 청호는 자기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조마조마했다.

우웅이 청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침울해있던 표정이 밝아졌다.


우웅은 오랜만에 이런 칙칙한 곳에 와준 셋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까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일을 감당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했는데, 딱 봐도 어려보이는 셋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니, 마음 같아서는 아예 이곳에 눌러앉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린 아이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국 그저 함께 있을 때를 즐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액자는 뭐예요? 우웅 아저씨랑 다른 아저씨들이 같이 찍혀 있던데.”

“아, 그거?”


액자를 집어든 얼굴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는 것 같았지만 우웅은 이내 미소로 답했다.


“이건 내가 여기서 만나고 같이 지낸 아저씨들이야. 지금은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보지 못하는데, 언젠간 반드시 돌아오겠지.”

“그, 그럼 일단 다시 출발해볼까요? 아까 모습을 감춘 녀석이 누군지도 알아야하고.”

“아냐. 지금은 저녁 시간대이기도 하고, 우리도 피곤해. 지금 움직이면 얼마나 더 움직여야 할지 몰라. 내일 아침에 움직이자.”


호미가 청호의 말을 잘라버리자 청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렇게 하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과 창우도 그렇게 하자며 저녁을 준비했다.


오랜만의 아이들인지라 우웅이 조금 더 신경쓰자 말했지만 메뉴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전시상황에 놓여있는 자들이 먹을 수 있는 거라곤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비상식량과 통조림이 전부였다.

하지만 셋은 통조림도 자주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각자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눕고 셋도 책상이 있는 지휘실에서 가로세로로 누우며 잠을 청했다.

강준혁과 청호는 금방 곯아떨어져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잠을 잤고, 덕분에 호미는 한참을 잠이 오지 않았다.


“에이 씨··· 이 새X들 다 콧구멍을 틀어막아버릴까.”

.

그런 호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은 태평하게 코를 골며 배를 긁고 있었다.

아침에 저 둘에게 잔소리하겠다 마음먹고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잠이 오지 않으니 세수라도 해야지.


찬물에 적시니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 근처에 조금 앉아있다가 피곤할 때 들어가 자야지.


그리 생각하며 수도꼭지를 잠그자 바깥에서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온몸이 굳어버린 호미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지나갔다.

이 시간에? 누구지? 왜?

조심스럽게 열고 닫을 시간이 아닌데.


설마?

저번 수상쩍은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역시 그 녀석인가?

탐정의 촉이 발동한 호미는 조심스레 화장실을 나와 뒤를 밟았다.

비상등만 켜져있는 복도를 지나 열심히 뒤를 쫓았다.


이상한 점은 위로 계속 위로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위나 아래나 눈속임으로 그런 짓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 끝까지 쫓았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어느 숲 속이었다.

지상까지 올라온 그는 숲 커다란 나무 앞에 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

호미는 호기심이 발동해 주변으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발목까지 올라온 수풀이 방해가 되었다.


“오랜만에 왔다. 지금 지하도 상당히 버거워서 말이지.”


홀로 선 등에 새하얀 달빛이 비추었다.

미약하게 떨리는 그의 어깨.


“너네들 인력 부족한데 일 빼먹고 쉬니까 좋냐? 가끔 시간 나면 도와주러도 내려오고 해라. 야박하게 굴지 말고.”


호미는 팔짱을 낀 채 나무에 등을 기댔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다음날 일찍부터 준비를 마친 청호는 벌써부터 새로운 것을 볼 생각에 기분이 한껏 들떠있었다.


“뭐 그렇게 들떠 있냐.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야.”

“그래도. 놀러가는 거 아니어도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건 재밌지 않아?”

“그런 것 보다 나는 잠을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어젯밤 잠을 잘 못 잤거든.”


호미가 입을 가리는 모습에 청호가 익살스럽게 웃었다.


“뭐야, 너도 결국 설레서 잠 못 잔 거 아냐? 안 그러면 잠을 못 잘 이유가 없는데?”

“웃기고 있네. 너네 둘이서 코골이로 듀엣을 하고 있는데 내가 옆에서 어떻게 자냐? 너 귀에다 소리지르고 있을 테니까 자 볼래?”

“내가 그랬다고? 아냐! 난 코 안 골아!!”

“뭐래?! 너 코 엄청 골거든? 그것도 모르면 어떡하냐?? 너네 집에서 너 코 곤다고 아무도 말 안 해주디?”

“······”


생각했던 반응은 이게 아니었는데.

호미는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고 나서야 본인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과하려고 손을 뻗어봤지만 청호는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면 될 거야. 청호 성격 알잖아. 괜찮아.”

“아니, 나도 분위기가 이렇게 박살날 줄 몰랐지. 패드립을 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누가 들으면 조금 기분 나빴을 수도 있어. 나중에 사과하면 되니까 기분 풀고, 지금은 지하 내려가는 것만 생각하자. 알았지?”


강준혁이 다가와 한 마디 건네준 덕분에 그래도 기분이 조금 산 호미였다.

하지만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둘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호미가 쳐다보면 청호가 시선을 피했고, 무어라 말을 걸려 하면 청호가 자리를 피했다.

