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선공
작품등록일 :
2024.08.16 15: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6,537
추천수 :
351
글자수 :
143,927

작성
24.08.28 11:25
조회
775
추천
16
글자
13쪽

후순개

DUMMY

취영루 별관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표국 생활할 때보다 먹는 것은 더 잘 먹었으니까.


아삼은 거지 생활을 했어도, 입맛이 까다로웠다.


“이 어두증(魚頭蒸)은 우리 동네 음식보다 싱겁다. 그래도 호수 바로 앞에 있어서 재료는 신선한 걸 썼나 보네.”


“우리 동네는 어딜 말하는 거냐? 사천? 강서?”


“사천 음식에 비하면 맹탕이야. 그래도 강서에 비하면 약간 싱거운 수준이고. 음식은 사천 음식을 따라 올 수 없어.”


“거지 주제에 입맛은 까다롭네.”


“헤헤헤. 먹는 것만은 진심이라구!”


아삼은 까다롭게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잘 먹었다.


취영루의 생활이 마냥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비파와 고쟁 소리, 취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때문에 쉬이 잠들 수 없었다.


“진짜 시끄럽네!”


아삼은 소음을 핑계로 나가려고 했다.


“도저히 여기 있을 수 없겠는데.”


아삼의 말에도 위지천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너를 여기 있으라고 한 적 없는데.”


“동정호의 뱃놀이가 그렇게 재밌다던데.”


“그럼 배라도 한번 타고 와.”


“혼자 가면 무슨 재미야.”


“내가 같이 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은자를 받을 때까지는 얌전히 기다릴 거야.”


아삼은 위지천이 이해 되지 않았지만, 같이 나가지는 않을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심심한 것을 어쩌겠는가.


집에 얌전히 있는 것이 싫어서 뛰쳐나왔는데, 다시 한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무림에 나와서 처음 사귄 친구랑 같이 놀러 나가고 싶어, 위지천에게 다시 말했다.


“위지천. 진짜 안가?”


위지천은 아삼이 나간다면 혼자서 천마신공을 연공할 생각이었다.


표국의 소국주가 된 이후로 무공을 등한시했던 것을 살짝 후회하던 참이었다.


게다가 생각만큼 천마신공의 성취가 늘어나지 않았다.


한 번 걸었던 길인데도 처음 가는 길처럼 막막하고 진전이 없었다.


“어, 안가.”


“나, 사실 당가에서 도망 나온 거야.”


위지천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다 알고 있는 거 새삼스럽게?


“알고 있어.”


“알고 있었다고?”


아삼은 자신이 당가에서 다른 문파에서 받았던 대접을 기억했다.


심지어 구파 일방이라고 하는 청성파나 아미파도 함부로 못 하지 않았었나.


근처의 중소 방파는 두려워하지 않았나.


위지천이라는 애는 아직 사천당가라는 것을 잘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추가 설명을 했다.


“사천에서 우리 당가라고 하면 모두 다 알아봐. 그만큼 우리 집이 대단하단 말이야.”


“그래서?”


이놈은 오대 세가나 구파일방을 잘 이해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강서 쪽은 사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


“아니, 그냥 나가서 놀자고.”


“나가서 놀아. 나는 할 일이 있으니까.”


아삼은 속으로 투덜댔다.


‘재미없는 놈. 그냥 혼자 나가서 놀아야겠다.’


아삼은 더 이상 위지천을 조르지 않고 동정호의 거리로 나갔다.


거지 행색으로 거리를 다닐 때와 다르게, 아삼에게 수많은 상인이 붙어서 호객행위를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은 모두 배를 빌려준다고 말했다.


“동정호에 와서 뱃놀이를 안 한단 말입니까? 여기 소협과 같은 또래의 소저들도 많이 옵니다. 혹시 아십니까? 뱃놀이하다가 마음에 드는 소저를 만날지.”


아삼은 소저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대신 뱃놀이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인데요?”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네?”


“배의 크기, 준비되는 요리의 가짓수, 악공들이 타는 지, 안 타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필요하시면 옆에서 노래를 부를 기녀까지도 준비가 됩니다.”


상인은 부담스럽게 얼굴을 내밀며 마지막 말을 은밀하게 소리죽여 말했다.


“저는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배만 타면 되는데요.”


“혹시 돈은 얼마 있으십니까?”


“아니요. 없는데요. 그냥 나와서 구경 중이라. 당장은 안 타도 상관없어요.”


