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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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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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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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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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표국

DUMMY

오랜만에 돌아온 남창 거리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위지천의 무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악인궁과 구야문 무리, 취영루의 마인들, 수란, 후순개, 아삼, 금천수까지 모두 오륙십 명이 넘었으니까.


그 뒤로 은원보 궤짝과 다른 재화를 실은 수레가 줄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 무리를 보고 수군댔다.


“저거, 용문 표국의 소국주, 천이 아닌가?”


“맞아. 이제는 너무 커서 몰라 보겠구만. 왜 저 무리에 섞여 있는 거지? 표행 다녀온 건가?”


“표행이라고? 아닐껄. 용문표국 대신 청풍표국으로 바뀌었잖아. 자네는 그것도 몰랐나.”


“뭐라고? 용문표국은?”


“자네 어디 갔다 왔나?”


“내가 표국에 표물을 맡기러 갈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쨌거나 지금 용문표국은 거의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백신당에 엄청난 빚을 졌다더라고.”


“그럼, 저 무리는 뭐야?”


“그러게 이상하네. 왜 저기에 천이가 섞여 있지?”


주변 상인들과 사람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천금수가 웃으며 위지천에게 말했다.


“사람들의 말이 참 무섭지 않느냐. 멀쩡한 사람, 도망자로 만들고. 아직 망하지 않은 표국도 벌써 망한 표국으로 만들었으니까.”


“신경 안 씁니다.”


“무인이라면 굳이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표국을 운영한다면 신경을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그런 것 일일이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천금수는 위지천의 말에 웃었다.


“물론 너무 흔들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사라는 것은 여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입소문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위지천은 자신을 몰래 훔쳐보는 남창의 사람들을 보았다.

예전과 같은 사람들이었지만, 시선은 달라졌다.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들어야 한다. 균형이 중요하지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여론을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위지천은 여론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천금수는 위지천의 상태를 눈치챘다.


“마교라는 곳에서 일어난 일을 아나?”


위지천은 속으로 뜨끔했다.


‘마교? 멀쩡한 마교는 왜 갑자기 얘기하는 것이지?’


“마교요?”


“그래. 마교는 하나의 거대한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실제로도 변방에 위치하기도 하고, 교주의 말이라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없으니까.”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네가 아직 어려서 마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어찌 됐든 마교의 교주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여론이다.”


“마교의 교주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요?”


“전대 교주가 엄청난 낭비벽이 있었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지.”


“그렇게까지 낭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천금수는 위지천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위지천은 천금수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떤 자든 결점은 가지고 있지.”


위지천은 천금수가 바라보는 마교에 대해서 새삼 궁금하기도 했다.


“자신의 마공을 익히기 위해 교인을 수없이 희생한 교주도 있었고, 자신의 경지만 올리기 위해 평생을 페관 수련하여 마교의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도 있었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스승을 말하는 것이군. 천마신공을 전수해 줄 때 빼고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여론이랑은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결점이 많은 교주조차도 마도팔가의 지지를 받았어. 하지만 이번 교주는 마도팔가가 등을 돌렸지. 아마 마도팔가가 이번 교주를 지지했다면 중원의 판도는 달라졌을 거야.”


“마도팔가와의 관계가 좋았다면 교주도 살았을 거란 것입니까?”


천마신공은 성취를 올리기 위해 경지가 올라갈수록 엄청난 내공이 필요했다.


경지와 내공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다른 무공과 다르게 경지가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내공을 미리 맞춰놓지 않는다면 대성할 수가 없었다.


마도팔가는 하루빨리 중원일통을 위해 성취를 올리려는 위지천을 버거워했다.


“그렇다. 운영은 모두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지. 너 혼자 엄청난 사람이 될 수는 있지만, 네가 없다면 그 표국은 정말 쉽게 무너질 것이다. 그런 표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잘나야 표국도 잘 나가는 것 아닙니까?”


“마도팔가가 교주를 한두 명 겪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중원일통을 실패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고. 마도팔가의 여론은 죽은 교주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었을 테지.”


위지천은 한 번도 마도팔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천금수의 분석이 새로웠다.


