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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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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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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연

DUMMY

천독파파는 후순개의 말에 웃었다.


“후순개 네 놈도 머리가 많이 희끗희끗해졌구나.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내뱉는 것도 똑같고.”


후순개는 후련한 마음에 마주 웃으며 말했다.


“천독파파. 거지가 이런 말도 속 시원히 못하고 살면 어떻게 하겠소.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요? 둘째를 데리러 온 거요? 알아서 당 당주가 어련히 할 것인데, 쫓아왔단 말이오?”


그 말에 천독파파는 일행에게 노점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줄 것은 소면밖에 없지만 다들 앉아라.”


당가 무인들은 대부인의 이런 모습이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았다.

위지천과 후순개도 그들과 섞여 자리 잡았다.


천독파파가 소면을 그릇에 담자, 노점 안쪽에서 여행 중 사라졌던 당가의 무인들이 슬그머니 나와서 탁자로 날랐다.


위지천이 그들에게 한마디했다.


“사라지셨던 분들이 다 여기 계셨군요. 저희는 무슨 큰 일이라도 당하신 줄 알았습니다.”


사라졌던 무인 하나가 당원평에게 말했다.


“미안하오. 당주. 대부인께서 부르시는데, 거역할 수 없었소.”


그자는 당원평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위지천은 중원의 일들을 되짚어 봤다.


‘마교대전에 유일하게 사천당가는 참여하지 않았다. 내부 다툼 때문에 천독파파 뿐만 아니라 당가주인 독왕마저 오지 않았었다.’


이후에 환생해 보니 그일 이후로 무림맹과 사천당가는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현재 모든 정파의 장문인들이 모조리 죽은 상황에서 사천당가만 그 일을 피해 갔으니까.


덕분에 마교도 교주를 잃었지만, 정파도 많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천독파파는 당아삼에게 말했다.


“아삼아. 내가 너를 집에서 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을 기억하느냐.”


아삼은 당가에서 나오는 날, 누가 준비해 놓은 것처럼 자신이 나오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의 질문으로 그때 나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대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도와주셨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네 형인 당위룡은 야망이 크다. 아마도 너를 이용해 당가를 더 강하게 할 셈이겠지.”


천독파파는 위지천과 후순개를 슬쩍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외인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위지천은 이미 아삼이 독을 이용해 인공영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더라도 이야기의 맥락을 짚을 수 있었다.


아삼은 형의 야망을 알기에 천독파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너는 우리 당가의 후기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심지어 네 형보다도.”


천독파파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형 밑에서 네가 싫어하는 독초를 배합하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아삼은 속으로 생각했다.


‘몇 번은 하겠지만, 더 이상 친척들과 당가 안의 사람들이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아마 나는 못 견딜 거야.’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솔직하구나. 아마 네 형도 처음엔 너를 밑에 두고 쓰려고 하겠지만, 너는 형 말을 안 따를 테고.”


천독파파는 위지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게다가 벌써 밖에서 뛰어난 친우를 사귀었다니. 천성적으로 뛰어난 자들이 네 곁에 몰려들지 않느냐. 너는 당 가 안에서도 너를 따르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야.”


당원평 당주가 나섰다.


“대부인. 어떤 걱정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당가에 다시 한번 후계 싸움을 겪을까 걱정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그렇네. 당주. 당주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지 않았나. 집안싸움만큼 처절한 것은 없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잔인해지거든.”


“그렇다고 해서 아삼을 이대로 밖을 떠돌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자들에게 아삼이 잡히거나 이용당했을 때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감히 누가 당가의 이 공자를 건든단 말이냐?”


당원평은 천독파파의 말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주님의 명령을 어길 수가 없습니다.”


가주의 명이라는 말에 대부인을 위시한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럼 사라진 자들은 대부인의 부름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아삼의 곁에서 사라진 거군. 데려가려는 자가 하나도 없다면, 아삼은 굳이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아삼이 말했다.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원평이 나서서 당가의 무인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는 대부인이 그른 판단을 하더라도 그대로 따랐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이지?”


