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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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작품등록일 :
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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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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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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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기 9화. 박달나무와 곰, 달과 호랑이(2)

DUMMY

-


백단의 검과 키문카무이의 발톱이 충돌하며 섬광을 일으켰다.


거대한 빛과 함께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땅이 뒤집어지며 그의 몸이 다시 반대로 회전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키문 카무이 역시 그 여파에 못 이기고 팔이 하늘로 솟구쳤다.


“크윽!”


백단은 검을 역수로 쥐어 땅에 박아넣었다.


그의 고집으로 석개 기둥을 박고 단단하게 다진 지반이 두부처럼 검날에 갈려 나갔다. 그가 검을 돌려 검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도 몸이 계속 뒤로 밀렸다.


끝내 그가 두손으로 검 자루를 잡아 더욱 깊숙이 땅에 박아넣어 몸을 고정하고 두 다리를 박아넣고 나서야 몸이 끼익, 멈췄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자 도로에 일자로 주욱 그어진 세갈래 상흔이 보였다.


고작 한합 만에 그는 수십미터 뒤로 밀려 있었다. 그러나 그와 일합을 겨룬 키문카무이는 뒤로 몇걸음 물러선 것 말곤 별 타격이 없어 보였다.


아니, 그의 검을 막아낸 팔이 꽤 저리긴 한지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으나 그뿐.


키문카무이는 제대로 타격을 입지도 않았다.


“체급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는 거냐.”


―――요컨대 체급에서 밀렸다.


거대한 질량에서 오는 무게는 그 자체로 성체나 다름없었다. 가공할 근력에서 나오는 파워와 스피드는 그야말로 괴물.


백단은 고개를 돌려 검 자루를 쥔 제 두손을 바라보았다. 두손은 덜덜 떨리다 못해 경련하고 있었다.


“곰한테 힘 싸움으로 져본 게 얼마 만이더라.”


아까의 일합에서 채 해소되지 못한 충격이 끊임없이 그의 팔을 돌며 신경을 교란시키고 있던 것이다.


반면에 키문카무이는 금방 자기 팔을 회복했는지 가볍게 팔을 털어 충격을 날려버리고 이내 네발로 백단에게 달려들었다.


그 역시 양손에 기를 불어넣어 억지로 신경을 접합하고 검날을 가로로 눕혔다.


“쿠어―――!!!”


“가로 베기.”


앞발과 가로 베기가 충돌한다.


그리고 정지한다.


극도로 압축된 시간 속, 0.01초의 세계에서 백단만이 홀로 몸을 움직였다.


검을 손에서 놓은 그가 몸을 숙이며 몸을 회전시키며 검 자루를 잡았다. 다시금 시간이 가속하고 그의 잔상을 스치고 지나간 카무이의 앞발.


백단은 부드럽게 그의 앞발 안쪽으로 검면을 미끄러트리다 불쑥 검날을 세웠다.

―――이형 베기.


웬만한 성의 기둥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두꺼운 손목이 부드럽게 베이며 피가 쏟아졌다.


키문카무이가 포효하며 손목을 부여잡는 순간 백단이 귀신같은 속도로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섬광 찌르기.


콰득!


“?!”


키문카무이는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을 부여잡으면서도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백단의 검을 물고 그대로 비틀었다.


그의 신형이 한 바퀴 회전하고 키문카무이가 왼팔로 그를 후려쳤다. 백단이 다시 물수제비처럼 땅을 튕기며 날아갔―――···.


덥석! 그의 어깨에 발톱을 꿴 키문카무이가 그를 강제로 멈춰 세웠다. 뚜둑, 어깨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억지로 공중에서 멈춰 선 백단이 고통에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눈을 잠깐 깜빡이자 시야에 가득찬 것은 마름돌로 깔끔하게 마감된 단단한 도로.


“어?”


그의 머리가 도로를 파고들며 거꾸로 박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등도 다리도 모조리 땅에 처박힌다.


키문카무이가 그를 땅에 내리꽂은 것이다. 카무이가 땅에 처박힌 백단을 향해 포효했다. 충격파와 함께 땅이 터져나가며 붉은 피가 땅을 적셨다.


그러고도 손에서 검을 놓지 않은 백단이 손가락으로 검 자루를 돌려 역수로 고쳐 쥐었다. 그리고 전력으로 카무이의 뒷발 등에 검을 꽂았다.


이에 고통스러운 포효를 내지른 키문카무이.


“심검. 3장. 천근추.”


뚜둑, 카무이의 발목뼈가 빠짐과 동시에 그의 뒷발이 통째로 땅속으로 처박혔다.


무덤에서 시체가 소생하듯 흙과 돌무더기 속에서 왼팔을 뻗은 백단이 키문카무이의 쇄골을 잡았다.


그리고 팔꿈치를 굽혀 상체를 들어 올린 그가 피가 흐르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고.”