‘괘씸한 놈들. 내가 중원일통할 것을 의심한 것인가.’


천금수와 함께 이야기하며 남창에 들어오자 어느새 용문표국에 도착했다.


문을 지키고 있는 위사는 위지천이 평소에 알던 용문표국의 표사가 아니었다.


“누구십니까?”


“여기 소국주인 위지천입니다.”


“네?”


위사는 자신도 모르는 소국주가 있다는 말에 당황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여기가 용문표국이 아닙니까?”


“그것은 예전 이름이고 지금은 청풍표국 강서분점입니다.”


위사는 소년이 앞서서 말하는 것에 당황해서 더듬더듬 대며 말했다.


아마 위지천이 혼자 와서 이런 말을 지껄였다면 당장에 내쫓았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 있는 무리가 심상치 않았다.


“용문표국의 소국주 위지천이 왔다고 하시면 아실 겁니다.”


위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표국 문 안에서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모셔라.”


위사는 황망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는 마침 청풍표국의 국주인 서 국주와 백신당의 조 당주가 앉아 있었다.


상석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눈이 빛나는 총기 어린 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위지천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위지천은 소년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본 놈이지?’


조 당주가 예의 배를 내미는 자세로 나와서 위지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사천까지의 길이 이리 가깝지는 않을진데, 벌써 돌아오신 겁니까? 혹시 표물이 가져갈 수 없게끔 죽어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위지천은 얄밉게 말하는 조 당주의 말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걷어차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아삼이 앞으로 나와 표물인 영물 독사, 환절사를 내보였다.


“빨리 돌아올 수 있게 되어 돌아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아, 위지홍 국주와 사모는 제가 마련해 드린 근처 장원으로 가서 편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여기에 서 국주가 일을 보니 불편해하길래, 특별히 배려를 해드렸지요. 허허허.”


“그렇군요.”


뒤에서 후순개가 수란을 보고 말했다.


“소형제가 천금수의 휘하에 있는 것이 분명하군. 청풍표국은 휘상 소속인데 여기서 신경전을 하는 것을 보니, 강상과 휘상이 싸움 중이었어. 이거 참 재밌는 구경인걸.”


“교영채에게 사주한 놈이 휘상 중에 조 가라고 했는데, 저놈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 거참. 휘상이라는 놈이 더러운 짓을 썼구만.”


위지천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조천목. 더러운 짓은 이제 끝이다. 자, 여기 네가 맡겼던 표물을 되찾아 왔다. 이것만 되찾아오면 만족한다고 한 얘기를 뒤집지는 않겠지.”


조 당주는 위지천이 가져온 은원보 궤짝을 보고도 전혀 미동이 없었다.


“소국주가 대단하군. 호랑이의 자식인 줄 알았는데, 사실 용이었군. 하하하. 그 나이에 그런 일을 해내다니.”


“약속은 지켰다. 하지만 네놈이 벌인 일에 대해 죗값을 묻겠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단 말이오?”


“네놈은 표행을 맡기고 수적들을 움직여 표물을 다시 빼앗지 않았느냐!”


표국의 낮은 담 너머로 남창의 상인들과 사람들이 표국 내의 일을 훔쳐보았다.


“후후후. 용문표국이 능력이 없어 사고가 난 것을 내가 자비롭게 갚을 길을 마련해주었건만.”


위지천은 수란을 쳐다보았다.


수란은 긴 머리를 날리며 앞으로 나섰다.


“조 당주. 교영채에게 표물을 가로채라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그 표물을 받으며 직접 들었습니다.”


“흠. 소저는 누구신지.”


“장강수로채인 청파채의 채주. 수란입니다.”


수란이 자신을 수적이라고 소개하자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웅성댔다.


“저런. 소저같이 여리여리한 여인이 수적이라니. 일단 그것부터 믿기지 않지만, 수적이 하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수란은 자신이 나서면 조당주가 납작 엎드릴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자신을 믿지 못할 수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보고 얼굴이 벌게졌다.


“뭐, 뭐라고?!”


“안 그렇습니까 남궁 공자?”


