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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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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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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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효과

DUMMY

불청객도 쫓아냈겠다.

선물을 할 차례였다.

어떻게 선물을 할 것이냐고?


직접 돌아야지 어쩌겠어.


일일이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느니 직접 주는 게 나았다.

검은 봉지에다가 담아서 주는 거지만, 어쨌든 선물은 선물.


무엇보다 겉포장보다 속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무려 재벌이 인증한 맛!

살면서 얼마나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겠는가.

그런 재벌이 단 한번 맛보고, 정신 못차리는 과일인데, 먹고 나면 정신을 못 차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다소 특이한 사람인 만큼 미각도 이상할 수도 있긴 한데.’


“뭐, 내 입에도 맞았으니까.”


전화를 꺼내 들었다.


“삼촌~ 뭐하십니까~”


전 직장 강철 길드의 길드장 최찬영.

삼촌한테 전확걸었다.


“당연히 일 중이지. 배신자 같으니라고.”


삼촌은 다소 까칠하게 대답했다.


그 반응은 익숙했다.

임원으로 올라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는데, 거절한 게 나였으니까.

임원이 되면, 헌터가 아니라 직장인1일 될 운명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 무슨 배신자인가요. 삼촌.”


잠시 말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삼촌, 저는 어쩔 수 없이, 길드를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길드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배신자입니까?”



이럴 때는 당당하게 대답하는 게 좋았다.

다시 코 꿰이면 안 되니.


“그걸 몰라서 물어?”


장난 섞인 분노.


음. 대충 삼촌이 하고 있을 일을 생각해보자면.

각성자 헌터와 비각성자 헌터 간의 다툼, 전 여친의 눈살, 그리고 이모님의 분노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시 말해.


“ ···저는 자연인입니다. 그런 복잡한 사정은 잘 모릅니다.”


“나쁜 놈. 됐다. 할말 없으면 끊어!”


“에헤이, 왜 이렇게 급하실까. 사랑하는 삼촌을 위해서 제가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찬영은 의구심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디 혈육을 가장 경계하라. 그것이 자식 둘을 키우면서 체득한 진리였다.

툭하면 선물이니 뭐니를 이야기하는데, 그 결과는 부탁으로 이어지기 일 쑤.


비록 혈육을 아니지만, 혈육이나 다름없는 게 동현이었다.

이럴 때의 대응방법은 간단했다.


“나 돈 없다.”


미리 선수를 쳤다. 일단은 미리 시간을 벌어두고, 녀석이 할만한 부탁을 생각했다.


요즘 농사는 다 돈을 짓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해서 연락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삼촌. 요즘 힘드세요?”


흐음, 미묘한 반응.

일단은 안심이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말 그대로 선물이에요. 토마토요”


토마토?

갑자기?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 무슨 토마토를 준다는 거냐? 아, 토마토 농사 짓는 분이 선물로 주신 거냐? 그럼 됐다. 양도 얼마 안 될텐데.”



벼룩의 간을 빼먹지, 네가 다 먹어라.

그렇게 끊으려 했다.


“아뇨. 제가 지은 거에요.”


정확히는 루미에라들이지만.


“아무튼, 기대하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른 이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과연 먹은 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 * *


다음날.

한달음에 강철 길드에 도착했다.

성인이 되고나서 거의 항상 머물던 장소.

그리고 이제는 추억이 되버린 장소였다.


문을 열고 길드 안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얼굴의 직원이 있었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놀라는 반응의 직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팀장님 안 은퇴했다고 들었는데, 다시 돌아오시는 갈가요?

“글세요. 하하”


워낙에 자주 본 사이라. 간단하게 인사를 마쳤다.

여유있게 가져온 덕에 이 분 것도 준비했다.


“여기 선물입니다.”


검정색 비닐봉지를 건냈다.


“이게 뭐에요?”


“비밀입니다. 퇴근하기 전에 열어보세요.”


말해주는 것은 아쉽잖아.



솔직히 뭔지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처음 봉투를 열었을 때의 반응을 예상해보자면.


“아. 토마토네요. 이건 어쩐 일로?”


궁금증을 드러내거나.


“에이, 뭐야. 토마토네.”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일단 나중에 드셔보세요. 그럼 올라가보겠습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만든 채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선은 1팀 자리에 토마토를 가져다 놓았다.

지금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두고 나왔다.

혹시나 얼굴 마주치면 어색할 것이 분명했기에, 다행이었다.



띠링.


길드장실 도착.


똑똑.


“길드장님, 저······.”


말이 끝맺지도 못한채,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삼촌의 얼굴.


“새삼스럽게 무슨 노크냐.”


“에이, 그래도 외부인인데. 노크는 해야죠. 그보다 어떻게 아셨어요?”


