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95
추천수 :
122
글자수 :
90,380

작성
24.09.06 23:45
조회
75
추천
4
글자
9쪽

해피엔딩

DUMMY

이건이 얼어붙은 그 순간, 찬영은 내려와서 통화를 듣고 있었다.

굳은 얼굴의 찬영이 전화를 건네달라고 말했다.


“······전화 이리 주게.”


비록 자신이 강철길드의 장을 맡고 있지만, 5대 길드와는 그 어떠한 것도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재력이면 재력, 무력이면 무력.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 찬영이었지만.


‘직원의 가족도 가족이지.’


“강철 길드장 최찬영입니다. 원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저희 직원의 동생은 무사히 보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찬영은 담담히, 그러나 힘있게 말했다.

그 의지는 철혈 길드장 승원에게 닿았다.


문제는.


“음······. 말씀 중 죄송하지만, 길드장님. 그게 아닙니다.”


울컥.

찬영은 말을 쏟아냈다.


“제가 비록 자그마한 길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더러운 꼴 못 볼 꼴 다 보고 살아왔고, 마냥 착하게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도리를 다 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헌데 5대 길드나 운영하시는 분이 어찌, 일개 직원의 가족을 데리고서 협박을 하십니까?”



“······.”


“부디, 저희 직원의 가족을 돌려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툭툭.

누군가 찬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찬영은 어느 순간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직원을 가족으로 여겨왔다.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더라도, 알려고, 직원들 이름 하나하나를 알고자 했다.

그런 직원 중 한명이. 자신으로 인해서, 내 손으로 세운 길드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반드시 안전하게 돌아오게 만들 것이었다.

반드시!


뚝뚝.

뭐야. 지금 엄청 중요한 순간인데.


찬영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이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각성자학교 제복을 입은 두 학생, 그리고 철혈길드장처럼 생긴 남자?


······철혈길드장?


아?


“······이건아.”


나직한 목소리로 이건을 불렀다.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니?”


“······.”


“······.”


“······제대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옆에는 동생?”


“······네.”


“그럼 그 옆에는?”


“친구라고······. 철혈길드장님의 따님이시랍니다.”


“그럼 저 사람······. 아니, 저 분은”


“······예. 5대 길드 중 하나인 철혈 길드의 수장이신 김승원님이십니다.”


찬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최찬영은 세상이 미웠다.


* * *



상황은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고, 두 길드장은 자리를 옮겼다.


사건의 당사자인 데스크 직원 채이건은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

비록 심적인 고통은 당사자보다 찬영이 더 있는 듯했지만, 순식간에 기억 속에 지워버렸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몰라.’


라곤 하지만, 눈 앞의 철혈 길드장 김승원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강철 길드장님께서 이토록 열정적이신 줄 처음 알았네요.”


“컥, 커흠. 별 말씀을요.”


내심 그냥 넘어가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철혈 길드장은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닙니다. 평소 게이트에서 전투만 계속하다 보니, 다른 길드분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나마 다른 길드와의 교류라고 해봐야, 기껏 5대 길드 뿐이었으니, 더더욱이요.”


신변잡기가 이어졌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토마토 때문입니까?”


찬영과 승원의 눈이 마주쳤다.

찬영은 어금니를 꽉 문 채, 눈에 힘을 줬다.

이미 진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좀 전의 일 때문은 아니었다. 절대.


“체면치레는 그만하면 충분할 듯합니다. 토마토 때문에 오신 거 아닙니까?”


승원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협박을 한다던지.”


움찔.


“아니면 힘으로 어떻게 하려는 그런 생각.”


움찔.


“전혀 없습니다. 물론,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는 맞습니다. 어디서 구하셨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궁금은 합니다만. 단지, 제 딸아이한테 주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승원은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비용은 치르도록 할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찬영이 입을 열었다.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채.


“우선 저희 길드 직원의 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별말씀을요.”


