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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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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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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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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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귀농?

DUMMY

한적한 시골.

흙먼지를 일으키면 1톤 포터가 멈춰섰다.

동현이었다.


“오랜만이네, 진짜.”



가만히 서서 부모님의 흔적이 남은 펜션을 바라봤다.

사실 펜션이라고 했지만, 전원주택에 가까웠다.

부모님이 거주하실 건물 한 채와 조금 떨어진 건물 한 채.


거주하시면서 떨어진 곳에는 여행객들에게 숙박을 놓으면서 살려고 하셨다.

그렇게 노후준비를 해놓으셨다.


“그게 유산이 될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제는 여기서 살아가야 했다.


우선은 집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관리를 하지 않으면,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몇 년간 관리하지 않았으니 더더욱.


한걸음 한걸음.

건물로 향했다.


스르륵.

바람이 불었다. 관리되지 않은 수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마치 폭풍이 불기 전의 고요함과 같이.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사사삭.



사실 동현은 전원주택을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히 관리할게 많고, 벌레도 많고, 벌레도 많고, 벌레도 많아서였다.


남자가 벌레를 왜 이렇게 싫어하냐고?


‘벌레 좋아할 사람이 어딨겠냐고.’


물론, 일반적인 벌레는 문제가 없었다.

단지, 곤충형 타입 몬스터였지.


곤충형 타입 몬스터들은 대부분 사이즈가 왠만한 차량 크기 이상이었다.

헌터로서 처치하는 것은 문제가 상관없었다.

오히려 원거리형, 유령 타입의 몬스터를 제압하기가 힘들었지.


자그마한 곤충을 때려잡으면? 곤충의 체액이 터져나온다.

거대한 곤충을 때려잡으면?


전신이 그 체액으로 뒤덮혔다.

심지어 냄새는 어마무시하게 지독했다.

하루이틀은 그 냄새가 머리에 배기 일수였다.


‘······ 나는 이제 일반인이니까. 상관없지만.’


그렇게 안심하면서 현관 모퉁이에 자리 잡은 거미줄을 치워냈다.


“의외로 멀쩡한데?”


이상했다.

거미줄은 익히 예상한 바였다.

그러나 먼지만 조금 쌓여있을 뿐이지. 갈라진 부분이나,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지. 외관이 멀쩡하다고 해서 내부가 멀쩡할리는 없지.”


이렇게 기대감을 낮춰놔야 덜 고생하는 기분이 들지.


현관문을 열었다.


스르륵.


스르륵?


몇 년간 관리 안 했던 집의 현관문이 기름칠한 것처럼 부드럽게 열린다?


가끔보면 뉴스에 나오는 게 있었다.

주인 없는 시골집에서 사는 사람들.


혹시 그런 사람일까?


문이 열렸다.


바로 신발부터 확인했다.

신발은 없었다. 흔적도 없었다. 단지 먼지만 쌓여있었을 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기, 누구 계신가요?”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턱을 쓰다듬었다.

수상했다. 수상했다.


비각성자 헌터로 생활하려면 이 감각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무시하는 순간 다치기 일 수 였던 것.


아무도 없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근데 왜?


마나가 느껴지냐?


물론, 공기 중에 마나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질적인 마나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작았다. 게이트를 전전하면서 이 정도로 작은 마나를 가진 존재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 마나는 부엌에서 느껴졌다.

자그마한 마나.


우선은 나간 척해야 했다.

상대가 안심할 수 있도록.


“흐음,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철컥.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몸을 숙여 신발을 벗었다.

신발이 바닥과 닿으며 나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다행히 바닥에 먼지가 있을 뿐.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


벽면에 등을 맞댄 채, 부엌으로 향했다.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소리.

그러나 한둘이 아닌 듯했다.


부엌 문턱.

이제는 고개만 돌리면 그 존재가 보일 것이었다.


‘자, 정체가 뭐냐.’


!


자그마한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감각의 확장.


‘이건······.’


소율과 있을 때의 미래 빙의가 아니었다.

각성.

그리고 동시에 그 자그마한 생명체와의 연결.



각성 능력.

링크.

어떤 대상과 연결이 되는 것.

그 무엇이든.


[누···구냐아아······!]


자그마한 생명체가 말했다. 달달 떨면서.

이색적인 말.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뜻은 온전히 전달되었다.


[감히! 루미에라 왕국에 그 무엄한······.]

두 다리 덜덜 떨어가면서, 흔들리는 창끝을 들이밀었다.

내 눈에는 이쑤시개였지만.


감정이 느껴진다.

자신보다 몇 배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로, 자그마한 창을 들이민다.

그러나 자신은 그에 그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분명히 죽을 것이 분명했다.

