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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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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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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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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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기절

DUMMY

동현이 나홀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시각.

집에서는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 공주님, 저희 어쩌죠?”


실바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 모르지.”


불편한 침묵이 맴돌았다.

실바는 실바대로.

엘리사는 엘리사대로 생각에 잠겼다.


실바는.


‘혹시나 거인족, 아니 동현님이 화를 내시면 어떻게 하지?’


동현에게 말한 자연의 정기가 필요한 물은 사실 의미가 없었다.

그 자그마한 화분에서 루미에라 일족은 자연의 정기를 얻었다.

그런데 산의 자연의 정기가 필요할까.

있으면 좋기야 하지만.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의 정기라는 것도 사실은 화분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식물이 있는 곳이 어디서든.


물론 이 사실을 말 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었다.

그러나.


‘같이 살 텐데, 동현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큰 일이야.’


식물을 키우는 대는 루미에라의 빛이 필수였다.

그렇기에 무조건 눈에 띠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엘리사는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전의 축복은 이상했어.’


루미에라의 빛.

루미에라 일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자연과 함께 교류하며, 가벼운 활기를 불어주는 기술이었다.


헌데.


‘방금 전의 동현님은 달랐어.’


미약한 빛이 아닌, 강렬한 빛이 담겨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효과 또한 달랐다.

활력 정도가 아니라.


‘몸이 강화되는 듯한······.’


엘리사는 손을 들여다봤다.

그 어떤 때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방금 전과 같은 이적은 펼친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동현이 특별하다는 뜻.

혹은 동현의 종족이 특별하다는 뜻이었다.


‘어떻게든 알아내야 해. 알아낸다면, 분명 아버지께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둘은 입을 열었다.


“저······ 엘리사님.”

“······ 실바.”


“먼저 말씀하시죠.”

“아니야. 실바 먼저 말해.”

“아··· 네. 일단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응? 무슨 오해?”

“······.”


실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나!’


역시나 엘리사는 그저 질러본 것이 분명했다.


“축복 말입니다. 축복!”


실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금 전의 쓰러지실 때 얼마나 당황한 지 아십니까? 네? 걱정도 되고, 또 그 와중에 제가 눈치챘기에망정이지. 어휴. 또 이제 어떻게 말씀드립니까!”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엘리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실바는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동현님은 모르시잖아. 우리에 대해서.”


실바는 입만 뻥긋거렸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다 다른 거라고 말씀드리면 돼. 사용자에 따라 다르다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 그렇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 우린 반드시 동현님이랑 같이 있어야 해.”


실바는 물음표를 띄웠다.


“원래 같이 살려고 했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한데······. 실바도 방금 봐서 알 거 아니야.”


“확실히······.”

그러한 광휘와 느껴지는 힘은 그동안 봤던 것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 힘의 비밀을 알아야 해. 반드시.”


그렇게 실바와 엘리사가 결심했다.


* * *


동현은 하운드를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다.

보통 길드의 경우에는 따로 수거팀을 운영했다.

그러나 동현은 어디가지나 은퇴자.


“버리긴 아까운데······.”


짐승형 몬스터는 은근히 수요가 있었다.

몬스터라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외양은 어디까지나 동물.

그 중에서도 하운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들고 갈 수 있을까······.”


잠시 턱을 괴고 생각을 이어갔다.


‘이대로 두고가?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아냐. 혹시나 모를 일이지. 거기에 산짐승이 와서 물어가면 어떡해? 역시 들고 가자.’


결국 들고 가는 것으로 결정.


그렇게 동현은 어깨에 하운드를 짊어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은 멀리서 보자면 거대한 짐승이 두둥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인 크기 자체가 사람보다 2배 이상은 컸기에 뒷다리를 바닥에 끌렸다.

거기에다가 목덜미와 머리가 상처가 있기에 피가 흘렀다.


“아. 그냥 두고 올 걸 그랬나······.”


그렇게 후회를 했지만, 성과에 만족했다.

언제나 팀을 꾸려서 활동했지만, 혼자서 몬스터를 잡은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운이 좋았다.


“얼른 가져다줘야지.”


각성을 해서 인지 하운드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했다.