“어허. 소협. 이 순간은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다시는 기회가 안 올 수도 있지요. 일단 여기까지 나오셨으니, 집이 어디인지만 알려주신다면 나중에 요금을 받으러 가겠습니다.”


상인은 아삼을 보고 어리숙한 놈이지만, 입고 있는 옷이 깔끔하니 뱃삯을 옴팡 뒤집어씌워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비싼 옷을 입고 있다면 지역 유지이거나 힘 좀 쓰는 집이라 오히려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너무 허름한 옷이라면 요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적당히 깔끔하고 넉넉해 보이는 옷차림이라니.


딱이다.


호구 잡기.


“집이요?”


동시에 아삼은 집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잔뜩 굳었다.


위지천에게 같이 나가자고 설득하느라 당가의 위세를 좀 빌려봤지만,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당가 출신임을 알린 것은 위지천이 자신을 당가에 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인은 그러지 않을 것이 뻔했다.


당장이라도 사천에 통보해, 집에서 자신을 잡으러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상인의 말대로 지금 안 타면 동정호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묵고 있는 곳을 댔다.


“취영루 별관에 묵고 있긴 한데.”


“취영루? 그렇다면 정말 확실하지. 걱정 말고 뱃놀이를 즐기게.”


작은 배를 띄웠고 그 안에는 십여 가지가 넘는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기녀와 악공들이 타려는 것을 아삼이 손을 저어 말렸다.


상인은 입맛을 다시며 그들을 물렸다.


동정호의 잔잔한 물결 위로 등을 단 배들이 무수히 떠 있었다.


아삼의 배도 그 사이로 나아가 별 무리 중 하나가 되었다.


아삼이 보니, 큰 배에는 사람도 더 많이 타고 있었고, 악공이 타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배가 동정호 중간을 가는 동안, 당아삼은 분위기에 취해 어두운 동정호에 불을 켜놓고 떠 있는 배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상인이 말한 소저들과 합석한다거나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없었다.


여자끼리 뱃놀이를 온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거의 다 남자와 여자 짝을 맞추어 배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삼은 여자는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멋진 광경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했다.


배가 출발한 지점에 서 있는 상인을 쳐다보자, 아주 작아져 있었다.


슬슬 싫증이 난 아삼은 뱃사공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 주세요.”


뱃사공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원래 탔던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상인 곁에는 상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낯익은 자들의 얼굴도 보였다.


의춘의 중년거지 무리였다.


배를 타고 있던 아삼을 발견하고 몰려왔나 하는데, 그 거지는 아삼을 발견하고 소리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잠깐요. 아예 반대편에 내려주세요.”


뱃사공은 삿갓을 살짝 들어 상인들과 함께 소리 지르는 거지들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반대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가 반대편에 닿았다.


“감사해요!”


거지가 소리 지르던 반대편을 쳐다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얼른 취영루 별관으로 돌아갔다.


별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데, 취영루 앞에 거지들과 상인들이 몰려와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보였다.


아삼은 원래 별관에 들어올 때 그러했던 것처럼 담을 재빨리 넘었다.


안에 들어가자 원래 있어야 할 위지천이 없었다.


“위지천!”


별관과 지하 마교 안가를 모두 뒤졌지만, 위지천은 보이지 않았다.


본관 쪽을 살짝 담 넘어 훔쳐보자, 위지천과 백익편복이 일 층 마당에서 거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지 뒤에는 아삼에게 배를 빌려줬던 상인이 있는 것을 보니, 같이 온 것 같았다.


“루주! 여기에 아삼을 숨긴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거지는 개방 소속이니 데려가야겠습니다.”


그러자 상인이 끼어들었다.


“그 소년이 뱃놀이한 비용을 받으러 왔습니다.”


거지들과 상인이 난리를 쳤지만, 취영루 루주인 백익편복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저희 주루는 소년이 들어와서 마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설사 들어와서 술을 마셨다 한들 알려드릴 수도 없소.”


중년 거지 뒤에는 매듭을 세 개를 맨 거지가 있었다. 의춘에 있던 거지는 아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는 듯했다.


“취영루에 오신 분들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넘기거나 소재를 말한다면 어느 누가 우리 주루에 와서 술잔을 기울이겠습니까?


“취영루의 손님일 경우에는 그렇겠지요. 손님이 아니라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들었다면 그 경우엔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참 말싸움을 하는 도중에 위지천이 끼어들었다.


“당신은 아삼을 억지로 거지로 만들고 구걸을 시키지 않았소? 아삼은 원래 거지를 할 생각이 없었으니, 개방도가 아니오.”


