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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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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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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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영채

DUMMY

수수로 향하는 길은 위지천이 준비한 만큼 쾌적했다. 표행이라기보다는 유람을 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위지천은 돈 쓴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어차피 표물이라고 해봐야 독사 한 마리, 아니 환절사 수컷을 청파채의 배 위에서 구했으니 암수 각 한 마리.


그것도 기한이 없어, 어서 사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당원평만 속이 탈 뿐이었다.


“와. 마차 정말 좋다. 바깥에 풍경도 보면서 갈 수 있다니.”


후순개가 마차에 누워서 육포를 뜯으며 대꾸했다.


“내 거지 인생에 이렇게 편하게 다니는 것은 또 처음이군.”


위지천은 널찍한 마차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운공했다.


후순개가 계속 아삼에게 아는 체하지만 않았어도,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다행히 마차가 거의 흔들림이 없었기에 수련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아삼아, 소국주를 보고 본받아라. 모든 시간을 저렇게 수련하지 않느냐.”


“그러는 선배님도 천이보다 약한데, 수련을 안 하십니까?”


후순개는 아삼의 질문에 헛기침했다.


“약하긴 내가 사정을 봐준 것이지. 그리고 거지가 너무 무공이 강해도 좋을 게 없다.”


“강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아니지. 거지는 어디 가서 맞지 않을 정도만 익히면 되는 것이다. 거지가 너무 강하면 구걸이라 아니라 강도질이 돼버리지 않느냐.”


“강도요?”


“그래. 너보다 강한 자가 와서 밥 좀 달라고 동냥 그릇을 내밀어봐라. 안 주고 싶어도 두려워서 줄 수밖에 없지.”


“선배님이 천이보다 약한 것은 이상한 게 아니군요.”


후순개는 아삼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마부가 위지천에게 말했다.


“길에 누가 있습니다.”


위지천은 운공을 마치고 마차 창으로 앞을 슬쩍 보았다.


열 명이 넘는 자들이 병장기를 들고 있었는데, 어디 습격이라도 당했는지, 다친 자들이 태반이었다.


개중에는 제대로 운신도 못 하는 자들도 있었다.


위지천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 무리 중 가로로 큰 흉터가 난 자가 거대한 참마도를 들고 소리쳤다.


“네 놈들은 마차를 두고 모두 꺼지거라. 특별히 목숨은 살려주마!”


‘산적인가?’


위지천이 소리쳤다.


“녹림호걸이십니까?”


“어딜 그런 무식한 놈들과 착각하는 거냐. 우리는 교영채 호걸들이시다. 들었으면 알아서 마차를 내놓고 꺼지거라.”


후순개가 말했다.


“저놈들이다! 근데 왜 이놈들이 왜 배에 안 있고 노상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위지천은 교영채라는 말에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못 느꼈다.


품 안을 뒤지니 청단이 손에 잡혔다.


청단 하나를 내공을 실어 선두에서 소리 지르던 놈에게 튕겼다.


퍽.


“으악! 이쪽도 함정이다! 도망쳐.”


이마가 뚫린 수적이 쓰러지자, 나머지 수적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후순개가 뒤 마차에 외쳤다.


“수적 놈들이다. 잡아!”


안 그래도 마차가 멈춰있어 의아해하던 당원평은 그 말에 마차 밖으로 나와 수적들을 쫓기 시작했다.


후순개, 당아삼과 당원평, 당가의 무인들까지 모두 달리기 시작했다.


위지천은 굳이 따라가지 않았다.


‘어차피 수적의 배를 부숴야 토벌했다 할 수 있으니, 곧장 수수로 가야겠다.’


수적이 모두 도망간 와중에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한 자가 남아 있었다.


위지천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희는 왜 우리를 보고 도망친 것이냐.”


“자, 잘못했습니다.”


“내가 물어본 것이 너의 잘잘못이 아니라, 왜 도망친 것인지를 물었는데 말이야.”


다리를 다쳐 도망치지 못한 자는 뒤를 쳐다보았다.


‘뭐지. 왜 자꾸 뒤를 쳐다보지? 도와줄 자라도 오는 것인가?’


“누굴 기다리는 것이냐?”


“아닙니다. 공자님. 저는 다만 제 동료들이 돌아올까 해서.”


위지천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놈. 누군가에게 쫓기는 거군.’


“누구에게 쫓기는 거냐.”


다리를 다친 남자는 갑자기 소리쳤다.


“맞습니다. 공자님. 저희 수채에 어떤 놈이 들어와 모조리 죽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도망가는 중에 공자님 일행이 그놈들인 줄 알고 모두 도망친 것입니다.”