백단이 주먹을 쥐자 청명하게 빛나는 강기가 그의 주먹을 휘감았다.


그리고 전력으로 풀스윙! 카무이의 고개가 꺾이며 부러진 어금니가 하늘을 날았다.


-


희령의 백호이조와 곰의 발톱이 서로 충돌했다.


호랑이의 발톱과 곰의 발톱은 서로 길항하다가 이내 뒤로 튕겨 나갔다.


뒤로 구르는 희령을 뛰어넘어 하라가 단검을 쥐고 카무이의 딸에게 달려 나갔다.


“설비검. 일비. 설화.”


눈꽃처럼 피어난 검기가 카무이의 딸을 향해 쏘아졌다. 뒤로 구르는 그녀는 그것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이에 그녀의 대응은 간단했다.


투욱. 까앙!


“뭐엇?!”


등에 뒤집어쓴 곰 가죽의 머리 부분을 후드티의 모자처럼 고갯짓 한 번으로 뒤집어쓴 것이다. 하라의 검기는 두꺼운 털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영물의 가죽이라고?!”


상정하지 못했던 변수에 하라가 당황하며 소매에서 재차 비수를 꺼내는 순간, 자세를 바로잡은 카무이 딸의 발차기가 하라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커흑!”


하라가 피를 토하며 >자로 꺾인 순간, 카무이의 딸이 오른팔에 기를 휘감고 휘둘렀다.


그리고 하라의 뒤에서 솟아난 검이 그녀의 공격을 막아 세웠다. 희령이 하라의 그림자에 숨어 검을 올려 벤 것이다.


이에 카무이의 딸이 다리를 뒤로 빼며 몸을 무르려고 했다. 그러나 다리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당황하며 제 다리를 보자 입가에 피를 흘리는 하라가 두 팔로 다리를 꽉 잡고 있었다.


희령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그대로 밀어붙여 팔을 완전히 튕겨내고 상체의 빈틈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검면에 손가락을 대며 검을 내지르는 자세를 취했다.


“영설천검 삼초식···.”


이에 생명의 위기를 느낀 카무이의 딸이 빠르게 눈을 굴렸다.


붙잡힌 다리. 튕겨 나간 오른팔. 드러난 상체. 심장을 노리는 검.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봤다.


그녀는 주저 없이 그것을 잡아당겼다.


“꺄악?!”


갑자기 머리가 붙잡힌 하라가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숙이며 머리칼을 붙잡았다. 이에 풀려난 다리를 땅에 박으며 카무이의 딸이 하라를 뒤로 내던지며 전력으로 니킥을 희령의 명치에 박았다.


“쿠흡!”


희령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고, 하라가 바닥을 굴렀다.


“······!!!”


카무이의 딸이 양손에 기를 휘감고 난잡하게 휘둘렀다. 360도 전방으로 뿜어져 나간 곰의 참격이 희령과 하라를 스쳐 지나가며 상흔을 남겼다.


이내 피투성이가 된 그들이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헉헉. 하라. 어떡하지. 저년 강해.”


“걱정 마십시오. 싸움에 강한 것뿐입니다. 희령. 단순하게 생각하십시오.”


하라가 피를 퉷, 바닥에 토하며 단검을 던지고 너클처럼 비수를 주먹 사이사이 끼고 꽈악, 쥐었다.


“저년은 영물, 혹은 짐승입니다.”


그리고 주먹을 카무이의 딸에게 향하며 말했다.


“저쪽에서 진짜 야생의 싸움을 한다면, 우리도 그에 맞게 어울려주면 그뿐입니다.”


―――이를테면.


“사람처럼 말이죠.”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에 희령도 눈가를 한번 쓰윽 닦아 피를 털어내고 무릎을 굽혀 톡톡, 신을 고쳐 신었다.


“네. 그러니까 옛날처럼 가는 겁니다. 어차피―――···.”


하라가 희령과 자신을 보고 경계하는 카무이의 딸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우리가 더 강하니까요.”


“······!”


그에 발끈한 것처럼 보인 카무이의 딸이 바닥을 박차며 총알처럼 그들에게 쇄도했다.


“응. 우리는 강하니까. 둘이잖아.”


“희령. 여기서 기껏 잡은 분위기를 부수면 안 되는 겁니다.”


희령과 하라가 서로 주고받으며 옆으로 갈라진다.


한순간 같이 있던 표적이 둘로 나뉘자 일순 당황한 카무이의 딸이 끼긱 멈췄다. 그러나 이내 하라를 향해 돌진했다.


하라는 자신을 향해 오는 그녀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카무이의 딸이 가볍게 고개를 틀어 피한 순간 하라가 손을 폈다.


손에서 쏘아진 비수들이 그녀의 뺨을 스치며 뒤로 넘어갔다.


카무이의 딸이 하라를 비웃으며 발톱을 옆구리로 꽂기 직전! 까까강! 비수들이 튕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신형이 멈췄다.


