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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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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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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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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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시하다

DUMMY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조 당주는 남궁세가의 일공자인 남궁혁에게 전음을 보냈다.


-남궁 공자님. 이대로면 저희 휘상의 강서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휘주 상인의 진출이 무산되는 것이랑 우리 세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조 당주는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군.


남궁혁이 나설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조 당주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거금을 주고 불러왔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이렇게 된 거 청풍표국 강서 분점이라도 살리지 못한다면 휘상의 내 자리는 없을 것이다.’


“좋소. 그것이 어떻게 저자들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휘상에서 차차 찾아봐야 알 것이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소. 상인은 상인의 법도가 있는 법.”


위지천은 조천목이 무슨 말을 뱉을지 알 것 같았다.


‘뻔하군. 뭐 표물을 잃어버린 것을 관행대로 하라는 거겠지.’


아직 표국에 들어오지 못한 수레를 떠올렸다.

이미 원래 잃어버렸던 표물의 수 배 이상 되는 재화를 가져온 탓에 조 당주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전혀 걱정될 것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조 당주는 예의 배를 내미는 자세로 일어나 위지천을 내려다보았다.


“원래 잃어버린 표물을 배상하려면 두 배를 치러야 하는 것이 관행. 이유야 어찌 됐든 그것은 지켜져야 한다고 보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댔다.


“저 안휘에서 온 놈이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건가. 자기가 훔치라고 해서 훔친 것을 두 배로 갚으라고 하다니.”


“저놈이 그 백신당이라는 전당 당주인 거지?”


“휘주 상인이 왜 강서에 와서 억지를 부리는 거지?”


그러나 조 당주는 이 분점을 지키기 위해 당장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천금수가 나섰다.


“아무리 그게 관행이라 하더라도 조 당주가 훔치고선 그것을 배상하라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 말 아닌가.”


조 당주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시기와 장소가 좋지 않다. 일단 물러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


“그것이 관행입니다. 만약 이행할 수 없다면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는 것이 옳은 것입니다. 제가 용문표국에 시간을 더 드릴테니, 추후에 이 문제를 상의하도록 하시지요.”


위지천은 고개를 젓고, 연운남을 불렀다.


“밖의 수레를 가져와라.”


연운남은 수하들과 함께 수레를 끌고 들어왔는데, 궤짝을 실은 수레가 커서 표국의 문 양쪽을 활짝 열어야 했다.


그러자 표국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안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위지천은 미리 들여놓은 첫 번째 수레를 짚으며 말했다.


“여기 저희에게 맡겼던 표물입니다.”


연운남이 상자를 열자 가득 찬 은원보가 들어 있었다.


“좋네. 그건 어차피 우리 물건이 아닌가.”


밖에서 끌고온 수레를 짚었다.


“이것은 관행대로 두 배로 갚을 수레입니다.”


천금수가 나서서 궤짝을 열고선 안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두 배도 넘을 것 같군. 이것은 내 이름을 걸고 충분히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


조 당주는 예상외로 위지천이 재물의 두 배를 가져오자, 완전히 당황해버렸다.


‘뭐? 당장 은원보 삼백 개도 구하지 못해 이자를 유예해 달라던 작은 표국에 소국주가 이런 재물을 구해왔다고? 말도 안 된다. 필시 천금수가 끼어들었겠지!’


조 당주는 천금수를 노려봤다.

천금수는 그 눈빛을 이해하고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용문표국 소국주에게 철전 한 개도 건넨 적이 없다.”


천금수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없는 말을 할 리가 없다. 이건 오롯이 위지천이라는 조그만 놈이 만들어 온 돈일 것이다.


허탈한 표정을 짓던 조 당주가 자리에 주저앉자, 후순개가 외쳤다.


“상인의 셈법은 끝났으니, 지른 죗값도 치러야겠지!?”


후순개가 나서자,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저놈을 잡아서 죗값을 치르게 하자!”


“빌어먹을 안휘성 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밀어.”


사람들이 달려들려 하자, 뒤늦게 정신 차린 조 당주가 경공을 펼쳐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남궁혁이 마혈을 짚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자가 이런 악행을 저지르다니, 같이 자리했던 것만으로 심히 부끄럽습니다. 필시 죄를 물어 엄벌하시기 바랍니다!”


남궁혁은 조 당주를 내버려 두고 청풍표국 서 국주와 함께 용문표국을 떠났다.


