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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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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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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춘

DUMMY

위지천은 강서로 돌아가는 길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까딱하면 사천까지 갈뻔했다.


어느 세월에 사천 갔다가 온단 말인가.


다녀올 때까지 표국을 대행한다던 백신당 놈들이 그사이에 완벽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처음에 거부감을 드러냈을 주변 사람들은 곧 익숙해질 테고.


‘무엇보다 잃었던 표물을 되찾은 게 크다.’


위지천의 일행은 규모가 꽤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아삼은 위지천의 얼굴을 살피더니 물었다.


“위지천. 뭘 그렇게 웃고 있어?”


“좋으니까. 집에서는 나보고 사천으로 가면 돌아오지 말라고 했었거든.”


“왜?”


“이 돈을 못 마련할 거라 생각했겠지. 같이 빚쟁이가 되어 주저앉을 바에야 나라도 혼자 살라고 하신 거 같아.”


“정말? 정말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고?”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완전 반대네. 난 집으로 돌아오라고 난리인데.”


그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후순개가 끼어들었다.


“위지 소협의 집이 빚이 있었나 보군?”


위지천은 후순개가 하는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빚이란 게 말이야. 참 신기한 것이야. 내 돈이 아닌데, 막상 갚으려고 하면 내 돈을 주는 것처럼 아깝다는 말이지.”


“수레에 실린 것이면 모두 해결될 겁니다.”


위지천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면 위지 소협이 대단한 거야. 보통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면 걱정하다가 포기해 버리거든. 자기가 감당할 수 없으니까.”


후순개는 뒤에 실린 은원보가 실린 상자 말고도 백익편복이 챙겨준 재물, 그리고 청파채의 재물을 훑어보았다.


거기에 더해 수적에게 구원받은 자 중에서 은혜를 갚겠다고 조금씩 놓고 간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대단해. 대단해. 하지만 나 같으면 말이야.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지 않을 거야. 빚은 생기는 순간부터 덩치를 키워가거든. 무서운 놈이지.”


후순개는 거리를 두고 걷던 것에서 이제는 위지천 일행과 거의 섞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붙었다.


“우리 개방에도 거지가 된 사람 중에 도박이나 병으로 형제가 된 자들도 있었지만, 빚을 감당 못 해 거지가 된 경우가 많아. 위지 소협도 나이가 어리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아삼이 끼어들었다.


“위지천은 돈을 벌었으면 벌었지, 절대 빚은 안 질 걸요.”


“흥? 그래? 원래 큰 빚은 있는 자가 지는 법이야.”


“돈이 있어야 빚이 생긴다고요?”


“그래. 생각을 해봐라. 네가 돈이 없어서 못 갚을 것 같으면 누가 빌려주겠느냐. 돈도 있는 사람이 빌릴 수 있는 거다.”


아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후순개 어르신은 거지 아니신가요? 돈은 잘 모르실 것 같은데.”


후순개는 오히려 그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공자님 말씀에 셋이 가면 두 명이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같이 거지가 된 자의 말도 듣고, 옆에 위지 소협 같은 부자에게도 배우는 거지.”


위지천은 후순개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후순개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맞장구쳐주면 얼마나 더 말을 해댈지 모르니, 절대 내색하면 안 되겠다.'


위지천과 아삼이 반응 없자, 후순개는 수란에게 다가갔다.


“청파채의 악명 높은 채주인 수란이 여기 소협에게 잡힐 줄은 몰랐군.”


수란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분타주는 취영루 앞에서 그 어린 소협에게 몇 합 겨루지도 못하고 꼬리말은 개 마냥 도망쳤다죠?”


“꼬리말은 개처럼 도망친지는 모르겠고, 개처럼 맞기는 했지. 근데 수란은 어떻게 소협에게 잡힌 것이야?”


“잡혔다기보다 같이 동행하는 거예요. 서로서로 돕는달까요?”


“글쎄, 위지 소협이 하는 것을 보니까 나이가 어리다고 대충 풀어주진 않을 것 같은데. 몸 성히 풀려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래도 설마 장강수로채의 총 채주인 수귀(水鬼)의 딸을 해코지하지는 않겠지.”


후순개의 말에 주변에 있는 자들이 웅성댔다.