조 당주는 상석에 앉은 소년에게 말을 하자, 남궁혁은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다른 사람의 말이라 할지라도 믿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데, 수적의 증언이라면 위 소협이 겁박하여 데려와 거짓 증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위지천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

마지막에 자신의 목을 날린 무림맹주.

자신과 반수 아래인 무위를 가지고도 다른 장문인들이 죽을 때까지 음험하게 나서지 않았던 자.


무림맹주 남궁곤.


남궁혁은 그자를 똑 닮았다.


“저는 남궁세가의 첫째인 남궁혁이라고 합니다. 여기 조 당주님께서 핍박을 당하신다고 하여 잠시 이야기를 들어드리러 왔습니다.”


위지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이 커지니 구야문이 아닌 남궁세가를 끌어들였구나. 어차피 같은 지역이니 여러 이권으로 얽혀 있겠지.’


“좋습니다. 제가 오는 길에 마주쳤던 이자들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위지천은 악인궁과 구야문을 들이대었다.


궁주와 문주는 조 당주를 보며 외쳤다.


“저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재신을 만나게 될 거라고 꼬신 자가!”


조 당주는 크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어떻다는 말입니까?”


“이자들을 사주해 저흴 습격하려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그리고 어떤 멍청한 작자가 사주를 하면서 수하를 안 쓰고 자신이 나서서 얼굴을 밝힌답니까?”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백신당의 당주가 그렇게 어수룩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위지천이 비릿하게 웃었다.


“남궁 공자까지 모셔 와서 그렇게 우기시니 할 말이 없군요. 그래서 저도 한 분을 모셔 왔습니다.”


그 말에 천금수가 앞으로 나섰다.


“천금수요.”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강서에 사는 모든 이들이 이 별호를 알고 있었다.


강서 상인의 필두.

천하제일부(天下第一富) 만금장주.


조 당주는 멈칫하고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강상의 이름 높은 천금수 어른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용문표국의 소국주가 나에게 오늘 일어나는 행사의 참관을 요청하여 왔소. 원래는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억지가 있군.”


남궁혁이 끼어들었다.


“저는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맹주는 잘 지내시는가? 지난해에 한 번 보고 올해는 못 봤군.”


“잘 지내고 계십니다.”


“남궁 공자. 용문표국 측은 잃어버린 표물도 되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얽힌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데려오지 않았나? 백신당 쪽은 아니라고만 하니, 이상하다 이 말일세.”


사람들은 천금수가 용문표국의 편을 드는 듯한 말을 하자, 위지천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말뿐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수적과 사파 놈들이라니.”


그 말에 위지천이 마지막 수를 꺼낼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금천수가 자리를 깔아주었으니까.


연운남이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세 개의 상자는 손바닥만 했지만, 모두 같은 모양이었다.


“증인뿐이라 믿지 못하겠다면 여기 증거도 있소.”


평범한 상자 세 개를 본 사람들은 갸우뚱했지만, 조 당주, 서 국주, 남궁혁마저 이 상자를 아는 듯했다.


기세등등하던 조 당주가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을 보고 위지천이 말했다.


“이것은 휘상들만 쓰는 금원보를 담은 상자입니다.”


위지천이 상자를 열자 안에 금원보가 빛을 발했다.


“하지만 금원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휘상은 자신들의 재물에 모두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금원보를 뒤집어 들자, 휘상의 인장과 숫자가 적혀 있었다.


“휘상들은 어디에 재물이 쓰이는지 모조리 기록하고 관리하고 있지요. 이 금원보는 어떤 경로로 와서 수적과 악인궁 같은 사파에게 흘러 들어간 것일까요?”


조 당주의 무릎이 미세하게 떨렸다.


‘휘주 상인회에 저 금원보를 들이댄다면 분명 나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겠지. 큰일 났다.’


후순개가 말했다.


“나는 개방의 호남 분타주인 후순개인데, 이거 위지 소협의 말이 심히 맞는 말 같소!”


후순개의 말에 좌중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방금 문을 지키던 청풍표국 위사까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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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4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 용문표국 24.09.04 567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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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2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3 17 13쪽
6 후순개 +1 24.08.28 775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1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69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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