그러자 성난 사람들이 조 당주를 끌고 백신당으로 몰려갔다.


몰려가는 자 중, 몇몇 상인이 천금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조금 전 가장 크게 조 당주를 욕하던 자였다.


위지천이 천금수에게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 강상이 섞여 있었군요.”


“강서에 강서 상인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휘상이야 제가 오는 것을 알고 대비했다지만, 강상도 미리 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내가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네 놈 덕에 휘상놈들에게 쉽게 한 방 먹일 수가 있었다.”


“어르신의 도움을 받아서 남궁 세가의 개입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안 계셨더라면 억지섞인 핑계를 대며 조 당주를 빼내 갔을 것입니다.”


“내가 한 일은 더 심한 억지를 쓰지 못하게 한 것뿐. 배상금을 구해온 것이나 수적을 데려온 것, 모두 네가 한 일이다.”


천금수는 위지천을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저 호남 분타주인 후순개마저 비무로 꺾었다며?”


위지천은 이 상황에서 겸양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으로는 다른 말이 나왔다.


“대단치 않았습니다.”


“하하하. 그렇구나. 후순개를 우습게 보지 마라. 절정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개방에서 오결개까지 갔었던 인망이 좋은 거지이다. 너를 좋게 봐서인지 같이 오게 된 것 같은데, 알아둬서 나쁠 것 없다.”


전생 개방의 방주가 가한 결정적인 일격에 아직도 갈빗대가 얼얼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후순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가시 돋힌 말이 튀어나왔다.


“거지 따위가 무슨 인맥이 됩니까? 표국에 와서 구걸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그래. 이제는 어찌할 셈이냐.”


“일단은 저희 부친과 모친을 모셔와 용문표국을 정상화해야겠지요.”


“그 후엔.”


위지천은 갑작스런 첫 무림행을 겪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작은 표국을 지키는 데도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인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맹주의 아들, 남궁혁을 보고 깨달았다. 전생을 잊은 것이 아니라 애써 외면했다는 것을.


‘다른 정파 놈들은 몰라도, 맹주 놈은 꼭 때려 죽여야겠다.’


외면했던 마음 속의 분노를 마주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단은 조금 쉬면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래. 일단 너희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이라면 호남에 분점을 내거라.”


“호남성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마침 그곳 수로채와도 친분이 있고 호남 분타주인 호순개와도 관계가 있으니, 어렵진 않을 것이다. 여기서 거리가 멀지도 않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너의 그릇을 보면 결국은 중원을 무대로 움직일 텐데, 강서성에서만 있는 것은 힘들 것이야.”


위지천은 구야문과 악인궁의 사파인들을 마당에 모조리 세워서 혼마지(混魔指)로 내공을 금제했다. 특수한 금제 수법이라 천마신공을 익힌 자가 아니라면 풀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뇌옥에 있는 정파인 중 혼마지에 금제 당해 죽을 때까지 잡혀 있는 자들도 있었으니까.


‘취영루의 무인들이 있을 곳이 없다. 이놈들을 건물 짓는 데 써먹어야겠군. 재물은 충분하니 인력만 투입하면 된다.’


“너희들은 강간, 약탈, 살인을 일삼은 인간 말종이지만,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마.”


악인궁과 구야문 소속의 무인들은 건설적인 일이 진짜 건설인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표국 안에는 아삼, 수란, 후순개, 취영루의 마인들만 남았다.


수란이 다가와서 말했다.


“소국주. 우리가 했던 계약을 잊진 않았겠지요?”


“수로채 중 하나인 교영채를 토벌해달라는 이야기잖아.”


“잊지 않았으면 약속은 지키리라 믿어요. 표국은 신용이 생명이지 않나요?”


“그래.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


“어머? 저를 이대로 풀어주셔도 되는 건가요? 이건 정의롭지 못한 행동인데.”


“협이니, 의니 하는 것은 몰라. 네가 약속대로 휘상과 남궁세가 앞에서 나서줬으니, 그것이면 됐다.”


“좋아요. 앞으로 동정호에서 저희 청파채는 용문표국의 깃발이 꽂혀 있는 배는 건들지 않겠어요.”


“건들지 못하는 거겠지.”


그말을 끝으로 수란도 표국문을 나섰다.


