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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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9 22:32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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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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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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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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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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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장님

DUMMY

아, 첫인상부터 망했네.

누가 올줄 누가 알았겠냐고.

눈 앞에 쓰러진 마을이장님. 말은 많이 들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도 들었고, 이사 오면서 읍내의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마을을 위해 솔선수범하시는 이장님.

70~80대의 어르신들만 사는 마을. 그 중에서 유일한 60대.


마을에 젊은 사람이 온다고 해서 아마도 환영해주시러 오신 것 같았는데.

첫인상이 피칠갑을 한 상태라니.


난감했다.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식겁했겠네.’


피칠갑을 한 사람이 기절한 사람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라는 영화 속 줄거리가 뚝딱 만들어졌다.


때가 되면 일어나실 것이니 눕혀두었다.

그보다는 실바 애들이랑 이야기할 게 많았다.

그랬지만.


“저 죄송하지만, 씻고 오시면 안 될까요?”


실바가 두 눈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허, 참.


그렇게 쫓겨나듯 욕실로 향했다.


* * *


동현이 욕실로 들어가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을 이장 범준이 깨어났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낯선 천장이 보였다.


‘왜 내가 여기에?’


짧은 생각과 동시에 기절하기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피칠갑을 한 사내의 모습을 봤고.’


기절했다.


그 사내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몸을 세웟다.


“휴.”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여. 그 놈이 뭔 짓을 할지 몰러.”

마을 이장으로서 죽을 때, 죽더라도.

얼른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살인자가 나타났다.


“그려, 전화.”



더듬더듬.

조끼와 바지를 뒤졌지만, 휴대폰이 없었다.

아.

그제야 휴대폰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고, 이 등신 같은.”


범준은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자책했다.


“아니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범준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귀를 기울렸다.

아무도 없었다.


‘이때가 기회여, 얼른 도망가자고.’


112든, 119든 전화도 하고,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야제.


몸을 일으켜세웠다.

아이고. 무릎이 시렸다.


참고 움직여야 했다.

창가에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벽면에 꼭 달라붙어서 엉금엉금 기었다.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인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바와 엘리사가 보고 있었다.

“공주님, 저 사람은 뭐하는 걸까요?”

“거인족들의 생각은 도무지 모르겠어. 그냥 걸어서 나가면 되지 않을까.”

“혹시나 동현님도 저러지는 않으시겠죠?”

“아니길 바래야지.”



그것은 모른 채 범준은 걸음을, 아니 기는 것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떨어지는 듯했다.


‘이런, 썩을.’


눈이 번쩍 뜨였다.


‘집에 있던 것이여?’


여기서 결심해야 했다.

물리치느냐, 아니면 도망가느냐.

고민은 이어졌다.


‘이길 수 있나? 아니여, 나이가 나이인데, 뒷치기로도 쉽지 않어. 그럼 도망을 가야하나? 아니여, 사라진 걸 안다면, 순식간에 잡힐 것이 분명혀.’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범준이 고민하던 그때, 욕실문이 열렸다.


‘이판사판이여! 내가 그래도 왕년에’


마을 이장 지범준 하늘을 날다!


“이놈!”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비록 맨손이었지만, 60 평생을 농사를 지었다.

그런 만큼 손은 거칠고 강인했다.


그러나.


“아이고, 이장님. 왜 이러세요.”


동현은 문제 없이 잡았다.

아무리 농사를 지으며 억센 삶을 살아왔더라도.


헌터 앞에서는 무용지물.


“이놈! 감히 우리 푸른 산골 마을에 무슨 짓을 하러 온 것이여!”


범준이 고함쳤다.


“우리 마을을 손대면 큰 일 치를 줄 알어! 우리 마을에 곧 헌터도 올 것이여! 그 헌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어! 강철 길드라고 들어봤는감!”


“이장님, 저에요.”


“이? 뭔 소리여?”


“그 강철 길드 출신 헌터 김동현이요.”


동현이 잡은 두 손을 내렸다.

그제야 범준은 동현을 얼굴을 살폈다.


“그게 무슨······.”

그러다가 문득.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동현의 부모님이었다.


“어······. 그, 그래. 얼굴이 있네. 있어.”


순간 살인마가 떠올랐다.

이대로 있을 게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가 동현까지도 위험했다.


“동현아,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여. 살인마가 한 놈 있어. 내가 너 오기전에 그놈을 만나가지고 기절해버린 것이여. 얼른 신고해야혀! 얼릉.”


그 말을 듣고 동현은 이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갑자기 왜 이장님이 죽일 듯이 달려들었는지.


“푸흡.”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서, 동현은 입을 열었다.


“이장님, 그 살인마에 접니다.”


범준은 멍하니 동현을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지금 보이는 모습과의 천양지차인 것을.


피칠갑을 한 사내가 눈 앞의 동현이라니.


“뒷산에 갔다가 하운드 한 마리가 있길래. 제가 잡았죠. 그리고 제가 끌고 온다고 피를 한바탕 뒤집어썻네요”


범준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했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장 차범준.

