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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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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소년

DUMMY

백신당은 새 건물답게 깨끗하고 규모가 컸다.


위지천이 들어가자 젊은 남자가 앞을 막았다.


“잠깐. 여긴 애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저도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위지천의 말에 막아섰던 직원은 헛웃음 쳤다.


“네가 전당에 볼 일이 있다고?”


“당주님이 여기에 제가 가져갈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 당주님이?!”


당주가 언급되자 직원은 살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관리자로 보이는 자가 뒤에서 일어나서 다가왔다.


“소형제가 이번 우리 표물을 사천까지 가져다줄 사람이군. 나를 따라오게.”


관리자를 따라 전당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숫자가 각각 적혀 있는 나무 금고들이 나왔다.


그 안에서 가죽으로 만들어진 자루를 하나 꺼내어 위지천에게 내밀었다.


“혹시나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표물은 버리고 도망가라.”


“도망가라니요?”


위지천이 물었다.


“성도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먼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


관리자는 위지천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필시 이놈은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처지에 놓였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군.’


조심하라고 해주려고 했지만, 괜히 불똥이 튈까 무서워 입을 다물었다.


*


위지 국주는 다음날 떠나라고 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 표행을 하는 동안 휘상 놈들이 용문표국을 점거하고 있을 테니까.


‘안 그래도 나가서 안가에 들리려면 나갈 명분이 필요했는데, 잘됐군. 바로 호남으로 가면 되겠다.’


위지천은 동정호에 있는 마교 안가까지의 길을 가늠했다.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최대한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뱀 먹이.


가는 내내 쥐나 새 따위를 잡는 데 시간을 허비하니, 강서 성을 벗어나는 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참 산길에서 쥐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와서 말 걸었다.


“여기서 뭐 잡으려고 하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낡은 옷을 입고 행색이 추레한 또래 아이가 서 있었다.


위지천은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다.


“뱀 먹이.”


“자루에 든 게 뱀이야?”


위지천은 거지로 보이는 소년이 자꾸 말을 걸자 굉장히 귀찮았다.


“저리가. 지금 바쁘니까.”


“바쁘기는 그냥 놀고 있는 거 같은데. 나도 쥐 잡은 거 있는데, 좀 줄까?”


‘쥐를 잡았다고?’


안 그래도 사천으로 떠난 지 벌써 사흘이나 됐지만, 먹이 구하느라 이틀은 낭비한 것 같았다.


이제야 겨우 의춘(宜春)에 왔을 뿐이니까.


“그래?”


위지천은 아무리 쥐라지만 거지 소년이 주는 것을 공짜로 받기가 민망했다.


주머니에서 철 전 몇 개를 꺼내, 거지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냉큼 받아 들고 앞장 섰다.


“따라와 봐.”


거지 소년은 앞장섰고, 위지천은 따라갔다.


따라간 곳은 마을의 한구석이었다.


거지 소년이 쭈그려 앉자, 위지천은 땅 아래 큰 항아리가 입구만 남겨놓고 묻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지 소년이 안에 손을 집어넣자, 손에 쥐가 서너 마리가 딸려 올라왔다.


“쥐덫이야.”


위지천은 그렇게 찾아다니던 쥐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쥐를 한 마리 삼킨다면 칠 주야는 버틸 테니까.


소년은 자신이 들고 있던 자루에 쥐들을 한껏 담더니, 바로 앞에 객잔으로 갔다.


“왔구나. 요즘 네 덕분에 쥐가 보이지 않네.”


쥐덫을 설치한 옆 건물은 옆에 객잔이었고, 거지 소년을 맞아 준 것은 점소이였다.


“헤헤. 저만 믿으라고 했잖아요.”


“그래, 잠깐 기다려라.”


점소이는 소면을 하나 말아서 거지 소년에게 건넸다.


“형님! 여기 제 친구도 왔는데, 한 그릇 더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하나 더 주마.”


점소이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지, 거지 소년의 말에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거지 소년은 소면 두 그릇을 들고 객잔 밖으로 나와 위지천에게 한 그릇 건넸다.


“너도 먹을 것이 없는데, 나 줘도 돼?”


“난 어디서든 잘 얻어먹어.”


거지 소년이 배를 내밀어 잘 먹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겉옷이 펄럭일 뿐이었다.


