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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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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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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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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채와 거래하다

DUMMY

거래 시간이 다 되자, 바쁘다는 백익편복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취영루 내의 사람들이 북적댔다.


“루주. 같이 안 가나?”


“소 교주. 어제도 말하지 않았소?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오.”


“그래서 루주는 안 간다는 것이군.”


백익편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물건을 넘겨주고, 그 쪽 돈을 받아와야 하니 우리 호남지부 무인이 다섯 정도가 동행할 것이오.”


“그래? 다행이군. 우리 둘만 가는 줄 알았잖아.”


백익편복은 속으로 웃었다.


‘다행이긴. 그 거래는 청파채 놈들이 우리 소금만 뺏으려고 준비한 자리다. 아무리 최근에 표물을 털어 돈벼락을 맞았다지만 수적놈들이 정상적으로 물건을 살 리가 없지.’


표정관리를 하며 슬쩍 말했다.


“별거 없을 테니 그냥 물건 넘기고 돈만 받아서 오면 되오. 다른 할 말도 없을 것이오.”


위지천은 간단하다는 말에 백익편복을 다시 한번 살폈다.


‘이놈이 쉽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을 보니, 쉬운 일은 아니겠군.’


위지천도 속내를 숨기고 웃었다.


“거래상대가 누구라고 했지?”


“청파채의 채주요. 장강십팔채 중에서도 다음 총채주로 꼽히는 자이니 조심하시오.”


위지천은 기억을 더듬었다.


중원의 주요인사 중 장강수로채의 총채주인 수귀(水鬼)는 무림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였다.


‘수귀의 후계자인 건가?’


위지천은 약속한 장소에 나가기 위해 동정호 나루터로 나갔다. 물안개가 끼어 멀리 나간 배들의 불빛은 희미했지만, 여전히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봐봐! 위지천. 내 말대로 배들이 엄청나지?”


“무슨 놈의 배들이 이렇게 많은 거지?”


같이 따라온 취영루의 무인이 대답했다.


“소협. 오히려 이렇게 배들이 많이 나온 상황이라 이런 은밀한 거래도 묻히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뭐, 등잔 밑이 어두운 것 같이.”


“맞습니다.”


“왜 배가 두 척이지?”


“한 척은 저희 물건과 그것을 지킬 인원인 저희 다섯이 타고, 한 척은 소협과 친우분께서 타고 가셔서 거래하시면 됩니다.”


“그래. 알았다.”


‘한 척에 다 같이 움직이면 될 것을 두 척으로 나눠서 가면, 여차하면 튀겠다는 것 아니냐.’


취영루 무인들의 속내를 짐작한 위지천은 별 말하지 않고 배 위에 올라탔다.


위지천의 배 두 척이 서서히 동정호의 수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동정호에는 수많은 배들이 띄워져 배에 달린 등 때문에 훤했지만, 오늘은 물안개가 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삼이 나를 보며 말했다.


“와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러다 앞에 배랑 부딪히는 거 아니야?”


그러자 배를 모는 뱃사공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제가 이십 년을 동정호에서 배를 몰았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자님들.”


아삼이 뱃사공을 보고 소리쳤다.


“어? 그때 동정호에서 봤던 뱃사공 아저씨 같은데?!”


“기억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아삼과 구면으로 보이는 뱃사공은 실제로도 굉장히 능숙하게 물안개를 헤쳐가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속도가 빨랐다.


옆에서 같이 물건 싣고 가는 배도 위지천의 배 못지않게 속도를 냈다.


어느 정도 가자 뱃놀이하는 배들의 등불이 물안개 사이로 사라지며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물안개 사이로 시커멓고 거대한 형체가 갑자기 드러냈다.


그것은 일반적인 뱃놀이 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배였다.


옆 배의 취영루의 무인이 소리쳤다.


“소협. 이 배 위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다섯 무인은 커다란 등짐을 지고 배 위로 솟구쳤다. 배 옆면에는 규칙적으로 튀어나온 곳이 있어, 그것을 딛고 가볍게 올라갔다.


‘흠. 경공을 보니 최소 일류에 달했군.’


“아삼. 따라와.”


위지천은 아삼에게 외치고 경공을 펼쳐 가볍게 배 위로 올라왔다. 확실히 내공이 늘어나니 경신법도 크게 증진되었다.


배 위에는 삼십 명가량이 서 있었는데, 모두 제각각의 복색과 무기들을 들고 서 있었다.


그중에서 한 여인이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큰 눈에 투명한 피부, 여리여리한 모습이 주변의 우락부락한 자들과 대비가 되어 굉장히 어색했다.