오늘 귀농 첫 귀농인 젊은 총각을 보고 기절.

젊은 총각에게 살인마라 외침.

젊은 총각에게 죽일 듯 달려듦.

젊은 총각에게 착각함.


범준은 멍하니 서있었다.

아무 말 없이.


동현도 뭐라 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붙일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 화제를 돌리자.’


“이장님, 혹시 하운드 도축하실 줄 아세요?”


범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 하운드? 그 커다란 짐승 말이여?”


“네, 맞아요. 그거.”


“당연히 할 줄 아제. 할 줄 몰러? 헌터들은 다 할 줄 아는 거 아닌감?”


“경력있는 사람들 몇몇만요? 일단 저는 못해요.”



“내가 왕년에 말이여. 헌터는 아니어도, 하운드 뭐 시깽이들은 다 잡고 그랬어.”


범준은 순식간에 태세가 전환되었다.

물론, 범준도 동현이 일부러 말을 돌렸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사실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자, 가자고 내가 도축하는 거 가리쳐줄테니.”



짐짓 뒷짐을 쥐고서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동현이 뒤따랐다.


‘귀여우시네.’


그 모습도 실바와 엘리사가 지켜보고 있었다.



“저 영감만 그런 것 같은데요? 다행히.”



“동현님은 안 그러니 천만다행이야.”



* * *


동현과 범준은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운드 한 마리가 놓여져 있었다.


범준이 하운드의 머리를 들고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말했다.


“으음, 꽤나 잘 잡았는디?”


범준이 우스갯소리로 하운드를 잡아봤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단순히 자랑삼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잡아본 것.


“옛날에는 걸레짝을 만들어버렸제. 헌터라고 해봐야 어딨겠어. 그냥 멀리서 총이나 쏘고, 활이나 쐈제. 당연히 그 시절에는 이놈을 먹을 생각도 못했어. 요즘에야 먹는다고 하지만.”


범준은 말을 하며, 하운드를 뒤집었다.



“그래도 먹을 게 없다보니, 이놈을 먹기도 했지. 그러다보니 알게 된 것이여, 개나 요놈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방법은 다르지 않어.”


범준은 동현에게 도축과정을 알려주었다.

먼저 방혈.

피를 빼는 과정이었다.


“원래, 짐승을 잡으면 바로 피부터 빼야 혀. 그래야 부패가 쉽게 안 되고, 맛도 안 변혀. 근데 이놈은 상관없제. 그놈의 마나인가, 뭔가 때문에. 그래서 지금처럼 상태가 괜찮지.”


그 말대로, 하운드는 여전히 방금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털 뽑고 내장 빼고, 깔끔하게 분리하면 되네.”


응?

동현이 당황해서 범준을 쳐다봤다.

범준은 당당했다.

말로 어떻게 그걸 다 알려준단 말인가.


“요 읍내에 도축도 해주는 정육점있으니, 거기로 가.”


말 없는 동현의 시선에 범준은 고개를 돌렸다.



“에험, 자, 그럼 들어가자고.”


동현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동현이 귀농의 스타트를 끊었을 쯤.


전 여친이자, 다시는 오지 않은 전 와이프.

김소율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김소율의 스승은 이전에 찾아간 친동생.

김재현이었다.

현 S랭크에 속해있는 무소속의 헌터.


김소율은 B급 힐러.

최상위권은 아닐지라도, B급 힐러도 힐러들 중에서는 찾기 힘든 존재였다.

그런 이가 수련을 부탁한다면, 들어줄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당장 5대 길드 모임의 사람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제는 그딴 인간들 상종도 안 할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김소율이 김재현에게 수련을 시켜달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실력.


가까이 있는 소율은 재현의 실력을 알았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 꼴보기 싫어.’


비록 자신이 부탁한 것이지만, 코 앞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것도 자신을 패기 위해서!


“너 제대로 해야해. 알겠어?”


소율의 말에 재현은 코웃음 쳤다.


“후회하지나 마. 수준을 알려줄게. 힐러가 어디서 전투를 하겠다고.”


그랬다.


소율은 힐러로 있겠다는 것이 아닌, 성기사가 되겠다는 것.

성기사 특성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길은 고난의 길이었다.

그 어떤 힐러보다 회복을 잘 시켜야 하며.

그 어떤 전투원보다 전투를 잘 해야했다.


그렇기에 A급 성기사 헌터는 S급 헌터보다 우대받는 수준이었다.


“닥치고, 수련이나 시켜줘.”


말하는 소율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올랐다.

그 모습에 재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형님, 누나가 아직 포기 안 했나본데요······?’


그 사실을 동현을 알 수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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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몽몽이™
    작성일
    24.09.07 08:59
    No. 1

    (유부남입니다. 제목에 조용히 선작하고 여기까지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당신은 천재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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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은퇴 (2) 24.08.21 16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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