당가의 무인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당가의 명입니다.”


“그래. 대부인의 명과 가주의 명이 부딪힌다면 어찌해야 하나.”


당원평이 강단 있게 대부인 앞에서도 당가의 무인들에게 훈계를 하자, 천독파파의 눈이 새초롬하게 변했다.


“그래. 원평은 어쩔 수 없이 가주의 말을 따라야겠지. 하지만 내가 나선 것을 안다면 가주도 이해해 줄 것이네.”


천독파파가 어깨 부근이 흐릿하게 움직이더니, 당원평을 비롯한 당가의 외당 무인들이 점혈되어 모두 쓰러졌다.


“외당 당주는 인제 그만 아삼을 쫓거라. 이 이상 좇으면 이빨을 몽땅 뽑아 버리겠다. 내가 허언하는 지, 진실만 말하는 지는 너희라면 알겠지.”


마혈을 점해져 움직이지 못하는 당원평이 급하게 외쳤다.


“대부인! 사실 지금 가주께서 아삼의 유랑을 어느 정도 허용하셨던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래. 그런데 왜 갑자기 아삼을 못 잡아 와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냐. 그대로 내버려두면 될 것을.”


“대부인, 저희는 누군가가 아삼을 노린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입니다.”


“흥. 감히 세상의 누가 당가의 이공자를 위험에 빠뜨린단 말이냐.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그 놈들을 혼내주마.”


당원평은 대부인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이리 따라오너라.”


천독파파는 노점을 벗어나는데, 위지천과 후순개, 아삼이 따라갔다.


길을 따라 사천 방향이 아닌 무한 쪽으로 가는 길로 움직였다.


무한은 무림맹이 있는 곳이었다.


“이쪽은 무한 아닙니까?”


위지천이 묻자 천독파파가 말했다.


“그래. 아삼이 이상한 놈들에게 쫓긴다하니, 무림맹으로 가서 당가가 그놈들을 처리할 때까지 잠시 몸을 의탁하거라.”


위지천은 중후한 얼굴의 맹주가 생각났다.


‘음흉한 놈에게 복수하기에는 내 성취가 아직 얕다.’


후순개가 외쳤다.


“그거 참 잘됐군. 이번에 용봉지연이 열린다고 하지 않았나? 거기서 용봉지연도 구경하고 아삼을 쫓아다닌다는 놈들을 잡은 뒤에 움직이면 되겠군.”


천독파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다. 그런데 후순개는 대체 왜 이 아이들과 다니는 거지?”


후순개는 웃으며 말했다.


“천독파파. 제가 재밌는 일에는 모두 끼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방주에게 밉보여 호남 분타주가 된 이후로 재밌는 일이 반으로 줄었어요. 그런 와중에 이 친구들을 따라다니면 재밌는 일들이 벌어졌으니, 심심해질 때까지는 따라다닐 작정입니다.”


“흥, 웃기는군.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위지천이라는 아이와 우리 아삼이 후기지수를 뛰어넘는 무위를 가지고 있으니, 개방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겠지.”


말 많던 후순개는 그 말에 할 말이 없는지 딴청을 피웠다.


“네놈이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거지들을 만나 보고 할 테고.”


위지천은 그러고 보니 어느 마을을 들어가건 어느 객점을 묵건 후순개가 잠시 사라지는 것을 알았다.


“흥. 이 공자를 너무 높이 보는군. 후기지수 중에 이공자보다 성취가 높은 자들도 많소. 당장 이번에 용봉지연에 참가할 오룡을 봐도 당 공자보다 더 무위가 높을 것이오.”


“어찌 됐든 너희는 무림맹에 가서 잠시 의탁하거라, 당가에서 너를 쫓는 수상한 자들을 잡거든 연락을 주마.”


