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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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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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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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행

DUMMY

김민경이 넌지시 던져준 말에 배하은은 황급히 비서 김다영을 불렀다.

대기하고 있던 김다영은 다급히 차로 달려갔다.



“김소율, 지금 어디야?”

“네? 확, 확인해보겠습니다.”


배하은의 짜증섞인 목소리에 김다영은 황급히 휴대폰을 열었다.


“빨리 알아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결과.


“현재, 동생인 김재현과 같이 있다고 합니다.”


‘김재현?’


멈칫.


“설마? 그 김재현을 말하는 건 아니지?”


“김소율 씨의 동생 맞습니다.”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던 배하은은 입술을 짓이겼다.


천상 길드의 힘이라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몇몇 일을 제외하면, 그것은 바로 S급 랭커들.


그들은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었다.

심지어, 길드장까지도.

단지 서로 존중하기에, 관계가 이어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김재현을 건드릴 수 없었다.

김소율에게 직접적인 터치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부모까지도.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았기에, 같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배하은이 고개를 들었다.


“야.”


초조해하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태도.


“너 어디서 뭐했어.”


맑은 눈을 뜬 채, 시선을 마주한다.

그 시선을 마주한 김다영은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시선을 피하는 순간, 전임 비서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단순하게 길드를 나가는 게 끝이 아니었다.

수많은 추문을 끌고 나가게 된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듯했지만, 오롯이 그녀에게 집중해야 했다.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래? 지금 미리 미리 알아놨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소식을 다른 길드 사람한테 들어야겠어?”

“······.”


“응? 혹시 내가 모르는 바쁜 일이라도 있을까? 그랬던 거야?”


김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대답도 대답하는 순간.

배하은은 사냥개처럼 목덜미를 뜯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틀림없이.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배하은은 의자에 파묻혔다. 흥미를 잃은 것.

배하은에게 비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김소율이었다.


그렇기에 배하은은 김다영을 보내주었다.


“됐어. 가봐. 가서 김소율이 김재현이랑 뭐하는지 알아내.”


배하은이 손짓했다.


“네, 감사합니다.”


김다영은 내리면서 휘청였다.

다리에 힘이 빠진 것이었다.


‘가지가지 하네. 진짜.’


싸늘한 눈길.


금세 시선을 돌렸다.

김재현과의 만남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천상계 모임을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이 겹친 것을 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뭐야. 뭐길래. 안 나오겠다는 거야.’


배하은은 엄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각성하기 이전의, 고등학교 때의 습관이 불쑥 튀어나온 것.

그리고 그것을 배하은은 알아차렸다.


실소가 터져나왔다.


“하. 진짜.”


핸드에 고개를 쳐박았다.

빠-앙.

클락션이 길게 울려퍼졌다.

배하은의 차로 시선이 몰렸다.


그때, 배하은의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김재현과 김소율 사이에 한 사람. 강철 길드의 비각성자 헌터 김동현.

김재현은 그 사람과 친하고, 김소율은 그 사람과 사귀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다면, 김동현에게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배하은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헝클어진 머릿결 사이로 배하은은 눈은 형형하게 빛났다.


배하은은 휴대폰을 열었다.


‘김동현 동태도 같이 알아봐.’


* * *


귀농을 한다고 왔지만.

사실상 귀농도 내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눈 앞에 있는 루미에라들은 농사짓는 것을 오히려 즐겼다.

단지,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정도?


오히려 좋아.


단일 식물을 키우는 것은 결국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

하지만, 전직 헌터는 수익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묘종을 구하러 읍내로 왔다.

겸사겸사 어제 잡은 하운드를 도축해야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운전대를 잡은 내 옆에 자그마한 생명체가 함께 했다.

실바였다.


“그래서 왜 온 거라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죠!”


당당한 태도의 실바.

그러나 실바가 나오게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어젯밤에 맛보게 해준 라면이었다.


저녁을 굶고서 청소까지 다 했더니, 배가 고팠다.

먹을 거라고는 라면 뿐.

그래서 버너에다가 라면을 끓였다.

알싸한 라면향이 올라오니, 실바와 라미에라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 이게 무슨 냄새인가요?”


“아 이거 라면이라고, 먹을 거야.”


도도도 달려왔다.


“괜찮다면, 저희도 먹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괜찮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 끓은 라면 한 가닥을 실바에게 내밀었다.

실바는 잠시 지켜보다가 한입 베어물었다.

오물오물.


어떠냐? 현대의 맛이.


美味(미미).


실바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맛있습니다!”