수적들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위. 그리고 여자 수적도 드물지만, 여자 채주라니.


위지천은 수란에 대한 의문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수귀의 딸이었군. 그래서 별호도 수란인 건가.’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알아서 잘하니까요.”


“그래, 그런 거 같군. 근데 청파채가 박살 나서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난 것 아닌가?”


수란은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 배는 청파채의 극히 일부랍니다. 그리고 후계자 자리요? 지금 저보다 많이 벌거나, 강한 수적이 있던가요? 당연히 다음 총채주는 저죠.”


후순개는 고개를 저었다.


“나머지 십칠 채의 채주들 의견도 들어봐야겠지.”


그러더니 아삼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상하다. 소협은 낯이 익단 말이지. 어디서 봤지? 혹시 청성파 에서 날 보지 않았나?”


아삼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아닌데요. 청성파가 어딘지도 모르는데요.”


“그래? 이상하군. 그쪽에서 본 거 같은데.”


후순개는 심심한지 끊임없이 말했고, 쉼 없이 아는 체를 했다.


녹림도를 만났던 고개를 지나가게 되자, 아삼이 물었다.


“이제 산적들 모두 떠났나 봐.”


위지천이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펴봤다.


그러자 이십여 장 바깥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런 건 아니고, 아마 우리가 만만치 않으니, 덤벼들지 않는 거겠지.”


“아 그런가?”


아삼은 일행을 둘러봤다.


일류 표사만 스무명, 자신과 삼결개 후순개, 수란, 위지천까지.


일반적인 표행이 아니었다.


심지어 쟁자수도 하나 보이지 않았으니까.


후순개가 한 마디했다.


“지금은 안 달려들어도 따라오다가 다른 산채와 연합해서 달려들게다. 표사가 많이 있을수록 귀한 것을 수송 중일 테니까.”


아삼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람 모아서 온다고요?”


“그렇지.”


“여기 수란 소저는 같은 수적인데 알아보고 공격하지 않지 않을까요?”


“수적과 산적은 닭과 개 같은 사이라서 잘 어울리지도 않아. 수적이다가 산적이었다는 말 들어봤냐?”


아삼은 고개를 흔들었다.


“산적이었다가 수적 되었다는 말은?”


다시 아삼은 고개를 저었다.


“없을게다. 아마 수란 채주를 보자마자 잡아갈 생각만 하고 있을걸.”


수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육지 놈들이 감히 나를 노릴 수는 없을걸요. 모조리 목에 구멍을 하나씩 더 내줄 테니까.”


위지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산적 놈들이 보는 눈이 있다면 안 달려들 테고. 보는 눈이 없어 달려들 정도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뜨내기들이겠지.’


후순개의 장담과는 다르게 산적이 달려들지는 않았다.


어느새 강서성 의춘까지 도착했으니까.


아삼이 후순개에게 물었다.


“산적들이 안 달려드는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 이 정도면 달려들 텐데.”


위지천이 말했다.


“이 정도면 산적을 부르고 있는 수준인데.”


슬쩍 후순개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 후순개에게 그런 누명을 씌우다니!”


아삼이 웃었다.


“하하하. 헛다리 아니면 배신자네요!”


두 개 다 그다지 달갑지 않은 별칭이라 후순개는 얼굴을 구겼다.


어느새 길을 타고 걷다 보니, 아삼이 쥐를 잡아주던 객잔에 도착했다.


아삼이 소리쳤다.


“우리 여기서 묵어요. 여기 점소이 형이 마음이 착해서 저한테 먹을 것 많이 줬거든요.”


우리 일행은 의춘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한 구석의 객잔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삼과 위지천에게 소면을 말아주던 점소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주방과 밖을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아삼이 그 남자를 보고 인사했다.


“점소이 형 어디 갔어요?”


“아삼이구나. 옷을 그렇게 입으니 못 알아 볼뻔했다.”


인사를 받아주던 객잔 주인은 뒤에 몰려오는 사람들에 깜짝 놀랐다.


“잠깐만, 아삼아. 손님들 와서 나중에 얘기해야겠다.”


“아저씨. 저 사람들 저랑 같이 온 거에요.”


“뭐라고?”


후순개, 수란, 그리고 무인들 스무 명이 한 번에 들어오자 텅 비었던 객잔이 꽉 찼다.


