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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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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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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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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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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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DUMMY

천천히 늘어지는 사천행에 당원평은 불만을 토로했다.


“소국주. 수적을 상대하느라 시간이 지체됐으니, 다음 마을에 가서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위지천은 그러자고 했고, 결국 다음 마을에 가기 전에 해가 지고 말았다.


당원평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너무 재촉했군요. 오늘은 노숙해야겠습니다.”


위지천 일행은 한 명씩 불을 지키는 자 말고는 모두 잠에 들었다.


위지천이 잠에 들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람들의 두런대는 소리에 깨어났다.


“무슨 일 있습니까?”


당원평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희 외당 무인인 당호가 보초를 서고 있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볼일을 보러 간 것 아닐까요?”


당원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위지천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도 당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삼을 본가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니,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안 기다리나요?”


위지천이 물어봤지만, 당원평은 고개를 저었다.


“별일이 없다면 돌아올 것입니다. 저희 당가의 암호를 적어놨고 방향을 알 것이니 따라올 것입니다.”


위지천은 그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다음 날 객잔에서 또 한 명이 사라지기 전까지.


당원평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벌써 두 명이 사라졌습니다.”


위지천이 당원평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임무를 하러 갔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런 것이 있다면 당주인 제가 먼저 알았을 것입니다.”


위지천은 후순개와 아삼과 함께 객잔의 사라진 당가 무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처음부터 당가 무인은 들어온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안 보인 겁니까?”


당원평과 당가의 무인 셋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게,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위지천과 후순개는 서로 쳐다보았다.


후순개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아니, 어제저녁에 같이 술잔을 기울이지 않았는가? 내가 다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하는 건가.”


당원평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당가의 무인들 또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당원평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희가 미혼향에 취해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위지천은 당가가 독에 당했다는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했다.


“당가가 미혼향에 당했다고요?”


“당가가 암기와 독을 잘 쓰기는 하지만, 저희 외당은 검과 권을 주로 연마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독과 암기를 다룰 줄은 알지만, 내당의 당가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외당은 방계라고 하더니, 당가의 비전들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들에게만 전수하나 보군.’


“그렇다 하더라도 일 층에서 술자리를 하던 자들이 당주님 말고도 많았는데, 어찌 세분만 미혼향에 당했단 말입니까?”


당원평은 입술을 들썩이는 것이, 말할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삼이 미혼향을 쓴 것 같습니다.”


위지천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기 싫다고 개방도들 사이에 섞여 구걸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아삼이 인공영약을 만들어 낼 정도의 실력이라면 한 무리에게만 미혼향을 뿌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설사 아삼이 미혼향을 썼다 하더라도 정신을 잃게 만든 후에 사람의 눈을 피해 누군가를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마 저희는 술에 취한 듯 숙소까지는 갈 정도의 의식은 남겨 놓은 것 같습니다. 아삼에게 한 번 물어봐 주십시오.”


위지천은 당원평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어봤다.


“직접 물어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가기 싫어서 저희 당의 무인들을 미혼향으로 눕히고 있는데, 제가 직접 추궁한다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소국주께서 수고스러우시더라도 나서주시면 잊지 않겠습니다.”


당가가 은원을 기억한다는 말은 유명하니, 빈말은 아닐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삼에게 슬쩍 물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지천은 약간 아삼이 범인이라는 논리가 허술하기는 하지만, 제일 의심스러운 것은 맞기에 아삼에게 찾아갔다.


“아삼.”


“무슨 일이야?”


아삼은 자신의 가문 사람들이 두 명이나 실종되었는데, 전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너네 두 명이나 사라졌는데, 혹시 짐작 가는 것 있어?”


“혹시 나를 의심하는 거야?”


위지천은 단번에 대답하는 아삼을 보고 민망해했다.


“당가의 외당 무인을 몰래 미혼향에 중독시켜 한 명 사라지게 하거나, 모두 자는 중에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아삼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딱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증인이 있는 것도 아니군. 단지 내가 집에 돌아가기 싫어한다는 것을 보고 지레짐작하는 거잖아.”


“아무것도 없어. 그냥 물어보는 거야.”


“숙부가 말한 거겠지. 내가 의심스럽다고. 하지만 이번엔 절대 내가 아니야. 아니, 사실 나도 쓰려고 했지만 이미 누가 쓴 후라 내가 나설 이유가 없었어.”


아삼은 자신의 품 안에서 미혼향으로 보이는 주머니를 들어서 쓴 적이 없음을 보여줬다.


“좋아. 그럼 너는 아니라는 거지?”


“그래. 나를 의심하다니!”


위지천은 내심 아삼을 의심하고 있었기에, 아삼이 아니라면 더욱 일이 심각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누구지?”


“모르겠어. 우리는 오래된 문파라 무림의 은원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지만, 원한을 잊지 않는다는 소문에 웬만하면 우릴 건드리지 않거든.”


위지천은 아삼의 말을 들을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오대세가 중에서도 가장 독하다는 당가를 건드릴 수 있는 자들은 거의 없다. 혹시 당가 내부 일 아닌가?’


“혹시 너희 형이 너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생각하고 제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삼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오히려 형은 나를 절대 지키려고 할 거야. 인공영약을 만드는 배합을 모두 성공했다면 모를까. 내가 꼭 필요하니까.”


“그렇군.”


