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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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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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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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구매 희망자

DUMMY

이민준.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였다.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졌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성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흥미. 재미만이 유일한 삶의 가치였다.


배하은이라는 여자에게 가진 호감도 사실은 흥미에 가까웠다.

그 흥미가 사그라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 다른 흥미로운 것에 끌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배하은이라는 사람에 흥미가 사라지고, 김동현이라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다.


흔히 귀농하면 떠오르는 생각.

그것은 이민준이 가진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고된 농사를 짓고, 여가 생활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렇다고 그 노동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더군다나 김동현은 힐러인 여친을 걷어차고서, 사성길드에 비해서는 낮지만, 나름 좋은 길드인 강철 길드를 은퇴하고서 귀농을 선택했다.

흥미로웠다.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바로 동현에게 향했다.

동현의 집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그 흔한 편의점도 없는 깡시골.


그나마 읍내는 가까웠다.

물론, 민준의 눈에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렇게 도착해서 바로 동현의 집으로 향했다.


“집도 별로 안 크네. 이 정도면 보통인가?”


민준이 비서에게 물었다.

재벌가의 일원으로서 일반인들의 삶은 잘 몰랐다.

김 비서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그렇기에 대답해주기 적합했다.


“4인 가구는 족히 살법한 크기입니다.”


“흐음, 그래.”


그렇다고 해도 그냥 그랬다.

몇 명이 살든 상관없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에게는 어떤가 싶었을 뿐이니.


중요한 것은 김동현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민준과 김 비서의 눈에 보인 것은 동현이 토마토를 먹는 모습이었다.


‘무슨 토마토를 먹는데 경건하게 먹고 있는 거지.’


사실 동현은 몰랐겠지만, 양손으로 토마토를 들고 정신 없이 먹고 있었다.


두 손으로 경건하게 든 채.

성급하지 않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는 속도로 입에 가져갔다.


동현의 입안에 들어간 토마토가 터져나올 때.

민준의 귓가에 과즙이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10m는 족히 떨어진 거리에서.


그에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다.


저 토마토를 먹어야겠다고.


“뭐가 진짜야.”


그래, 진짜이길래. 그런 반응을 한 것인지 민준은 궁금했다.

동현의 그 반응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 했다.

호기심이든 뭐든 간에.


그러나 예상밖의 일이었다.


‘날 몰라?’


비록 뉴스에 좋은 일로는 안 나왔더라도, 수많은 가쉽들로 둘러 쌓인 날?


허.


순간 욱하는 기분이었지만.

그조차도 중요하지 않았다.


무의식 그리고 본능이 손을 토마토로 향하게 했다.


“내가 좋은 일로는 아니지만, 뉴스로도 나오고 한 사람인데, 날 모른다는 분발해야겠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에 든 토마토를 입에 가져갔다.


아.


이건 흔하디 흔한 토마토가 아니었다.

살아숨쉬고 있었다.

재벌가의 일원으로서 온갖 좋은 산해진미들은 먹어봤다고 자부했다.

이것에 비하면 그것들은 죽은 것들이었다.


삶의 가치가 흥미였던, 오로지 재미만이 모든 것이었던 이민준은.

바뀌지 않으리라 여겼던 그 삶의 가치가 바뀌었다.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한낱 과일에 지나지 않을, 이 토마토로.


그리고 이 토마토를 농사지은 이 남자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삶의 열쇠를 지닌, 중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민준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


“이 남자, 가지고 싶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 한 채.


“이사님!”


비서는 안절부절못했고.


“······ 제 집에서 나가주실래요?”


동현은 얼굴을 굳혔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분위기는 고요했다. 그 누구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민준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고, 김 비서는 이 재벌 2세의 정신머리가 드디어 홰까닥했구나 싶었다.

상황 파악을 할 필요없는 재벌 2세는 그저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동현과 비서는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떨어졌다.


* * *


갑자기 찾아와서 멋대로 과일을 따먹지 않나.

그 맛있는 과일 먹더니, 뭐?


이 남자,


아니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으으.

귀가 더러워진 기분이었다.


얼른 힐링해야지.


애들이랑 엘설트 나눠먹어야지.


