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90
추천수 :
122
글자수 :
90,380

작성
24.08.29 22:32
조회
109
추천
6
글자
9쪽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DUMMY

“휴. 이제 좀 쉬네.”


엄청 긴 하루였다.

각성에다가 게이트 속의 생명체, 루미에라 일족.

하운드와의 전투까지.

원래는 귀농이라는 힐링라이프를 즐기고자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힐링 라이프하면 맛있는 거 먹고, 늘어지게 있는 그런 것 아닌가?

왜 난 이러고 있는 거지?

새삼 한숨만 나왔다.


“에고고. 힘들다. 힘들어.”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이장님은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집으로 가셨다.

이장님도 고인물 중에 고인물. 뉴비가 왔다?

이건 못 참으시는 듯 보였다.

귀농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이라며, 다 가르쳐주겠다고 하셨다.

근데 믿어도 되나? 도축도 가르쳐준다면서 읍내로 나가라고 하신 게 생각나서, 의심의 눈초리로 이상님을 바라봤다.


찔끔.

헛기침을 하시며, 호언장담을 하셨는데.

솔직히 기대는 안 됐다.

내 첫인상도 첫인상인데, 이상님 첫인상도 이상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도 초대하셨는데, 집안 정리도 해야해서 거절했다.

그렇게 저녁도 거른 채 집안 청소를 했다.

하운드와의 전투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오히려 청소가 더 힘들었다.

몇 년을 쌓인 먼저가 쌓이고 쌓여서 닦이질 않았다.

내심 쓴웃음이 지어졌다.

부모님이 보셨으면 분명 호통치셨을 것이 분명했다.


아. 루미에라 애들이랑도 이야기를 마져해야지.


“얘들아, 실바, 엘리사.”


화분 뒤에서 고개를 내미는 실바와 엘리사였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다른 루미에라 일족까지.



“어? 다른 애들도 있었네.”


실바가 대답했다.



“네, 동현님. 인사드리는 것 맞을 것 같아서 다 나왔습니다.”


쪼르르 서 있는 루미에라 일족은 총 8명.

실바와 엘리사를 제외하고도 6명의 루미에라 일족이었다.


아, 이게 힐링인가.


짜리몽땅. 거기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바라보고 있었다.


후,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느낌.


“저희끼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표로 나온 것은 엘리사.

갑자기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서로가 눈을 주고 받고.


엘리사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동현님을 왕으로 추대할 것입니다!”


엘리사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두 팔을 벌려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뒤에 서있던 루미에라 일족들도 같이 외쳤다.


“동현 왕! 동현 왕!”


이게 무슨 일이지?

상황은 갑작스레 흘렀다.


“아니, 얘들아? 잠깐만?”


말을 듣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기를 시작했다.


“저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닙니다! 한 명의 루미에라 일족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게 무슨.”


와아아.

엘리사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저희의 지도자이신 동현 왕 만세!”




“만세!”


“동현 왕 만세!”


이 미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왕이 되버렸다.


만나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 녀석들.

의외로 외양과는 달리 고단수였다.

방금 전에 눈빛을 통한 의사소통.

한두 번 한 플레이가 아니었다.


‘의도대로 흘러가게 둬서는 안 돼.’


다분한 의도가 있는 행동에는 따르지 않는 게 최선의 한 수.

그저 가만히 있었다.

입을 다물고, 그저 상황을 지켜봤다.


이내 루미에라 일족 하나둘 만세를 멈췄다.

마지막까지 만세를 외치는 엘리사와 실바.

다른 루미에라 일족이 엘리사와 실바에게 눈치를 줬다.


“저기...”


작게 속삭였지만, 듣지 못한 눈치였다.


“뭐야, 왜 만세를 안 해?”


루미에라 일족이 말없이 고개짓했다.

엘리사와 실바가 등을 돌려 날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엘리사와 실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녀석들이 역시 주동자네.


“자,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엘리사 공주님?”


소리 없는 웃음에 엘리사는 부르르 떨었다.


“저 그게요. 동현 님. 이게 다 실바가 하자고 했어요!”


바로 고자질.

실바는 당연히 바로 반응했다.


“아니, 공주님께서 하자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한 건데.”

“내가 언제!”


그렇게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할 때, 다른 루미에라 일족들은 조용히 뒷걸음질 쳤다.


‘어차피 동현님은 우리는 신경쓰지 않으셔.’

‘맞아, 맞아.’


그리고 그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거기 스톱.”


뭔가 기시감이 들었다.

왜지. 왜 똑같은 일이 있던 것만 같지.

아.

헛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들, 실바랑 똑같아.’


낮에 실바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고단수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모습.


“아무것도 요구 안 할테니까. 다들 그만해.”


“정말요?”

“와아아.”

“그러게. 동현님을 믿자고 했잖아요.”


기뻐하는 루미에라들이었다.


“밥은 어차피 너네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고, 거기에 내가 신경쓸 것도 없잖아.”


그 말에 루미에라들은 힐끗거렸다.


“왜? 뭐 필요해?”