“누가 너희를 습격했다는 것이냐?”


다리를 다친 수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


위지천이 대화하는 동안 위지천의 일행이 돌아왔다. 그들의 의복에 약간의 핏방울이 튄 것을 본 위지천은 아삼을 쳐다보았다.


“이놈들. 원래 쫓기는 중이야.”


다리를 다친 수적이 갑자기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수적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너희 수채에 쳐들어온 자가 누군지 아느냐?”


“한, 한 놈이었습니다. 젊은 자였는데, 그자의 검에 형제들이 수없이 죽었습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랬다고?”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희가 교영채냐고 물어보더니, 다짜고짜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없이 그랬다고?”


“그렇습니다. 보통 고수가 아니었습니다.”


후순개가 마치 돌아와서 말했다.


“이미 이름 모를 고수가 와서 교영채를 먼저 친 모양이다. 한발 늦은 모양새이지만, 누가하든 좋은 일 아니겠느냐.”


일행은 경공을 펼쳐 수수의 초입새에 가니, 후순개가 말한 거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타주!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이미 늦었어요. 늦었어.”


후순개는 거지들에게 소리쳤다.


“너희가 말하자마자 부리나케 왔는데, 뭘 늦었다고 하는 거야.”


“남궁 공자가 왔습니다.”


위지천이 거지들 어깨너머를 보니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거지들을 따라 수채로 들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머리나 머리에 붉은 천을 맨 수적들이 죽은 채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깔끔하게 잘라냈다. 제법이군.’


위지천은 죽은 자들의 상처를 보고 검기를 능숙하게 이용하는 자의 무위를 짐작했다.


이윽고 강이 나타났고, 배와 나루터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배 위에서 열 명의 수적이 남궁혁을 둘러싸고 있었다.


남궁혁은 입가에 핏자국이 있는 것이 내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수적 중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자가 외쳤다.


“으하하. 운도 없는 놈이군. 설마 여기에 적면흑귀(赤面黑鬼)님이 있을 줄은 몰랐겠지.”



남궁혁을 마주 보는 자리에 얼굴이 대춧빛이 나는 자가 서 있었다.


후순개가 말했다.


“저 흉악한 놈이 교영채에 있었군. 적면흑귀라면 우리가 다 달려들어도 어찌 될지 모르겠다.”


적면흑귀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남궁가에 큰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 굳이 우리를 친 이유가 무엇이오.”


남궁혁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수적 놈들을 잡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냐.”


“공자는 그 입 때문에 죽는 것이오. 아무리 남궁가가 대단하나 하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군.”


적면흑귀가 출수하려고 할 때, 작은 배를 타고 접근한 위지천과 일행이 배 위로 뛰어 올라왔다.


“흥. 왜 그렇게 고개가 뻣뻣한가 했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군. 개방과 당가인가.”


적면흑귀는 현 무림에 가장 큰 세력이 세 곳이나 모이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대머리 수적에게 소리쳤다.


“허 채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것이냐.”


“수적이 도적질밖에 더 할 것이 있겠습니까. 살려주십시오.”


적면흑귀는 대머리 수적의 말을 무시하고 후순개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장강수로채를 공격하러 온 것이오? 아니면 교영채의 빚을 받으러 온 것이오?”


남궁혁이 소리쳤다.


“당연히 너희를 모두 토벌하러 온 것이지. 그런 것을 묻느냐.”


그 말에 위지천이 생각했다.


‘굳이 수란이 있는 수로채를 전부 적대할 필요는 없다. 나는 교영채만 잡으면 되니까.’


“나는 용문표국의 소국주인 위지천이오. 교영채의 빚을 받으러 왔으니,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소.”


“용문표국? 수란과 친하다던 그 표국이군. 좋소. 우리는 물러나겠소.”


대머리 채주가 소리쳤다.


“우리를 버릴 셈이오?”


“애초에 너희들은 휘상과 붙어먹지 말라는 총채주의 명을 어기지 않느냐.”


적면흑귀는 더는 말하지 않고 포권하고는 배에서 내려갔다.


교영채 채주가 외쳤다.


“이렇게 된 것 다 같이 죽자!”


외침과 함께 작은 폭음이 배 밑에서 들렸다.


후순개가 말했다.


“어이쿠. 배가 가라 앉는다.”


수적과 함께 수장될 생각이 없었던 위지천의 일행도 모두 타고 온 작은 배로 뛰어내렸다.


