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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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8.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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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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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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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11화



"그래서 어디 있는데?"

민이가 팔짱을 낀 상태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웃으며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없앴지."

"뭐야."

"그냥 그것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지."


민이는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그 시선을 그냥 무시했다.

내가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려 준 것이면 된 것이지.


그리고 기척이 약한 놈이 다른 무언가에 들어가 있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찾기가 힘들어진다.

자신의 기운을 다른 물건에 들어가 숨어버리면 그 물건을 찾아야 하는데.


이 남자의 집에는 너무도 많은 물건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름이 있는 놈들이거나, 이름이 없어도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면 저런 물건들에 들어가지 않지.


그리고 그 정도 되는 놈들은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것이 잘해진다.

하지만 기척을 숨긴다고 숨겨도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지만, 약한 놈들이 물건 안으로 숨어버리면 찾을 수가 없지.


"여긴 뭐 가택신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아예 없네."

"가택 신?"

웅남이 남자를 편하게 눕히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민이에게 물었다.

"너희가 아는 성주 신 같은 신."


민이는 그 말을 하면서 계속 물건을 뒤적였다.

방은 작은데 무슨 물건이 이리도 많은지.


물건을 건드리고, 조금씩 치울 때마다 냄새 또한 끔찍하게 방 안을 채웠다.

하람이와 웅남이가 코를 막았고, 민이와 나 또한 얼굴이 구겨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뭔가를 특정할만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뒤에서

"뭔가 느낌이 들거나, 소름 돋는 느낌이 들거나, 아무튼 어떤 느낌이 드는 물건을 찾아야 해."


내 말을 듣자, 하람이가 냄새를 참아가며 물건을 뒤적였고, 웅남이는 하람이 옆에서 같이 물건을 찾아보고 있었다.


민이는 그들이 찾고 있는 곳이 아닌 집을 계속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에게 눈빛으로

'너는 안 찾아?'

라는 뜻을 가진 눈빛으로 바라봤고, 나는 작게 입 모양으로

'더러워.'


나의 입 모양을 제대로 읽은 듯이 고개를 내 저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굳이 저렇게 인간들처럼 몸으로 부딪혀 찾는 것도 방법이지만, 저들이 저렇게 찾고 있으면 나는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려 귀신이 들어있는 물건을 찾고 있었다.


너무 더럽기도 하고.

남자는 아직까지는 안전할 것이다.

내가 옆에 있으니까.


하지만 물건 더미를 다 뒤져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물건은 아예 없었고, 기척 또한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히 모두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나 또한 아무리 감각을 끌어올려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다.

분명히 이 안에 있다.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저 느낌으로만 있을 뿐이다.

하람이와 웅남이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민이는 나와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

하람이가 나를 보며 물었지만, 일단은 내가 할 말은 없다는 것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기다려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감각을 끌어 올려도 찾을 수가 없고, 저 많은 물건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방금 웅남이 눕힌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다른 이들은 나의 의문을 가졌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남자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하람이의 허리 춤에 있던 칼을 꺼냈다.

당연히 나의 그런 행동에 하람이와 웅남이는 당황하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하람이는 나의 속도에 반응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일반적인 인간이, 그것도 배후가 없는 인간이 천호의 속도를 반응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민이는 그저 나를 바라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푸욱!

"야!"

"뭐해!"

하람이와 웅남이는 동시에 소리쳤지만, 이미 나의 칼을 찔렀다.


정확히는 남자의 바로 옆에 핸드폰을.

그들의 시선에서는 내가 남자를 찌르려는 것처럼 보였겠지.


그 악귀의 기척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면 단 하나 지.

그 약한 기척을 숨길 수 있는 곳.


현대의 인간들에게 없어서 안 될 물건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물건에 깃들게 된다면 이 남자의 기척에 숨을 수 있겠지.


내가 핸드폰을 찌르고 잠시 뒤.

"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소리가 방 안을 덮쳤다.

당연히 하람이와 웅남이는 귀를 막았지만, 이 소리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귀를 막아서 막아지는 소리는 이승의 소리일 뿐. 저건 이승도 저승도 그 어느 곳에도 포함이 되지 않는 소리다.


그러니 저 소리는 귀를 막는다고 막아지는 소리도 아니지.

그 기괴한 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 치는 여자의 소리.

"그만 하고 나오지?"


하지만 나의 말에도 그것은 그저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나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다.

민이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그 소리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래도 웅남이는 배후가 있으니 하람이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다. 더 오래 끌어봤자 상황은 안 좋아 질 것이다.