손짓, 아니, 손가락 하나에 죽어버릴 수 있는 게 자신이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창을 들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괴물을 저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한 몸을 바칠 것이다.


하.

그런 모습을 보고 차마 웃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속내를 모른다면,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병정 개미 2배 정도 되는 크기.

약 대충 5cm 정도 되는 키.


그런 존재가 달달 떨면서 두 눈에 눈물을 그렁이는데 안 웃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이······ 괴물!]


마치 어린 아이가 놀리는 성인보고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욕.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마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건지. 넌 도대체 뭐니?”


이마를 쓸어내리고, 뜬 눈에 보이는 광경은.


“······기절이냐?”



어이가 없네. 진짜.

* * *


그렇게 기절한 엄지(?)를 남겨두고.

집안 정리를 좀 했다.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하며, 안 쓰는 가전도구들.


추억이 담긴 물건이긴 한데, 솔직히 지금은 다 안 쓰는 물건들이었다.

이제아 안 것이지만, 장롱 안에 부모님의 옷들도 있었다.


원래라면, 돌아가셨을 때, 다 정리를 했어야 했지만.

그럴 정신은 없었다.

오롯이 눈에 보이는 건 몬스터 사냥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옷들도 정리하고, 청소도 다 하고 나니.

그 조그마한 생명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물론,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링크는 그대로 된 상태거든.”


지금도 링크된 상태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악마한테 붙잡힌 사람이 하는 생각들.


왜 그······.

자신을 미끼 삼아서, 다른 이들까지 잡아가려는 속셈인지 의심.

혹시나 내가 놀라운 힘이 있어서 저 녀석을 물리쳤던가 라는 의심.


너 혹시 mbti n인 거니?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움찔.


아.


엄연히 링크는 연결.

즉, 상호작용이 된다는 뜻.


“얼른 나와.”


녀석은 눈치를 보더니.



냉장고 뒤편에서 후다닥 나왔다.

그리고 무릎은 꿇고 날 바라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루미에라 일족의 실바라고 합니다.”


지금도 달달 떨면서 말하는 요정, 아니, 실바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호오.


“왜 잘 부탁드린다는 거야? 내가 널 해칠 수도 있잖아?”


“그야! 지금 어떤 감정이신지 다 느껴지니까요!”


근데 왜 떨고 있니?


“그래도 두려운 건 두려운 것! 어쩔 수 없습니다!”


크큭.


“그래. 실바야. 넌 왜 여기 있는 거니?”


실바는 힐끔 눈치를 보더니.


“······여긴 제 집입니다만?”


당당했다.

묘하게 당당했다.


“제 집이니까. 제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순간 입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순간적으로 황당함을 느끼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게 사람이었다.


“그보다 거인족님이야말로,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실바는 눈치를 스윽 보면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제 집에 무단침입한 것은 봐드리겠습니다. 이제 나가십시오.”


자기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몸을 휙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걸려있는 링크.

그 속에서 느껴지는 초조함.


“······ 거기 스탑.”


움찔.


“돌아.”


움찔.


발걸음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하지만.


“어허.”


크기가 크기인 만큼.

실바의 앞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실바가 기계처럼 몸을 돌렸다.

끼익. 끼익.


“우선, 거인족은 아니고, 내 이름은 김동현이야. 그리고 왜 여기가 너네 집이야? 여긴 우리 부모님 집이거든?”


실바는 눈동자를 굴렸다.

그 자그마한 얼굴에 땀방울이 흐르는 듯했다.


“그럼 동거하시는 걸로 할까요?”


“······ 나가.”


* * *


그렇게 실바와 동현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쯤.


소율은 재현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S급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옥탑방.


‘코스프레도 적당히 해야지. 쯧.’


내심 혀를 차면서.

현관문을 걷어찼다.


“야, 뭐해.”



초록 단색의 츄리닝을 입고서 만화책을 보던 재현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보면 모르냐. 책보지.”


“지랄. 만화책이 무슨 책이냐.”


소율은 성큼성큼 걸어와. 만화책을 뺏어들었다.


“아, 뭐하냐고. 내놔라.”


말을 잇던 재현이 이내 들린 말에 소율을 쳐다봤다.


“야, 너 나 패고 싶지?”


“······ 형한테 차이고 나서 미치셨어요?”


“아니, 지극히 정상이야. 그래서 나 패고 싶지 않아? 합법적으로 팰 수 있게 해줄게.”


재현은 몸을 일으켜세웠다.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모름지기 모든 동생들은 형, 누나를 합법적으로 때리는 것을 항상 꿈꾼다.


당연히 재현도 마찬가지.


“그게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해볼래? 누나?”


“나 수련 좀 시켜줘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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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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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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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절 24.08.27 12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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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 나 혼자 귀농? 24.08.23 159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9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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