아삼이 표국을 둘러보다가 수란이 떠나는 것을 보고 위지천에게 말했다.


“수란이 갔네.”


“언제 그렇게 말을 놓을 정도가 되었지? 심지어 수란은 너보다 연장자잖아.”


“어? 아닌데. 수란이 우리랑 같은 나이야.”


“뭐?!”


수란의 성숙한 외모에 나이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후순개는 강서성의 거지들에게 들리겠다며 떠났고, 아삼과 위지천은 거리로 나섰다.


깨끗한 건물이었던 백신당은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온통 망가져 있었다.


조 당주는 끌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휘상은 이번 시도가 실패한 것으로 아마 한동안 강서 쪽으로 진출은 시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 천금수가 무슨 수를 쓰면 그에 대응 수를 쓰려고 했겠지만, 그 전에 엉뚱한 곳에서 엎어졌으니까.


위지천은 용문표국의 문을 지키던 위사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용문표국 국주님은 어디에 머무시는 지 압니까?”


“저, 저는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릅니다. 소국주님.”


“아는 사람은 없습니까?”


위사는 손을 뻗어 표국 앞에 서 있는 사람을 가르켰다.


그자는 얼굴이 초췌하고 한 팔이 없었다.


위지천은 그자가 한 표두와 휘주 행으로 표행을 떠났다가 혼자 돌아온 장 표사였음을 떠올렸다.


‘휘주행 표행 이후로 다 떠났을 줄 알았는데, 장 표사는 여기 있었구나.’


아마도 청풍표국이 용문표국을 대행하면서 외팔이 표사를 계속 둘 수는 없으니, 내쫓겼으리라.


“오셨습니까? 소국주님.”


“장 표사. 오랜만이에요.”


장 표사는 어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사람처럼 말했다. 서 있는 폼이 위지천이 남창에 돌아왔다는 이야길 듣고 찾아와, 표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모두 본 듯했다.


“국주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이 앞에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한 쪽 팔이 없는 쪽의 소매를 펄럭이며 앞장선 장 표사의 등을 보며 위지천은 왠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소국주님이 이렇게 늠름하게 돌아오신 것을 보시면 국주님이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장 표사님은 왜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용문표국을 벗어나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장 표사가 마도팔가의 가주보다 낫다. 이곳에서 팔까지 잃었는데도 충성하다니.'


반 시진 정도 걷자, 다 쓰러져 가는 초가가 나왔고,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


“천, 천이 아니냐. 사천에서 돌아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위지천의 어머니는 위지천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갚을 수 없는 빚이었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이었으니까.


“이제 걱정 마세요. 모두 갚았습니다.”


위지천의 말에 모친은 어리둥절해했다.


“다 갚았다니, 무슨 말이냐.”


위지천과 모친의 대화에 안에 있던 위지홍이 밖으로 나왔다. 검은 기운이 눈 밑으로 늘어져 있고, 이마에 주름이 더 선명해진 것이 고생을 많이 한 얼굴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위지 국주는 위지천을 보자 버럭 화를 냈다.


“휘주행 표물을 되찾았습니다. 이제 표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제야 위지 국주는 위지천의 말이 이해가가 가지 않아 한참을 곰씹었다.


‘어떻게 용하게 표물을 되찾은 모양이구나. 강바닥에 가라앉은 궤짝을 찾은 것인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위지 국주가 혼란스러워할 때, 장 표사가 나섰다.


“제가 백신당에게 표물을 돌려주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저희가 뺏겼던 표물을 정말 찾아오셨습니다.”


“뭐? 뭐라고?”


위지 국주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에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았던 위지 국주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목소리를 떨 수 밖에 없었다.


“천아! 대단하다! 나는 사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내가 부끄럽구나. 네가 대대로 물려온 표국을 살릴 동안 한탄만 하고 있었다니.”


위지천의 모친이 말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 다시 표국으로 돌아가요.”


“그럽시다.”


위지홍 부부가 앞서서 걷고 위지천은 그 뒤를 따랐다.


위지천은 그제야 허기를 느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


용문표국의 거의 다 올 때쯤에는 위지 국주의 발걸음이 점차 힘을 찾아 표국을 들어갈 때는 뛰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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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5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9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5 12 12쪽
» 직시하다 24.09.05 602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8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2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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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3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3 17 13쪽
6 후순개 +1 24.08.28 777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2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71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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