위지천과 거지 소년은 객잔 옆에 앉아 소면을 먹었다.


“난 위지천. 넌 이름이 뭐냐.”


“난 아삼이야. 너는 여기 애가 아닌 것 같은데. 옆 마을에서도 본 적이 없고. 어디서 온 거야?”


“난, 남창에서 왔어.”


“남창? 거기 먹을 게 많다던데.”


“많지.”


“그럼 다시 남창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니, 나는 동정호로 가야 해.”


동정호라는 말에 아삼은 바로 되물었다.


“동정호는 왜?”


“거기서 찾을 게 좀 있어서.”


“그럼, 나도, 나도 같이 가자.”


위지천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은환사 먹이를 주는 것은 좋지만, 거지까지 달고 다니기엔 힘들다.’


“안돼.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일 때문에 가는 거야.”


그러자 아삼이 입을 내밀었다.


“싫다면 싫다고 하면 되지.”


위지천은 소면 그릇을 객잔에 돌려주었다.


“진짜다.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어.”


“알았어, 알았다.”


아삼은 기분이 상해서 간다는 말도 없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위지천도 떠나려고 일어났다.


그러나 아삼이 들어간 골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내가 구걸하라고 했지, 놀러 다니라고 했어?!”


그냥 무시할 수가 없어 골목 안을 내다보자, 나이를 꽤 먹은 중년 거지와 몇몇 거지들이 아삼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이제 거지 안 할 거야.”


중년 거지는 아삼의 말에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오갈 데 없는 거지 놈을 거둬줬더니 뭐라고? 우리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덴 줄 알아?”


중년 거지는 아삼의 머리를 툭툭 때리다가, 골목 입구에 있는 위지천을 발견했다.


“넌 뭐냐. 볼 일 없으니 어서 꺼져라.”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걔가 내 친구라서.”


“친구? 이놈한테 친구? 정신이 어떻게 된 놈이구나. 거지한테 친구라니.”


아삼이 외쳤다.


“천아! 도망쳐.”


거지 무리는 위지천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 근방에서 못 본 얼굴인데?”


중년 거지는 위지천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겁을 주었다.


“저리 꺼져라. 네놈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내 친구인데 당연히 상관이 있지.”


“그래? 친구니까 이리 와서 같이 맞아라. 사지를 분질러주마.”


주위를 둘러보니 골목이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들어와 보지도 않았다.


위지천이 신법을 펼쳐 중년 거지 앞에 나타났다.


“뭐, 뭐야.”


위지천은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거지의 뺨을 한차례 갈겼다.


짝.


중년 거지는 입에서 무엇인가 우수수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잠깐···잠깐 소형제! 잠깐.”


위지천은 일격에 중년 거지를 죽일 수 있었지만, 괜히 살인을 저질렀다가 귀찮아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중년 거지 옆의 나머지 세 거지도 뺨을 한 대씩 먹여줬다.


짝.


짝.


짝.


다들 얼굴을 움켜쥐고 나뒹굴었다.


“자..잘못해습니다.”


"어이쿠!"


"억!"


거지 무리는 이 곱상한 소년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갖춘 것을 알았다.


게다가 손속이 매서운 것이 위험하다는 것도.


거지 무리는 당장 도망가고 싶었지만, 골목 입구에 선 위지천이 막아서 완전 독 안에 든 쥐였다.


얼굴을 움켜쥔 채, 위지천의 눈치만 보았다.


“죽일 생각도 없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대신 다시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위지천은 거지 무리를 남겨두고 골목을 나섰다.


아삼은 위지천의 손속에 놀랐지만, 골목을 나서는 위지천을 따라나섰다.


“아삼. 왜 따라와?”


“나도 따라갈 거야. 동정호.”


위지천은 기가 찼다.


“따라온다고?”


“그래. 나도 따라갈 거야.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내가 여기서 있을 수가 없어.”


“왜 여기서 지낼 수 없다는 거야? 널 괴롭히던 거지도 내가 처리해 줬잖아.”


아삼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 거지는 개방 소속이야. 아마 개방이 자기 거지가 저렇게 당한 걸 알면 날 귀찮게 할게 뻔하거든.”


“개방이라고?”