“저희 밖에서 애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애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루미에라들은 식물을 키우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자연과의 교류.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종족.


어?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시골에 온 이유가 뭔가?

바로 힐링이었다.

결혼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서 왔다.

그런데 오늘만 해도 힐링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오자마자 생전 처음보는 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몬스터와 전투.

새로운 인연까지.



이제는 농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


이 농사를 내가 안 지어도 된다면?

눈 앞에 있는 루미에라 얘들한테 부탁한다면?


올라갈 것만 같은 입꼬리를 애써 고정시킨 채 말했다.


“아, 그러면 식물은 뭐 아무거나 상관없고?”


“네, 상관없습니다. 식물이면.”


그러면 진짜?

코가 벌렁거렸다.

흐음, 수확은 어쩌지?


“근데, 열매가 열리면, 그건 수확은 어떻게 해? 너희보다 몇 배는 클텐데.”


루미에라들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작은 화분.

내가 선물로 드렸던 라벤더였다.


“자라나라, 자라나라.”


뭔가 머리카락이 자라날 것 같은 명령어와 함게.

라벤더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보랏빛의 잎이 눈에 띄게 커졌다.


“그리고 선물로 저희한테 준답니다.”


그 말과 함께 사르르. 라벤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루미에라와 식물 간의 교류였다.



그렇다면, 농사는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얘들아, 더 필요한 거 없니? 내가 다 해줄게.”


어디까지나, 선의의 마음으로 해줄려는 것이다.

아무튼.




* * *


김소율이 어울리던 5대 길드 모임.

천상계.


각각 스타 길드, ls 길드, 천상 길드, 황혼 길드, 철혈 길드로 천상 길드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그 중 천상 길드는 힐러들의 길드였다.

당연히 김소율의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자격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천상 길드에 속한 간부 중 한 명.

배하은.

김소율과 같은 B급 힐러로. 김소율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배하은은 천상계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배하은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법사들의 길드, 황혼. 그 황혼의 간부 김민경이 말했다.


“김소율 더 이상 안 나온다던데? 아는 거 아니였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아이스크림을 휘적였다.


“난 네가 아는 줄 알았지.”


다분히 너스레를 띠는 모습.

배하은은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소율의 소식에 모든 신경이 쏠렸다.

김소율은 여러 모로 비슷한 자신과 비슷한 존재였다.

격변 이전에는 성적과 외모로.

격변 이후에는 각성 능력으로.


그런 만큼 비교가 되기 일수였다.

고등학교 때는 김소율을 뛰어넘기 위해 발악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김소율은 고작해야 중견길드의 힐러.

자신은 5대 길드 중 하나인 천상 길드의 간부.


확실한 격차가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김소율과 일부러 자리를 만들었다.

우연히 만난 것처럼.


‘어머, 너 소율이 아니니? 나 배하은이야, 고등학교 동창.’


그것도 김소율이 일하는 곳에 가서.


‘너도 각성했구나, 너는 어디 들어갔어? 난 천상 길드 소속 헐러.’

‘아, 그렇구나. 나도 힐러고, 길드는 그냥 가까운데 들어갔어.’


어색하게 웃던 모습이 짜릿했다.


‘아, 힐러였어. 그럼 혹시 우리 모임에 안 올래?’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김소율은 하나부터 열가지다.

배하은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 점이 지루하던 천상계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일부러 장비 자랑을 하며, 길드 자랑도 하고, 심지어는 남편 자랑도 했다.

A급 헌터가 내 남편이라고. 사실은 스펙보고 만난 사이지만.

그러던 중 김소율이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한 이름이었다. 김동현.

비각성자 헌터.

비교하기 좋았다.

‘너도 결혼해야 하지 않아? 브라이덜 샤워해야지?’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의 브라이덜 샤워를 보여주었다.

당연히 김소율은 부럽지 않은 척했다.

배하은에게는 그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기에, 내심 속으로 웃었다.


그런 김소율이 나간다고?

왜?


“몰라. 내가 듣기로는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모임도 안 나온다던데?”


배하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폭발할 듯햇다.


김민경은 그런 배하은의 모습을 보면서 일부러 자극했다.


“아쉽다. 이제 소율이 못 봐서.”


“나 먼저 갈게.”


배하은은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김민경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다니까. 정말.”


황혼 길드.

마법사들의 길드이면서 연금술사의 길드였다.

수련과 수련을 거듭하고,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이들. 그들을 미치광이 길드라고 불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꼬여드는 사람들 24.09.09 47 2 7쪽
22 삼촌 24.09.08 55 2 9쪽
21 노출된 루미에라,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파급력 24.09.07 64 3 9쪽
20 해피엔딩 24.09.06 75 4 9쪽
19 토마토를 찾는 사람들 24.09.05 72 5 9쪽
18 새어나간 토마토 24.09.04 74 4 9쪽
17 토마토 효과 24.09.03 87 4 10쪽
16 토마토 구매 희망자 24.09.02 83 4 9쪽
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6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2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0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8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0 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