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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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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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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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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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묘목

DUMMY

그렇게 만족스럽게 거래를 마친 뒤, 실바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사러왔다.

무려 대형마트!

물론, 도심 속에 있는 그런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면 엄청 크지.’


식자재마트라서 대용량 위주였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의외로 소분해서 파는 것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종류별로 팔았다.


“뭘 사야할까나...”


고작해야 아이스크림인데 뭘 고민하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을 누군가에게 대접해준다면?

진심을 담아서 대접해줄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나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아이스크림의 최고봉은 무엇일까?


31아이스크림? 아니면 최근에 떠오르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아니다. 어릴 적의 빅데이터에 의하면, 아니었다.

어른들조차도 잘 안 사먹던 아이스크림이 존재했다.

그조차도 하나씩만 먹던 아이스크림.


“바로 이거지.”


엑설트.


시선을 빼앗는 영롱한 포장.

아이스크림답지 않은 각진 육각면체.


아이스크림은 골랐으나,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사람들은 갈라졌다.


파란색이냐, 노란색이냐.


파란색은 바닐라, 노란색은 프렌치 바닐라 맛이었다.

여기서 내 결정은.


“당연히 파란색이 근본이지.”


하지만.


“난 어른이니까. 노란색도 사야지.”


절대로 내가 먹고 싶어서 산게 아니었다.


당연히 실바를 위해서, 또, 루미에라 얘들을 위해서 산 것이다.


두 손 든든히 사고서 차로 돌아왔다.


“일은 잘 끝나셨나요?”


말은 날 위하는 것처럼 했지만, 녀석의 시선은 내 양손에 달라붙어있었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실바야, 너 지금 침 떨어져.”


“앗.”


거짓말이야.


“자, 여기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일 거야. 먹어봐.”


단번에 포장을 뜯어서 파란색부터 주었다.

실바는 살짝 혀만 가져갔다.

두 눈이 동그레졌다.


실바가 아이스크림과 날 번갈아 쳐다 봤다.


“왜 그래? 별로야?”


흐흠, 다른 걸로 사왔어야 했나. 읍내에는 31아이스크림이 없는데.


“맛있어요! 근데 동현님은 안 드시나요?”


내 걱정이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 여기 더 있어.”


박스 안의 엑셀트를 보여주었다.

실바의 눈이 휘둥그레 지더니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맛이 어때?”


실바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뭉실뭉실한 맛입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다니 다행이었다.

다음은 노란색.


“이것도 먹어볼래?”


“색이 조금 다릅니다.”


파란색은 바나나에 가까운 색이고, 노란색은 바나나보다 진한 노란빛을 띠었다.


“맛은 비슷해. 한 번 먹어봐.”


실바는 먹을 듯하다가 멈췄다.

왜?


“혹시 물 있으십니까?”

“물은 왜?”


실바는 두 다리로 일어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입을 헹궈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맛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족에게 정확한 맛 표현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보였지만, 방금까지 허겁지겁 먹던 짜리몽땅한 생명체가 저러니, 웃음만 새어나왔다


“자, 여깄어.”


병뚜껑에다가 물을 담아주었다.

실바가 물을 머금고, 입을 헹궈냈다.


노란색 엘설트가 실바의 입에 들어갔다.


“오오, 이건 모옹~실 모옹~실한 맛입니다.”


“그래? 하하.”


입가에 엘설트를 묻힌 채 말하는 실바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그래서 뭐가 더 맛있어?”


고민하던 실바는 이내 하나를 가르켰다.


“파란색이 더 맛있습니다.”


“그렇지?”


역시 근본은 파란색이다.

그렇게 엘설트를 먹으면서 묘묙상으로 향했다.



묘목상은 의외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거기에다가 이장님과 친구 분이라고 하셔서, 바로 찾아올 수 있었다.


“계십니까?”


“네네. 어떻게 오셨습니까?”


“차범준 이장님 소개로 찾아왔습니다.”


“아, 그 새로 귀농오신 분? 이야기 들었습니다. 농사는 처음이시죠?”


“네, 처음이라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음 일단은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죠. 하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규모가 크지는 않은 거 같은데 맞을까요?”


“네, 맞습니다. 지인에게 보내주고 남은 거 판매할 정도? 딱 그 정도입니다.”


“그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네요. 키우고 싶은 걸로 한번 골라봐요.”


사장님이 가르킨 곳에는 수많은 묘목들이 있었다.

묘목은 종류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유실수며, 조경수, 수국이나 장미 등등.


“사장님, 규모가 엄청나시네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하하, 다들 이 정도는 합니다. 여기 있는 게 다가 아니고, 더 있죠. 필요한거 있으면 다 말해보세요.”


가장 귀농할 때 많이들 선택하는 건, 보리와 쌀이었다.


‘하지만, 와닿지가 않네. 흐음.’


고민하던 그 때, 사장님이 한 묘목을 들고 오셨다.


“토마토 어떠실까요?”


토마토.

아.

어릴 적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성큼성큼 썰어서 그 위에 설탕을 뿌린 토마토.

상상만 해도 입에서 침이 고였다.


“토마토는 대부분 호불호가 없죠. 그런만큼 선물해주기도 좋은 녀석이죠. 하나 먹어보시죠.”


사장님이 토마토 하나를 뚝 따셨다.

단단하면서도 광택이 나는 토마토는 보기만 해도 달달할 것 같았다.


“오.”


신기했다.

일반적인 토마토하면 신맛이 꽤나 올라오는 게 대부분일 텐데.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이게 달짝이 토마토라고. 많이들 키우세요.”


짧은 고민 끝에 첫 농사는 달짝이 토마토.