애들을 생각하니 애들이 키운 토마토가 생각났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토마토였다.


방금 전의 이민준의 반응?

솔직히 반쯤 이해는 갔다.


‘그래도 이 남자 가지고 싶다?’

가까이 할 생각 일절 없었다.


판매를 하는 순간, 힐링 라이프는 파탄이었다.


그저 지인들에게 나눠줄 정도면 충분했다.


강철 길드 사람들이랑, 마을 사람들 그리고 재현이 정도?

음, 문득 머릿속에 김소율이 스쳐지나갔지만.

재현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걱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얘들아, 엘설트 먹자.”


숨어있던 루미에라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 * *


쫓겨난 이민준과 김 비서.


이민준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재벌가의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언제 겪어봤겠는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김 비서.”


“······나 쫓겨난건가?”


김비서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하, 지금 사성의 이민준을 쫓아냈다고? 어이가 없네.”



“······.”



“혹시 김동현이랑 사성 간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건가? 그래서 쫓겨난 거고?”


갈피를 못 잡는 이민준을 보며 김 비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조차 그런 말을 코 앞에서 듣고서 가까이 자리 잡는 게 곤혹이었는데, 당사자인 김동현은 어떻겠는가.

그런데 이민준이 제 삼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게 이상해서 물었다.


“······ 저 이사님, 방금 전에 하신 말씀 기억 안 나십니까?”


조심스런 물음.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뭐?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어본거?”


“그, 그 이전에 하신 말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물었다.


“그 이전에 내가 무슨 말했는데.”


김 비서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무리 격이 없는 인물이라지만, 엄연히 이민준은 자신의 직장상사.

그 말을 설령 본인이 했더라도.



“쓰읍, 빨리 대답 안해.”



김 비서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했다.


“그 토마토 드실 때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왜 토마토를.


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어떤 말을 했던 것 같았다.



김 비서가 적당히 각색을 해서 말해주었다.

이민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예.”


이민준은 현실을 부정했다.

내가 사성의 이민준이.

그런 소리를 했다고?


이민준도, 김 비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이민준은 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김 비서는 그 뒤를 뒤따랐다.


다음날.


이민준과 김비서는 아침 일찍 동현의 집으로 찾아왔다.


“아하하, 동생. 내가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빈손으로 찾아왔네.”


찾아온 민준의 손에는 각종 생활용품부터 시작해, 사성의 소형 가전기기들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동현은 그런 민준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런 말을 들었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딨겠냐고.’


여자한테 그런 말을 듣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한데, 남자한테 들었다?

부담스러운 게 당연한 일이었다.


동현은 아무 말 없이 민준을 응시했다.


“왜 얼굴에 뭐 묻었어?”


태연한 얼굴, 태연한 태도.


“저 혹시 어제 일 기억 안 나시나요? 그 저를······.”


황급히 동현을 멈춰세우는 민준이었다.


“잠깐, 잠깐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기억난다. 하지만 안 난다고 해야 했다.


“그건 지워버리고, 앞으로 일만 생각하자고.”


내가 진짜 좋은 제안을 할 테니 들어봐.


“앞으로 나올 토마토 내가 다 사줄게. 어때?”


농사를 짓는데 당연히 판로도 고민해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다 구매해준다면?

분명이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가격은 일반적인 토마토 10배, 아니 20배에 구매할테니.”


가격 또한 상상도 못할 가격에 구매해준다면?


당연히 받을 것이 분명했다.


민준은 동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동현의 입이 열리고.


“안 팝니다.”


“그래, 당연히 파는······ 뭐? 안 판다고?”


“네. 안 팔아요. 조심히 돌아가시고, 다시는 보지 맙시다. 이민준 씨.”


동현은 문을 닫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민준이나, 김 비서가 채 잡을 세도 없이.


민준은 입을 떡 하니 벌릴 채 굳어버렸다.

그리고 대화를 들은 김 비서는 생각했다.


도대체 그 토마토가 어떻길래.

이 재벌 2세가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나도 하나만 주지······. 어제 하나 먹을 걸 그랬나······.’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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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6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12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2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8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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