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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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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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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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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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접목하다

DUMMY

아삼은 담을 넘어 취영루의 마당으로 가려다가 멈췄다.


‘내가 나서면 나 없다고 한 루주 아저씨가 거짓말쟁이가 되잖아?’


백익편복은 아삼이 취영루에 없다고 했으니까.

아삼은 위지천을 돕기 위해 암기를 꺼냈다가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위지천은 우리 당가의 어른들과 무위가 비슷한 거 같아. 아니, 더 위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서지 않아도 질 것 같지 않은데.’


담벼락 너머로 몰래 훔쳐보고 있는데 후순개와 위지천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후순개는 소년을 상대로 진짜 실력을 발휘할 생각 없었다.


“십 초를 펼칠 동안 가만히 있으마. 그 안에 내 옷깃을 스치면 네가 이긴 것으로 하자.”


위지천은 안 그래도 신공을 쓰지 못해 곤란하던 참이었다.


‘여기서 천마신공을 쓰면, 알아보는 놈이 있거나 소문이 돈다. 숨겨야 해.’


마교와 상관없는 무공을 써야 했으므로, 널리 알려진 육합권의 형태에 천마신공의 묘리를 교묘히 섞었다.


‘방주 잘못 만난 탓을 해라.’


평이한 육합권의 초식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전생의 심득이 담겨 있었다.


천마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었던 경지.


후순개는 평범한 육합권 초식이 오는 것을 보고 느긋하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위지천의 권이 끈적한 기운을 품고 쇄도하자 깜짝 놀랐다.


‘어이쿠. 대충 해서는 안 될 일이구나.’


후순개는 취리건곤보(醉李乾坤步)를 밟으며 우장으로 회선장법(回旋掌法)을 펼쳤다.


급히 펼친 바람에 회전의 묘가 덜했지만, 위지천의 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순개의 장과 위지천의 권이 부딪히자, 후순개의 정순한 내공이 아직 어린 위지천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됐다. 아직 영약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구나. 가문의 장자라기보다는 그 아래겠군.’


위지천은 세 걸음을 뒷걸음질 치더니, 진탕된 속을 다스렸다.


‘후. 그래, 그래도 개방이다. 이거지. 기본적으로 내공이 너무 차이 나는구나.’


위지천이 자신의 말을 어긴 후순개를 조롱했다.


“십 초안에 옷깃만 스쳐도 이긴 것으로 해주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후순개의 얼굴이 술에 취한 듯이 붉게 물들었다.


‘조그만 녀석이 손만큼이나 입도 맵구나.’


위지천은 뒷걸음질 쳤던 다리가 자연스럽게 공수 전환했다.


상체가 앞으로 튕겨 나가며 육합권의 다음 초식을 펼쳤다.


이번에는 조금 더 음습한 수를 숨겨서.


후순개는 내공의 우위를 깨닫고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방심했다가 개망신당할 뻔했다. 게다가 육합권이라고? 아무래도 가문에서 몰래 빠져나와서 유람 중인 것 같은데, 곧바로 정체를 밝혀주지.’


“방심했다가 큰일 날 뻔했군. 어디 명문가의 자제이길래, 무공을 숨기고 돌아다니는 걸까.”


위지천은 대답하면 권을 뻗으며 축기한 것이 날아갈까 저어되어 대답할 수 없었다.


후순개는 능글대며 방주가 특별히 전수 한 용음십이수(龍吟十二手)를 펼쳐 위지천의 오른손을 긁으려 했다.


‘이놈이 방주 놈의 무공을 쓰는구나. 두 번 당하지는 않지.’


위지천은 팔뚝이 찢어져도 괜찮다는 듯이 피하지 않았다.


후순개는 치기 어린 위지천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 팔이 부러져도 지기는 싫다는 거지? 재밌다, 재밌어.’


그러나 용음십이수를 펼친 후순개의 갈퀴손이 다가갔을 때는 위지천의 팔이 뼈가 없는 사람처럼 휘어지며 후순개의 가슴을 때렸다.


퍽!


“컥···.”


후순개는 뒤로 밀려나며 기혈이 엉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위지천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후순개 대협께선 제가 어리다고 굳이 봐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순개는 위지천의 조롱에 화가 끝까지 치밀었다.


“좋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아. 버릇을 고쳐주마.”


“코피나 닦고 말씀하시죠.”


후순개는 코를 소매로 훔치자, 피가 살짝 묻어나오는 것이 방금 공격에 코피가 터진듯했다.


