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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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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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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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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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DUMMY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현이 폭주했다.


“아니, 형 도대체 ······.”


역시 한국 사람 맞네.

아니시에이팅.


숨죽여 웃고 있을 때, 재현이 진정했다.



“형,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뭔데?”


잠시 망설이던 재현이 입을 열었다.


“······ 죽을 병이라도 걸리셨어요?”

음? 크큭.

이내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크큭, 하하하.”


“웃지만 말구요. 저 진짜 진지하다구요!”



재현은 말을 쏟아냈다.


“그 성격 안 좋은 인간이랑 같이 사귀는 사람이 갑자기 헤어지질 않나. 현역으로 한참을 뛰어도 모자랄 판에 갑자기 귀농하겠다고 하질 않나. 솔직히 요새 누가 귀농해요. 위험하게.”


나는 눈물을 닦고 말했다.

참. 고마웠다.

하지만 다 말할 수는 없었다.


좋은 일이었다면 말해줬겠지만, 그 누구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바로 지금.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부모님 생각도 나고, 이제는 조금 쉴려고.”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너희 누나와의 관계가 끝난 것 때문에도 아니고, 죽을 병도 아니다. 라는 것.


“진짜죠?”


“건강검진이라도 해서 보여주랴?”


“크큭, 아니에요. 건강하다니 다행이네요. 그래서 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



“부모님 계신 곳으로.”


“아.”


재현은 소율과의 관계를 떠나서 가장 친한 사이였다.

처음에는 소율을 통해서 친해졌지만.


그로 인해 가족사항을 다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걸.


“근데 그러면 길드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강철 길드.

대한민국의 중견 길드.

수많은 길드 중에서 중견 길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길드가 바로 강철 길드였다.


비록 랭커로 뽑을 만한 사람을 없더라도.

전체적인 헌터풀하며, 헌터들의 수준까지.


대기업의 길드에 준하는 길드였다.


그런 길드의 팀장을 맡고 있는 게 나였고, 갑작스레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누나가 그걸 두고 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전 여친 김소율.

1팀의 서포터. 그 중에서도 힐러였다.

각성 능력은 치유의 빛.

등급으로 따지면, B급에 준하는 능력자였다.


그런만큼, 내가 그만두는 걸 막을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게 있어서는 정당한 헤어짐이겠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헤어짐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바꿀 생각은 없지만.


“일단은 길드장님께서는 잡긴 하겠지만, 그래도 보내주시긴 할 거고, 부길마 같은 경우는 신경 쓸 것도 아니겠고.”


아.


“의외로 괜찮을 거 같은데?”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고, 어차피 세상은 다수결이지.


“엥?”




* * *



다음날.

강철 길드의 정기 회의.


참석자.

강철 길드장 최찬영.

강철 부길드장 박영준.


그리고 각 팀장과 부팀장.



“······ 더 할 말 없으면 여기서 끝내지.”


그때, 동현이 손을 들었다.


“그래, 1팀 팀장, 말해봐.”


“제가 길드를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웅성웅성.

동현이 길드를 나가겠다고 말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웅성거리는 와중, 한 사람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래? 나갈려는 사람 굳이 막을 필요있나. 그렇지 않습니까? 최찬영 길드장님?”


박영준 부길드장은 비릿한 표정과 함께, 길드장에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최찬영 길드장은 손을 올렸다.

소리가 잦아들었다.


“갑작스런 말이라 조금 당황스럽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말해줄 수 있나?”


동현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최초의 게이트 사태 이후로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고,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고전적인 클리쉐이지만 늘 먹이는 소재.

신파.


“따라서 잠시 동안 쉬어갈려고 합니다. 그동안 여러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팀장 자리를 원하면서, 김소율을 억제해줄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한다면?


“제가 떠난 빈자리는 저희 팀의 부팀장인 서도훈 팀장이 채워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했다.


먼저, 최찬영 길드장.

그는 동현과 오랜 기간 함께 한 사람으로서, 동현의 부모님과 친구사이였다.


당연하지만, 그만두겠다는 사실을 먼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만두겠다는 동현의 말에 든 생각은 허무하리만치, 간단했다.


‘하, 삼촌을 두고서 먼저 은퇴라니······. 조금 부럽네.’


반면 박영준 부길드장은 이해득실을 따졌다.

수많은 길드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

바로 각성자 헌터와 비각성자 헌터의 대립에 관한 문제.


그 중 박영준 부길드장은 각성자 헌터 우대를 옹호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비각성자 헌터인 김동현이 빠지는 것과 동시에 각성자 헌터인 서동훈이 팀장이 된다는 것이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다소 떨떠름하지만.


