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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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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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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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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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단혼산을 먹다

DUMMY

동정호의 거래가 있기 전날 밤.


위지천은 개방의 호남 분타주인 후순개와의 대결에서 육합권이 생각보다 쓸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마신공을 쓰면 몸이 검은 마기가 끓어올라 티가 난다. 하지만 육합공에 섞으니, 마기가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천마신공의 성취가 육성을 넘는다면 검은 마기가 갈무리되어 운공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위지천은 자신의 천마신공의 사 성의 성취인 지금, 육합권같은 흔한 무공에 신공의 묘리를 섞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생에는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갖고 있는 천마신공을 숨기기 위해 변형하고 위력을 줄이다니.


‘지금 당장은 천마신공의 성취가 문제가 아니다. 후순개와 비무에서 내공이 약해 고생했으니까.’


단순히 성취만 올린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몸의 성장이 끝나지 않아 성급한 천마신공의 대성은 독이 될 것이 뻔했다.


‘오히려 성취에 비해 일천한 내공이 문제다. 마교에서는 영약이 넘쳐났는데.’


위지천은 내공이 절실해졌다.


곧바로 백익편복을 찾아 취영루의 오 층 전각을 찾아갔다.


위지천이 별관에 묵고 있는 것을 알았던 취영루의 무인들과 위사들은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위지천이 오 층 끝에 도달하자 백익편복의 방이 나왔다.


“위지 소협께서 오셨습니다.”


“들어 오시라고 해라.”


백익편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지천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취영루의 일을 처리하는 것인지, 죽간과 서적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벽마다 책장에 빽빽이 꽂혀 있었다.


위지천을 보자마자 백익편복은 미간에 금이 갔다.

하얀 얼굴이 밖을 한동안 못 나간듯했다.


“바쁘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과 달리 한가한 거 같은데.”


백익편복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한가하다고? 지부가 내버려두면 알아서 돌아가던가? 여기 묵고 있는 교의 무인들, 정기적으로 날리는 전서구, 각 문파에 들어간 세작들, 자체적으로 키워야 하는 육성무인까지.”


한참을 나열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그건 지부장이 직접 할 일은 아니잖아.”


“그럼? 누가 하지?”


위지천을 주위를 둘러보자, 백익편복 근처에는 아무 없었다. 혼자서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나 보다.


“왜 다른 자들은 안 보이지?”


“안 보이지. 교주의 자리가 공석이니, 교단에서 사람을 보내주질 않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나 데려다 써먹을 수도 없고.”


“그냥 주위에서 구해서 써먹으면 되지 않나?”


“이 서신 하나하나가 극비 사항들 아니오? 교단에서 보내주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 할 수 밖에.”


백익편복은 하얀 얼굴에 충혈된 눈이 대비됐다.


“내가 오죽하면 매일 지하 안가에 내려가서 청소하고 있겠소. 안가 또한 비밀이니까!”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불만을 토해낸 백익편복은 하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그때 들어온 마인들 시키면 안되나?”


“일류 무인을 청소에? 그들은 평소에 모두 임무에 투입된단 말이오.”


‘그날은 우연찮게 자리에 있었나보군.’


위지천은 머리를 긁으며 위로했다.


“뭐, 지부장 일이 좀 과중됐군.”


“아무 지원 없이 모든 것을 알아서 조달해야 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요. 농기구라도 쥐여 줘야 농사를 지을 것 아니오.”


“잠깐, 잠깐.”


흥분한 백익편복을 위지천은 진정시켰다.


“그래, 내가 소 교주에게 이런 말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소. 여기는 어쩐 일로 올라오셨소.”


백익편복의 한풀이에 기가 질린 위지천은 그래도 올라온 목적을 잊지 않고 슬쩍 운을 뗐다.


“혹시 영약..”


“영약!? 영약?! 지금 영약이라는 말을 꺼낸단 말인가!”


“아니 보통은 안가에 일정량의 상비약과 함께 영약이 있게끔 되어 있으니까.”


“허허허. 맞소. 잘 알고 있구려. 하지만 그 영약은 모두 교주에게 진상되었소.”


위지천은 ‘그렇게 영약을 많이 먹었나?’ 싶었지만, 매일 아무렇지 않게 들이부었던 영약들이 생각나긴 했다.


“그래? 그럼 없다는 거지?”


“그 영약을 살 돈이었으면 중원을 침공할 것이 아니라 돈으로 중원을 사들였을 것이오. 그만큼 처먹으면 중원일통이라도 하고 뒈지던가.”


이미 눈에 흰자만 남은 채 거품을 물고 있는 백익편복을 뒤로 남겨 놓고 슬그머니 취영루를 벗어났다.


