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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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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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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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표행

DUMMY

백신당이 의뢰한 휘주행 표행이 돌아왔다.

표국으로 모이는 사람들은 금방 돌아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돌아온 사람을 쳐다보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낯익은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한 표두와 떠났던 표사 두 명 중 한 명인 도진.


같이 갔던 쟁자수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휘주로 떠난 표행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문표국의 국주인 위지홍이 나왔다.


“도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나마 돌아온 도진도 팔 하나가 없는 상태였다.


“중간에 수적들에게 당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한 표두에게 절대 수로로 가지 말고, 육로로 가라고 했건만.”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수적을 만났다고? 육로에서도 수적 놈들이 나온단 말이냐.”


“강서성 끝자락인 무원을 지나려 할 때, 한 표두가 갑자기 너무 표행이 늘어진다고 불평했습니다.”


위지홍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래서 수로를 이용했다는 말이냐.”


“아시다시피 표두의 말을 거스를 수가 없으니.”


“좋다. 다 좋아.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표국이잖느냐. 수적이든 산적이든 통행세를 내고 지나가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에 수적 놈들이 나서자, 다시 한 표두가 이상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사히 표물을 가져왔다고.”


“한 표두는 내가 표국을 물려받았을 때부터 있던 자다. 설마 배신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위지홍의 말에 도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실제로 한 표두가 그렇게 얘기한 후 자기와 상관없다는 듯 방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적이라 해도 너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수적들 수가 많았던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수적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놈들은 한 표두마저 공격했습니다."


“한 표두가 당해내지 못했단 말이냐?”


“게다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저희도 각자 살아남기에 바빴습니다.”


위지천은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아챘다.


‘한 표두가 휘상에 매수가 됐지만, 토사구팽당했군. 멍청한 놈. 그렇게 배신한 놈을 누가 입 다물 것으로 생각하고 살려둔단 말이냐.’


국주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분명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육로로만 가라고 했건만. 한 표두 그놈이 설마 매수됐을 줄이야. 믿을 놈 하나 없구나. 육로에는 우릴 도와줄 자가 있었단 말이다.”


위지홍도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육로에 다른 자들을 대기 시켜놓았던 모양이다.


설마 오랫동안 같이 한 가족 같은 한 표두가 배신할 줄은 몰라 일이 틀어졌지만.


한 표두가 퉁퉁 불은 시체가 되어 표국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저잣거리에 퍼졌는지, 표국 밖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댔다.


문을 지키던 표사 중 하나가 위지홍에게 왔다.


“국주님. 백신당의 조 당주가 왔습니다.”


“벌써?”


표행이 실패해서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다니.


누가 봐도 의심스럽고 위화감이 드는 장면이었다.


위지홍의 이마에 선명하게 파인 주름이 꿈틀댔다.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안으로 모셔라.”


하늘에 먹구름이 낀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위지 국주는 들어온 자들에게 포권했다.


“어서 오십시오. 조 당주.”


“저희가 안 좋은 시기에 방문했나보군요.”


들어온 자는 풍채가 좋은 남자와 호리호리한 자였다. 조천목은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다니는 것이 저절로 배를 내미는 자세였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맡겨주신 표물에 문제가 생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조천목과 같이 온 자가 포권을 하며 위지홍에게 인사했다.


“저는 청풍표국의 국주인 서백중이라고 합니다. 강서의 용문표국의 위명을 많이 들었습니다.”


“청풍표국이라면 중원에서 가장 큰 표국 아닙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위지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 자기네들이 판 다 짜놓고 나타나, 잘도 저런 소릴 지껄이는군.’


화가 치밀어 올라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함정에 빠뜨려놓고 뻔뻔하게 나타나다니!”


위지홍은 위지천을 보고 꾸짖었다.


“위지천!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


그리고는 백신당 조 당주와 청풍표국 서 국주에게 사과했다.


“제가 아들을 너무 오냐오냐하며 버릇없이 키웠더니, 천지 분간을 못 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조천목과 서백중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국주가 영웅의 기상이 있군요. 하하하.”


