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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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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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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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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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아삼

DUMMY

위지천은 사천행 표행이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빨리 해치워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오가는 길에 영약을 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고.’


아삼은 또한 위지천과 함께 간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삼. 그토록 집에 가기 싫어했는데, 가게 됐는데도 표정이 나쁘지 않네.”


“그럼. 사실 언젠가는 집에 잡혀갈 줄 알았거든. 그게 예상보다 빨리 왔을 뿐이야.”


아삼은 중의 주머니에 독과 암기를 챙겨 넣었다. 청파채의 배를 털면서 얻은 약초와 독초들을 집어넣은 행낭이 꽤 컸다.


“언젠가 잡혀갈 줄 알았다고?”


“나도 머리가 있으니, 계속 피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 그래도 너랑 같이 가면 나쁘지 않지. 그리고 너랑 같이 다니면 보통 이래저래 사건에 휘말리니, 어쩌면 안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이래저래 사건에 휘말리는 편인 건가? 하긴 전생에 마교에서만 지낼 때와는 다르긴 하군.’


위지천은 아삼의 생각이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호남행을 하는 동안 예상치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으니까.


아삼이 집 이야기할 때마다 인상을 써, 묻지 못했던 말을 물어봤다.


아삼이 형과 다투고 나왔다고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으니까.


“형하고 싸우고 나왔다고 했잖아. 대체 형하고는 왜 싸운 거야?”


아삼은 위지천의 물음에 한숨을 쉬었다.


“예전부터 약초와 독초를 가지고 놀았던 것이 화근이었어. 아예 손대지 말아야 했는데. 너한테 만들어 준 칠보단혼산으로 만든 영약 기억해?”


위지천은 빙심초의 독기가 요동치는데, 앞에서 칠보단혼산과 용혈초를 이리저리 떠듬떠듬 배합하던 아삼을 떠올렸다.


“잊을 수가 있겠냐. 죽을 뻔했는데.”


“상승내공심법을 익히고 있으면 안 죽어. 이미 무수히 시험해 본 내용이야.”


아삼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수히 시험해 봤다면서 배합할 때 그 허둥지둥하던 모습은 뭐지. 누구도 그런 모습으로 배합하면 의심할 것이다.’


“그래, 안 죽는 다 쳐. 만약 너희가 무한정으로 독초와 독물을 배합해서 인공영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당가는 이제 천하제일 아닌가?”


위지천은 중원통일을 하려던 마교 교주 시절을 떠올려 봤다.


화산파, 무당파, 소림사, 남궁세가 정도를 넘긴다면 중원통일은 거의 성공했다고 봤다. 실제로도 마교에서도 그렇게 전략을 짰었고.


하지만 당가가 인공영약을 제조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류나 삼류 무인들이 내가 먹었던 인공영약을 복용한다면, 같은 경지의 적들을 수월하게 상대할 테니까.


“물론 내공이 많으면 유리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것만으로 절정의 벽을 넘거나 일류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 내공과 경지는 다른 것이니까. 게다가 독물이라고 해서 영약에 비해 구하기 쉬운 것이지, 무한정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위지천이 본 아삼은 일류의 무위를 갖고 있지만, 독과 암기를 쓰는 특성상 딱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다.


아마 절정은 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과 상황에 따라 충분히 절정 고수를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들 당가를 무서워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지.”


“중요한 것은 인공영약으로는 상승내공심법을 익힌 자들에게 내공을 늘려주지만, 일정 수준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는 변화가 없어.”


“독물만 버리는 꼴이구나.”


“맞아.”


‘그럼, 나도 아삼이 인공영약을 많이 만들어 준다 한들 저번처럼 극적인 내공 증진은 없겠군.’


위지천의 마음속 당가의 위험도가 조금 내려갔다.


“대신에 일반 무인들은 영약이라는 것을 만져보지도 못하잖아. 비싸기도 하고 기연이 없다면 접할 수 없으니까.”


“영약이 그렇게까지 귀한가?”


아삼은 위지천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당연하지. 나도 당가에 있을 때는 영약을 자주 복용했지만, 집에서 나오고 나니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됐어.”


위지천은 그 말에 절규하던 백익편복이 떠올랐다.


“그래서 무인들이 인공영약이라는 것이 위험하다고 해도 모험을 해보고 싶은 거야.”