‘과중한 업무가 사람을 저렇게 광증으로도 몰고 가는군. 그나저나 남만과 서역에서 사들인 영약이 양이 많았는데, 그걸 다 먹어버렸나.’


위지천은 입맛을 다시며 다른 방법으로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삼이 자신의 비도에 독초를 이겨 바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삼.”


“어? 위지천. 내일 뱃놀이 준비하고 있어.”


뱃놀이가 아니라 거래하러 가는 것이긴 하지만 아삼에게는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말을 하지 않고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당가는 독초 많이 다루잖아.”


“맞아. 노군산에서 독초를 직접 키우는 사람들이 가져오기도 하고 각지의 약초상이 당가에 수시로 드나들어.”


“그러면 혹시 내공을 증진 시켜줄 영초나 내단 같은 것도 많이 갖고 있어?”


“많이 갖고 있지. 사실 독이랑 약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쓰는 법에 따라 다르거든. 마찬가지로 천하의 절독도 알고 보면 영약이 되는 경우도 있어.”


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삼의 모습이 약간 낯설었다. 모자라 보이던 행동은 모두 다른 사람을 기만하려던 것이었나.


위지천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삼은 말을 계속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독물을 모으는 동시에 영약도 모은다고 볼 수 있지. 갑자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아니, 내가 영약을 찾고 있는데, 혹시 니가 갖고 있거나 구할 수 있는 게 있나 싶어서.”


“어, 있지.”


자신 있게 말하는 아삼의 말과 표정에서 위지천은 무엇인가 꺼림직함을 느꼈다.


하지만 도저히 되물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어디에 있는데?”


“니가 들고 있잖아.”


“내가?”


“그래. 내가 정기적으로 잡아다 주는 쥐를 먹고 있는 놈.”


“환절사?”


“그래, 강서에서만 나오는 독사인데, 사실 엄청 희귀한 영물이야. 암수 한 쌍을 잡아서 독단을 섞어서 먹으면 내공의 엄청나게 증진될걸!”


암수 한 쌍을 잡아야 한다고? 그럼 한 마리만 들고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위지천은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안돼. 이건 은원보를 못 구했을 때는 표물로 가져가야 하는 거야.”


“표물이라고? 그러면 목적지까지 가져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용문표국 국주인 위지홍의 말과 같은 말을 하다니.


“일단 돈을 갚고 나면 굳이 안 갖다줘도 돼. 빚의 이자를 유예시켜준다는 조건의 표물이거든.”


“환절사가 환경에 강한 뱀이라도, 계속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면 탈피하다가 충격으로 죽을 텐데.”


“탈피하다가 죽는다고?”


“어, 뱀은 허물을 벗거든. 그때는 굉장히 약해져.”


위지천은 속으로 조그맣게 불평했다.


‘이놈의 독사는 여러모로 애물단지구만.’


“그럼, 다른 것은? 다른 것도 있어?”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칠보단혼산도 영약이 될 수 있지.”


“그거 일곱 걸음 가기 전에 황천길 간다는?”


“맞아.”


마교의 교주 자리는 생각보다 위험한 자리라, 수많은 독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칠보단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경독의 일종인 칠보단혼산은 직접 섭취하는 것보다 병기에 묻혀서 쓰는 것이 효과적이었는데, 꽤 독을 몰아내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건 그냥 독이잖아.”


“하지만 빙심초로 장기를 보호하고 그 위로 용혈초와 배합한 칠보단혼산을 섭취한다면 내공이 증진돼.”


“뭐? 당장 용혈초? 빙심초? 모두 처음 들어보는 약초인데.”


“비싸고 희귀한 독초인데, 이곳에서 구하기 어렵진 않을 거야. 아예 못 구하는 것은 아니니까.”


위지천은 당장 나가려고 했으나 아삼이 붙잡았다.


“근데 문제가 있어.”


“뭐가 문제인데? 독기가 워낙 강해서 절세의 내공심법이 필요해.”


“절세의 내공심법?”


“그래, 소림의 달마역근경(達摩易筋經)정도 되는 상승의 내공심법 정도는 되어야 이 모든 독기를 견뎌내고 내공으로 녹여낼 수 있을 거야.”


“상승의 내공심법?”


“어, 단순한 독기가 아니라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냥 독을 삼킨 것밖에 안 돼.”


위지천은 이미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좋아. 내가 독초들을 구해올 테니까, 만들어줘.”


“정말 해 볼 거야?”


“그래. 만들어 줄 거지?”