다른 애들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저도 주십쇼!”

“여기도요!”


“자자. 기다려.”


다들 맛있게 먹고서 배가 빵빵하게 올라왔다.

흐뭇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라면을 먹다가 오늘 외출하겠다고 했더니.


“잘 같다 오십쇼.”


······ 라면 먹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어디를 가는지, 뭐 때문에 가는지 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오롯이 라면에만 집중하는 모습.

라면에 진 기분이었지만, 착각이겠지.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습관적으로 질문이 나왔다.

소율이랑 사귈 때 항상 물어보던 습관.


“먹고 싶은 거요? 라면이요!”


실바는 고개를 번뜩 들고 말했다.

아는 먹거리라고 해봐야, 라면 뿐이었으니, 라면만 말하는 실바였다.


그래서. 먹거리 1타 강사인 내가 수많은 먹거리들을 설명해주었다.


핫도그, 떡볶이, 순대 각종 분식류.

칼국수, 막국수, 국밥 등.


루미에라들은 상상이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턱을 괴고서 고민을 수차례 거듭했다.


“가겠습니다!”


어디를?


“읍내라는 곳이요.”


“근데, 다 같이 갈려고?”


당연한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 자그마한 생명체들과 함께 하겠는가.

당연히 불가.


“안 돼. 단 한 사람만.”


힐끗.

서로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지는 피 튀기는 전쟁.


그것은 바로 눈치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승자는 바로 실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겼다.

라면 먹느라. 신경 쓰지 않던 실바.


“으, 응? 뭐야? 뭐했어?”


다른 루미에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아, 실바.”

“눈치가 없는 실바가 당첨이라니······.”



그렇게 결정된게 실바와 함께 하는 읍내여행.


“자, 다 도착했다.”


보조석 암레스트에 올라서서 밖을 내다봤다.


“우와.”


자그마한 화분이 또다른 세상의 모든 것으로 여기고 있던 실바였기에, 실바는 눈을 떼지 못했다.


“동현님, 엄청 커요!”


마치 어린아이마냥, 큰 세상을 만끽했다.


“사람들이 전부 동현님처럼 크네요. 와. 저기 뭐 먹고 있어요.”


실바가 가르킨 곳을 보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이스크림을 먹은지도 오래되었다.

실바를 보니, 과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어떨지 궁금했다.


“실바야, 혹시 저거 먹어볼래?”


실바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머리카락이 들썩이도록.


“음, 그러면 일단 하운드부터 처리하고 먹자. 어때?”


“네, 동현님!.”


어디보자. 이장님이 말씀해주신데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바로 보이는 정육점. 정육마을.

그것도 몬스터 취급매장이었다.


“실바야, 기다리고 있어.”


실바는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서, 차에 내려 정육마을로 향했다.


“계십니까?”


“어서오세요.”

진열대 안에 앉아있던 사장님이 일어섰다.

고개가 저절로 올라갔다.

앉아 계실 때는 보이지 않던 사장님이, 고개를 올려다 봐야되는 거구의 소유자셨다.

내가 180cm가 안 되는 179cm니까, 2m 조금 안 되시는 듯 했다.


“키가 엄청 크시네요.”


“많이 듣는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오셨을까요?”


“아, 하운드도 취급하시나요?”


“네, 짐승형 몬스터는 다 다루고 있죠. 직접 잡으셨나요?”


“네, 어쩌다보니.”


사장님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셨다.


“이런 시골에 오신 거 보면, 개인적으로 잡으신 것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하하, 운 좋게 잡은 거죠.”


사장님이 얼굴에 금칠해주셨다.


“자, 그럼 한 번 볼까요.”


덮어둔 천을 걷어냈다.


“오, 실력이 정말로 이런 시골에 오실 분이 아니신데······.”

고개를 갸웃하시는 사장님.


“귀농하니까. 각성이 되버려서요.”


“아아,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원래 헌터셨나봐요.”


“네네, 원래 비각성자 헌터였다가, 쉴려고 내려왔죠.”


“요새 그런 분들 종종 뵙죠. 그러면 이 녀석 어떻게 해드릴까요?”


“혹시 판매도 하시나요?”


“물론이죠.”


두 손을 비비는 사장님이셨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이 순간.

헌터 김동현은 사라지고, 자연인 김동현으로 돌아간다.


거래는 냉정한 법.


말없이 손가락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현란하게 손이 움직이고.

서로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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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90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7 4 10쪽
» 읍내행 24.08.30 107 7 9쪽
12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3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1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9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9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80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9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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