‘평소라면, 사사건건 방해했을 두 사람이 그대로 있다니, 좀 이상하군.’


“······ 그래? 이렇게 보내기는 조금 아쉬운데······. 그래도 이미 결심이 선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알겠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모두의 동의하에 동현의 은퇴가 결정되었다.



* * *


가치란 상대적이라는 것.


은퇴라는 가치도 상대적인 것이었다.

길드장인 최찬영 삼촌한테는 당연히 먼저 이야기를 했다.


소율과는 헤어졌다는 사실.

예지인지, 뭔지는 모를 광경은 넘기고서.


결혼까지 갈 뻔했는데 헤어졌다는 말에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지만.


왜 아쉬워하는 건지는 몰랐다.


아무톤, 삼촌은 동의.


부길드장은 솔직히 찬성할 게 뻔했다.

그래도 당근은 던져주었다.

바로 티격태격하던 사이인 부팀장 서용준.

평소에도 팀장이 어떻게 비각성자가 팀장이냐고 불평을 쏟아내던.


물론, 대련 때는 꼬리를 말고 도망가던 사람이지만.


박영준 부길드장이랑 서용준은 평소에도 자주 어울렸다.


거기에 이 당근도 큰 의미가 있는 당근이었다.


바로 서용준은 소율을 좋아한다는 것.


사내연애였지만, 그 누구도 연애를 하고 있다는 알고 있지 않았다.

물론, 삼촌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고.

그런 와중에 서용준은 소율을 좋아하는 티를 엄청냈다.

소율은 그런 서용준이 짜증난다고 했고, 난 웃어넘겼다.



자.

서용준이 소율을 좋아한다.

그런 서용준이 팀장이 된다면?


소율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었다.

힐러의 발언권이 크다고 할지언정, 그게 다수의 의견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은퇴가 알려졌다.




* * *


“대박, 1팀 팀장님 은퇴하신다는데?”


“왜왜? 개인사정이라는데?”


“에이, 이직하시는 거 아니야? 1팀 팀장님 왠만한 각성자 헌터들보다 강하시잖아. 서용준 부팀장님이 대련때마다 피하시잖아.”


“야야.”


한 직원이 슬쩍 눈치를 준다.


“왜왜에······.”


눈을 돌린 곳에는 서용준이 서있었다.

직원들은 고개를 숙인채 서용준을 피해갔다.


서용준은 직원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자신을 가로막던 사람이 사라졌다.


비각성자 헌터 따위가 팀장을 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이제서라도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만족하고 있을 때, 서용준이 짝사랑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소율이었다.


“뭐? 은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율은 믿기지도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강철 길드의 실적을 살펴보면 1팀의 실적이 압도적이었다.

팀장인 김동현의 리더쉽 아래에 하나로 뭉쳐서 실력을 내왔다.

그 과정에서 힘든 기색이나, 기량의 하락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사귀는 사이에 그 정도는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을 일.

그렇다고 개인사정?

개인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 개인사정?


‘그 개인사정이 나랑 헤어지고 싶어서 은퇴하는 거라고?’


“진짜 어이없어.”


“저······.”


그런 소율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서용준이었다.


“뭐요!”


서용준은 말을 걸었으나 말을 잇지 못했다.

1팀의 천사. 힐러. 가녀린 서포터.

그런 그녀의 눈이 희번득하게 떠진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흥.”


소율은 고개를 돌리고서 자리를 떴다.

지금 서용준 따위와 말을 섞을 시간도 없었다.


김동현을 찾아야 했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일인지 들을 필요가 이었다.


서용준만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서용준은 속으로 슬픔을 삼켰다.


‘아, 내 사랑이여······.’


고백을 하지도 않았지만, 오늘도 1차임 스택을 달성했다.

참고로. 서용준은 남자답게 생겼다는 말을 주로 들었다.

여자들에게.

즉, 못 생겼다는 것.


그렇게 공허하게 하늘을 바라보던 서용준을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서 부팀장. 아니, 아니지. 이제는 서 팀장이라고 해야겠지. 여기 있었구만, 한참 찾았네.”


부길드장이었다.


“아, 이번에 자네. 팀장이 된 게 누구덕인지 아나? 어허, 소식이 이렇게 느려서야 원, 다 내 덕이지. 누구 덕이겠나. 이번 주말에 등산 어떤가?”


부길드장은 꼰대였다.


그리고 서용준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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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토마토 묘목 24.08.31 97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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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3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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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 은퇴 24.08.20 180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9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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