“목소리도 우렁찬 것이 든든하시겠습니다.”


위지천은 입을 다물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입을 찢어놓을 놈들. 개수작을 부리다니. 조금만 기다려라. 신공의 성취가 오 성만 되어도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다.’


위지홍은 아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어찌 됐든 표행이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고, 저희 표두는 이렇게 죽어서 돌아왔습니다.”


위지홍은 최대한 담담히 말하고 있었지만, 말끝이 미미하게 떨리는 것을 위지천은 느꼈다.


“아이고, 저런. 그 상자는 저희 백신당의 큰 자산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위 국주님도 확인하셨겠지만, 은원보가 삼백 개가 담겨 있던 것을 보셨겠지요.”


‘뭐? 은원보가 삼백 개? 큰 수레에 실려있던 상자들이 모두 은원보였단 말인가.’


위지천 뿐만 아니라 도진을 위시한 표사들과 용문표국의 있던 자들은 모두 입이 벌어졌다.


위지홍은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대답하지 못했다.


“본래는 사고가 난 표물은 두 배로 갚아야 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원래의 표물만 돌려주셔도 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조천목의 말에도 위지홍은 대답하지 못했다.


“설마 표국이 손님에게 큰 피해를 주고 모른 체 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위지홍은 그제야 쩍 달라붙은 입술을 겨우 떼어내며 말했다.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금액이 적지 않으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당장 급하게 쓸 돈이었기에 우리도 우리 사정이 있지 않겠소.”


조 당주는 물러서지 않았고, 위지홍은 비틀거렸다.


“갑자기 그 큰돈을 어디서 가지고 온단 말입니까.”


위지홍이 목소리를 떨며 말하자, 조 당주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참. 우리 부친께서는 내게 너무 정이 많아 장사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셨지. 정말 옳은 말씀이셨소. 지금 엄청난 손해를 보는 입장에서도 위지 국주의 처지가 안타까우니.”


“그럼?”


“좋소. 배상 기한을 이 년간 유예해 주겠소. 단, 조건이 있소.”


“그게 무엇이오?”


위지홍의 얼굴은 다급함에 물들었다.


“저 당찬 소국주가 내가 맡긴 표물을 무사히 수행한다면 말이오.”


위지천은 백신당주와 청풍표국 국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자신을 말하자 눈이 커졌다.


“천이는 표행을 떠난 경험이 없소. 차라리 내가 가는 것은 어떻겠소.”


“무슨 소리. 아까 당찬 기백을 보아하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오.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 어떤가 소국주. 해볼 텐가. 이 표행만 성공한다면, 집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네.”


위지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네 놈이 무슨 수작을 벌이는지 뻔하군. 내가 실패하면 은근슬쩍 표국을 먹고 청풍표국에 분점을 주어 강서성에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거겠지.”


위지천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님께서 허락하신다면 해보겠습니다.”


“좋군, 좋아! 역시 호랑이에게서 개가 나올 수 없지. 간단한 일이야. 은환사라는 강서에서만 나오는 투명한 독사가 있네. 이 독사를 사천의 성도로 가져가는 걸세. 어때 간단하지?”


“기한은 어떻게 됩니까?”


“날 뭐로 보는 건가. 기한은 없네. 천천히 가도 되네. 다만 아직 빚을 갚지 못한 상황이니, 용문표국은 청풍표국에서 잠시 대행하고 있을 거야.”


위지홍은 그 말에 이를 악물었다.


‘결국 우리 표국을 집어삼키고 강서로 진출하겠다는 것이군. 심지어 표물이 영물이라니. 중간에 죽는다고 다시 구할 수도 없고, 영원히 표행을 완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말이 대행이지, 용문표국은 지워지겠지.'


“위지 국주. 이 정도면 아주 후한 조건인 것 같은데. 무려 이년을 유예할 수 있네. 귀찮은 표국일도 잠시 쉴 수 있고. 싫은가? 당장 은원보 삼백 개를 가져다주어도 좋네.”


위지천이 나섰다.