아삼은 자신이 당가에서 뛰쳐나오기 전 형과의 다툼을 떠올렸다.


형은 독초를 배합하라고 소리쳤고 아삼은 그게 싫었다.


대부분은 성공적인 배합을 만들어내어 인공적인 영약이 만들어졌다. 이걸 섭취한다면 일정수준까지 내공이 만들어졌다.


다만 그걸 섭취한 무인이 두 명 중 하나는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렸다.


똑같은 배합법을 가문에 알렸지만, 그들은 언제나 실패했다. 열의 열이 죽어버렸다.


“위지천, 이건 위험한 방법이야.”


“그래서 안 할 거야?”


“당장 해보자.”


위지천에게는 큰 위험이 없었다. 비무 도중 상승내공심법을 익힌 것을 확인했으니까.


상승내공심법을 익힌 자들은 잘못된다 하더라도 쉽게 독기를 몰아냈다.


웃긴 것은 상승심법내공을 익힌 자들은 이미 내공이 일정 수준이어서 섭취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의미가 없었으니까.


“천. 정말 상승내공심법 익힌 것 맞지?”


“걱정 마.”


위지천은 동정호의 밤거리로 나가 용혈초와 빙심초를 취영루 앞으로 외상을 달아놓고 가져왔다.


아삼은 빙심초를 달인 후 위지천에게 마시게 했다.


빙심초 자체도 독기를 품고 있어, 독기가 내부 장기로 퍼져나가려고 날뛰기 시작했다.


위지천은 천마신공을 운용해 세밀한 기의 운용을 통해 독기를 한쪽으로 몰아넣기보다는 장기의 빈 공간인 허공에 구 모양으로 압축시켰다.


천마신공이 오 성만 도달했어도, 이렇게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조금만 기다려 미리 배합하면 공기 중에서는 변하기 때문에 빙심초를 먹고 나서 바로 배합해야 해.”


아삼은 열심히 칠보단혼산과 용혈초를 배합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비율로 배합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배합하는 도중에 갸우뚱하며 계속 조금씩 왔다 갔다 하면서 덜고 있었으니까.


‘큰일 났다. 저 녀석 사실은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잖아.’


위지천이 심적으로 당황을 하자 단전 한 가운데에 뭉쳐 놓은 빙심초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됐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조금 많은가? 아니야. 괜찮은 거 같아.”


위지천은 이제 완전히 후회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빙심초의 독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몇 달은 누워서 정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자식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영약을 구할걸.’


그런 위지천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삼은 신음을 내는 위지천의 입을 벌려 배합한 칠보단혼산을 밀어 넣었다.


위지천은 크나큰 위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려고 했지만, 아삼이 외쳤다.


“위지천! 독기에 대항하느라 정신없구나! 걱정하지 마!”


그러더니 위지천의 목뒤 혈도인 아문혈(啞門穴)을 점했다.


그러자 위지천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입이 저절로 열렸다.


“됐다. 한 번에 삼키면 독기가 너무 강하니 조금씩 삼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위지천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칠보단혼산과 용혈초의 배합액은 한 호흡 안에 모두 넘어갔다.


위지천이 뭉쳐 놓은 빙심초의 독과 새로 들어간 칠보단혼산 배합액은 서로 조금씩 작용을 시작했다.


주요 장기로 퍼지려는 칠보단혼산 배합액을 구 모양의 빙심초액이 둥글게 둘러싸고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둘러싼 구 안에서 조금씩 변하며 독이 아닌 전혀 새로운 물질처럼 느껴졌다.


두 시진이 지나자 위지천은 한숨을 깊게 쉬더니 소리를 크게 질렀다.


으악!


옆에서 지켜보던 아삼은 깜짝 놀라 위지천을 쳐다보았다.


위지천은 단전에 충만한 내공을 느꼈다.


예전에 자신이 섭취한 영약 중 인형설삼(人形雪蔘)과 비슷한 정도의 내공 증진이 됐음을 느꼈다.


“허억허억.”


“됐구나! 됐어. 집 밖에선 해본 적 없는데”


“정해진 배합법을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앞에서 그렇게 이상하게 섞으면 어떻게 해?”


아삼은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어쨌든 됐잖아. 오히려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위지천은 황당한 상황에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뭘 고마워하라는 거야? 죽을 뻔한 거?”


“내공은 늘어난 거지?”


“늘어나긴 했지.”


“상승내공심법 익혔으면, 안 죽어.”


아삼은 웃으며 대꾸했다.


위지천은 다시는 이런 방법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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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5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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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7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24.09.01 684 14 12쪽
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3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3 17 13쪽
6 후순개 +1 24.08.28 776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2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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