“그와는 별개로 제가 말씀드리는 수 있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겁니다. 그 토마토는 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승원이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만약 제가 그 사실을 알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에 대한 책임은 제가 져야겠지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하하.”


갑작스레 웃는 승원이었다.


“한국 헌터계에 이런 분이 계신지 몰랐군요. 토마토에 대해서는 함구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토마토에 대한 문의는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전부 사실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저희 아이가 먹을 정도입니다. 철혈 길드장으로 부탁드리는 게 아니라, 한 아이의 아비로서 말씀드리는 거구요. 당연히 그에 대해서는 재배하신 분의 의사를 따르겠습니다.”


순식간에 흐른 상황에 눈만 깜박이는 찬영이었다.


“저 이게 무슨······.”


승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오늘 만남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손을 건네는 승원, 찬영은 손을 멍하니 보다가 손을 잡았다.


“그럼······.”


승원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찬영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고.


휘몰아치듯 흘러간 상황.

상황이 끝나자 이제야 등줄기의 땀이 느껴졌다.


휘청.


찬영은 휘청이는 다리를 부여잡고서 의자에 앉았다.

어찌저찌 흘러간 상황.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


사태의 원흉.

김동현.


‘이놈의 자식이, 서프라이즈가 이거였냐!’


당연히 아니었다.

동현은 소소한 서프라이즈. 놀랍도록 맛있는 과일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그 효능은 몰랐다.

이미 루미에라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본 동현으로서는 그 효과를 몰랐고, 동현을 제외한 과일을 먹을 이는 이민준이 유일했다.

그리고 이민준도 효과를 받지 못했다.

루미에라표 과일은 훌륭한 효과를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헌터에게 작용하는 효과였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영약을 먹어온 이민준에게는 그저 맛만 훌륭한 과일일 뿐이었다.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우선은 전화를 해주긴 해야했다.

이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기에.


그러나 전화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놈이 진짜! 으으!”


속이 터지는 것은 찬영 혼자만의 일이었다.


* * *


동현은 당연히 그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눈 앞의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도심 속의 아파트나 빌라와는 달리 주택은 할 것이 많았다.

마당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잔디를 관리해줘야했다.

주택은 자연과 밀접해있었다. 그리고 자연 속에는 수많은 곤충들이 살았다.

곤충이 산다는 것은 포식자 곤충들의 먹이가 많다는 뜻이고, 포식자 곤충 중의 거미도 많다는 뜻이었다.


얼마간의 관리를 하지 않으면 거미줄이 천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사야할 것이 많았다.

포충기라든지, 제초기라든지.

물론, 이장님한테 빌려도 되긴 했지만, 빌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어야지.


그렇게 동현은 읍내에 다녀왔다.

다녀온 동현이 본 것은 루미에라와 놀고 있는 재벌 2세 이민준과 루미에라들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에헤이, 동현 씨 오셨구나. 저희 친구 먹었어요.”


아니, 당신이 왜 친구를.


“맞아요! 저희 친구 먹었어요!”


아니, 너희들은 어떻게 말이 통하는 거야


“아, 제가 마침 통역기를 하나 가지고 있어서 이걸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동현은 당황스러웠다.

사람들에게 루미에라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그렇다고해서 루미에라들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애네들도 삶을 살아가는 녀석들이니까.


그러나 대화가 통하며, 놀라운 작물을 키울 수 있고, 무력은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결말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헌데.


지금 너무나 잘 놀고 있었다.

루미에라들과 이민준은.

심지어는.


‘김비서님까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꼬여드는 사람들 24.09.09 47 2 7쪽
22 삼촌 24.09.08 55 2 9쪽
21 노출된 루미에라,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파급력 24.09.07 65 3 9쪽
» 해피엔딩 24.09.06 76 4 9쪽
19 토마토를 찾는 사람들 24.09.05 72 5 9쪽
18 새어나간 토마토 24.09.04 74 4 9쪽
17 토마토 효과 24.09.03 87 4 10쪽
16 토마토 구매 희망자 24.09.02 84 4 9쪽
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6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12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2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8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