호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지만, 옆에서 강준혁이 열심히 중재해준 덕분에 별다른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치가 있던 곳에 도착해보니 이곳이 정말 동굴인지 만들어진 건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방처럼 사각형으로 딱 이루어진 장소가 처음 금돼지와 싸웠던 것도 그렇고 너무 인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준혁은 머릿속의 질문을 입 밖으로 곧장 꺼냈다.


“여기는 누가 따로 만든 건가?”

“자연스러운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딱딱 이루어진 곳이 많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여긴···”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 거야. 조금 더 들어가보자.”


셋은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았다.

새카맣게 태워진 고치는 온데간데 없었고 텅 빈 공기만 우리를 반겼다.

고치가 있던 방의 한 쪽 구석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걸 발견했다.


“어제 우리가 이걸 봤었나?”

“고치한테 가려져서 못 본 거 아냐?” 어제 진짜 많았잖아.”

“하긴, 구름에 불꽃에 못 봤을 만 했네.”


청호가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고, 강준혁과 호미가 그 뒤를 따랐다.

호미가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의 기척이 다시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계단 아래에는 다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굴의 형태가 나왔다.

종유석과 석순이 가득했고, 어디선가 흘러들어오고 있는 물은 졸졸 흐르는 빗물처럼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확 넓어진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는 꽤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었고, 셋은 그들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웅의 액자에 있던 팀원들이었다.


“아니,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예요? 창우랑 우웅이 얼마나 그쪽들 찾고 있었는지 알아요?”


청호가 당황하며 어깨를 붙잡았지만 그의 눈동자는 풀린 채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걸 알자 청호는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이라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내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어라, 이런 누추한 곳에 손님이 오셨네?”


새하얀 소복을 입은 누군가가 무리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 그것과 대비되는 듯한 눈처럼 새하얀 옷.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

그녈 본 청호는 강준혁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래!! 내가 말한 저 옷!! 너랑 똑같잖아!!”


강준혁의 시선에는 그녀가 입은 한복보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강준혁이 알고 있는 여성 한복이라 함은 발목은 보여야 하는 것인데, 녀석의 발목이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바닥을 질질 끌고 있는 듯한 모습도 아니었고, 그녀의 키보다 길어보이지도 않았다.


“일단 내 소개부터 할게. 나는 소리라고 한단다. 이름 예쁘지?”

“······”

“이런,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굳었어? 설마 나같은 건 처음 보는 건 아니지?”

“넌··· 귀신이야?”

“이야, 너 눈치 빠르구나? 맞아. 흔히 볼 수 있는 처녀귀신이지.”


빙그르르 한 바퀴 도는 그녀를 보며 강준혁은 침을 삼켰다.

강준혁은 한소리가 무섭다기 보다는 놀라운 감정이었다.

지금까지의 귀신들은 보통 움직이지 않고 그저 말없이 빤히 쳐다만 볼 뿐이었는데, 눈앞의 한소리는 그러기는 커녕 말도 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장소가 바뀌어서 그런 것일까.

이곳이 인계가 아닌 귀계라고 생각한다면 그녀가 손쉽게 움직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강준혁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말을 꺼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여기서? 뭐하기는, 혼자 있기 외로워서 친구들을 만들고 있었지.”

“원래 이곳에서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강준혁의 일침에 한소리의 눈매가 얇은 손톱처럼 가늘어졌다.


“뭐야, 너 꽤 알고 있네?”

“내가 살던 곳에서 지긋지긋하게 봐와서 말이야.”

“그래? 그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겠는걸?”


한소리가 손뼉을 치자 그곳에 몰려있던 무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준혁을 향했다.

스멀스멀 좀비처럼 몰려들어오는 모습에 셋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일단 이 사람들 다치게 해선 안돼!”

“그건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강준혁 너는 가만히 있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우웅과 창우의 동료들인 것을 알기에 더더욱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청호가 구름을 꺼내 무리들을 한데 묶고 움직이지 못하고 가두자 구름 안에서 아우성이 들려오며 삐져나온 팔다리가 공중을 헤맸다.


“그런 다음에는?”

“일단 여기서 재울 생각인데, 재우기 힘들다면 전기로 마비시켜 기절시켜야지.”

“그럼 내가!!”


호미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팔다리가 튀어나온 구름에 던졌다.

허우적거리던 팔다리들이 하나둘 기운을 잃고 축 늘어졌고, 모두 안전하게 제압한 걸 확인한 강준혁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몽둥이에 류를 둘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접근했다.

아래에서 위로 반원을 그리며 스윙했지만 한소리는 한 박자 빠르게 몸을 빼 거리를 벌렸다.


“이야, 너 움직임 좋은데? 너도 내 장난감이 될래? 꽤 재밌다고?”

“시끄럽고, 저 사람들이나 원래대로 해줘!”

“싫은데~.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녀석들인데 왜 그래야 해?”


그리 말하며 한소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강준혁은 방어태세를 취하며 공격에 대비했고, 뒤로 물러나 있는 청호와 호미도 자세를 잡았다.

한소리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별다른 공격이 없어 당황한 강준혁은 이후 무슨 추가 공격이 있는가 싶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한소리는 다 했다는 듯 만면에 미소가 가득 지어져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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