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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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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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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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궁과 구야문

DUMMY

객잔에서 출발하기 전 후순개와 연운남이 어제저녁에 둘러본 이야기를 꺼냈다.


“악인궁 놈들이 마을에 들르진 않은 모양이야. 강서로 향하는 길목으로 바로 간 것 같군.”


연운남도 맞장구쳤다.


“소국주님. 잠깐 길목을 살펴봤지만 기다리는 자들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점소이가 말한 자들은 이미 떠난 듯싶습니다.”


“그래? 그럼 오히려 귀찮지 않고 잘 된 거지. 가자.”


일행은 위지천이 객잔을 통째로 빌린 바람에 다른 사람의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하루를 보냈다.


점소이가 떠나려는 아삼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아삼. 나중에 또 놀러 와라. 니가 없으니까 다시 쥐들이 활개를 치네.”


“하하하. 그래. 형. 다음에 또 올게.”


“잘 가라.”


“왕이 형. 객잔 옆에 내가 쥐덫을 비워놨는데, 한번 확인해 줘.”


점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을 떠나 다시 강서행을 시작했다.


후순개가 아삼에게 슬쩍 다가와 말했다.


“아삼, 저 항아리에 몰래 금자를 넣어놓았지? 내 눈은 못 속이지.”


아삼이 웃었다.


“어차피 산적들이 연합해서 달려들 어서 뺏길바에야 점소이 형한테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저번에는 산적들이 기회를 노리다가 못 들이닥쳤는지 몰라도 이번에는 분명히 덮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예상이 틀린 전적이 있어서인지, 모두 심드렁했다.


그래도 후순개는 기죽지 않고 앞을 계속 주시했다.


앞에 어떤 무리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후순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라. 내 말이 맞지? 개가 똥을 참지. 절대 이렇게 돈 냄새가 나는 일행을 무시할 수가 없거든.”


위지천은 후순개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니, 뭐, 산적들이 나타나서 잘됐다는 것은 아니고. 내 말이 맞지 않냐? 이 말이지. 거참. 너무 눈치 주는 구만. 험험험.”


후순개는 민망했는지 무리의 선두로 나아가 앞에 서 있는 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후순개가 점점 다가갈 때마다 앞에 서 있는 무리들이 위협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모두 봉두난발을 한 채 무릎을 꿇은 채 포박되어 있었다.


심지어 입고 있는 복색도 달랐고 피부색도 미묘하게 달랐다.


왼편은 적색 무복을 입었고, 다른 쪽은 남색 무복을 입었다.


후순개는 위지천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건 또 신종 강도 수법인데. 가끔 말이야. 어린이나 소저, 또는 노파를 이용해 방심시킨 후 유인하거나 덮치는 경우도 있거든.”


아삼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되물었다.


“저들은 어린이도 아니고, 소저도 아니고, 노파도 아닌데요. 누가 도와주러 가기에 너무 험하게 생겼는데.”


후순개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꾸했다.


“아마도 새로운 신종 수법이 나온 모양이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다가가면 헐겁게 묶여 있던 포박이 풀리며 한 번에 덮치는 수작일 거야!”


연운남이 경신법을 전개해 포박당한 무리에게 다가갔다.


“네 놈들은 누구인데 길을 막고 있는 것이냐.”


연운남의 말에 포박된 자들 중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도와주시오! 미친 늙은이가 갑자기 날뛰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겠소!”


주위에 있는 자들도 아우성쳤다.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빨리 풀어주시오. 돌아온다면 당신들도 모두 끝이오!”


위지천이 살펴보니, 가짜로 묶여 있는 포박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결박되어 손과 발이 피가 안 통해 팔과 손 색깔이 달라져 있었다.


‘악인궁이란 자들이 행인들을 습격하는 중인 것일까?’


위지천이 그들을 보고 고민하는 동안 숲에서 검은 얼굴의 노인이 나타났다.


기도가 강렬하고 주위를 짓누르는 듯한 위엄에 연운남과 마인들은 긴장했다.


‘이런 고수가 왜 우릴 막았지? 절정 고수라면 우리가 모두 덤벼도 승산이 없다. 소교주님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까.’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있을 때 검은 얼굴의 노인이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후순개가 그 노인을 보고 외쳤다.


“천금수! 돈귀신 늙은이가 죽지도 않고 살아있었구나.”