“그래서 너는 인공 영약을 무수히 시험해 봤다고 한 거군?”


“많이 만들었고, 많이 죽었어. 형이 자꾸 인공영약을 만들어서 방계 무인들에게 복용시키라고 하는데,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없기에 나는 그 사람들 앞에서 만들게 됐어.”


“그 배합한 것들이 공기에 노출되면 변한다고 했나?”


“그것도 있고 섭취할 자의 상태를 보며 만들어야 해서 그래. 문제는 방계 혈족에게까지 상승내공심법을 전해주질 않잖아.”


천마심공이 일인 전승으로 다음 소교주에게 전해지듯이 가문도 상승무공은 아무에게나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건 가문의 비전이니 전할 수 없는 것 당연한 거 아니야?”


“그래. 그래서 일반 무인들은 상승내공심법 없이 목숨을 걸고 도박하며 섭취하게 됐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만든 영약을 복용하면 둘 중 하나는 죽었어.”


‘흠. 생각보다 효율적이군. 아니, 어쩌면 미친 효율이야. 다섯을 희생시키면 인형설삼을 복용한 무인 다섯은 얻을 수 있으니까.’


위지천은 아삼이 정말 마교로 갔다면 뇌옥에 갇히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마도팔가가 아닌 마도구가로 만들 정도의 능력이었다.


“그래서 당가에서는 너를 찾고 있는 거군? 인공영약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자가 너라서. 근데 배합법을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알려줬어. 하지만 아까도 얘기했듯이 복용자를 보며 맞춰서 만들어야 해. 그래서 그때마다 달라져. 나이, 남여, 신장, 체형, 내공의 성격, 사람의 기질까지.”


‘말도 안 돼. 그때마다 배합률이 달라지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아삼의 고유 능력이나 마찬가지이다.’


“아삼. 네가 정말 사람에 맞춰서 영약을 만들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야.”


“처음엔 가족들도 모두 놀라고 믿지 못했어.”


‘그래서 그렇게 내 앞에서 떠듬떠듬 배합한 거였나?’


위지천은 당가가 세가로 일반 무인을 받아들여 영약을 먹인다면, 말도 안 되게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 내가 만든 약을 먹고 죽는 일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모두 다 내 먼 친척이잖아.”


“집에서 강요한 거군.”


“아버님은 안 만들어도 된다고 했어. 하지만 형은 그렇지 않았어. 자기 대에서 가장 강하고 큰 당가를 만들겠다고 떠드는 중이야.”


위지천은 안색이 어두워진 아삼을 보고 당가의 후계자가 아삼으로 야망을 키우고 있음을 알았다.


“아삼. 돌아가기 싫으면 돌아가지 않아도 돼.”


아삼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번에도 네가 간다고 하지 않았으면, 산공독을 쓰고 도망칠 셈이었어.”


‘인공영약을 만들 정도의 재능이라면 독에 관해서는 독보적이겠지. 아삼이 안 가겠다고 하고 독을 쓴다면 사실상 외당의 무인들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위지천은 아삼이 짐을 마저 챙기는 것을 보고 나왔다.


*


사천행을 가기 직전 위지천은 남창의 거리를 돌며 마차를 사들였다.


고관대작들이나 탈 것 같은 마차를 사들이고 마시(馬市)에 들러 털의 윤기가 유난히 매끄러운 서북마를 사들였다.


아삼이 따라 나왔다가 고급 마차와 말을 사는 위지천을 향해 물었다.


“마차랑 말은 왜 사는 거야? 누굴 모시고 가는 거야?”


“날 모시고 가는 거지.”


“뭐?”


“마차 타고 갈 거야.”


“마차를 타고 간다고? 그냥 걸어가는 게 더 빠르잖아. 경공을 쓰면 되는데.”


위지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빚도 다 갚았고 굳이 고생하면서 갈 필요 없지.”


위지천은 마차를 세 대 더 사들여 당가의 무인들까지 모두 탈 수 있게 준비하였다.


당원평이 자신들의 마차까지 준비한 것을 보고 난색을 표했다.


“소국주. 저희가 놀러 가는 것이 아닌데, 마차를 타면 여정이 더 늘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편하겠죠.”


위지천의 말이 맞기도 하고 오랫동안 힘들게 돌아다닌 당원들을 돌아보니, 가는 동안은 편하게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만약의 일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며 가는 것도 괜찮겠군요.”