“······ 무겁긴 하네.”


그래도 동현은 기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 * *


쉬지 않고 움직인 결과 1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얘들아, 나왔어!”


동현은 해맑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실바와 엘리사에게 동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었다.


“여기 물 가져왔어!”


실바와 엘리사에게 동현의 모습이 보였다.

실바와 엘리사의 입이 떡 벌려졌다.


떠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피와 흙, 털에 머리는 헝클어졌고, 눈을 핏발이 섰다.

얼굴 등 드러난 피부에는 피가 메말라있었다.

옷은 피가 덜 굳은 듯 검붉은 모습이었다.



그런 상태의 동현이 해맑게 웃었다.

치아가 하얗게 빛났다.

동현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밝게.



실바와 엘리사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동시에 새얗게 질렸다.


‘아······.’


머릿속도 새하얗게 변했다.

동현이 돌아오면 이야기하려고 했던 말들이 삽시간에 사라져갔다.



‘그건 제가 뛰어난 거랍니다. 호호.’

‘동현님이 대단하셔서 그래요. 호호.’

‘동현님과 다른 이들이 다르듯, 저희도 똑같답니다. 호호.’


이 말들이 사라지고,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기 시작햇다.


피칠갑을 한 동현이 다가와서 루미에라 일족을 집어드는 모습.


‘잘 먹겠습니다.’


‘아암~’


그렇게 엘리사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공주님! 정신차리십시오! 공주님!”


창백한 얼굴의 실바가 기절한 엘리사를 흔들었다.


동현은 머리만 긁적였다.


“······왜?”


왜 그러지 싶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거울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의 자신이.


“좀 심하긴 했네.”


오우, 내가 봐도 무섭긴 하네.



* * *


동현의 집에서 15분 거리의 푸른 산골 마을

그곳의 이장 지범준은 그동안 비어있던 동현의 부모의 집에 동현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옛날에야 귀농귀촌이 유행을 하고도 그러했지만, 게이트가 생겨난 뒤로는 귀농귀촌은 보기 힘든 일이 되었다.


헌터들도 사람.

당연히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 살고 싶어했고, 당연히 시골은 그러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헌터들의 존재는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기적으로 와서 몬스터들을 사냥한다는 것과 주위에는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 와중에 시골에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것은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일이었다.


그렇게 동현에게 마을에 대한 것을 알려주기 위해 움직였다.



“오랜만에 오니까 좋구만.”

범준이 눈시울을 붉혔다.


범준이 이장을 맡고 있는 것은 동현의 부모가 살아있기도 전의 일이었다.

시골은 언제나 사람이 없었기에, 가장 젊은 사람이 이장을 도맡아서 했다.

그리고 범준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적었고.

그런 와중에 동현의 부모가 펜션을 짓고 산다고 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바로 범준이었다.


정말 잘해줄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귀농귀촌하면 다들 싫어하는 이유도 생각했다.


바로 텃세.

그러한 텃세가 없애려고 최선을 다했다.

혹여나 동현의 부모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근데, 그렇게 떠나다니 참······. 인생 참······.”


입맛이 썼다.


그래도 그 자식인 동현이 내려온다니 못 다한 만큼 다 해주려고 마음 먹었다.


“오늘 마을 잔치를 벌려봐?”


아니지, 아니여.

오늘 내려온다 했으니, 피곤할 거야.


“내일하는 걸로 하면 되겠네.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동현의 집에 다다랗다.


“총각 있는감~”


범준이 동현을 불렀다.


“네, 나갑니다.”


동현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범준의 눈이 문 사이로 향했다.

문이 열리면서 동현이 보였다.

숨이 멎을 듯했다.


피칠갑이었다.

전신이 붉었다.

심지어 눈도 붉었다.

그런 와중에 입 안의 치아는 유독 새얗게 보였다.


‘설마 살인자?’


혹시나 오늘 온다는 동현 총각이 이 살인자?

아니면 동현 총각을 죽이고서 나타난 건가?


그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멈췄다.


기절한 것이었다.


동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계곡에서 씻을 걸 그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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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14 토마토 묘목 24.08.31 97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12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 기절 24.08.27 123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8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9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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