후순개의 얼굴이 험악해지며 용음십이수의 절초라고 할 수 있는 절룡음(絶龍陰)을 펼치며 달려들었다.


다섯 방위를 교차하며 휘두르는 손은 갈고리 모양으로 한 번만 걸리면 살갗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개방은 거지라지만 정파 아니었습니까? 저 같은 아이에게 이런 무서운 살초를 펼치시다니요?”


위지천의 말에 후순개는 살짝 멈칫했다.


그 멈칫하는 순간 다시 위지천의 신형이 누가 당긴 것처럼 후순개 앞으로 튕겨 나갔다.


동시에 육합권의 다음 초식이 펼쳐졌다.


후순개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친 상황에서도 조금 전 기이한 움직임을 기억하고 대비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꼬맹이. 오대세가가 아니라 사도 방파의 제자인가 보구나. 이런 기이한 움직임은 정파 중에서는 본 적이 없다.’


후순개는 정파가 아니라면 구태여 봐줄 필요 없이 애초에 싹을 밟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에 공력을 더 돋우었다.


위지천은 권을 펼치다 말고 손가락을 펼쳐 지법으로 전환하였다.


후순개는 휘어질 것을 대비했다가 권이 지법으로 바뀐 것을 보고 몸을 틀어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위치천의 검지가 후순개의 팔꿈치에 위치한 곡지혈(曲池穴)을 때리자, 왼쪽이 무방비가 되었다.


후순개는 당황하며 피하려 했지만 위지천의 권이 아까와 같이 기이하게 구부러졌다.


구부러진 권은 왼쪽의 갈비뼈를 두들겼다.


이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이 꺾였다.


후순개는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도저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후우. 내가 패하다니. 소협의 무위가 대단하군.”


위지천은 자신도 모르게 마교에서 하듯이 패자를 마무리하려, 정수리의 천령개를 내려찍으려 했다.


백익편복은 위지천이 완전히 상대를 끝내려는 눈치에, 기겁하고 사이에 끼어들었다.


‘미친 소교주. 여기서 정마대전을 일으키려 하는 것인가!’


“하하하. 두 분 모두 멋진 비무로 제 안계를 넓혀주셨습니다.”


후순개가 저린 팔을 붙잡고 일어나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루주는 무림인도 아닌데, 안계를 넓힐 일이 무엇이 있나. 어차피 보는 싸움이야 취객들의 드잡이질일 뿐인데.”


백익편복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도 모르고, 핀잔을 주는 후순개를 무시했다.


“아삼이란 아이는 어디에 있건 개방 소속이 아닌 거겠지요? 그 아이를 찾겠다며 저희 취영루를 뒤집을 일도 없겠군요.”


후순개는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얼마 전까지 오결개였던 자신이 소년에게 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인가. 어린 놈의 성취가 예사롭지 않구나.’


“약속은 지켜야지. 왕일. 가자.”


후순개를 데리고 온 중년 거지는 군말 없이 따라나서려 했다.


위지천이 손을 들어 발길을 잡았다.


“잠깐. 제 약속도 지켜야겠지요.”


“무슨 약속 말인가?”


“저 거지에게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후순개는 자신을 너무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살짝 화가 났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후순개 선배의 얼굴을 보아 뺨을 딱 한 대만 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방금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시고, 손 쓰신 것을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중년 거지는 후순개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후순개는 힘없이 말했다.


“내공은 쓰지 말게.”


위지천은 중년 거지 앞에 섰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 보면 가만 안 둔다고?”


짝!


“어이쿠!”


붓지 않았던 뺨을 내밀었던 중년 거지는 같은 뺨을 맞고 다시 나뒹굴었다.


내공이 실리지 않았지만, 중년 거지는 과하게 반응하며 넘어졌다.


후순개는 입맛이 쓴지 얼굴을 찌푸린 채, 거지들과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은 상인은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거지들이 자신의 뱃삯도 받아준다고 해서 같이 따라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래대로라면 천천히 이리저리 흥정해 가며 뱃삯을 받아 갔을 텐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따라왔더니 모양이 요상 해졌다.


백익편복이 나서며 상인에게 말했다.


“자네는 동정호의 선주 중 하나인 송 씨 아닌가. 설마 외지인들을 바가지 씌우던 것을 나에게 넘기는 것은 아니겠지.”


“하하하. 그럴 리가요. 정당한 가격을 말씀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얼마인가.”


상인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


‘제길, 괜히 따라왔군. 여기서 부르려던 가격을 부르면 동정호에서 장사 못 할 수도 있겠어. 취영루의 무인들이 일반 무인들이 아니란 소문도 있었으니까.’