이 소리를 계속 들었다가는 정신이 미칠 수도 있고, 아니면 청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그냥 없애 버리는 것이 맞겠지.


나는 칼에 더욱 힘을 주었고, 나의 힘은 칼을 통해서 핸드폰으로 들어갔다.

더 큰 고통 때문인지, 그것의 괴성은 더욱 커졌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조용해졌다.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괴성을 지를 힘도 없는 것인지 간신히 존재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저 자식이 들어가 있는 폰을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터졌고, 그 악귀는 자신의 형체를 가지고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말한 것처럼 여자의 형체였지만, 이미 형체는 절반 이상이 사라져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존재가 천호의 힘을 받았으니, 그 힘 때문에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우리 같은 존재가 싸운다면 상대의 힘이 몸 안에 남아있는 내상을 입게 된다.

인간들의 내상이랑은 다른 내상.


비슷한 힘에 피해를 입었거나, 강한 존재들은 그 힘을 자신의 힘으로 밀어 내며 회복을 하지만, 압도적인 차이의 힘을 가진 존재에게 피해를 입는다면 밀어낼 수도 자신의 힘으로 회복을 할 수도 없다.


그저 자신의 힘은 압도적인 힘의 연료로 쓰일 뿐.

그런 존재에게 당했다면 그저 깔끔하게 없애주기를 바래야 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름도 없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존재가 이리도 귀찮게 하는구나. 너는 그 고통에 몸부림 치며 사라지거라."

나는 그 자리에서 칼을 들고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가려 했고, 다른 이들은 그 소리에 입은 피해인지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지, 이리도 가까이에 괴성을 끊임없이 들었으니까.

나는 민이를 보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와라."


그렇게 방을 나가려 했는데, 뒤에서 고통에 몸부림 치는 존재의 기척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껴졌고, 정말 밖으로 나가려 했다.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 소리에 나는 그저 고개를 약간 돌려 뒤를 봤고, 그곳에는 민이가 형체가 거의 사라진 그것의 목을 붙잡고 있었고 민이는 나를 보며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자."

그것을 흔들며 웃고 있었고, 그냥 방을 나갔다.


힘도 약하고 아무런 존재도 아닌 것이 감히. 마지막 발악이라는 것을 하다니.

다른 이들을 챙길 생각을 하지 않고, 혼자 밖에 나와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곰방대가 없으니 피울 수도 없다.

구매를 하던가 천계에서 보내 달라 해야겠다.


하지만 지금 피우고 싶은 감정은 어쩔 수 없다.

나 혼자 잠시 밖에 있으니 안에 남아 있던 이들이 금방 밖으로 나왔고, 남자는 언제 깨어났는지, 우리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민이는 웃으며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웅남이와 하람이는 이런 적이 없었는 지, 미소가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며 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온 민이에게

"돈은?"

"받았어."


하지만 그 어디에도 돈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내가 찾고 있는 것을 본 것 인지, 민이는 뒷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었다.

"원래는 계좌 이체로 받으려 했는데, 현금으로 주시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줄도 모르겠고, 계좌 이체라는 것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는 척 해야겠다.

저 표정으로 놀리면 안 좋은 기분이 더 안 좋아 질 것 같았다.


둘은 밖으로 나왔음에도 미소가 사라지지 않아 있었다.

이리도 좋은 일인가? 싶었지만, 나는 딱히 뭐라 하지 않았고,

"이제 돌아가야지."

민이는 빨리 돌아가자는 듯 눈치를 주었다.


일단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건 회사로 돌아가서 좋아해도 된다.

의뢰가 들어온 것들을 보여주며, 민이는

"돌아가서 무슨 의뢰를 받을 지 정해야 하니까. 빨리 가자."


그 말을 듣자 웅남이와 민이는 달릴 준비를 하였고, 나는 한 숨을 작게 내쉬고는 하람이를 들었다.

하람이는 이미 예상하였는지, 당황하지 않고 얌전히 안겨있었고, 그 모습이 귀여..


미쳤나

나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데.

인간계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정신까지 이상해진 것 같았다.

"달린다."


그 말을 끝으로 하람이는 나에게 꽉 안겼고, 돌아가는 길을 알기 때문에 더 빠르게 달렸다.

하람이는 방금보다 더 힘을 주어 나를 안았고, 더 빠르게 도착하여 민이와 남이를 기다렸다.


남이는 방금보다 숨이 거칠어진 상태에서

"되게 빠르다."

"너희가 느린 거지."


웅남이를 바라보지 않고, 민이를 보며 웃으며 말했지만 민이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재미 없네.


다시 회사의 건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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