교영채의 채주는 그런 위지천의 일행을 물고 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쇠줄로 꼰 그물을 던졌는데,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후순개가 말했다.


“배가 가라앉으면 소용돌이가 일어 천마가 온다 한들 벗어날 수 없다. 어서 벗어나!”


그러나 수적들이 수로채에 버려진 것에 눈이 돌아갔는지, 일행을 악착같이 공격했다.


특히 교영채 채주는 위지천을 금나수로 잡아 옭아매려 했다.


위지천은 달려드는 교영채 채주의 손을 역으로 타고 올라 어깨를 뽑았다.


“윽!”


어깨가 탈구되고도 반대편 손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어차피 수로채에서도 버림받았다. 게다가 남궁 세가 놈이 형제들을 다 죽여 채주 노릇은 끝이다.’


위지천을 꼭 죽이겠다는 독기를 머금어서인지 위지천의 허리를 반대편 손으로 감싸안을 수 있었다.


위지천은 급박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좌장을 쳐올려 채주의 턱 끝인 승장혈(承漿穴)을 쳐올렸다.


채주는 위지천을 안은 자세 그대로 절명했다.


주위를 돌아보니, 이미 달려들던 수적은 모두 죽었고, 작은 배로 다들 뛰어내린 상태였다.


위지천은 사사유령보를 펼쳐 물 위에 떠 있는 판자 조각을 딛고 일행이 타고 있는 작은 배로 옮겨 탔다.


뭍으로 올라오니 남궁혁이 운기조식을 해 진탕된 속을 다스렸는지 혈색이 나아져 있었다.


“용문표국의 소국주 위지 형이 아니신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후순개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가 안 나섰다면 큰일 날 뻔했소. 남궁 공자.”


남궁혁은 후순개를 보고 내리보며 말했다.


“호남분타주가 아닙니까? 제가 장로님과는 친분이 있지만, 분타주와는 처음 대화해 보는군요.”


후순개는 남궁혁의 말에 얼굴이 벌게지며 목에 핏대가 섰다.


“남궁 공자는 지금 사람을 낮춰 보는 건가?”


후순개는 바닥에 가래를 섞은 침을 뱉었다.


남궁혁 또한 후순개의 행동에 눈썹 끝이 올라갔다.


“흥. 거지 주제에 대접을 바라는 것은 또 무슨 경우입니까? 그나마 저이기에 이렇게 상대해 주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래. 너 잘 났다. 대남궁세가의 공자는 개방마저 우습게 보는구나.”


남궁세가의 공자는 손가락을 휘저으며 말했다.


“저런. 제 말을 호도하지 마십시오. 저는 개방을 무시한 적이 없습니다. 개방안에서도 지위가 낮은 삼결개 어르신의 위치를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남궁혁은 더 이상 후순개와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당가의 외당 당주인 당원평에게 포권을 했다.


“당가의 당주께서 이곳에 오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남궁 공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당원평이 인사를 하자, 당아삼에게는 남궁혁이 다가가 손을 맞잡았다.


“아삼! 지난번 용봉연 이후로 처음이군.”


“그, 그래.”


아삼은 사실 용문표국에서 남궁혁을 봤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 아삼이 거기 있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유랑은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군. 안 그래도 당위룡이 나한테 하소연했었거든.”


“우리 형이?”


“이번 무한에서 용봉연이 열리니 형과 함께 참가해. 유랑한다고 몇 년을 참가하지 못했잖아.”


“그래.”


남궁혁이 갑자기 손에 든 부채를 펼치더니 얼굴에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물론 저번 용봉연의 우승자는 바로 나야. 당위룡도 잘했지만 끝내 나라는 벽을 못 넘은 거지.”


남궁혁은 일행을 보며 말했다.


“저는 할 일이 많아 돌아가겠습니다.”


위지천 또한 빨리 사천으로 가서 표행을 마무리 하고 싶었기에 작별 인사를 했다.


당원평은 수적을 빨리 잡은 것이 기꺼웠지만, 후순개는 남궁 공자에게 당한 모욕 때문에 마차에 앉은 내내 남궁 세가 욕을 했다.


“죽을 놈을 구해줬더니, 안 그러냐?”


“맞아요. 저희 형도 남궁 공자 거만하다고 안 좋아해요.”


아삼은 남궁혁 때문에 일정이 늘어지지 않자, 원망했다.


위지천 또한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가 무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른 놈이 후순개 선배를 무시하는 것은 화가 나는군.’


위지천은 다음에 남궁혁을 만나면 망신을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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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봉지연 24.09.11 505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 교영채 24.09.09 499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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