그녀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자 가죽을 땅에 꿰듯 고정한 얼어붙은 비수들이 보였다. 그리고 화려한 신을 신은 발이 가죽을 짓밟았다.


“너무 하라만 신경을 썼잖아. 그렇게 화가 났어?”


하라가 검을 들어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댔다. 검날은 눕힌 채 참수할 기세로, 헤드락을 걸듯이 검을 뻗은 그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치 짐승처럼?”


“······!”


이에 카무이의 딸이 발끈하며 가죽을 고정한 끈을 풀며 몸을 굽혔다. 칼이 허공을 날며 가죽을 끌어당겨 도리어 희령의 시야를 가렸다.


“우풉?! 앗!”


그리고 곧바로 태클을 걸어 희령을 넘어뜨린 카무이의 딸. 그녀가 주먹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꺄악?!”


처음으로 그녀가 여성스러운 비명을 내며 머리칼을 붙잡았다. 너무 아파 눈물까지 흘리며 고개를 올리자 보인 것은 음흉하게 웃고있는 하라의 얼굴.


“아까 내 머리칼을 붙잡았죠? 이건 그 복수입니다!”


하라가 전력으로 팔을 위로 올리자, 머리카락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신형이 들렸다. 눈물까지 흘리며 버둥거리는 그녀의 앞에서 희령이 곰 가죽을 벗어 던지며 주먹을 쥐고 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까 내 명치를 쳤지?”


희령이 수기手氣를 휘감아 전력으로 그녀의 명치를 후려쳤다.


“케흙?!”


그녀의 신형이 위로 들렸다가 주저앉았으나 이내 다시 머리카락을 들어 올린 하라.


“아으?!”


고통에 다시 눈이 돌아가며 몸이 들린 그녀를 향해 2차, 3차로 주먹이 틀어 꽂혔다.


이에 어깨를 부르르 떨다가 피를 토한 카무이의 딸.


“아직입니다.”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끝까지 놓지 않은 하라가 손에 기를 휘감으며 살벌하게 웃었다.


“제 머리칼의 값은 비싸답니다?”


하라가 바닥을 향해 그녀의 머리를 전력으로 내리꽂았다.


바닥에 머리가 꽂힌 채 ^자 자세로 부르르 떨던 그녀는 추한 모습으로 기절했다.


“후우!”


“하아.”


툭툭, 그녀의 몸을 발로 몇 번 건들어 기절한 게 확실하다가 판단한 희령과 하라는 크게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서로를 보며 웃다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나이스 플레이.”


“수고했습니다. 희령. 근데 그건 무슨 말입니까?”


“나도 몰라. 오빠가 가끔 협공이 잘되면 이렇게 말하던데?”


“그렇습니까? 참 괴상한 단어도 다 있군요.”


“아! 오빠. 단이 오빠는 어떻게 됬···!”


콰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울리며 그녀들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떴다가 다시 땅에 닿았다.


당황한 그녀들이 고개를 돌리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눈에 보였다.


“오빠···?”


“백단···?”


백단과 키문카무이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미친 듯이 날리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적은 분량이나마 후다닥 써보아요.

다음화 전투는 끝납니다! 다시 대체역사의 시작이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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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건국기 32화. 해군의 양성, 철 수확 24.09.16 21 1 19쪽
55 건국기 31화. 문화의 발전, 철광의 발견 +2 24.09.16 35 1 23쪽
54 건국기 30화. 사할린 공용어 24.09.13 41 1 25쪽
53 건국기 29화. 양식업과 언어 24.09.13 27 1 23쪽
52 건국기 28화. 양식업…을 시작하기 전에 24.09.13 30 1 13쪽
51 건국기 27화. 종이 = 꿀 24.09.12 36 1 16쪽
50 건국기 26화. 종이 만들기 +2 24.09.12 41 1 15쪽
49 건국기 25화. 방어선 재구축과 건국建國 +2 24.09.11 48 1 16쪽
48 건국기 24화. 전후처리, 내정의 시작 24.09.11 35 1 15쪽
47 건국기 23화. 완벽한 승리 24.09.11 35 1 24쪽
46 건국기 22화. 전쟁…? 24.09.10 32 1 28쪽
45 건국기21화 만반의 준비와 백리장성 24.09.10 31 1 23쪽
44 건국기 20화. 후회와 미련 사이 24.09.09 39 0 12쪽
43 건국기 19화. 악마와 악마 24.09.09 34 1 22쪽
42 건국기 18화. 남경南京 24.09.06 46 1 16쪽
41 건국기 17화. 모든 길은 로마…, 가 아닌 중경中京으로 통한다. 24.09.06 38 1 26쪽
40 건국기 16화. 보이텍Wojtek 혁명 24.09.05 38 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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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38 1 20쪽
35 건국기 11화. 백단과 비녀羆女 24.09.03 36 1 14쪽
34 건국기 10화. 박달나무 아래 곰이 쓰러지다 24.09.03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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