“은자 한 냥입니다.”


“은자 한 냥?”


백익편복이 따라서 말하자 상인은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뱃삯이랑 음식값이···”


“뱃삯이랑 음식값이?”


상인은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취영루와 시비가 붙었다가 다시는 보이지 않는 거리의 삼류 잡배들의 소문이 떠올랐다.


“...이 나왔지만, 취영루의 손님이시면 제가 다 받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은자 반 냥이면 될 것 같습니다.”


백익편복은 품에서 은자 한 냥을 꺼내서 상인에게 주었다.


상인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송 씨. 동정호에 사람이 많은 것은 송 씨의 노력 때문이 아니야. 동정호의 절경에 빚을 지고 있는 거지. 우리 상인들이 외지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면 아무도 동정호를 찾지 않는 날이 올 것이야.”


상인은 백익편복의 같잖은 훈계가 고까웠지만 손에 든 은자로 웃는 낯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인까지 물러나고 취영루 일 층에 위지천, 백익편복, 마교의 무인들만 남았을 때, 아삼이 담을 넘어서 왔다.


“천! 대단해! 거지들을 물리치다니.”


“너도 쉽게 처리할 수 있잖아.”


“맞아. 그런데 나는 개방이나 다른 정파와 싸우면 안 돼.”


“가문에 피해가 가니까?”


아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관으로 들어갔다.


“소교주, 저 소년은 어디서 만난거요?”


“아삼? 오는 길에 주웠어.”


“오대세가 중의 하나인 사천당가 아니오?”


위지천은 백익편복이 생각보다 정보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 용케 알아차렸군.”


“당문 특유의 걸음걸이와 복색이 있으니까.”


“복색?”


“당문은 기본적으로 암기와 독공을 쓰다 보니 걸음걸이가 소리가 나지 않거든. 그리고 암기를 많이 소지하기 위해서 입은 녹색 중의가 질기고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지지.”


“그런 것으로 사천당가인 것을 알았다고?”


“사실 성이 당 씨라는데, 누군들 당가를 떠올리지 않겠소?”


위지천은 말해 놓은 것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백익편복. 은원보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다 마련했소. 워낙 거금이라 모으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으니까. 사 놓은 땅을 처분하기도 하고, 도박장도 세 개 팔았소.”


“도박장도 하고 있었어?”


“교주가 물 쓰듯 쓰던 은자가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시오!”


백익편복은 교주가 아니라 그의 제자인 위지천에게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속마음을 밖으로 뱉었다.


“도박장이 돈이 되나 보지?”


“도박장이 돈이 돼서 하는 것이 아니라, 큰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 도박장이나 기루 같은 것밖에 없어서 하는 것이오.”


더 말해봐야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


“은원보를 가져오는 걸 조금 도와줄까?”


“그래 주시겠소?!”


위지천은 뭔가 잘못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빈말이었는데, 이렇게 넙죽 받는다고?’


“아니, 이렇게 무인이 많은데, 내가 도움이 될까?”


백익편복은 코웃음 쳤다.


‘내가 진짜 손이 모자라 도와달라고 했겠느냐.’


“당장 내일 저녁에 동정호에 저희 무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중간에서 받아 오시오.”


“배를 타고 동정호로?”


“물건을 넘기고 은원보를 받아오기만 끝이오. 간단하지.”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은 너무 쉬운 거 아닐까?


백익편복은 속으로 웃었다. 거래에는 분명 수로채 놈들이 함정을 파고 있을 것이었으니까.


‘소교주 놈에게 껄끄러운 청파채 놈들을 맡기면 되겠군. 흐흐흐.’


어느새 아삼이 다가왔다. 위지천이 거래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신이 난 상태였다.


“위지천! 너 내일 동정호 간다며? 내가 방금 갔다 와봤는데, 진짜 재밌어. 내가 어떤 배 타야 하는지 알려줄게.”


“너 방금 거지들을 끌고 와 소란을 만들고도 다시 나갈 생각이 드냐?”


“집에 잡혀가면 다시는 못 나올 텐데, 그전까지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지 나온 게 안 아깝지.”


당아삼이 왜 그렇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려고 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당가로 가면 아예 밖으로 못 나오는 모양이구나.’


“그래, 가자. 너도.”


아삼은 씨익 웃었다.


백익편복 또한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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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4 10 11쪽
19 실종 24.09.10 494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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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6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3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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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후순개 +1 24.08.28 7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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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정호 +1 24.08.26 877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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