동정호의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취영루에서 나오신 분들이신가요?”


그러자 등짐 진 취영루 무인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여기 소협이 모든 결정을 하시니 이분께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무인은 등짐을 배 위에 내려놓고 다시 본인들이 타고 온 배로 뛰어 내려갔다.


배 위에는 위지천, 아삼, 그리고 마인들이 들고 온 짐만 남겨진 상태.


큰 눈망울에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저 여자가 이 배의 주인인 것 같았다.


“소협들이 이 거래를 하기에는 힘드실 것 같은데, 그냥 짐만 놓고 가시면 나머지는 이 누님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여인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곁에 서 있던 자들이 크게 웃었다.


“아직 수염도 안 난 애들을 보내다니, 취영루의 루주도 참 짓궂구만.”


“닥쳐라, 이놈아. 혹시 아냐? 이 소협들이 엄청난 무공 고수일 수도 있잖아.”


“쟤들이 고수면 난 천마다! 으하하하.”


위지천은 이들이 하는 짓을 보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 농담하고 서로 친교를 하자고 온 것이 아니다. 거래하러 온 것이지. 우리는 물건을 보였는데, 그대들은 사들일 재물이 보이지 않는군.”


“당연히 보여드려야지요. 이리로 끌고 와라.”


배 한켠에서 수레에 실린 상자를 장정 둘이 낑낑대며 끌고 나왔다.


위지천은 그 상자를 보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분명하다. 한 표두가 맡았던 휘주행 표물. 수적들에게 빼앗겼다더니, 이놈들이었나 보군.’


위지천은 없어졌던 표물을 찾게 되어 뛸 듯이 기뻤다.


“자, 여기 은원보 삼백 개. 소금은 모두 준비 되셨겠지요?”


‘소금? 소금은 나라에서 취급하기에 개인이 사고팔면 불법이다. 취영루는 암염상을 해서 자금을 모으고 있었구나.’


“그런데 거래하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게 맞지 않나?”


“호오. 보통 소협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요. 저는 청파채의 채주인 수란(水蘭)입니다. 소협은?”


“나는 위지천. 용문 표국에서 왔다”


“용문 표국?”


수란은 용문 표국이라는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위지천은 수란에게 따지듯 말했다.


“표국 이름이 귀에 익지 않나?”


수란은 위지천의 말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 궤짝을 맡은 표국이군요. 교영채에게서 궤짝을 넘겨받을 때, 들었어요. 그쪽 표두가 배신하고 표물을 넘겼다죠?”


위지천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수란은 위지천의 표정을 보고 조롱했다.


“그래서 ‘우리 표물 돌려주세요!’ 하고 쫓아오신 건가요? 호호호.”


“아니. 표물은 당연히 가져갈 거고. 너희들도 강서로 끌고 갈 거다.”


“와. 무서워라. 근데 위지 소협만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저도 계획이 있답니다.”


위지천은 듣지도 않고 수란에게 다가갔다.


“바로, 소협과 친우는 사지를 찢어서 동정호의 물고기들에게 밥으로 던지는 것이지요. 소금은 덤으로 가져가고요.”


그 말에 청파채 수적들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채주, 그런데 찢어서 던지면 물고기들이 먹을 게 별로 없을 것 같은.. 억!”


말을 하다 말고 위지천의 육합권에 맞은 수적이 펑 소리를 내며 날아가 선실 벽을 부수며 날아갔다.


어리다고 무시하던 수적들의 눈이 커졌다.


“어, 씨. 뭐야.”


“사람이 저렇게 날아가?”


위지천은 육합권의 다음 초식을 뻗으며 수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양들 사이에 뛰어든 맹수 같아서 수적들은 맞아서 날아가거나, 위지천을 피하다가 물로 빠졌다.


풍덩!


“고수다! 모두 도망쳐!”


아삼은 물안개가 있는 것을 이용해 수령독(水靈毒)을 하독했다.


아삼 근처의 수적들이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독이다. 숨을 참아!”


수란의 외침에 수적들은 모두 숨을 참으려 했지만, 날뛰는 위지천을 피할 수 없었다.


“어린놈의 무공이 꽤 매섭구나. ”


수란은 검을 빼 들었는데, 커다란 송곳처럼 가늘었다.


미끄러지듯이 선상을 치달려 달려든 수란은 위지천의 어깨를 찔러 들어 왔다.


어두운 데다가 검의 검신이 묵 빛을 띄고 있어 잘 보이지가 않았다.


‘검신을 검게 칠한 데다 워낙 얇아서 잘 보이지 않는군. 그래봐야 손을 뻗는 방향만 보면 되니, 큰 의미는 없다.’