위지천의 일행과 포박되어 있던 자들은 노인의 정체에 놀랐다.


“후순개는 그 입 때문에 방주에게 혼나 분타주로 강등 되고도 변한게 없구나.”


후순개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 법이오.”


위지천은 갑자기 나타난 천금수에게 물었다.


“천금수 어르신.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네가 나를 불렀지 않느냐?”


“저희 표국에서 뵙자고 했지, 길 한가운데서 뵙자고 한 적은 없는데요.”


“그래. 나도 느긋이 앉아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늙어서 잠이 없어졌지 뭐냐. 그래서 마중도 나왔는데, 나 말고도 마중 나온 자들이 있더구나.”


“마중 나온 자들이요?”


후순개는 천금수와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위지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 취영루가 천금수의 것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무인들의 무위나 금력이 이해된다.’


후순개는 아무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맞아. 그런 것이었군. 천금수의 가족은 모두 죽었으니 위지천은 제자구나. 생각보다 더 거대한 뒷배가 있었군.’


천금수는 꿇어앉아 있는 자 중 제일 기골이 장대한 자의 등을 발로 찼다.


“컥!”


“악인궁과 구야문, 이 중에 아는 문파가 있나?”


“구야문은 저희 강서에 있는 구야산에 있는 놈들이군요. 악인궁은 전에 묵었던 객잔에서 저를 노린다고 들었습니다.”


“그랬군. 이놈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더구나. 자, 네가 기다리던 위지천이가 왔으니, 반갑게 인사해라.”


그러자 발에 차였던 자가 갑자기 울부짖으며 외쳤다.


“소협! 저는 단지 간악한 흉계에 말려든 것뿐입니다.”


“흉계?”


“그렇습니다. 저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한 상인이 와서 호남에서 강서로 가는 길에 한 소년이 엄청난 재물을 옮기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에 흉계라고 할만한 부분이 있는 걸까?


“그게 무슨 흉계냐?”


“저희가 습격할 것을 미리 다 알고 있으니, 그것이 흉계가 아니겠습니까? 무릇 도적질은 아무도 모르게 다가가야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인데 말입니다.”


“다 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르신께서 저희를 잡은 것을 보면, 미리 알지 않고서는 어떻게 나오셨겠습니까? 강서가 얼마나 넓은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됩니다.”


위지천이 잘 살펴보니, 악인궁이라고 말한 자 옆에 험악하게 생긴 이질적인 무리가 한 무리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자들 같았다.


위지천이 그자들을 쳐다보자 똑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소협! 저 또한 속았습니다.”


“누구한테 속았다는 거냐.”


“저희도 소문에 이끌려서 온 것이었는데, 이렇게 무위가 뛰어나신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겁니다.”


“너희는 누구냐?”


“구야문이라고 합니다.”


“네놈들은 왜 여기 있는 거지?”


“저희도 마찬가지로 여기 악인궁처럼 상인들이 와서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손쉽게 가져간다는 말을 듣고 쫓아온 것입니다.”


“한마디로 도적질하러 왔는데, 재수 없게 고수를 만났다는 이야기 아냐?”


위지천의 말에 구야문의 문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천금수가 위지천에게 말했다.


“여기까지는 내가 너희를 기다리며 듣던 이야기인데. 어떠냐,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느냐?”


위지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악인궁과 구야문이 우연히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하는데, 공교롭게 같이 도착해서 같은 곳에서 붙들려 있군요.”


악인궁 궁주와 구야문의 문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사실을 먼저 털어놓는 자는 살려주겠다. 그렇다면 단 한 문파만 살아남겠지.”


악인궁 궁주와 구야문 문주는 서로를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악인궁 궁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 아니라 사주를 받고 와서 기다린 것입니다.”


그 말을 하자 구야문의 문주는 포박당한 상태에서도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며 외쳤다.


“상인이 찾아와서 은자를 상자로 가져와 일을 맡겼습니다. 열 배는 많은 은자가 있다면서 위지천이란 녀석의 목만 가져온다면 나머지는 가져도 좋다고 했습니다.”


구야문의 문주의 말에 악인궁의 궁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자가 휘주 상인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습니다!”


구야문의 문주는 자신이 더 이상 까 보일 패가 없다는 것에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후순개가 수란에게 귀속말을 했다.


