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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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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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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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은퇴 (2)

DUMMY

소율은 5층으로 향했다.

길드장실이 자리잡고 있는 5층.

분명 동현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소율은 알고 있었다.

동현이 최찬영 길드장을 삼촌이라 부른다는 것을, 물론, 최찬영 길드장도 사내 연애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


멈칫

.

멈춰선 소율이 입술을 짓이겼다.


‘나 지금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있는 거야?’


B급 힐러.

어느 곳에 가더라도 사람들이 선망의 눈으로 보기 일 수 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비각성자 헌터에게 매달리는 꼴이었다.


아니다.

아니었다.


‘헤어져도 내가 헤어지자 하는 게 맞지.’


단지 자신은 일방적인 헤어짐을, 그것도 자신이 헤어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찾인 것은 말이 안 되었다.


'도대체 왜 헤어지자는 건데, 싸운 것도 아니고, 성격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행동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일방적인 헤어짐에 대한.



띠링.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다.

바로 보이는 길드장실. 소율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안에서는 동현과 길드장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빠직. 이마의 힘줄이 돋아났다.

소율은 분명 화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똑똑.

"1팀 힐러 김소율입니다."

"어, 들어와."


문이 열리고 소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역시 김동현이었다.

두 눈이 마주쳤다.

동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마주했다.

울컥.

어금니를 물었다.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


속으로 되뇌였다.


“그래, 무슨 일이지.”


길드장이 물었다.


“김동현 팀장이 은퇴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맞네. 본인이 은퇴하겠다는 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리겠나.”

“말이 안 됩니다. 김동현 팀장은 비각성자 헌터이지만, 그 누구보다 헌터다운 이입니다. 단순한 이유로 은퇴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무엇보다 길드 전력의 손실입니다.”

길드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동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길드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현아.”

“?”

“삼촌이 배고 좀 고프네.”


씨익.


“너네 알아서 해라. 나는 밥이나 먹고 와야 겠다. 오늘 점심은 뭘까나.”


동현이 펄쩍 뛰었다.


“아니, 삼촌!”


* * *


길드장이 사라졌다.

이건 배신이다. 사정을 다 말해줬는데 그대로 벗어나다니, 이게 무슨······.


물론, 최찬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방패 삼아 김소율을 피하겠다는 것을.

하지만.


‘이게 더 재밌거든.’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녀석아.’


그렇게 둘만 남게 된 길드장실.

동현은 고개를 돌렸다. 소율이 동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눈 깜박이지도 않은 채.


무섭다. 무서워.

헤어진 마당에 뭐가 무섭냐고?

반복된 행동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몸에 체화되면 본능적인 반응이 된다.

지금이 그렇다.

몇 년을 사귀었다.

거기에 동현은 소율과의 결혼유경험자였다.

동현은 소율이 아주~ 아주~ 조금 무섭다.


“팀장님, 개인 사정으로 은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

“그 개인사정을 들을 수 있을까요?”

“개인사정이니까. 말해줄 수는 없죠. 김소율 힐러.”


동현은 소율의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났군.’


결혼 전, 즉, 연애할 때만해도 화를 참을 때. 웃었다.


“동현 씨, 지금 애 같은 거 알아?”

“······.”

“혼자서 헤어지자고 하고, 혼자서 결론 짓고 그게 성숙한 어른으로서 하는 행동이야?”

“······.”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


일반적인 연인 사이라면 서로 화를 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동현은 달랐다. 자그마치 결혼유경험자.

김소율에 한해서 스페셜리스트.

그것이 바로 동현이었다.




* * *



이 상황은 당연히 예상한 상황이었다.

물론, 삼촌이 이렇게까지 상황을 만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은 다른 팀원들은 못 만난 건가?

부팀장이라면, 분명 만났을 거 같은데······.


“혹시 서용준 부팀장은 만났어?”

“그 사람이 뭐?”


음. 만나긴 했나본데······. 도움이 안 되네.


어쨌든.

김소율의 모습을 봤을 때 왠만해선 화가 풀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본인의 자존감이 어마무시한 사람이거든.

자존감이 있을 만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힐러라는 직업.

거기에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연예인에 비하면 떨어지겠지만, 일반인이라면? 누구든 돌아볼 외모의 소유자였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납득하기 어려웠겠지.’