위지천은 몸를 돌려 찔러 들어오는 어깨를 뒤로 빼고 수란의 디딤발을 육합권으로 내리찍었다.


수란은 품 안에 숨겨둔 첨검을 비어있는 손으로 꺼내, 위지천이 도는 방향으로 뻗어 단전에 꽂으려 했다.


수란은 확실히 자신이 나서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느꼈다.


‘끝이다. 호남패검도 이 섬전검(閃電劍)은 피하지 못했으니까.’


위지천은 비수가 아랫배를 향해서 다가오자, 팔꿈치를 꺾어 목 아래의 천돌혈(天突穴)을 때렸다.


수란은 갑자기 기이하게 휘어지는 위지천의 권에 매우 놀라 뒤로 몸을 급하게 젖혔지만, 이미 손등에 맞은 후였다.


“악!”


위지천은 신체의 수발이 내공의 증진과 함께 더욱 수월해진 것을 느꼈다.


‘아삼의 독초 때문에 죽을 뻔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안 그랬으면 이 채주도 만만치 않았겠는데.’


수란이 얼마를 못 버티고 쓰러지자, 수적들은 배 밑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일각도 되지 않아 수란 곁에 남은 수적은 세 명이 다였다.


위지천이 수적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채주와 함께 죽음을 택한 것이냐?”


“그게 아니라···”


“아니라?”


“저희는 수영을 못합니다.”


세 명의 수적은 수영을 못해서 뛰어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수적들이 뛰어내리기 시작하자, 밑에서 대기 중이던 취영루의 무인들이 뛰어 올라왔다.


“어?”


무인은 올라온 광경에 당황했다.


‘지부장님이 어린놈들이 죽으면 거래를 시작하라고 했었는데, 거꾸로 제압 돼버렸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위지천은 짐만 내려놓고 쏙 빠진 취영루의 무인을 보고 다가가 말했다.


“왜? 내가 안 죽어서 계획이 틀어졌나?”


“아,아닙니다. 혹시 저희가 도울 일이 있나해서 올라왔습니다.”


위지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마음이었으면 내려가지도 않았겠지.”


뒤따라 올라오던 무인들은 채주인 수란마저 제압된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청파채 채주는 우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무위다. 이 어린놈이 이렇게 쉽게 제압했다고? 그럼 절정 고수란 말인가?’


취영루의 무인들은 타고 왔던 배에 짐을 실으려 했다.


“아니, 그냥 이 배를 그대로 가져간다.”


“이 배는 청파채 배라, 사람들이 놀랄 것입니다.”


“놀라라지.”


무인들은 지은 죄가 있어 별 말하지 않고 배에 탔다.


큰 배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미 물안개가 걷혔다.


“위지천, 사천까지 안 가도 되는 거지?”


“어. 표물을 되찾았거든. 강서로 돌아 갈거야.”


“강서? 재밌겠는데!”


위지천은 피식 웃었다.


‘널 데려간다고 한 적 없다.’


무인들이 다가와서 물었다.


“수적들이 모두 뛰어내려 노 저을 사람이 없습니다.”


위지천은 주먹을 쥐었다 피며 말했다.


“여기 아홉 명이나 있네. 채주랑 수적 셋, 그리고 너희 다섯.”


무인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삼키고 밑으로 내려갔다.


노를 젓기 위해 내려간 자들은 거대한 배의 규모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건, 도저히 우리끼리 몰 수 없는 배야. 너무 크다고!”


무인 중 하나가 외쳤지만, 다들 말이 없었다.


“그럼, 네가 위에 올라가서 못 한다고 하던가.”


다른 무인이 대꾸하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슬그머니 앉은 자들이 한껏 내공을 끌어올려 부들대면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위지천은 아삼을 데리고 배 뒤편으로 갔다.


그곳엔 여기저기서 노획한 재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재물들 사이로 나무 창살로 만든 감옥에 억류된 사람들이 있었다.


“살았다! 도와주세요!”


“여, 여기도 있어요!”


“흑흑흑.”


울부짖는 사람들을 풀어주는 도중에 아삼이 뭔가를 발견했다.


“위지천! 여기 환절사 수컷도 있는데?”


위지천은 못 들은 척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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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예선 24.09.14 436 9 12쪽
22 호북 지부 24.09.13 457 9 13쪽
21 오룡과의 만남 24.09.12 499 10 13쪽
20 용봉지연 24.09.11 504 10 11쪽
19 실종 24.09.10 494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2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6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3 13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24.09.01 683 14 12쪽
»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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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1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7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0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4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69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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