“엉. 이결개라고는 해도 개방인 건 맞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떠나야 해. 네 애완 뱀 먹이 주려면 내가 필요할걸?!”


위지천은 개방도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개방의 고위 거지는 아니니까, 대대적으로 위지천을 쫓아와 드잡이질 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여기 머물거나 아삼이 여기서 위지천에 대해 말한다면 확실히 귀찮아질 확률은 높아졌다.


거지들은 머릿수가 많았으니까.


오죽하면 개방 십만 방도라고 하겠나.


“그래. 동정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마을 떠날 때까지는 같이 가자.”


“정말? 좋았어!”


아삼은 위지천이 동행을 허락할 줄은 몰랐는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대신 거지 차림으로 다니면 돌아 다니기 힘드니까, 옷을 갈아입고 따라와.”


“그래, 어차피 떠날 거니까, 거지 노릇은 안 해도 되겠네. 집에서 쫓아오는 거 따돌리려고 거지 무리에 들어갔던 거거든.”


위지천은 아삼을 데리고 포목점에서 새 옷을 사서 입혔다.


씻고 새 옷을 입으니, 쥐 잡던 소년 거지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근데 너는 부모님이 안 계시는 거냐? 왜 혼자 이곳에서 있다가 중년 거지에게 잡힌 거야?”


“우리 부모님 계시지. 단지 나를 싫어하셔서 집을 나왔어.”


가출 소년이었나.


어쩌면 멀쩡한 집안의 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지천은 자기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에 더는 묻지 않았다.


“너는 왜 동정호 가는 거야? 혼자 가는 거야?”


“나는 가서 가져올 것이 있어서 가는 거야. 집안에 내가 필요한 일이 생겼거든.”


아삼은 눈을 크게 떴다.


“뭐? 집안에서 니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게 뭔데.”


“집에 돈을 가져가야 해.”


아삼은 돈이라는 말에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돈? 돈은 내가 많이 갖고 있지. 날 구해줬으니, 이 돈 줄게.”


위지천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무리 급해도 거지 돈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아삼은 품 안에서 꽤 묵직한 주머니를 꺼냈는데, 안에는 금과 구슬이 보였다.


“이게 뭐야?”


“어, 나 돈 많아.”


아삼이 들고 있는 황당하게 많은 돈에 위지천은 잠깐 당황했다.


“아니, 그 돈을 들고 왜 거지 노릇을 하고 있어.”


“말했잖아, 숨어 있으려고. 나 구해줬으니까, 이거 줄게.”


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이에 있는 구슬.


위지천이 아삼에게 구슬 받았다.


마교에서 여러 방식으로 사천당가에서 사들인 최상급 피독주(避毒珠)였다.


이런 피독주를 들고 있다고?


위지천은 아삼을 살짝 떠보기로 했다.


“그래도 이것으로 한참 모자라.”


“돈을 못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데?”


“뱀 들고 ‘사천’까지 가서 갖다주어야 해.”


사천이라는 말에 아삼은 주머니를 놓칠뻔했다.


‘맞네, 맞어.’


사천당가.


“너 혹시 사천당가에서 도망 나온 거냐?”


“무, 무, 무슨 소리야. 사천당가라니.”


위지천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반응이 사실을 짚었다는 것을 느꼈다.


“설마 당가에 죄를 짓고 쫓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야. 나는 그냥 형과 싸우고 나온 거라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니라고 하다가 혼자 자백한 셈이었다.


“동정호까지만 같이 가는 거야. 그 이후엔 알아서 가.”


“나도 갈 곳이 많은 사람이야.”


위지천은 아삼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어딘데?”


아삼은 말하지 못 하고 우물거렸다.


“나중에라도 갈 곳이 생각나며 말해줘라.”


아삼은 한참을 끙끙대며 말이 없었다.


“생각났어.”


“어딘데?”


“십만대산.”


“뭐?!”


“마교에 가 볼 거야.”


“마교가 어떤 곳인 줄 알고 가보겠다는 거야?”


아삼은 들어가기도 전에 당가의 일원이라는 게 밝혀져 뇌옥에 갇힌 채 평생 못 나올 수도 있었다.


“그래. 거기면 아무리 당가라도 날 못 찾을 테니까.”


위지천은 철없는 아삼의 발언에 황당함을 느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아삼은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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