“아버님. 저에게 이 일을 맡겨주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위지홍이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조 당주가 끼어들었다.


“설마 소국주를 못 믿고, 다른 표사나 표두를 붙이는 짓을 하지 않겠지.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야. 단독 표행이라는 말일세.”


위지천이 조 당주의 말을 받았다.


“그럼요. 저 혼자도 충분합니다. 누군가 같이 갔다가 매수당한 자라면 제 목숨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수적이나 산적을 불러들일 수도 있고요.”


“하하하. 소국주의 말에 뼈가 있구만. 표물은 내일 백신당에 와서 가져가게. 물리면 약을 구하기도 전에 절명하니, 조심해야 하네. 우리 청풍표국 서백중 국주는 내일부터 와서 업무를 볼 테니, 위지 국주는 잠시 여행이라도 가보는 것이 어떤가.”


백신당 당주와 청풍표국 국주가 돌아가자, 표국 안은 조용했다.


“천이는 내 방으로 들어오거라.”


위지 국주는 위지천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천아. 너는 아직 세상에 나가기엔 어리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이 표행을 맡지 않아도 된다.”


“아닙니다. 해보겠습니다. 지금 제가 다녀오지 않는다면 저희 표국이 어찌 되겠습니까. 대대로 이어온 용문표국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위지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너도 이미 다 컸구나. 혹시나 사천에 가서 돌아오고 싶지 않다면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는 우리가 그 돈을 못 갚을 것으로 생각하는군. 이 년이나 시간을 줬는데도 절망하다니.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게 못 만들 돈인가.’


위지천은 교주 시절에 쓰던 돈의 단위를 생각해 봤지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원 안가에 있는 자금을 그냥 가져와야겠다.’


위지천은 마교 안가 몇 군데를 기억했다.


“준비가 되면 떠나거라.”


위지 국주는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 천이가 안 돌아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 큰돈을 이 년간 유예한들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위지천은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 평소의 분주한 분위기와 다르게 모두다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쟁자수들은 어차피 돈을 못 받을 분위기라 돌아갔을테고, 표사들은 이미 다른 표국을 향해 짐을 챙겼을 수도 있겠다.


표행을 떠나 표국을 비운 표두나 표사들도 곧 이 이야기를 듣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날 자는 언제 무슨 일 벌어지든 떠날 자니, 지금 떠나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 곳에 평생을 쏟아부은 아버지가 상심이 크시겠군. 돈이나 벌어와야겠다.’


위지천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지 않은 마도팔가를 떠올렸다.


삶의 대부분을 그들과 보냈음에도 그들은 마지막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지천은 다음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옷을 갈아 입고 표국을 나섰다.


표국 앞에는 한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천금수가 서 있었다.


“방금 나온 자는 휘상 중 하나 아니냐?”


위지천은 천금수에게 꾸벅 목례를 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담담히 말했다.


“절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호오. 어떻게 할 거지?”


뭘, 어떻게 하나.

덤비면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버리는 거지.

신공이 괜히 신공이겠나.


“네 눈빛을 보니 살기가 가득하구나. 무인에게는 무인의 길이 있듯이 상인에게는 상인에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 년 간의 이자유예를 조건으로 저를 사천으로 단독 표행을 의뢰했습니다.”


“할 수 있겠나?”


위지천은 손바닥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조 당주 그놈이 돈으로 우릴 얽어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내가 건네준 옥패를 지금 쓴다면 빚을 모두 갚아주마.“


뭐? 빚을 모두 갚아준다고?


굳이?


그냥 한 달이면 동정호 안가에 다녀올텐데.


”감사합니다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말에 천금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풀어야 하는 법이지.“


천금수는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말해라. 어차피 나와도 무관한 일이 아니니.“


”감사합니다. 어르신.“


위지천은 백신당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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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교영채 24.09.09 498 11 13쪽
17 당아삼 24.09.08 543 13 12쪽
16 사천행 24.09.07 543 12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24.09.06 574 12 12쪽
14 직시하다 24.09.05 601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6 13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1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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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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