위지천은 그뿐만 아니라 말린 음식을 사고, 마차를 수행할 쟁자수들도 모집하기 시작했다.


표국앞에 고급 마차, 준마들과 쟁자수까지 북적이자, 보다 못한 위지 국주가 나섰다.


“천아, 자루에 든 뱀 두 마리 들고 가는 표행인데 너무 과하구나.”


“사천까지의 길이 짧지 않아 몇 달이 걸릴 터인데,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위지천은 속으로 웃었다.


‘여기서 수련을 못 하게 한다면 다 방법이 있다. 가는 동안 최소한 몇 달은 될 텐데, 이 안에서 천마신공을 수련하며 가게 된다면 시간도 아끼고 사천행 표행도 마칠 수 있다.’


위지천은 쟁자수와 숙련된 마부까지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당가의 무인들과 후순개가 표국의 마당으로 모였다.


후순개는 마당에 늘어선 것들을 보고 놀랐다.


“아니, 혹시 우리가 언제 고관대작의 행렬에 참여하게 되었지? 이것이 다 무엇이냐?”


아삼이 대답했다.


“천이가 가는 길이 짧지 않으니, 최대한 불편함 없이 가겠다고 했어요.”


후순개는 고급 마차와 비싼 말, 게다가 쟁자수들도 준비된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돈이 좋긴 하구나. 근데 거지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군.”


위지천이 나섰다.


“그럼, 선배님은 걸어오셔도 됩니다. 어차피 하는 일도 없으시니.”


“어허!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도 모르면서 섣불리 홀대하는 건가. 소국주. 이 얘길 듣지 않으면 후회할걸.”


위지천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글쎄요. 과연 그런 순간이 올지 궁금하군요.”


“흥. 우리가 가는 길 중간인 수수(修水)에 교영채 놈들이 나타난 것을 말해주려 했는데.”


후순개의 말에 위지천은 기분을 맞춰주며 말했다.


“바로 그런 순간이 오고 말았군요. 역시 개방의 정보력은 천하제일입니다. 정말 교영채 놈들이 수수에 나타났다는 말입니까?”


“그래. 포양호로 들어가는 곳에 큰 배가 정박해 있다고 했어.”


위지천은 아삼에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아삼, 비켜라. 상석은 후순개 선배님의 자리거늘.”


아삼은 교영채를 박살 내러 간다면 돌아가는 길이 더 늘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박수치며 말했다.


“선배님 대단하세요! 수적 놈들이 어딨는지 알아내시다니!”


후순개는 못 이기는 척 마차 상석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내가 상석이 앉아도 되는지 모르겠군. 하는 일도 없는데.”


위지천은 마부에게 손짓해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품 안에서 미리 챙겨 놓은 말린 견과류인 청단(清單)을 후순개의 손에 쥐어 주었다.


후순개는 손에 쥐어진 청단을 실눈으로 훔쳐보더니 입안으로 가져갔다.


“수수 앞에 거지들보고 나오라고 했으니, 일단 수수로 가자고.”


위지천은 사천행을 가는 길에 수란과 약속한 교영채까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순개의 안내에 따라 선두 마차인 위지천의 마차가 사천 방향에서 살짝 틀어지자, 당원평이 위지천 일행에게 다가왔다.


“소국주. 지금 가는 길은 사천 가는 길이 아니오.”


“당주님. 가는 길에 하루 정도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수적을 잡기로 했는데, 마침 가는 길에 출몰했다고 합니다.”


“수적이요?”


당원평은 하얀 눈썹 끝이 치켜 올라갔다.


위지천은 당원평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눈치채고 사과했다.


“갑자기 들은 정보라, 미리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바로 사천으로 가겠습니다.”


위지천은 사과하면서도 당원평이 어떻게 나올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소위 정파라고 한다면 수적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모른 채 지나칠 순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원평이 ‘끙’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수적을 잡고 가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만약에 말한 곳에 수적이 없다면, 쫓지 않는 게 좋겠소.”


“당연합니다. 저도 가는 길에 나타났으니, 잡으려는 것이지. 굳이 온갖 곳을 헤맬 생각은 없습니다.”


마차 안에서 듣고 있던 아삼은 여정이 하루 더 길어진 것에 기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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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5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9 11 13쪽
» 당아삼 24.09.08 544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5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2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8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3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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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3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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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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