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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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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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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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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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귀농!

DUMMY

“그럼 동거하시는 걸로 할까요?”


“······ 나가.”


이 조그마한 생명체를 내보내는 게 매정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 유경험자로서.

동거를 해봤을 때, 동거는 하지마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묘하게 힘이 빠진 목소리.

마상.

나 상처입었다. 나 슬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어깨가 추욱 쳐졌다.

고개는 아래로 늘어뜨리고 등을 돌렸다.


‘하아.’


안쓰러웠다. 안타까웠다.

저 조그마한 생명체가 상심한 채 내게 등을 돌린 것이.


솔직히 말해서, 저 조그마한 생명체와 같이 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 자그마한 몸집에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는가.

근데 그동안 어떻게 살았던거지?


“잠깐, 멈춰봐.”


실바는 슬며시 뒤를 돌아봤다.


“그래, 알겠어. 알겠다고.”


실바의 어깨는 쳐진 상태였다.


“······같이 살자.”


바로 등을 돌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새삼 부담스럽네.


“그 일단, 눈은 꺼줄래?”


초롱초롱한 눈이 평범한 눈으로 돌아왔다.

무슨 기계냐?


“우선은 주로 뭘 먹어? 내 집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관리도, 안 하고. 먹을 것도 없었을 텐데?”


“음. 맞습니다. 주인님, 여긴 참 관리가 안 되어있더군요. 수많은 괴물들이 잔뜩 살고 있어서, 살아남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관리를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식사는 삼시세끼 먹으니, 주의해주시고. 식사는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목욕도 따뜻한 물이 필요하니, 주의해주시고요.”


“야······.”


쉴 새 없이 이어져나왔다.

끊어낼려고도 했지만, 말을 할 때마다 귀가 반응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이 녀석 일부러 안 듣는 듯 보였다.



그렇게 일장연설이 다 끝났다.


“그럼 이만.”


“거기 스탑.”


자꾸 드는 생각인데.

이 녀석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대담하면서도, 미묘하게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꾸물꾸물.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손바닥을 넘을려고 하는 것하며.

눈짓을 주니, 아무것도 모르오.

나는 모르오. 하는 태도하며.



너 뭐 숨기고 있지?


“실바.”


“네.”


“너한테 있어서 괴물들이라고 하면, 곤충들을 말하는 거지?”


링크를 통해서 이미지를 보내주었다.


“네. 맞습니다. 다른 많은 괴물들이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그렇다고 치고, 그동안 뭘 먹은 거야? 이 집은 방치되어 있었거든.”


“아 그건 저희가 대단하기 때문이죠!”


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서, 허리에 손을 얻었다.

그리고 고개를 치켜세웠다.


살짝 아니꼬왔지만. 궁금한 사람이 참는다.


“궁금해요?”

“······.”


말없이 바라보자 황급히 말을 이었다.

“저희일족은뭐냐면······.”


“천천히 말해도 돼. 급할 것도 없는데.”


“자기가 빨리 말하라면서.”


실바는 혼자 궁시렁댔다.


“뭐라고?”


“아닙니다!”


마치 신병처럼 기합이 바짝 든 모습이었다.


“진짜, 우리 기사단 신병으로 왔더라면······.”


그렇게 마저 궁시렁대단 시바가 정신을 차렸다.


“아무튼 말을 계속하자면, 우리 일족은 하늘과 땅의 일족으로, 기상부터 시작해서 자연에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건데?


“근데 여기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거야?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잖아?”


“맞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었죠.”


저희는?


“여기 있는 작은 생태계에서 자급자족했습니다.”


“작은 생태계가 무슨 말이야?”


실바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그곳에는 싱크대 창가에 놓인 자그마한 화분이 있었다.

아.


그 화분은.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적에 내가 선물로 해드린 물건이었다.


‘아들아, 네가 독립하면, 우린 시골에 내려갈꺼다.’

‘갑자기 왠 시골?’


어머니가 말하셨다.


‘우리는 자연이랑 함께 사는 게 꿈이었거든.’


‘농사라도 지으실려구요?’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오, 예리한데?’


하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자그마한 화분을 선물해드렸다.


그게 바로 이 화분이었다.


“그게 어디갔나 했는데······. 어머니가 가져다놓으셨구나.”


그리고 당연히 죽었으리라, 여긴 화분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아니, 마치 어제 산 것 이상으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실바야 고맙다.”


잊고 있던 부모님과의 기억.

아.

뺨을 타고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인족님, 왜 우시는 건가요?”


“······ 기뻐서 그래. 기뻐서.”


“그러면 나가주시는 걸가요?”


그건 아니야.


* * *



“그래서, 그 저희라는 다른 친구들은 어디 있어?”


흠칫.

실바는 말 없이 동현을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말이신지······?”