바로 너다.


“이 녀석으로 하겠습니다.”


“수량은 얼마 정도로 필요하세요?”


“30그루 정도만 주세요. 필요하면 그때 부탁드릴께요.”


“배송은 내일 바로 해드릴테니까, 걱정마세요.”


그렇게 묘목도 구매가 끝났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네, 귀농을 축하드립니다.”


묘목상을 벗어나서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순간이었다.



* * *


동현이 귀농의 스타트를 끊었을 때.

강철 길드 훈련장에서는 소율이 재현과 한창 수련 중이었다.

수련이라고 하지만,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웠지만.


“피해야 하는 거랑 막아야하는 거 잘 보라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마탄을 쏘는 재현, 그리고 그런 재현에게 대답하지도 못한 채 마탄에 두드려맞는 소율이었다.


‘그게 쉽냐고.’


일반적인 총으로도 헌터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빠른 마총을 위력까지 순간적으로 파악해서 피한다?


‘불가능해.’


소율은 웅크린 채 소리쳤다.


“야! 이거 맞냐고!”


“그래, 맞지. 계속 맞는 거지. 그렇게 하다가.”


수련을 시작한 지 2주 째.

재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치겠군.’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급 차이가 이 정도로 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홀로 게이트를 다니긴 했지만, 헌터라는 양반이(물론 힐러이지만) 제대로 공격도 못 보고, 피하지도 못하다니.


‘너무 큰 기대를 한 건가.’

과격한 수련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힐러로 각성하긴 했지만, 소율의 신체능력은 꽤나 우수했다.

무려 중학교 때까지도 소율을 이길 수 없던 게 재현이었다.

(재현은 자기가 봐주었다고 우기고 있었다.)

거기에, 학교 내의 체육대회를 휩쓰는 주인공이 바로 소율이었다.


다음으로는 포기하길 바래서였다.

어떤 헌터가 안 위험하겠냐마는, 후방에 있는 지원조는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최전선에서 싸우는 성기사가 되겠다는 것을 마냥 동의할 수 없었다.


포기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포기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있다고 해도, 지금도 계속 맞고 있는 소율의 맷집이 상승했다는 것 정도.


‘그래도 이래서는 안 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였다.


훈련장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훈련 중이신가보네요.”


“누구야. 훈련 중인데 마음대로 들······.”


보지도 않고 말하던 재현의 말이 끊어지더니, 돌아보고선 무표정하게 바뀌었다.


“당신이 왜 여기있지.”


“어머, 누나 친구한테 당신이 뭐니?”


배하은이었다.

비서 김다영의 보고 받자마자, 찾아온 것이었다.


배하은은 김소율에게 달려갔다.


“소율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배하은은 소율의 어깨를 붙잡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입가는 어울리지 않게 살짝 올라간 상태였다.


“갑자기 모임에 안 나온다고, 들었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소율아, 모임 나가면 너만 손해야. 우리 길드 들어와야지.”


배하은은 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허름한 곳 말고, 천상 길드에.”


재현은 그런 배하은을 쫓아내려고 했다.


“야, 얼른 꺼······.”


소율이 재현의 말을 끊었다.


“하은아.”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가줄래? 나는 천상 길드가 안 어울려.”


소율은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 모습은 배하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무슨 말하는거야? 소율아. 우리 길드가 안 어울리다니, 누구보다 너가 어울리지.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길드 입단할 수 있을 거야.”


소율은 어깨 위의 손을 치웠다.

툭.

가볍게 먼지 치우듯.



“이제 가줄래? 배하은? 그 잘난 천상길드로?”



배하은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했다.

입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열리고 닫히고를 반복했다.

그 끝에 나온 말은.


“······으응. 끝나고 연락줘.”


배하은은 어색하게 웃으며 나갔다.


그렇게 배하은을 쫓아낸 소율은 재현에게 말했다.


“나 이제는 알 것 같아. 싸우는 법.”


재현은 갑작스런 말에 영문을 몰랐다.

방금까지 맞기만 하던 사람이 싸우는 법을 알겠다니? 무협지도 아니고.

심지어 무협지도 어떤 계기가 있어야 했다.

계기?


설마. 배하은?


“얼른 시작해봐.”


멀리 떨어진 소율.

그런 소율을 반신반의하며 재현이 공격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딜레이없는 마탄세례.

당연히 그대로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율의 두 눈은 재현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총구를.


격발하기 직전, 소율은 마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힐링할 때만 쓰던 마나를 이제는 퍼뜨리기 시작했다.

마나를 통한 감지.

동시에 스텝을 밟고서 마탄을 피했다.


“S급 랭커 별거 아니네. 이걸 못 맞추네.”


소율은 웃으며 혈육을 약올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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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토마토 거꾸로 해도 토마토 24.09.01 89 6 9쪽
» 토마토 묘목 24.08.31 97 4 10쪽
13 읍내행 24.08.30 106 7 9쪽
12 귀농이지만, 농사에서 해방? 24.08.29 110 6 9쪽
11 이장님 +1 24.08.28 117 4 10쪽
10 기절 24.08.27 122 6 9쪽
9 엘리사를 위하여 24.08.25 141 5 11쪽
8 함께 귀농! 24.08.24 150 4 10쪽
7 나 혼자 귀농? 24.08.23 158 6 9쪽
6 귀농 시작! +2 24.08.22 168 6 8쪽
5 은퇴 (2) 24.08.21 170 6 9쪽
4 은퇴 24.08.20 179 9 9쪽
3 귀농결심 24.08.19 188 8 9쪽
2 1화 결혼 전. 24.08.18 221 8 10쪽
1 프롤로그 24.08.13 221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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