“이야. 저 위지천이라는 녀석은 정말 사람 다룰 줄 아는구만. 마치 큰 문파에서 오랫동안 사람을 부려본 것 같이.”


수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같았으면 일단 팔을 하나 잘라놓고 시작했을 거예요. 하지만 소국주는 언변이 좋고 심계가 깊어, 쉽게 사람들을 요리하는군요. 저런 사람이 한 사람만 내 밑에 있었으면 후계자는 진즉에 결정 났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대단해.”


그러자 구야문의 문주가 마지막의 비장의 절초를 펼치는 심정으로 외쳤다.


“우리 말고도 엄청난 고수를 초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엔 악인궁 궁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천금수가 나섰다.


“엄청난 고수? 누굴 말하는 거지?”


“남궁세가에서 나왔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남궁세가? 하긴 안휘성은 남궁세가의 권역이니 충분히 개입할 여지가 있었겠지.”


위지천은 악인궁 궁주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퍽.


정수리를 얻어맞은 악인궁 궁주는 천천히 허물어졌다. 악인궁에 속했던 자들에게 아삼이 다가갔다.


“여기 의춘의 점소이를 때린 자는 손을 들어라!”


그러자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삼은 앞에 있는 자의 아랫배를 발로 차, 단전을 깨버렸다.


으아아아아악!


단전의 기가 흩어지며 내지른 소리가 노상에 울려 퍼졌다.


그제야 모두 두려워하며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자를 쳐다보았다.


그자는 욕을 하며 외쳤다.


“씨부레! 내기에서 진 자가 점소이를 때리자고 했잖아. 난 내기에서 진 죄 밖에 없어!”


그 말에 아삼은 더 듣지도 않고 억울하다고 외치는 자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으아아아악.


다시 한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지천이 연운남에게 말했다.


“이놈들도 다 끌고 가자.”


“알겠습니다.”


천금수가 위지천 옆에 섰다.


“키가 머리 하나만큼 자랐구나. 이제는 올려다 봐야겠어.”


“이번 여행에서 조금 더 큰 것 같습니다.”


“키만 큰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천금수는 위지천의 무리를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상인의 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었지. 원석을 알아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야.”


“휘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단은 용문표국을 거점으로 다른 상점과 상단을 야금야금 먹어가는 중이지.”


“여태껏 행했던 악행이 탄로 난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것입니다.”


“그래. 수적을 이용해 맡겼던 표물을 강탈하고, 그 빚을 지워 표국을 삼키려 했던 것. 게다가 표물을 찾아 되돌아오는 소국주를 사파 무인들을 이용해 제거하려 하다니. 이 정도면 지금의 휘상은 상인들 사이에서도 신용을 잃을 것이다.”


“맞습니다. 상인이라기보다는 흑도방파에 가까운 일을 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나를 부를 생각을 다 했지?”


“표물을 가져다 가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휘상이 표물을 받고도 인정을 안 하고, 다른 수작을 부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남궁세가까지 끌어들였다면,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군요.”


“그래, 맞는 말이다. 물러나는 순간 강서 진출은 물 건너가는 것이니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래서 오시라고 하신 겁니다.”


“참관인이 되어달라?”


“그렇습니다.”


“허허허. 내가 준 옥패를 그렇게 쓴다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제대로 배상이 이루어지는지 봐달라고 부른 것이란 말이지.”


“네, 맞습니다.”


“내 눈이 역시 틀리지 않았군.”


천금수는 흐뭇해하며 위지천의 곁에서서 강서로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일행에는 사파무인들의 신음소리, 후순개의 헛소리, 아삼의 질문들이 끊이지 않아 왁자지껄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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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직시하다 24.09.05 602 13 13쪽
13 용문표국 24.09.04 568 13 13쪽
» 악인궁과 구야문 24.09.03 583 11 12쪽
11 다시, 의춘 +1 24.09.02 625 13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24.09.01 684 14 12쪽
9 수로채와 거래하다 24.08.31 665 17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1 24.08.30 673 16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1 24.08.29 754 17 13쪽
6 후순개 +1 24.08.28 777 16 13쪽
5 격렬한 환영식 +1 24.08.27 832 18 12쪽
4 동정호 +1 24.08.26 878 19 13쪽
3 거지 소년 +1 24.08.25 921 17 12쪽
2 단독 표행 +1 24.08.24 1,045 23 13쪽
1 표국의 소국주 +3 24.08.23 1,371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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