삼촌이 전화를 가르켰다.


“당연히 데스크에서 연락을 줬지.”


아 맞다.


“뭘 아 맞다야 녀석아. 앉아라.”


털썩.

오랜만에 소파에 앉았다.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선물은 뭐길래. 비밀이라는 거냐.”


말을 하며 눈은 동현의 손에 들린 검은 봉지로 향했다.


“삼촌, 그래도 손님인데, 차도 없어요?”


“그래그래. 뭘로 줄까?”


“엎드려 절받기네요. 됐어요. 여기 선물입니다.”


삼촌은 망설임없이 봉투를 열어보았다.

토마토?

얼굴에 생각이 묻어나왔다.


“별 건 아니구요. 제가 농사지은 겁니다. 그럼 바빠서 먼저 일어나봅니다.”



“야야. 쉬었다 가지 뭘 그렇게 바쁘게 가냐.”


말리는 삼촌이었지만, 밭일을 핑계삼아 자리를 옮겼다.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긴 했다.








* * *


동현이 나가고 모두 퇴근을 앞둔 시간.


안내데스크의 직원도, 1팀의 직원들도, 그리고 길드장까지.


동현이 주고 간 봉투를 꺼내들었다.


‘이게 뭘까?’


봉투를 열고 그 안의 빨간 열매. 토마토.



‘이게 왜 선물이라는 거지?’

‘이건 뭐지?’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토마토를 입에 가져갔다.


“와, 이거 뭐지?”


의외로 반응이 약한 반응.

직원에게 토마토맛은 맛있는 토마토 맛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과일 중에 최고로 맛있는.

그러나 스타 길드의 이민준이나, 동현의 반응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보였다.



그리고 찬영도 맛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토마토를 잘랐고, 입으로 가져갔다.



신세계.

토마토가 몸에 흡수되었다.

말 그대로 토마토를 몸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수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책상 앞에서 있기를 몇 년째.

신체 곳곳에 녹이 쓸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항상 쌓여있던 피로도가 사라졌다.

헌터의 특성상 마나의 활용에 따른 피로도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마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렇기에 피로도를 호소하는 헌터들이 상당수였다.


거기에 마나의 활성도.

마나의 활성도는 기술의 시전속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같은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때.

숙련도의 차이 혹은 이해도 차이가 동일하지언정, 속도가 다를 수 있었다.

그렇다. 마나활성도는 신체에 마나가 얼마나 체화되어 있는가.

일종의 재능이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기술을 쓸 수 있다고.


맛도 맛이었지만, 무엇보다 효과가 장난없었다.


찬영의 머릿속에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조카 김동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고, 우다탕탕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밖을 보니 1팀 팀원들이 뒤엉켜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1팀?”


찬영이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 과일 있지 않으십니까? 검정 봉지에 쌓인 토마토.”


아. 동현이 녀석이 나 뿐만 아니라, 1팀에도 두고 갔나 싶었다.


“······.”


찬영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맛도 맛이지만, 그 효과가 남다른 토마토.

그것의 키운 사람이 조카라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처음 먹어본 것이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아니지. 은퇴자한테 그런 부담감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면.

과일 자체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눈 앞의 1팀 팀원들의 눈이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그럴만도 한 과일이지. 암.’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방법을 강구했다.


어차피 토마토의 출처를 아는 사람은 데스크 직원과 길드장 찬영 뿐.


‘출처 자체를 숨기자.’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대단하지 않나? 고작해야 토마토가 말이야.”


“네 맞습니다!”


1팀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햇다.



“그 맛도 맛이지만, 효과가 말이 안 되었습니다.”

“시중에 팔리는 영약을 먹어봤지만, 그 정도 효과를 보이는 영약을 보기 힘든데 말이죠.”

“맞아, 맞아. 과장해서 거의 게이트산 영약 정도?”


혹시나 싶어, 자신에게만 이런 효과가 있나 싶었는데.

다른 이들도 이런 반응이라니.


‘동현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크흠, 자네들만 알고 있게.”


찬영이 목소리를 줄여가며 속삭였다.


“일부러 자네들만 준 것이고, 지인이 만든 영약이야.”


악마의 속삭임처럼.

너희는 특별해.

뛰어난 자네들에게만 주는 보상.


그 말에 1팀은 감동에 도가니에 빠졌다.


“길드장님······.”


울컥.


찬영은 안도의 한숨만 내쉬었다.


‘일단 전화를 좀 해봐야겠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녀석이 정작 효과에 대해선 아무말도 안 해? 골탕먹이려고 작정한 건가?’


사실 효과에 대해서는 동현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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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 효과 24.09.03 8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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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6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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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2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0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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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0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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