실바는 초조함을 온 몸으로 드러냈다.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눈을 동현과 마주치지 못했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보는 동현은 다른 이들도 있는 걸 확신했다.


‘그렇게 티나게 반응하면 못 알아채는 게 이상하지.’


내심 속으로 웃었다.


“실바, 너 설마 지금까지 날 봐놓고, 날 못 믿는 거야?”


사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만나지 몇 시간.

당연히 신뢰가 쌓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속선속결로 부딪혀야 했다.


“그······그렇긴 한데······. 저희가 만난 지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너가 보살펴 준 저 화분을 봐. 저 친구를 보고도 모르겠어.”


사실 동현도 뭐라고 하는지 잘 몰랐다.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성공이었다.


“그··· 제가 기사단장이긴 한데······.”


기사단장이긴 한데?

동현은 의구심 섞인 눈으로 실바를 바라봤다.


실바는 두 눈을 질끔 감고서 대답했다.


“임시입니다! 임시!”


“임시?”


“······네.”


실바의 말은 그러했다.

지금 자신은 혼자만 온 것이 아니었다.


왕국의 공주님과 몇몇의 백성들이 같이 온 것.

따라서 자신만 기사라서 임시적으로 기사단장이 된 것이라고.


아.


‘그래서 처음에 마나가 여러 개 같았구나. 워낙에 작아서 몰랐네.’


“그래서······ 저 혼자는 결정 못 합니다.”


“음······. 알겠어. 그럼 이야기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그때였다.


“아뇨, 그러실 필요없습니다. 거인족이시여.”


실바와 같은 크기의 성별만 다른 루미에라 일족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그 이목구비하며, 실바와 차이가 있었다.


실바는 뭐랄까. 투박하다면.

공주는 정말로 공주님 특유의 고결함이 느껴졌다.


“제가 루미에라 왕국의 공주 엘리사라고 합니다.”


동현을 처음 본 실바와는 다르게, 엘리사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였다.


동연은 고개를 숙여, 실바에게 속삭였다.


“공주님이, 기사단장님 보다 더 용감하신데?”


“그, 그건 제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실바는 자그맣게 외쳤다.


“말씀하신 내용은 다 들었습니다. 저희를 이 집에 같이 살게 해주신다고.”


“맞습니다. 비록 여기가 제가 집주인이긴 하지만, 제가 살지 않고, 관리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관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사는 잠시 동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실바가 옆에서 말렸다.


“고, 공주님, 그러시면 안 되······.”


엘리사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비록 종족이 다를 지언정, 귀하의 베품에 저희는 안정적인 거주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자그마한 축복입니다. 부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엘리사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두 손을 모은 엘리사의 뒤로 후광이 비쳤다.


실바가 그런 엘리사를 말렸다.


“공, 공주님, 여기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는······.”


엘리사는 계속해서 축복을 이어갔다.

후광은 계속해서 강해졌고, 이내 후광 속에 엘리사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루미에르의 빛.”


엘리사가 동현을 향해 손을 가르켰다.


빛은 동현에게 비춰졌다.


동현은 두 눈을 찡그린 채, 축복을 받아들렸다.

그와 동시에 각성 능력이 발동되었다.

본능적인 반응.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그렇게 축복을 받아들렸다.



루미에르의 빛은 동현에게 가뭄 속의 단비였다.

비록 각성을 했지만, 신체적인 능력은 증가폭은 거의 없었다.

비각성자 헌터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

하지만, 루미에르의 빛은 확장을 이루게 해주었다.


하늘과 땅의 일족 루미에르.

사람이라는 자그마한 것에 비하면, 한 없이 큰 대상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는 틀에서 조금 더 커지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그릇의 확장.



빛이 멎고, 동현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쓰러진 공주와 그녀를 보살피고 있는 실바였다.


동현은 황급히 실바에게 달려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동현은 당황해서 말도 채 나오지 않았다.

실바는 엘리사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행위는 저희 루미에라 일족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기에 탈진하신 겁니다. 걱정마세요.”


동현은 그런 엘리사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 자그마한 생명체가 그런 일을 하다니.


거기에, 지금 느껴지는 이 힘은······.


일단은 지금 엘리사가 먼저였다.



“······ 괜찮은 거야? 혹시 위험하거나 한 건 아니지?”


“네, 괜찮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산의 정기가 닮긴 깨끗한 물이 있을까요?”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순간 떠오른 뒷산과 가까이 위치한 우물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물이 우물에 모인 것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은 순식간이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내가 구해올게.”


그렇게 동현은 실바와 엘리사는 담겨두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당연히 실바와 엘리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실눈을 뜨고 동현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엘리사와 어색한 연기를 이어가는 실바.


‘······ 이 정도면 된 거겠죠?’

‘물론이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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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절 24.08.27 12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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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귀농! 24.08.24 15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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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은퇴 (2) 24.08.21 17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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