객잔 주인은 후순개에게 물어보려 하다가 거지라는 것을 알고 수란에게 물어보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표사로 보이는 자들이 들어왔다. 그중에 선이 굵고 남자답게 생긴 연운남을 찾아냈다.


주인의 감이 외쳤다.


‘저 자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내 눈썰미를 피할 수 없지.’


“일단 요깃거리부터 내올까요?”


그러나 그 쾌남형으로 생긴 남자, 연운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삼과 같이 들어온 소년만 쳐다 보고 있었다.


객잔 주인은 무엇인가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저 소년이 이 자들의 우두머리처럼 보이진 않았다.


‘설마.’


그러나 곧 그 작은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기름진 요리 세 개씩 주세요.”


주문을 한 사람은 그 소년이었다.


‘이럴수가. 이 작은 소년이 이 무리의 제일 상전이었다니. 나도 이제 다 됐군.’


“금방 내오겠습니다.”


그리고 아삼이 물었던 것을 이 소년도 같이 물었다.


“여기 점소이는 어디 갔습니까?”


객잔 주인은 이번 질문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게. 며칠 전에 묵었던 무리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봉변이요?”


위지천의 미간에 금이 갔다.


어떤 점소이가 얻어맞던 상관은 없었지만, 막상 자기에게 소면을 베풀었던 점소이가 봉변을 당했다고 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이 주변 놈들은 아닌데, 질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자기들끼리 악인 뭐시기라고 부르더군요.”


그러자 후순개가 끼어들었다.


“악인궁이군. 돈만 주면 더러운 일을 해준다는 놈들이야. 왜 강서에 나타났지?”


객잔 주인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그사이에 심심했는지 우리 왕이를 두들겨 패더군요. 나쁜 놈들.”


그 말을 하자마자 객잔에 누군가 나타났다.


한쪽 눈에는 붕대를 감고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고 부은 점소이였다.


“왕이! 어제도 나오더니, 오늘은 집에서 쉬라고 했잖아.”


“하하하. 그래도 오니까 반갑죠?”


객잔 주인은 들어가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고 왕이는 나온 요리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지 행색이 아닌 아삼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아삼? 여기서 뭐 해?”


“형. 누구한테 맞았어요?”


아삼은 점소이가 자길 알아보길 기다리고 깜짝 놀래주려고, 가만히 있었던 것 아니었다.


점소이의 모습에 화가 나 참고 있다가 겨우 말을 꺼낸 것이었다.


“잘 지내나 보구나. 얼굴도 살이 붙었고. 어디 좋은 집에 양자로 들어갔나 보지? 잘됐다.”


“누가 그랬냐고요?”


“하하하. 신경 쓸 거 없어.”


“여기 머물던 놈들이에요?”


왕이는 멈칫했다. 괜히 주방 쪽을 흘겨보더니 말했다.


“애한테 별말을 다 하는구나. 별거 아니다.”


아삼이 점소이에게 물었다.


“대체 왜 그런 거래요?”


“모르겠다. 아무래도 누굴 기다리는 게 지루했던 것 같아. 이름을 말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위지천이 물었다.


“혹시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기억하십니까?”


“강서 쪽으로 갔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위지천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 당주가 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챘나 보군. 오히려 잘됐다. 이놈들도 표국으로 끌고 가야겠다.’


위지천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미 이 표행에 있는 인원만으로 웬만한 중소방파는 뒤집어버릴 수 있었으니까.


위지천 일행은 객잔에서 여독을 풀며 요기했다.


취영루의 무인 중 우두머리격인 연운남이 위지천에게 말했다.


“제가 잠깐 앞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삼이 위지천을 보고 말했다.


“천. 나는 이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위지천은 수령독을 맞고 동정호 바닥에 누워 있을 수많은 수적을 떠올렸다.


“그래. 날 노린다면 곧 만나게 되겠지.”


아삼은 위지천이 잠에 들기 전까지 어떤 독으로 어떻게 혼내줄 거라는 말을 계속했다.


위지천은 악인궁이라는 자들이 불쌍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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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용문표국 24.09.04 566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24.09.01 684 14 12쪽
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2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3 17 13쪽
6 후순개 +1 24.08.28 775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1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69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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