아삼의 말에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


위지천은 그곳을 나와 후순개에게로 갔다.


“선배께서 나서야 하실 듯합니다.”


후순개는 허리를 펴고 어깨를 폈다.


“그래,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군.”


“혹시 개방에 도움을 받아 사라진 당가 무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있을까요?”


“여기서 맨날 내가 무시 받았지만 이래 봬도 나 후순개야.”


위지천은 후순개를 무시하긴 했지만, 개방의 정보력을 무시한 적은 없었다.


후순개는 객잔 밖으로 향했다.


위지천이 사라진 무인의 방을 훑어 봤지만, 무공을 발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싸움의 흔적이 없다면, 서로 아는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후순개가 돌아온 것은 술시가 다 어서였다.


그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져 있었다.


위지천이 물었다.


“흔적을 찾았습니까?”


“그래. 그런데 흔적을 따라가던 우리 개방도들이 연락이 끊겼어.”


“뭐라고요?”


“마을 초입새에서 왠 노파를 따라갔는데, 돌아오질 않았다고.”


“가봐야겠군요.”


“그래, 혼자 갔다가는 나마저 못 돌아올까 봐, 얘기하려고 온 거야.”


아삼과 당원평과 후순개는 급히 후순개가 말한 거지들이 쫓아간 방향으로 몰려갔다.


마을 바깥으로 이어진 길로 개방도가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음식 찌꺼기가 군데군데 떨어져 새들이 모여 있었다.


새들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거지 세 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후순개는 경공을 펼쳐 거지들에게 다가갔다.


“살아 있어.”


후순개는 점혈을 해 거지들을 깨우려 했지만, 쉬이 일어나지 못했다.


아삼이 말했다.


“억지로 점혈해서 깨우시면 안 돼요. 내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 강력한 미혼향에 당한 거니까요.”


독에 관해선 여기서 아삼을 따라갈 자가 없어 마음이 급한 후순개도 순순히 내려놓았다.


위지천이 나서서 물었다.


“혹시 이 미혼향은 당가에서 쓰는 거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사실 잘 모르겠어.”


거지들을 데려다주고 나서 객잔으로 돌아갔다.


위지천이 말했다.


“안 되겠습니다. 이렇게 된 것 다 같이 한 곳에서 잠을 자야 하겠습니다. 아삼까지 미혼향에 당하게 하진 못하겠지요. 아삼. 너는 이제 밤에는 눈을 뜨고 있어. 낮에는 자더라도.”


아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위지천은 납치의 마지막 대상은 사실 아삼을 노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큼 인공영약은 강력했으니까.


그 뒤로 위지천 일행을 번갈아 가며 일어나 있기로 했다.


아삼에게 받은 피독주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무리 강력한 미혼향이건 산공독이건 이 피독주에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위지천은 자는 척하고 깨어있는 자들을 살폈다.


모두가 한 방에서 반씩 깨어있자, 그날 밤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위지천이 말했다.


“좋아, 이대로만 하면 사천당가까지 가는 데 더 이상 실종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당원평은 당장 사라진 당가의 무인 두 명을 걱정했지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후순개가 나섰다.


“누구를 노리는지 몰라도,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경계한다면 원하는 데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원평이 표정없이 말했다.


“당장은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거지들도 누구한테 당했는지, 알지를 못하더군.”


모두들 무인이 사라지지 않자, 안심하고 있을때, 다시 일이 터졌다.


그것도 대낮에.


후미에 있던 당가의 무인 하나가 또 사라진 것이었다.


이번에도 다툰 흔적은 없었다.


아삼이 말했다.


“이러다 정말 집에 안 가도 되겠는데.”


당원평이 아삼을 노려봤다.


아삼이 당원평의 노려보자 자신의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숙부.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여기 모두에게 추혼향(追魂香)을 묻혀놨으니.”


당원평은 아삼을 칭찬했다.


“잘했다. 아삼. 매번 적에게만 추혼향을 묻힐 생각 했지, 우리 당원들에게 쓸 생각은 못했는데.”


당가의 무인들은 추혼향의 향을 맡아 추적하는 것이 익숙한지, 모두 추적에 나섰다.


객잔에서 나와 한 시진을 지나니 허름한 노점이 나왔다.


노점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파가 있었는데,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위지천 일행이 도착하자, 졸고 있던 노파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왔구나. 당아삼. 당원평.”


당가 무인들은 노파를 보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인을 뵙습니다.”


위지천은 노파를 쳐다보았다.


‘이노파가 그 사천당문의 최고 고수인 천독파파(天毒婆婆)인가. 정마대전 때 사천당가는 오지 않았었지.’


“네 녀석은 누군데 둘째랑 같이 다니는 거지?”


천독파파는 앉아서 졸던 자세 그대로 위지천을 훑어보았다.


위지천은 포권을 하며 천독파파에게 인사했다.


“저는 강서성의 용문표국 소국주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표국 소국주라고?”


천독파파는 갸우뚱했다.


“제 친우입니다.”


아삼이 나서자, 천독파파는 위지천을 쳐다보았다.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성취를 이뤘구나. 들어보지도 못한 표국에서 이런 놈이 나왔다고?”


그러자 후순개는 참지 못하고 다시 나섰다.


“천독파파가 아직 죽지도 않고 살아있다니!”


후순개는 후련한 얼굴을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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