천독파파는 위지천과 당아삼에게 무림맹에 머물 것을 당부하고 사천으로 떠났다.


후순개가 나서며 말했다.


“소국주도 이번 용봉지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떤가?”


위지천은 용봉지연이라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들 싸움에 왜 내가 낀단 말인가.


정말 의미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용봉지연의 우승 상품이 뭐였더라. 그 마교의 교주를 해치우고 나서 얻은 청운일월검(青雲日月劍)이라고 하던데.”


청운검?


위지천은 손을 쥐었다 폈다.


천마신공은 십팔 반 무기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지만, 기본은 검이었다.


천마신공의 마기를 버틸 수 있으려면 천하의 명검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청운검 같은 절세보검들이었다.


위지천은 빼앗긴 애검이 무림맹에 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림맹에 들어가는 것은 배알이 뒤틀리고 맹주라는 자를 단숨에 쳐 죽이고 싶지만, 아직 천마신공이 오 성 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선 자살 행위니까.


경지를 올리는 것만큼이나 보검을 구하는 것도 우선되어야 할 일이었다.


등 뒤에 검을 수레로 쌓아놓고 꺼내가며 싸울 것이 아닌 다음에야.


위지천 일행은 객잔 주인에게 마차를 헐값에 팔고 무한으로 떠났다.


*


무한에 도착하니 남창 못지않게 사람이 많았다.


남창이 강서 사람으로 붐빈다고 한다면, 무한은 무림맹이 위치한 정파의 본거지다웠다.


각지의 사람들이 모였는지, 말씨도 달랐고, 생김새나 의복이 다른 자들, 심지어 곤륜노, 서역인, 같은 쉽게 볼 수 없는 자들도 보였다.


아삼이 감탄했다.


“용봉지연이 열려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인가요, 아니면 원래 사람이 많은 것인가요.”


후순개가 대답했다.


“무한은 원래 사람이 많다. 나도 호남 분타를 맡으면서 못 온 지 햇수로 삼 년이 지났는데, 많이 바뀌긴 했군.”


수많은 상인과 사람들 인파 사이로 객잔을 찾아 들어갔다.


오 층 객잔이었는데, 안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모두가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는데,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위지천 일행을 보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일행은 객잔에 방을 잡고 이층으로 내려와 앉았다.


위지천이 후순개에게 물었다.


“어차피 무림맹에 묵는다면 바로 무림맹으로 가면 될 것이지. 왜 객잔을 잡는 것입니까?”


“지금 길거리에 사람들 봤지? 아마 무림맹 안은 더 붐빌 것이다. 방명록을 쓰더라도 한참을 밖에서 기다려야 할 것이야.”


위지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많긴 하군. 이게 다 용봉연에 참가하거나 관련 있는 자들인가?’


요리를 앉아서 기다리는 데, 일 층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오룡이야!”


“이번 용봉연의 주인공들이군.”


후순개가 밑을 보더니 말했다.


“천독파파가 저놈들과 아삼을 비교해 봤다면 쓸데없는 걱정인 것을 알 텐데.”


아삼이 들어온 자들을 살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형은 없어.”


“저기 대~단하신 남궁공자도 왔구만.”


들어온 네 명의 청년 중에 남궁혁이 끼어 있었다.


위지천은 청운검을 생각하며 후순개에게 물었다.


“노 선배. 혹시 저 남궁 공자라는 자가 오룡 중 제일 강합니까?”


“그렇지. 별호도 신룡(神龍)이야. 정마대전 이후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자 중 벌써 다음 맹주로 거론될 정도지. 적면흑귀에게는 안 되겠지만, 후기지수 중에는 상대할 자가 없지 않을까.”


‘저놈을 망신 준다면 남궁가의 먹칠할 수 있겠군.’


위지천은 용봉연에 참가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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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오룡과의 만남 24.09.12 500 10 13쪽
» 용봉지연 24.09.11 505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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