근데 뭐? 어쩌라고?

하면 안 된다.


소율은 B급 힐러.

이 정도 인재를 놓치는 건, 삼촌한테 민폐였다.


전) 남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김소율의 자존감을 지켜주겠다!


“소율아.”


목소리는 낮게, 그렇다고 우울함을 담아선 안 된다.

담담하게 내뱉는다.


“일방적인 헤어지자는 통보에 당황, 아니. 화가 났을 거야. 나라도 그랬을 거야.”


소율의 입장을 한껏 이해해준다.

이를 통해서 감정을 가다듬는다.

힐끗.

쳐다본 결과 두 눈이 맑아졌다.

1단계 관문 통과.


2단계.

헤어짐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를 말해준다.


“······ 난 비각성헌터야. 물론, 비각성헌터지만, 여느 각성자에 비교해도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자부해.”


이건 명백한 팩트다.

각성자 헌터는 특유의 각성 능력으로 광역기를 가지고 있었다. 비각성자 헌터는 그 광역기를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비록 진가는 A급 각성자부터지만.


다르게 말하면, A급 각성자 헌터에 못 미칠 뿐, 그 정도 순준은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너에 비하면 난 부족해.”


날 낮추고, 소율을 올린다.


“B급 힐러인 너에 비하면.”


노래 중에도 있지 않은가.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 밖에 없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 정도는 부족했다.

표정에서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그게 끝이야?’


여기서 덧붙여줘야 한다.

단순하게 해줄 수 있는 게 부족하게 아니라, 너의 만족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너가 말했던 브라이덜 샤워 있지.”


움찔.


그녀가 반응을 보였다.

감정은 가라앉았고, 내정하게 내 말을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몇 명 다른 애들이 했던 걸 봤어.”


그녀의 친구들, 몇몇은 이미 얼굴을 익혔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다.


김소율과 똑같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서 자존감을 채우는.

그런 사람들.


“대단하더라. 포션으로 만든 와인하며, 각종 장비들. 그런 것들을 선물로 주고 받더라.”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끊임없이 들어가서 속하고 싶은 게 바로, 김소율이라는 여자.



지금에야 사랑이라는 콩깍지 때문에 안 보일 뿐이였다.


물론, 나도 그 사실을 몰랐기에, 결혼을 했을테지만.


소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그런 모습인 척 보일려고 했을 뿐, 나는 그런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알고 지냈는데.


“오빠, 내가 그런 속물로 보여?”


응.

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3단계 스스로 생각하기.

여기까지 온 이상. 큰 어려움은 없다.

그저 스스로에게 맡기면 일이었다.


* * *


처음에는 단순하게 헤어지는 것만 생각했다.

당연했다.

차도 내가 차야한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 속에서 동현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현의 말을 듣고서 생각했다.


왜 시종일관 다른 사람을 생각했던 걸까.

내가 바란 건 김동현이라는 한 사람이었는데.


그래.

김동현이라는 사람을 좋아했던 거였다.


비각성자 헌터니, 각성자 헌터니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처음 강철 길드에 들어왔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에야 동현이 길드장님의 조카인 걸 알았지만, 당시만 해도 몰랐다.

그저 흔하디 흔한 비각성자 헌터 1이었으니까.


단지 독특한 점으로는 들이대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고, 각성 능력이 어떠며,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등등.

그런 이들이 수두룩했다.


B급 힐러니까.

잔뜩 콧대가 솟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게이트에 들어갔었다.

당연하게도, 사고가 났다.


모든 이가 관심이 한 곳에 몰렸으니까.

바로 소율에게.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선. 그 한 사람이 바로 동현이었다.


그 다음부터 소율의 눈에는 동현만 보였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퇴근할때까지.

물론, 자신에게 들이대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오롯이 한 사람만 눈에 들어왔고.

소율이 동현에게 고백을 했다.


동현은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지만, 받아줬다.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소율은 동현을 바라봤다.

원망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현을.


잠시 망설이던 기색은 소율이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동안 고마웠어."


그 말에 내심 조마조마하던 동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하지만, 나 아직 포기 못 했어."


안심하던 동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두고 봐. 흥."


소율은 동현을 남겨두고서 떠났다.


그렇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조졌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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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0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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