거지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반발했다.


“개방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아삼이 개방도라면 개방에 서약을 하거나 개방도를 스승으로 모셔 아홉 번 절을 했소?”


거지는 절차적인 문제를 들고 오자 눈이 커지면 입을 벌렸다.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개방도와 함께 지냈다면 개방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도 잠시 구걸을 하고 거지들과 어울렸다면 개방도라는 말씀입니까?”


중년 거지는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릴 뿐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말에 삼결개 후순개가 나섰다. 아랫입술이 유난히 두꺼워서 후순개라는 별호가 잘 어울렸다.


“모든 개방도가 그런 서약을 하고 가입 절차를 거쳐야만 개방도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본인이 원하고 개방도가 인정했다면 그것도 개방도라고 할 수 있다.”


취영루주가 나섰다.


“후순개님, 그런 개방의 일은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주루이고, 아삼이라는 소년 거지는 여기 있지 않습니다. 있었다면 너무 눈에 띄지 않았겠습니까?”


그 말에 상인이 나섰다.


“그 아삼이라는 소년이 뱃삯을 취영루에 달아놓고 뱃놀이를 했습니다. 제가 그 소년을 똑똑히 봤거든요.”


중년 거지는 위지천을 보고 손가락질했다.


“그래, 네 놈이 아삼을 꾀어내어 도망간 놈 아니냐. 개방은 들어올 때도 그렇지만 나갈 때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나는 당신이 아삼을 윽박지르던 거랑, 내 팔다리를 분질러버리겠다는 말밖에 생각 안 나는데?”


삼결개 후순이 나서며 흥분한 중년 거지를 말렸다. 그리고는 위지천을 보고 위아래로 훑었다.


“네가 뺨을 좀 친다는 놈이구나. 어디 그 실력을 내 앞에서도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백익편복은 인상을 썼다.


“연배 차이가 나는데 지금 이 소년과 겨루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후순개가 위지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소형제가 무위가 뛰어나다고 하니, 한 번 겨뤄보겠소. 내가 이긴다면 취영루를 뒤져 아삼인가 하는 새끼 거지를 데려갈 것이오.”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아이와 싸우겠다고 나서는 후순개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러나 후순개는 굳이 위지천과 겨뤄보겠다고 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안 그래도 취영루의 무인의 무위가 높고, 수상쩍은 일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대체 이곳이 뭔지 알아볼 기회다.’


사람들은 개방의 삼결개인 후순개가 완숙한 일류 무인인 것을 알고 있기에 취영루 루주가 거절할 것으로 생각했다.


“좋습니다. 여기 소협을 이기신다면 저희 취영루를 뒤져보십시오. 단.”


“단?”


“만약 여기 위지 소협이 이긴다면 어찌하실 작정입니까?”


“그렇다면 난 여기 호남 분타주를 내려놓고 다른 지역으로 가겠네.”


“그건 저한테 아무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


“어떤 것을 원하는가?”


“취영루의 일에 한 번은 개방이 나서줘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따지지 않고 말입니다.”


후순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인륜에 어긋나는 것만 아니라면.”


위지천은 개방의 정보력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백익편복은 꽤 괜찮은 대가를 얻은 것이다.


자신의 앞에 선 입술 두꺼운 늙은 거지를 쳐다봤다.


‘닮았군. 무위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개방 방주와 비슷한 분위기야.’


전생의 개방 방주가 천마신공에 찢겨나가면서도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던 것이 기억났다.


그 와중에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으로 오른 갈빗대를 부러뜨리던 것까지.


위지천은 전생의 감정이 희미해졌다고 생각했었다.


아닌가 보다.

갈비가 아직 욱신거리니.


한 대 쥐어박고 싶은 희미한 복수심이 피어났다.


이제 이 비무는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표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오전 11시20분입니다 24.09.12 174 0 -
26 암월묵검 NEW 20시간 전 254 8 12쪽
25 맹주를 보다 24.09.16 354 7 12쪽
24 중독되다 24.09.15 404 8 11쪽
23 예선 24.09.14 436 9 12쪽
22 호북 지부 24.09.13 457 9 13쪽
21 오룡과의 만남 24.09.12 500 10 13쪽
20 용봉지연 24.09.11 504 10 11쪽
19 실종 24.09.10 495 11 11쪽
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7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24.09.01 684 14 12쪽
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2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3 17 13쪽
» 후순개 +1 24.08.28 776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1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69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